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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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라는 책은 몇 해 전 서점에서 일하는 후배가 선물한 책이었다. 지방의 대형서점에서 근무하는 그 후배는 주말에 쉬지 못하기 때문에 평일에 휴가를 내어 한 번씩 서울로 올라와 스트레스를 풀었다. 나 역시 겸사겸사 서울 살면서도 가보지 못한 서울구경을 그녀와 하면서 즐겁게 놀고는 했다.

그런데 한 번은 약속장소에서 나를 보자마자 서점으로 끌고 가 책 한권을 선물했는데 그 책이 바로 <완득이>였다. 올라오기 전에 주려고 한 권 사두었는데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그럼 다음번에 만나서 주면 되지 같은 책을 뭐하러 또 사냐고 했더니 그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얼른 읽었으면 싶었다며 추천해준 책이었다.

그녀 말대로...난 그 책을 정말 맛있게 읽었더랬다. 작년에 개봉된 영화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이 책 <가시고백>은 그렇게 나에게 대단한 첫인상을 안겨준 김려령의 신작이다. 작품이 어딘지 모르게 완득이와 많이 닮아 있지만 여기에는 또 이 책만의 재미와 감동이 한 아름 들어있었다. 사실 내가 김려령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책이 ‘젊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이제는 접할 수 없는 고딩들의 팔딱팔딱 살아있는 은어나 속어를 엿보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고민과 세상이 파릇파릇 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동안 피폐한 삶을 노래하는 어른들의 고뇌 가득한 문장들을 접하다가 한 번씩 이런 김려령의 ‘젊은 책’을 읽게 되면 나도 모르게 흥이 나고 또 세상이 그렇게 파래 보일 수 없는 거다. 그래서 그냥 읽기만 해도 내 감성까지 다시 회춘하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그녀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개성은 맛깔스런 캐릭터들의 조합을 들 수 있다. 이번에도 완득이의 ‘똥주선생’을 능가하는 ‘용창느님’을 탄생시켜 아이들이 단단해지도록 애정을 아끼지 않았고 ‘완득이’만큼이나 사랑스럽고 싱싱한 아이들을 이번에는 무려 4명!!이나 등장시켜 주었으니 황홀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이 아이들이 가슴 속 가시들을 빼내며 성장하는 과정은 또 얼마나 뭉클하고 안쓰럽던지...

 

머리보다 손이 먼저 반응하는 천재적인 도둑놈(?) 해일은 말 그대로 신이 내린 손끝을 타고 태어났다. 목표물을 확인하는 동시에 바람처럼 가볍게 공기를 가르고 물건을 손에 넣는 기술이 기가 막히다. 생계형 도둑도 아니고 그저 습관처럼 몸에 체화되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죄책감을 크게 느끼지도 못하는 요상한 정신세계를 가진 어린 도둑이다.

그런가 하면 친아빠를 미워하고 부정하면서도 힘껏 내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지란은 그녀만의 방식으로 아빠와의 화해를 시도하는 열혈 고딩이고,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친구 한 놈 옆에 두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들게 했던 멋진 녀석이 진오였다. 그리고 18세 소녀의 사랑에 대한 감수성을 제법 말랑말랑하게 잘 표현해 주었던 다영이까지 이 사총사가 이 책의 주인공들이자 책을 통해 새로 만나게 된 친구들이었다.

 

책은 각자 가슴속에 크고 작은 가시들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우정을 쌓다가 마침내 그 가시들을 하나 둘 빼내기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이 고통스럽고 힘겹지만 그들 곁에는 이미 그 고통마저도 웃음으로 승화시켜줄 친구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어미닭의 품 없이 따뜻한 보살핌만으로 껍질을 깨고 부화한 병아리처럼 그 녀석들 역시 그들을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보듬어주는 선생님과 어른들이 있어 세상 밖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리하여 가슴속에 콱 박힌 가시를 제 손으로 뽑아낼 수 있는 커다란 용기를 갖게 된 아이들.

 

책의 마지막장을 덮을 때쯤 나는 알게 되었다. 가시가 박혔던 자리에는 이미 상처보다는 사랑이 몽글몽글 자라나고 있었음을 말이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온기를 듬뿍 받으면서...

참 따뜻한 김려령표 이야기, 이번에도 성공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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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 꿈을 이루고야 마는 사람들의 절대 법칙
이익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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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청춘을 위로하는 책이 공존의 히트를 했다.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고 그때 이후 힘들고 외로운 청춘을 위로하려는 책들이 비슷한 컨셉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내용에 공감했기 때문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위로만으로 현실이 나아지는 게 무엇이냐며 청춘이니까 아프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는 필요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현실적인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위로만 받고 있어봐야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좀 더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청춘들의 꿈을 응원해야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책 [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가 이런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젊은이들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꿈 찾기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하면 방황하는 청춘들이 각자의 꿈을 가지고 행복하게 인생을 살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이는 책이다. 실제로 현직 대학교수인 저자가 2009년부터 ‘비전 메이커스(Vision Makers)'라는 8주 과정의 꿈 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보고 느낀 수많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내용에 있어 다른 책보다는 좀 더 신뢰가 가는 게 사실이다. 이론만 장황하게 늘어놓고 강조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도 수많은 책들에서 다양한 저자들이 꿈을 찾는 기술이나 방법을 나름대로 제시하고는 했었다. 그렇지만 저자 자신이 직접 자신 외의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의 프로그램을 실행토록 도와주고 그들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이 어떤 식으로 변해가고 있는지까지 세심하게 피드백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나는 이 책에 언급된 다양한 학생들의 고민과 사례를 접하면서 과거 길을 잃고 헤맸던 내 모습도 생각났고 앞으로 나 역시 어떤 식으로 꿈에 한 발짝 다가설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그저 젊은 청춘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삶에 서툴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면서 평생을 살아갈 것인지 고민조차 하지 못한 어른들도 많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고민해야하는지 그 방법조차 모르는 이들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혹은 주변에서 원하는 대로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꿈이 아니었기에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이 책에서 말하는 꿈꾸는 기술은 어찌보면 그렇게 특별하거나 새로운 이론은 아니다. 분명 우리가 한번쯤은 접해보았을 그런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저자가 소개한 꿈 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가야할 삶의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꿈에 도전하면서 희망이라는 걸 발견했기에 이것을 그저 그런 이론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꿈꾸는 기술은 크게 6가지이다.

 

첫째, 삶의 목적을 발견하라

허황된 망상이나 공상은 꿈이 아니다. 희망직업이나 집 장만처럼 단기적인 꿈이 아니라 일생을 통해 꼭 이루고 싶은, 그래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스스로가 부여할 수 있는 장기적인 삶의 목적을 찾으라는 말이다.

 

둘째, 스토리형 꿈을 만들어라

믿음이나 가치관을 담아 구체적인 미래상을 그려야 한다. 나는 연예인이 꿈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나는 세상에 어떠어떠한 업적을 남기는 연예인이 되어 이런 삶을 살겠다는 문장형으로 꿈을 꾸어야 한다. 그래야 5년 10년을 거쳐 30년이 되어도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들을 만들어 갈 수 있고, 이 꿈을 이루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성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마음의 명령에 귀를 기울여라

자신의 삶을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당연한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진정 가슴 뛰는 일을 찾아야 한다. 안정된 직업, 부와 명예를 가졌어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다 소용없다. 부모님의 기대와 어긋나는 선택을 하게 되어 실망감을 안겨 드려도 그건 잠시뿐이다.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그 모습 자체로 부모님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넷째,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좋아지고 있다

모든 변화는 나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의 내가 100번 실패했어도 미래의 내가 1번 성공하면 성공한 내가 되는 것처럼,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기대를 걸자. 한껏 높아진 기대치로 20년, 30년 뒤의 내 모습을 상상해 간다면 나는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니라 내일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이 된다.

 

다섯째,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그려라

자신의 꿈에 대해 누군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견해일 뿐이다. 그러니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자. 또한 처음부터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으로 미래를 만들어가자. 성공한 미래 이력서를 스스로 만들어 보면서 기적을 이루겠다는 주문을 스스로 해보자. 꿈이 현실이 된 것처럼 미래일기를 써 보는 것도 좋다.

 

여섯째, 남을 도와주는 꿈을 꾸라

남을 돕는 삶을 목적이자 꿈으로 만드는 이유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이는 건강과 행복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고 꿈에 집중할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6가지의 기술이 저자가 말하는 꿈꾸는 기술이다. 모든 사람들이 말하지만 무언가를 결심하고 이루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꿈을 찾고 그것을 이루는 것 또한 스스로가 해야 할 것임을 알기에 꿈을 꾸는 기술을 배웠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일만 남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2012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나에게 다시 한 번 삶의 목적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우선 나의 꿈을 문장형으로 바꿔 볼 생각이다. 멋진 인생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해서. 왠지 용기가 불끈 솟고 희망이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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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브렌다 매독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어문학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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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전 생애에 걸친 이야기를 듣는 일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게다가 그 누군가가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을 쌓은 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그 인물 주변에서 그에게 끊임없이 중요한 영향력을 미쳤을 또 다른 인물, 즉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더라면 역사 속에서 영영 묻혀버렸을지 모를 그 주변 인물을 만나게 되는 것 또한 무척이나 흥분되고 즐거운 경험이 된다. 마치 어떤 이가 ‘제임스 조이스’를 아세요?라고 물으면, 아~ <율리시즈>의 작가요?하고 답하겠지만, ‘노라 바나클’을 아세요?라고 물으면 그녀를 아는 이가 많지 않은 것처럼.

 

오늘 읽은 이 책은 바로 이 여인 ‘노라 바나클’에 대한 빼곡한 인생이 적힌 전기(傳記)이다. 그녀는 <율리시즈>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했던 평생의 반려자였고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20세기 최고 영문소설로 뽑혔다는 <율리시즈>가 어떤 작품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사실...나는 이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대로라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그 짧은 방학동안 이 책을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본 적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는 이 작품을 소화하기에 내 능력이 부족했었는지 얼마못가 책을 덮었던 기억이 스쳐간다. 만약 이 글이 율리시즈라는 작품과 제임스 조이스라는 천재작가를 이야기하려는 글이었다면 나는 이쯤에서 글쓰기를 멈추어야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작가대신 이 위대한 작가가 만들어지도록 했던 조력자 ‘노라’라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그녀의 삶을 알아보고 자신과 가족, 그리고 남편을 사랑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 어쩌면 이 책을 쓴 브랜다 매독스가 우리에게 요구한 건 노라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인을 알아가고 사랑하게 되길 바랐는지도 모르니까.

 

노라 바나클은 1884년에 아일랜드의 골웨이라는 항구도시에서 태어났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5살에 가족과 헤어진 후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고 13살에 학교를 떠나지만 항상 삶에 당당하고 사랑을 갈망하던 여인이었던 것 같다. 그녀가 20살의 나이로 조이스를 만났을 땐 호텔의 하녀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고 그들은 만나자마자 불같이 뜨거운 연애를 시작한다. 이들이 얼마나 서로를 갈망하고 함께 하고 싶어 했는지는 책에 소개된 그들의 연애편지를 통해 낱낱이 드러나는데 성적 욕망과 동물적이다 싶은 구애행동은 조금은 충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이는 두 사람 모두 성욕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에 충실했던 것이고, 또한 불우한 환경과 성장배경이 성적욕망이라는 특별한 분화구를 만들어 분출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튼 그들은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부정한 채(27년간의 긴 동거생활 후 결혼) 가족을 꾸려 평생을 함께 했지만 결국 그와 그녀는 결혼제도보다는 조이스가 집필한 작품으로서 둘이 아닌 하나였음을 증명한 셈이다.

 

그녀의 삶이 활자로 조명되는 동안 우리의 관점은 점점 제임스 조이스로부터 노라 바나클에게로 옮겨가고 결국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인생에 얼마나 결정적이고 엄청난 영향을 끼쳤는지를 서서히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들을 하나씩 읽게 되는 순간 그 책 속에서 탄생된 여성들이 바로 노라였음을 발견하는 건 당연해지기 시작했으니까. 언젠가 내가 <율리시즈>나 <더블린 사람들> 그리고 <젊은 예술가의 초상>들을 읽게 될 그날, 책 속의 여성들에게 투영된 노라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오늘 읽었던 그녀의 삶을 기쁜 마음으로 떠올리게 되리라 기대해본다.

 

조이스의 살아있는 손자 스티븐 조이스 왈,

“할머니는 너무나 강했어요, 그녀는 바위였어요.

나는 감히 말하거니와,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녀 없이는 단 한권의 책도 쓸 수 없었을 거예요.“

 

제임스 조이스와 노라 바나클의 관계는 엄청난 문학적 천재와

평범한 골웨이의 하녀 간의 지독한 잘못 짝짓기로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기 전기가 브렌다 매독스의 매력적이요, 선구적인 전기의

활기찬 페이지들에서 그녀가 나타나듯, 노라 조이스는 엄청난 위트와 매력의

여인이요, 조이스의 모든 작품들에 영감을 준 뮤즈 여신, <율리시즈>의

유명한 여주인공인 몰리블룸을 위한 모델로서 이바지했던 아일랜드의

흑 미인(Dark Lady) 및 그의 인생 - 그리고 그의 예술-을 가능하게 했던

바위 같은 힘이었다.

-<책 소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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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숨은 세계사 여행 - 영화로 읽는 세계사 이야기
김익상 지음 / 창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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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보다는 책에 빠져 사는 내가 주말만 되면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하나있다. 바로 영화관련 프로그램이다. 방송 3사에서는 이 프로를 통해 신작영화를 소개하거나 몇 개의 영화를 비교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해주는 이런 요소들이 참으로 재미있다. 특히, 어떤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작가의 숨은 의도등을 알게 되었을 땐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유혹마저 강하게 일어난다.

이렇듯 영화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오늘 읽은 [스크린에 숨은 세계사 여행]이라는 책은 영화를 통해 역사를 배워본다는 독특한 발상이 현실화 된 책이었다.

 

사실, 난 학창시절 역사공부가 너무 어렵기만 했다. 내가 알지도 못하고 희미한 교과서 속 사진으로 고대역사를 이해하려니 참으로 답답하고, 유적지나 인물들의 이름은 왜그리 헷갈리고 어렵기만 한 건지... 게다가 동양이건 서양이건 사로 죽이고 빼앗고, 싸우는 그런 피비린내 나는 시간들에 어떠한 관심도 생기지를 않았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암기를 해야 했기에 아주 기본적인 지식정도는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역사에 무지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운 적이 있었다. 친하게 지냈던 남미친구가 한국이 왜 단일민족국가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나보다 더 해박한 한국과 아시아의 역사를 언급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지만 나는 그의 말을 반박할 만한 강력한 역사적 지식이나 어떤 근거를 대지 못한 채 얼버무렸었기 때문이었다. 그 날 처음 역사 공부에 소홀히 했던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럽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영화를 통해 역사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면 정말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잘못된 역사관이나 왜곡된 해석으로 제작된 영화를 받아들이면 안 되겠지만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열심히 보고 토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영화와 함께 관련 도서나 다큐멘터리를 참조한다면 더 좋을 것이고. 이 책에도 참고할 만한 책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책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불을 찾아서>를 통해 5,6백만년전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을 시작으로 <300>,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서양 제국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또 <인생은 아름다워>, <쉰들러 리스트>라는 걸작을 소개하면서 제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의 비극을 안타깝게 설명한다. 이렇듯 영화라는 소재는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학습도구였음이 저자를 통해 알 수 있었고, 이는 재미를 넘어서 지식까지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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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산문집 (천줄읽기)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박지원 지음, 박수밀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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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학창시절 국어문제집에 그의 이름과 작품, 암기 포인트등을 열심히 적었던 기억이 난다. <양반전>은 몰락해가는 조선사회를 풍자하고 <허생전>은 실학사상이나 이용후생에 대한 사상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라느니 하는 식의 것들을 아무런 이해나 의심 없이 외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떻게 국어 수업을 진행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작품을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작품에 드러나는 주제나 사상, 작가의 의도를 달달 외우라고 했으니 그걸 시키는 놈이나 따라하는 놈이나 참 매한가지로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든다.

 

만약, 국어 시간이 매주 한 권씩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면 세상을 대하는 아이들의 눈과 마음이 조금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에 이르렀지만, 얼마 전 읽었던 박지원의 <연암 산문집>은 과거 고생스럽게 공부했던 고전문학의 맛을 새롭게 알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사실, 학교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곱게만 자라고 아직 사회의 쓴맛, 단맛을 경험해보지도 못한 학창시절에 이런 작품들을 읽고 잘못된 사회를 풍자하느니, 세태를 꼬집고 있느니 하는 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세월이 흘러 지나간 고전을 다시 읽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0여 년 전 읽었던 책과 10년이 흘러 같은 책을 읽더라도 그 작품에서 느껴지는 여운과 작가의 의도가 너무도 확연히 차이가 나고 세상을 향한 노여움이나 비판의 소리가 더욱 매섭게 들리기 때문이다. 작년에 다시 읽었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정말 최고였음은 두 말할 필요 없고.

 

이번에 읽은 고전은 지식을 만드는 지식 ‘지만지’ 출판사에서 나온 <연암 산문집>으로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연암집>에서 총 52편의 글을 골라 해설해 놓은 책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박지원이라는 인물을 두루 알게 해주는 엑기스같은 작품으로 보여 진다. 특히 고전인데다 어려운 문장과 뜻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각 작품 끝에 실린 옮긴이의 해설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 작품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하도록 이끌어 준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총 4개의 소제목 - 사이에서 생각하기, 문장가의 마음, 생활의 발견, 현실과 사회 -을 두고 선별된 각각의 글들이 같은 주제로 연결되어 있어 연암의 생각을 좀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점도 신선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독서의 가장 큰 수확은 짧은 몇 편의 글을 접하면서도 왜 연암이 최고의 글쟁이라고 칭송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글을 잘 쓰는 자는 병법을 아는 걸까? 비유하자면 글자는 군사고, 글의 뜻은 장수다.

제목은 적국이고, 고사(故事)를 끌어들이는 것은 싸움터의 보루다. 글자를 묶어 구절을 만들고 구절을 모아 문장을 이루는 일은 대오를 이루어 진을 치는 것과 같다. 운(韻)에 맞춰 소리를 내고 문채로 빛을 내는 것은 징과 북을 울리고 깃발을 날리는 것과 같다. 조응(照應)은 봉화고, 비유는 유격병이다. 억양반복(抑揚反覆)은 맞붙어 싸워 모조리 죽이는 것이고, 글의 첫머리에 제목의 의미를 밝히는 파제(破題)를 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은 성벽에 먼저 올라 적을 사로잡는 것이고, 여운을 남기는 것은 군대를 정도해 개선하는 것이다....<중략>

 

그러므로 글을 쓰는 자는 그 걱정이 항상 스스로 길을 잃고 요령(要領)을 얻지 못한 데 있다. 무릇 길을 잃어버리면 한 글자도 써 내려가기가 어려워 붓방아만 찧게 되고, 요령을 터득하지 못하면 겹겹으로 두르고 쌓아도 오히려 허술함이 있을까 걱정된다...<중략>

 

진실로 말이 간단하더라도 요령을 잡게 되면 이소가 눈 오는 밤에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채성을 함락한 것과 같고, 한마디 말로 핵심을 뽑아낸다면 조귀 장수가 단 세 차례 북을 울려 관문을 빼앗은 것과 같다. 글을 쓰는 방법은 이와 같아야 지극하다 할 것이다.

 

- 본문 <글쓰기의 요령 중> -

 

글을 쓰는 것을 치열한 전투행위와 같다고 비유한 그의 생각이 참으로 탁월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노련함이 있다 싶다. 글을 쓰면 쓸수록 어렵다고 느끼는 요즘의 나는 아무래도 이 요령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훌륭한 미사여구를 사용한 글이라 한들 명확한 주제가 없으면 유능한 지휘관이 없는 군대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가끔 어떤 이의 글을 읽다보면 참 좋은 명문장과 아름다운 문체가 시선을 끌고 있음에도 다 읽고 나면 도대체 주제가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어떤 경우는 내 앎의 깊이가 얕다보니 그럴 수 있지만, 또 다른 경우는 연암이 지적한 것처럼 주제의식이 불분명하여 좋지 않은 글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좋은 문장과 뛰어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다 해도 ‘이치를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글쓰기의 가장 큰 핵심이 아닐까싶다.

 

이렇듯 이 책에 소개된 각각의 글들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연암만의 관점, 글을 읽고 쓰는 것에 대한 깨달음, 사물에 대한 독특한 해석등이 연암 박지원이라는 역사속의 인물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한 지식인의 자세와 삶에 대한 통찰을 배우기에도 충분했다. 한 마디로 옆에 두고 다시 읽어도 좋을 멋진 책이다.

 

아, 이러니 내가 어찌 고전읽기를 그만 둘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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