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브 브라더스
스테판 앰브로스 지음, 신기수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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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명의 중대원이 자신의 생명을 조국에 바쳤다. 1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고 대다수 대원들이 최소 한 번 이상 부상을 당했다. 대부분이 부상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그 시기가 인생에 있어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살인기계로서 훈련받았고, 죽고 죽이는 참상과 기민하고 맹렬한 전장반응에 익숙해 있었다. 몇몇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 대학교육을 받았지만 전시에 그들이 습득한 기술이라고는 보병중대원으로서의 역할 뿐이었다. -본문 P.318

 

“전쟁”이라는 말이 일 년에도 수 차례 들려오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초긴장상태의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얼마나 클까?

전쟁을 경험했던 어르신들은 아직까지도 이런 전쟁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을 쓸어내리신다. 사람의 잔인함과 본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전쟁. 그러나 나는 전쟁세대는 아니어서 TV드라마, 영화, 책을 보고 상상만을 할 뿐이다.

이 책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우리 군인들의 전쟁이야기는 아니지만 저자가 실제로 전쟁에 참가했고 생존한 미 육군부대원들의 생생한 증언과 인터뷰, 사료들을 바탕으로 한 집필한 책이다. 게다가 TV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한다.

TV드라마도 보지 못하고 개정전의 책(이 책은 개정판이다)을 읽지도 못한 나는 ‘전쟁상황’을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이 책을 정독해 읽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책은 읽은 지금 그들이야말로 진짜 ‘영웅’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뿐이다.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은 그 순간 모두 동등해진다. 그들이 전쟁터에 오기 전에 하버드 대학을 다녔던, 시골의 한 작은 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였던 전쟁터에서 만큼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용감한 군인이자 형제가 된다. 아무리 강인하게 훈련된 군인일지라도 옆의 동료가 총에 맞아 죽어가고 자신 역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면 두려움이 제일 먼저 앞선다. 이런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적을 죽여야 하는 극한 경험을 한 이들은 실제로 전쟁 후 많은 후유증으로 고생스럽게 살아간다고 한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이 책 역시 전쟁의 참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더 강인한 군인이 되기 위해 지옥같은 훈련과정을 반복하고 치열하게 살아남아가는 이들. 그런 순간에도 느껴지는 그들의 동료애와 애국심은 가슴을 뜨겁게 쓸어내리게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때를 인생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땅에 왜 전쟁이 사라져야 하는지,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고 비극적으로 만들어놓는지를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이러한 책과 영화를 통해 스스로가 생각할 기회를 갖는 게 더 효율적일거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 이 책.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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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을 권리 - 상처 입은 나를 치유하는 심리학 프레임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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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쓸데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내 안의 못난 나와 말이다. 별일도 아닌데 크게 상처받고 남이 슬쩍 흘린 말을 깊게 생각해서 부정적인 결론을 내버리는가 하면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면서 나를 점점 더 깍아 내리는 일 많지 않은가?

 

눈에 보이기라도 하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테고, 특별한 치료법이 있다면 당장 고칠 수 있으련만 이 못난 나는 평생 내 안에서 깊게 뿌리를 내리고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 나의 성장을 막고 정말 ‘근사한’ 나와의 조우를 방해해버리고 있으니 이런 못난 나로부터 탈출하는 일은 너무도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아 언제까지고 낮은 자존감속에서 방황만 할 것인가?

 

이 책의 저자 일레인 아론은 이런 못난 나를 제거해 나가는 방법을 차근차근 제시하고 실제로 자신의 삶 속에 적용시켜보도록 독자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그녀에 따르면, 이 못난 나라는 것은 실제보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이를 유발하는 두 가지 요인은 바로 ‘순위 매기기’와 ‘관계 맺기’이다.

쓸데없는 남과의 비교를 통해 순위 매기기를 하는 동안 내 안의 못난 나는 어김없이 내가 저 사람보다 가치가 없구나, 쓸모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절망감을 안겨주고 결국 관계 맺기마저도 실패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다양한 심리서적들을 많이 읽어왔다. 그렇다고 어떤 뚜렷한 대안을 얻기 위해 혹은 내가 가진 문제점을 확실히 제거하고자 읽었다기보다는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뭔가 치유되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나 말고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그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사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발견하고서는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뭐랄까...

이제 이렇게 너의 상처를 치유해봐. 라면서 방법을 제시해주는 느낌이기에 내가 읽었던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것 같았다. 더불어 내가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열등감이 어떤 녀석인지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가끔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잠재력을 발견할 때,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을 때 느꼈던 그 희열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감동스러운 적도 있었다.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면서 자신감마저 충만하게 되었던 그런 순간을 못난 나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방치해 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온전한 나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껏 반쪽짜리 나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삐뚤게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못난 나’를 치유하는 마지막 단계라고 하면서 순위 매기기의 관점을 바꾸고 트라우마도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당신이 왜 ‘사랑받을 권리’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충분히 사랑을 하고 받을 존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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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우문현답 -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를 잡아준 그 한마디 공병호의 우문현답 시리즈 1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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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읽기를 즐겨하는 이유는 참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이 바로 감동을 주는 명문장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굴곡 많은 삶을 살아가면서 저마다의 사람들이 겪고 느끼는 솔직한 감상들이 응축된 단 한 문장으로 표현되었을 때, 또 그 문장을 읽으면서 머리를 탁! 치며 공감할 때 그럴 때 받는 느낌은 참으로 신선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창시절 때에는 나만의 비밀노트를 만들어 그런 문장이나 명언들을 깨알같이 적어서 보관하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다. 대신 마우스의 오른쪽을 눌러 복사를 해 내 블로그에 붙여넣기 하는 식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그 감동은 예전 같지 않은데 그 이유는, 내가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갈때는 그것을 내것으로 또 곱씹어 보는 맛이 크지만 이렇게 손쉽게 복사해 온 글은 처음 이후로는 다시 읽는 일이 없어져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일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다독가로 유명한 저자 공병호 박사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양서를 읽어오면서 자신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지혜의 말들을 모아 우리 앞에 선물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 공병호의 ‘우문현답’이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저 만치 던져버렸던 희망이라는 놈이 또 한번 내 앞에 성큼성큼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아~ 이렇게 삶을 살아야겠구나라는 모진 각오도 다시금 하게 되고, 혹은 아직은 포기하기엔 이르구나. 아직 꿈꾸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라는 미련이 불쑥불쑥 솟아오르기도 했다.

 

바쁘게 살아오면서 잃어버렸던 소중한 가치들이 그의 글들 속에서 봇물처럼 솟아나와 주체를 하지 못할 정도로 희열을 느끼는 경험도 했다. 그러하니 이 책이 어찌 일반 자기계발서나 명상록에 비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뭔가 아련한듯한 인상을 주는 멋진 사진들은 혼자서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인생을 곱씹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재촉하는 듯 했다.

 

애플의 CEO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어록들을 많이 남기고 있었는데 그의 성공 뒤에는 이런 마음가짐이 있었나보다. 바로 죽음을 의식하면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고 한다.(실제로 그는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었다) 자부심과 자만심, 그리고 수치심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죽음과 직면할 때 모두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진실로 중요한 것들이 남는다(P.110)라고 말했다.

 

그렇다.

내일 당장 죽는다면...나 역시도 오늘을 정말 후회없이 살려고 기를 쓸 것이다. 그런 열정적인 하루하루가 모여서 희망이 되고 그 결과 정말 멋진 성공이 우리에게 선물로 남겨질 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그의 이야기에서 보았듯이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에 알리려는 멋진 지혜의 말들로 가득하다. 가끔...너무 힘들어서 앞이 캄캄하다고 생각했을 땐 이 책의 몇 장이라도 넘겨보자. 분명 적지 않는 위로와 힘이 되는 말들이 당신의 가슴을 울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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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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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는 말한다. 진실과 거짓조차 구분 못하는 우리야말로 진짜 문제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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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이야기 세트 - 전3권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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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권의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 놓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 앙드레 지드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책을 읽는 이유를 정확하게 표현해 준 이가 바로 앙드레 지드가 아닐까 싶다. 방금 전 읽은 책이 동서고금을 울리는 명작소설이든, 화장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읽었던 만화책이든 혹은 19금의 빨간 표딱지가 붙여진 전판 살색의 성인잡지일지라도....이미 그 책을 읽은 나는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책 표지의 한 쪽 귀퉁이에 조그맣게 실린 단 한 줄의 문장이 나의 뇌리를 강하게 내려칠 때, 나는 온 몸의 전율을 느끼는 인간이고, 누군가 자기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한 마디라는 말로 낙서처럼 써 내려간 유명작가의 인용문구가 내 잔잔한 삶에도 회오리를 만든다.

이렇게 책은 내 삶에 윤활유처럼 살아가는 원동력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박하향기처럼 강력한 자극을 던져주기도 하는 평생 모셔야 할 스승님이자 친구였다.

 

그렇지만 나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약한, 나와 남에 대한 열등감과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다. 하루에도 열 두 번, 아니 스물 네 번까지도 마음이 변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졌기에 책 속 스승님의 말씀에 크게 공감하며 기울이다가도 어느 순간 활자 나부랭이가 무슨 소용이냐, 책이 밥 먹여주냐며 애꿎은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시켜 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는....조금씩 자라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의 기쁨을 이미 누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분명 어제와는 다른 나의 모습을 눈치챘기 때문이리라.

 

작년 봄, 유난히도 책 읽기를 게을리하며, 심드렁한 하루하루를 보낼 즈음, 나는 ‘지로’라는 아이를 만났다. ‘20여년에 걸쳐 영혼을 담아 쓴 성장소설의 고전’이라는 문구가 너무도 인상 깊어 주저 없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맙소사!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데 이것이 끝이 아니란다. 앞으로 이런 분량의 책을 2권은 더 읽어야 3편까지의 시리즈가 완결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웠던 건 실제로 작가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집필 중 숨지는 바람에 미완성으로 남겨졌다는 어마어마한 이야기였고 그 말에 나는 아주 잠깐, 읽을까 말까를 망설였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책 소개를 접하는 순간부터 이 아이를 꼭 만나서 그 인생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3권의 미완성된 이야기를 끝낸 지금....

지로와 함께 나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모의 집으로 보내져 자란 지로는 처음부터 여긴 내 집, 내 가족, 내 자리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덕분에 아이는 유년시절부터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시작해야했고, 어쩌면 그것이 반항적인 기질로 표출되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녀석이 맡은 삼형제의 둘째 위치는 치열한 내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발버둥쳤던 내 형제 서열과 일맥상통하는 그런 애틋함을 불러 일으켰다. 덜렁대며 천방지축인 나와 달리 장녀인 언니는 성실함과 우수한 성적으로 집안 어른들의 기대와 축복을 한 몸에 받았고, 딸 둘 뿐인 집에 사내로 태어난 남동생은 집안에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위치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온 몸으로 깨우치게 해 준 존재였다.

물론, 그 가운데에서 나는 내 자리를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고 나만의 독특한 애교와 억척스러움으로 애교 많은 둘째 딸이라는 어줍잡은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어쩌면 다른 가족들은 의식조차 하지 않은 자리싸움을 나 홀로 지켜내기에 애썼던 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것에 초월해지기 시작했을 즈음 나의 세계도 가족과 친구, 학교로부터 조금씩 다른 외부세계로 확장되고 있었기에.

 

유년시절 친엄마, 유모, 새엄마라는 세 명의 각기 다른 어머니로부터 독특한 훈육법과 모성애를 느끼며 자란 지로가 드디어 소년이 되어가듯이 나도 그렇게 한 명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자라고 있었다. 지로의 학창시절 가장 큰 영향을 준 유일한 스승인 ‘아사쿠라 선생’은 내가 마음속에 그토록 그려오던 이상적인 스승의 모습이었다.

책이나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영화를 보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치는 멋진 스승들이 많이도 등장했지만 나의 현실에서는 절대로 만나지 못했기에 더욱 그립고 부럽기만 했다. 아이들이 각자의 삶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듯이 선생들은 또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안쓰럽게만 느껴졌을 뿐이었다.

학교라는 곳은 오로지 책 속의 지식을 익히는 것이라는 걸 온 몸으로 말해주듯이 말이다.

 

군국주의 시대 속에서도 올바른 자유와 인간의 의지를 가르치려 했던 아사쿠라 선생의 유임운동에 앞장서고 퇴학까지 당한 지로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결과는 현실에서 보면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그렇지만 그 역시 100% 확신에 찬 마음으로 행동을 해 나간 사람이 아니었다. 아직은 유약하기만한 청년, 세상의 쓴 맛을 이제야 조금씩 맛 본 청년이 감당할 세계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음을 그는 알았고, 매 순간 옳고 그름 사이에서 선택하고 좌절하는 것을 반복하면서도 제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과연 나는 지로처럼 세상을 나가기 위해 끝없이 고민했었던 적이 있었을까?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까지 인간적으로 내 자신을 위해 고민했던 적은 많지 않았다고 부끄러이 고백한다. 남들이 혹은 부모가 그려준 그 길을 따라 힘겹게 쫒아왔으되 마침내 도착한 여기가 내 길이 아니었노라고 고개를 저을 용기마저 없이 나는 또 다시 길을 떠나야 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여전히 방황을 하며 정처 없이 외딴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기에 어린 지로가, 아니 조금 더 자란 청년 지로가 나는 부럽고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책 속 지로는 진실된 모습으로 어떤 지향점을 아스라이 보여주었다.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켜낸다면 한 인간으로서 정당한 인생을 사는 것이라는 진리를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정당하게 꿋꿋하게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어렵기만 하다. 지로보다 훨씬 더 많은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삶은 어렵고 모순덩어리인 것만 같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다만 나는 책 이라는 스승이 있어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됨은 부정하지는 않겠다. 어리석은 나에게 쓴소리하는 스승을 현실에서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할지언정 책 속 스승은 언제나 그 모습과 성별, 주제를 바꿔가며 나를 온전한 한 인간으로 성장시켜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난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한 영원히 성장해 나갈 것이다. 지로가 그 자신 스스로 깨달음을 찾고 성장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처럼 나는 책을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거창하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는 내가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음을 느끼는 즐거움을 스스로 놓지 않는 한 계속 될 것이고, 그것이 곧 내가 여전히 살아가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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