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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가는 길 - 일곱 살에 나를 버린 엄마의 땅, 스물일곱에 다시 품에 안다
아샤 미로 지음, 손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부터 묘하게 연상되는 책의 느낌..
스페인으로 입양된 인도 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조국을 찾고, 가족을 찾는 이야기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는 봉사활동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고국 인도를 찾아가는 아샤의 설렘과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였고, 두 번째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 다시 방문한 인도에서 진짜 가족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였다.
책의 줄거리도 그렇고 이 책을 번역한 손미나 아나운서 역시 펑펑 울며 읽었다고 하여 마음을 단단히 잡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초반부터 너무 울지말자 울지말자..라고 주문을 외워서였을까? 책의 중반부분을 넘어가는데도 나는 도대체 어디에서 울음을 터뜨려야 할지 몰라 오히려 울고 싶어졌다. 그동안 내 감각이 너무 무뎌진건지, 이제는 이런 이야기가 전하는 슬픔은 약발이 안 먹힐 정도로 내 감정이 매말라 버린건지..라고 자책했을 정도로 가슴을 깊게 짓누를 정도의 무언가를 전혀 느낄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입양한 스페인 부모가 얼마나 위대하고 존경스러운 사람들인지 감탄하게 하는 마음과 저자는 참 복받은 입양아였을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차! 나란 사람이 참 옹졸하고 편협한 인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왜 나는 입양아는 그 사실만으로 다 불쌍한 존재여야 하고,
자아 정체성에 고민하며 힘든 사춘기를 보내야 하고,
친부와 양부의 선은 엄연히 존재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친부를 만난 후에야 진정한 자아를 찾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는...
이런 바보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너무 한심스러웠다.
그러하니, 저자가 자신의 진실한 마음과 아픔, 희망을 담은 이 글을 솔직하게 대면하지 못하고 단지 활자를 눈으로 쫒은 것에 불과한 오류를 범한 것이었다. 사실 아샤가 기억에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상속의 고국을 방문했을 때 어떻게 처음부터 감동과 슬픔을 느끼게 되겠는가? 어리둥절함과 낯섬. 혼란스러움과 버려졌다는 배신감 혹은 두려움 등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갑작스레 표출될 수 밖에 없는지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샤는 오히려 담담히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꼈을 뿐이었음을 나는 뒤늦게야 깨달았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흩어진 조각들을 이어나가는 아샤가 기특하고 눈물겹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찾아간 두 번째 인도 여행길.
드디어 자신의 진짜 가족들을 만나는 과정 속에서 나 역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버려졌다는 결과보다는 버려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고,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을 언니를 만나고, 자신을 쏙 빼닮은 조카들의 모습들에 놀라는 아샤.
그리고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그들과 그렇게 눈빛과 포옹만으로 말보다 더 많은 교감을 주고 받는 모습들에서 말이다.
다시 인도를 떠나는 아샤에게 언니는 말한다.
이곳은 단순하고 고단하니 네가 사는 그곳에서 계속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그래도 가끔 전화만은 해달라고 부탁한다.
“넌 그냥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면 돼. 그냥 네 목소리만 들을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할 거야.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항상 너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두 번째 여행을 마친 아샤는 평생 가슴속에 품어왔던 수많은 의문들과 생각들에 대한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던 스스로에 대한 질문들까지도...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만이 찾아야 했던 그 해답들을 힘들지만 기꺼이 찾아낸 그녀가 너무도 대단해 보인다.
부디 앞으로는 인도의 넓은 대지와 같은 평안함속에서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