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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생각하라 -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
아르네 네스.존 시드 외 지음, 이한중 옮김, 데일런 퓨 삽화 / 소동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먹거리에서는 편식을 거의 하지 않는 내가 책을 고를 때는 유독 편식이 심한 편이다.ㅠㅠ 정말 재미있어서 읽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주로 소설과 에세이 같은 문학이나 자기계발서에 치우쳤고 좀 더 독서이력이 붙기 시작하면서는 예술, 경제 경영서, 인문학 쪽으로도 자연스럽게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에게 과학이나 철학, 정치 관련 도서는 아직까지 범접 할 수 없는 세계의 어떤 것으로 여겨져 독서 편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내가 의외로 관심을 가지고 한 번씩 찾아 읽는 도서가 있다면 자연과 환경에 관한 책들이다.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갖자는 의도가 1차였고, 또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를 마구 훼손시키고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자꾸 상기시켜보자는 나름의 의도가 2차였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너무도 심각한 지구의 안전과 미래를 확인하고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체념이 먼저 들어 책을 읽은 걸 후회하기 시작했다. 뚜렷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에서 자꾸 암담한 환경의 현재모습을 들추어 내다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런 책을 읽는 시도 자체도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조그마한 사실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책들을 몇 권 읽으면서 생각을 전환시킬 수 있었다. 즉 우리가 지금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혹은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거창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건 전문가의 몫으로 남기고 조금이라도 해를 입히지 않는 행동을 스스로 찾아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매우 사소한 행동일지라도.
예를 들어 1회용 젓가락이나 종이컵을 쓰지 않는 일이 아주 작은 행동 같지만 이미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는 이런 사소한 일 조차도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무심코 쓸 수 있는 1회 용품들의 개수를 한달, 일년, 이년...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그리 적은 숫자가 아님을 금새 알게 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1명, 2명...이렇게 늘면 바로 그 일이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연보호의 시작이 된다고 믿는다.
오늘 읽은 이 책은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만큼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흔히 읽는 이러니 이렇게 해야한다, 저러하니 앞으로 이렇게 하면 안된다와 같은 어조가 아닌, 연설이나 시, 에세이를 통해 자연과 지구를 노래한다. 열대우림을 묘사한 스케치 같은 그림들은 부록처럼 여겨도 좋을 만큼 순박하다.
‘만물협의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자연과 친구인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행동하는 저자들이 각각 개성 넘치는 글들로 책을 꾸몄는데, 근본 뿌리는 하나다. 우리는 지구의 관리자가 아니라 지구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 흙, 땅, 물처럼 자연의 한 부분일 뿐이니 지구가 아프면 그 일부인 우리 인간이 아프고 파괴되는 걸 자연스런 흐름으로 깨닫자고 주장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임에도 왜 우리는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의외의 사실은 우리가 환경과 지구의 위기에 대해 가지는 무감각과 냉담은 무지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지구의 파괴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절망 자체를 회피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불안을 자극하는 데이터를 자동적으로 걸러냄으로써 그런 불안한 심리를 벗어나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맞다. 지구환경이 날로 악화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없겠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면서 생각하면 더 괴로우니까 일단 피해버리자는 심리가 무관심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처럼 생각하라』는 책의 제목처럼 만약 우리가 인간 역시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한 부분이라는 걸 지속적으로 인식한다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은 길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