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의 지혜 - 삶의 갈림길에서 읽는 신심명 강의
김기태 지음 / 판미동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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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의 지혜> 이 책은 선불교의 3조 승찬 스님이 쓴 신심명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한 김기태님의 강의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삶의 지혜, 신선한 통찰과 지금 이 순간의 현존으로 안내한다. 신심명을 수도자의 좌우명, 글 전체가 모두 양변을 여읜 중도총론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 ‘무분별의 지혜’가 담고 있는 신심명은 ‘행복’과 ‘현존’의 나침반이다. 승찬 스님( ~606년)이 쓴 신심명은 146구 584자로 아주 짧은 글이며 禪사상의 궁극적인 경지를 설한 글이라고 한다.

 

이 선시의 핵심은 첫 구절에 있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가려서 택하지만 말라.(至道無難 唯嫌揀擇)’ 좋음과 싫음,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이분법의 그물에서 벗어나는 무분별의 지혜는 깊고 넓은 마음의 세계를 체험하게 한다. 오직 가려서 택하지만 않으면, 즉 ‘분별을 버리면 마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핵심을 현대인의 삶에 적용하여 저자의 체험과 사례와 상담과 예화를 통해 현존의 지혜를 담고 있다.

 

승찬 스님! 잘은 몰라도, 미생의 삶이 단 한 순간에 완생으로 파격,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눈부신 진보를 스승과의 만남에서 이루신 분, 아니 준비된 분인지도 모른다. 빈 밥그릇을 들고 허기를 참으며 거리를 헤매다가 사람들에게 한센병(문둥병)이라는 수모와 손가락질을, 날아드는 매와 돌을 견디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승찬 스님은 선불교에 모습을 나타내기 전에, 한센병을 지니고 살고 있을 때부터 이미 자신의 고통 속에서 빛나는 각성을 이루셨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기다리면서 유튜브에서 저자의 신심명 출판 기념 특강을 들었다. 신심명을 선의 백미, 삶 즉 禪, 진리는 따로 있지 않고, 평범한 이대로이며, 다짐이나 방법이 전혀 필요 없다고 했다.

 

저자는 추구나 목표, 무엇이 되려는 마음이 사라졌을 때, 자신 안에 온통 보배 창고들이 다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여러분 자신에게 눈을 돌리게 하고 싶었고, 답은 답의 모양을 하고 있지 않다. 일어나는 그 모든 것이 답이다. 현존이 답이다. 내 안에 어떤 것이 올라오더라도 거부하지 말고 분별없이 이 초라함, 이 불편함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내 안에 올라오는 생각과 감정을 만나라. 지금 여러분이 이미 그것,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라는 내용의 강의였다.

 

현대인들은 저마다 행복을 찾고, 불안을 느끼고, 어떤 내가 되어야 한다는 소유의 관념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승찬 스님도, 저자도 오직 ‘가려서 택하는 마음’ 때문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매순간 자신에서 올라오는 온갖 다양한 마음을 저항하거나 다른 것으로 변화하려고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경험하는 현존이 행복, 도, 이상적인 삶이라고 한다. 다만 그 순간의 현재 속에 올올이 존재하기만 하면 자신 안에 있는 모든 아름답고 영원한 보물을 매 순간 맛보고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이 무분별의 지혜란 것을 알게 된다.

 

지극한 행복, 이상적인 삶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다. ‘현존’은 ‘있는 그대로’를 가리킨다. 기쁠 땐 기뻐하고 슬플 땐 슬퍼하며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는 것이 자연스런 삶이며, ‘무분별의 지혜’는 매순간의 ‘현존’을 계속 말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도 더하거나 빼려고 하지 말고 그 모두를 한결같이 평등하게 지녀보라고 한다. 어떤 감정이든 가려서 택하지 말고 귀하게 대접해서 배웅하는 것이 무분별의 지혜이고, 바로 마음 치유의 핵심이다.

 

선종사의 예화 중에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저자의 특강에서) 대주혜해 스님이 스승에게 불법을 구하러 왔다고 하자, 스승 마조스님이 “한 물건도 없는데 자기 안에 있는 보배창고는 돌아보지 않고 어찌하여 밖으로 구하느냐”고 반문했다. 제자가 “제 안 어디에 있습니까?”묻자, 스승이 “제 안 어디에 있습니까 묻는 너, 너가 보배창고다” 이 예화는 참으로 아름답다. 한편으론 아득해지면서, 한편으론 행복해진다. 이미 행복한 존재로서 우주의 선물인 나로서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신심명 73수의 시 중에서 간택(1수) 증애(2수) 순역(4수) 위순(5수) 취사(8수) 호오(43수) 득실시비(46수) 같은 상대적 개념들이 이상적인 삶이 아님을 알게 된다. ‘무분별의 지혜’의 1부(1-8수) ‘행복은 그런 것이 아니다’를 읽는 것만으로도 양변을 여읜 현존의 삶이 열린다. 주옥같은 가르침이 계속된다. 4부 ‘내 안을 직시하는 힘’에서 임성합도 소요절뇌(35수)는 본성에 맡기면 도에 합하니 한가하고 번뇌가 끊어진다. 5부 ‘나로서 살아가는 행복’ 중 몽환공화 하로파착 득실시비 일시방각(45-46수)은, 꿈같고 환상 같고 헛꽃 같은데 어찌 애써 잡으려고 하는가?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일시에 놓아버리라고 한다.

 

<무분별의 지혜>는 분별과 이원성을 넘어서 수행이나 노력의 결과로서 오는 것이 아니다. 밖을 향하던 눈길을 자신 안으로 돌이킬 때, 지금 이 순간의 현존, 있는 그대로의 삶을 누리게 된다. 행복한 현존, ‘무분별의 지혜’는 한 구절 한 구절 읽는 자체만으로 존재의 중심에서 살게 된다. 자신에게 나타나는 모든 생각, 감정들을 환영한다. 있는 그대로 마음에서 놀이를 즐기다 가도록 허용하고 경험한다. 존재의 심연에서 흘러나오는 현존의 노래, 신심명을 새롭게 만나 눈뜨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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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for me - 90일 만에 내가 원하는 내가 되는 긍정 확언, 북포미
해피니스 지음 / SISO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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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미(Book for me) 이 책은 90일 동안 원하는 내가 되는 긍정 확언의 책이다. 매일 책에서 제시하는 구절들을 외우고 쓰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왼쪽 페이지엔 긍정확언과 내용이, 오른쪽 페이지는 자신의 글씨로 그날그날의 긍정 확언들을 따라 쓸 수 있는 노트가 빈 공간으로 있다.

 

이 책을 접하면서 하루 중에 생각날 때마다 긍정확언들을 생각하고 외운다. 그러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편안해지며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이 책은 자신이 행복해지는 책이다. 90일 동안 틈틈이 매일 새로운 확언으로 생활 한다면, 순간순간의 현존에 힘을 실어주는 긍정확언으로 나의 마음도 변화되고, 신체도 세포도 다 함께 행복한 긍정으로 변화될 것이다. 이 책은 다섯 Part로 이루어져 있다.

 

Part 1은 ‘내 마음 도닥도닥, 단단한 내가 되기’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아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고 한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며 장점이 많고, 말로 다할 수 없는 가치를 부여받았는지 알게 된다.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긍정확언이 15개가 소개되어 있다. Part2는 있는 그대로의 나의 신체를 통한 활동과 활기, 치유력, 밝은 마음과 몸, 좋은 영양분의 음식으로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고 나의 신체에 감사하는 내용이다.

 

Part3은 우리가 살면서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소중함과 타인을 축복해주고 만남 속에서 행복을 즐길 줄 아는 성숙함으로 이끌어주는 확언이 소개되어 있다. Part4는 마음의 풍요가 실제로 삶의 부요를 불어온다는 것, Part5는 내가 바라는 것에 집중하고 매사에 감사하면 언제나 기쁨 속에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확언들이다.

 

90일간의 90개의 긍정확언은 바로 모든 행복의 원천은 나 자신이며, 나로부터 시작됨을 알게 된다. 자신의 참 자아에 대한 사랑, 자기 존중,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기, 나는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다. 최근에 ‘마음과 뇌’라는 뇌 과학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마음을 훈련하면 뇌가 바뀐다는 신경가소성, 뇌가소성이 이 책에 나오는 긍정확언과 통하는 점이란 것을 생각한다.

 

<북포미> 이 책으로 뇌와 신체는 90간의 긍정확언에 그대로 반응하고, 새로운 나 감사하는 나로 변화될 것이다. 확언은 믿음이므로 마음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마음이 지닌 위대한 힘은, 마음먹은 대로 물질세계가 그대로 반응하고 진동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긍정확언을 참 좋아하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긍정확언이 바로 나의 우주 전체를 고에너지로 상승하고 진동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 구절 한 구절의 긍정확언이 나의 신체와 뇌에 긍정회로를 활성화해서 밝고 긍정적인 마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루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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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바드 기타 - 삶과 죽음에 대한 신의 대답
뱌사하 지음, 정창영 옮김 / 물병자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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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바드 기타>는 ‘거룩한 분의 노래’, ‘신의 노래’ 라는 뜻의 영적 서사시다. 책을 펼쳐들자 인도 갠지스 강물과 모래알이 찬란한 빛으로 이 책에 스며 빛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자는 뱌사하(Vyasa)로 전해지며, 기원전 4~5세기경에 성립된 힌두교 문화권의 고전이자 경전이다. 무수한 세월동안 영적 구도자와 세상과 인류의 삶에 영감과 가르침을 전해온 이 책을 오래전부터 이름만 알 뿐 내용은 알지 못했다. 

 

700구절로 된, 시 형식의 이 책은 대중의 영적성장을 위한 가르침이다. 신의 현현(顯現) 크리슈나와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 아르주나가 나누는 대화로, “크리슈나여! 도대체 삶이 무엇이기에 이런 전쟁을 해야 된단 말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크리슈나의 대답이다. 크리슈나는 내면의 영적인 힘과 지상의 왕권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존재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전차몰이꾼으로 나타나 인간의 곁에서 인간을 섬기는 모습으로 다가온 점이 무척 재미있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바가바드 기타>에는 마음, 물질, 지혜, 명상, 해탈에 이르는 길, 영원한 신성, 깨달음, 삶과 죽음 등 지혜의 가르침이 들어 있다. 1장 ‘아르주나의 번민’은 크리슈나가 동족과 전쟁을 하려는 아르주나를 격려하고 가르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바가바드 기타의 배경은 내면의 영적인 전쟁이다. 선과 악이 공존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우리들의 마음이다. 크리슈나는 아르주나를 통해 우리 안에 혼재해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부정적인 에너지를 영적인 온전함으로 이끌어간다.

 

2장부터 크리슈나의 가르침이 시작된다. 철학적이고 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아르주나는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하고 근원적인 실재가 존재하는지 질문을 한다. 2장은 ‘바가바드 기타’ 전체 내용의 개요와 같다. 크리슈나의 대답에서 이 책 전체의 주제가 언급되고 있다. 크리슈나는 참 자아 아트만은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으며, 영원한 실재이며 궁극적인 진리임을 드러낸다. 세상은 지나가지만 참 자아 아트만은 영원하다는 것이 크리슈나의 가르침이다.

 

14장에서 푸루샤(참 자아)와 프라크리티(현상계)에 대해, 크리슈나는 현상계의 변화를 세 성질로 설명한다, 사트바 구나는 밝고 조화로운 기운이고, 라자스 구나는 열정적이고 활동적 이며. 타마스 구나는 어둡고 무거운 기운이다. 모든 존재는 이 세 가지 기운의 결합으로 나타나고 변화한다고 한다. 어떤 기운이 우세하냐에 따라 성질과 성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도자는 자신의 진정한 본성(푸루샤)이 구나들의 활동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어떤 행위가 일어나도 초연할 수 있어야 한다. 물질 차원을 초월한 궁극적인 행복의 노래가 이어 나온다.

 

<바가바드 기타>에서 크리슈나는 모든 존재의 내면에 머물고 있는 참 자아다. 크리슈나는 5장, ‘포기와 자유’에서 행위의 길을 강조한다. 지혜의 길과 행위의 길이 이르는 마지막 지점은 동일하다. 산야시, 즉 붓다처럼 포기의 길이 지고한 목표로 인도하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 책이 일상과 직장과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는 대중을 위한 책이라는 점에서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의 가르침대로 살 수 있음을 강조한다.

 

가장 마음에 닿아온 시는, 12장 ‘헌신의 길’이다. 아르주나의 ‘당신을 사랑하며...’로 시작되는 이 헌신의 노래에, 크리슈나의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의 노래를 듣는다(12;16-19) ‘나는 무슨 일을 하든지 /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행하는 / 순수한 사람을 사랑한다. / 나는 무든 일을 하든지 / 욕망 없이 행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 나는 자기가 무엇을 한다는 생각이 없이 / 나에게 헌신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 나는 원수와 친구를 동등하게 대하며 / 존경과 멸시, 추위와 더위, 즐거움과 괴로움을 / 동일하게 여기는 사람을 사랑한다. / 나는 칭찬과 비난에 초연한 사람을 사랑한다. / 나는 말없이 / 어떤 상황이라도 만족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사랑과 헌신, 행위의 길에 대해 책의 여러 곳에서 강조되었다.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을 버리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요가임을 마음에 새긴다.(3장 카르마 요가, 17장 세 가지 믿음) 실천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바가바드 기타>는 일상적인 삶을 살면서 진리에 이르는 길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절대 평정을 유지하는 실천의 길이 곧 요가 수행의 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현존의 불꽃, 진리를 사랑하는 초연함, 행복한 헌신의 길을 걷는 아르주나가 되어 삶의 걸음을 내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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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이밀레가? 2015-09-1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이 책은 설명이 잘 나와있나요?
번역만 되어있으면 좀 이해하기 어려울것 같아서요.

인도 친구가 읽어보라고 추천하는데, 인도 사상에 대한 배경이 미약한데 이 책이 괜찮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어린이 인성사전 - 김용택 선생님이 들려주는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이마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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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인성사전>은 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성장 프로젝트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으로 자연을 닮은, 무공해의 시인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고향인 섬진강과 교사로서 순수한 열정을 삶에 고스란히 실현하면서 살고 계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용택 시인님은 열 살 인생을 위한 인생수업을 동시를 통해서 어린이와 소통하고, 인생의 가치와 삶의 의미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디지털이 주도하는 세상, 핵가족화, 맞벌이 부모의 자녀들로 성장하는 요즘의 어린이들이 오락이나 디지털 기기에 흥미를 느끼고 그것에 몰두하는 것을 볼 때가 많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어린이들이 동시를 많이 읽고 동요를 많이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전 세대에 동심과 사랑과 순수의 시대를 살게 하는 진정한 인성의 언어들이 독자들을 고귀한 가치와 덕목으로 안내한다.

 

자연을 닮은 햇살 같은 동시들이 마음을 흐뭇하게 하고, 미소 짓게 한다. 이 책의 삽화도 무척 재미있고 빙그레 웃음이 난다. 열 살 어린이의 시선에 닿아 있는 동시들이지만, 어른들이 읽고 이 책에 나오는 좋은 가치의 말들과 심성을 어린이들에게 전해준다면 새싹 같은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만들어가는 세상은 더욱 빛나고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동시들은 자연 그대로이고, 어린이의 시선 그 자체여서 동시들을 읽으면서 “참, 좋다.”라는 감탄이 나오고, 화려한 미사여구나 설명이 없어도 그냥 어린이 눈에 비치는 세상 그대로를 보여주는 이 책의 전체 동시들이 나와 타인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좋은 글, 아름다운 인성을 그대로 보여주어 마음이 행복해진다.

 

‘저자의 말’에서 ‘인성이라는 말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을 지키자는 마음에서 나온 말입니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고 귀하게 가꾸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도 내 몸과 마음같이 귀하고 소중하게 가꾸자는 사람들의 언약입니다.’라는 이 책의 취지는 마음에 닿아온다. 세 가지 이야기들 ‘나를 사랑합니다’, ‘너를 이해합니다’,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속에는 어린이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과 긍정, 타인에 대한 이해와 친절, 배려가 담겨 있고, 더불어 함께인 세상에서 홀로가 아닌 공존, 생명, 소통의 중요함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이 책은 인성의 백과사전 역할을 해준다.

 

감동적인 동시 ‘할머니 마음’(p.29)에 주름살과 거친 손을 가진 할머니 품에 안긴 어린이의 편안하고 사랑스런 모습이 어른과 아이들의 소통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아이가 할머니 주름이 싫다고 할머니를 밀어내고, 거친 손으로 얼굴과 손을 쓰다듬으면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본적이 있다. 농사일과 밭일을 해서 자식들을 키웠고 귀하디귀한 할머니 손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아도, 고사리 같은 손이 밭고랑 같은 할머니 손과 닿아있는 것은 아름다운 소통이었고, 마음에 치유를 주는 동시였다.

 

동심이 바라보고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소통은 바로 나 자신부터 한 걸음씩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어린이 인성사전>을 통해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 책속의 동시들은 자연 속에서 태어난 꽃이고 열매이며 아이들의 웃음이다. 저자의 삶을 닮은 동심의 세상을 나도 누리며, 동심의 세상을 꿈꾸고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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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은 떨림 -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세계 명시 100
강주헌 엮음, 최용대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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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은 떨림> 이 책은 번역가 강주헌님이 선정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을 세계 명시 100선이다. 이 시집을 읽게 된 것은 시와 멀어진 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는 시에 미치고 시를 사랑한 시간이 있었는데, 어느 틈엔지 생활인이 되어 살면서 시와 멀어진 채로 살고 있다. 마치 사이가 멀어진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멀어진 친구를 불러 세워 나란히 걸어가고 싶다.

 

이 시집은 사랑, 우정, 가족, 용기와 꿈, 삶, 희망, 기쁨에 관한 시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 아름다운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어 시간이 날 때마다 두런두런 읽어보고 있다. 그런데 특별히 내 마음에 감동을 준 시들은 가족에 대한 시들이다. 가족은 늘 가까이에 있어 소중함을 모른다. 그런데 서로 바쁘게 살면서 찾아보는 시간도 줄어드는 현대인들이 읽어보면 좋을 시들을 이 책에서 읽어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 표지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을 시라고 소개했는지 모른다.

 

가족의 테마로 ‘사랑하는 어머니’(p.62)를 읽으면서 어머니가 평생 자녀에게 보여주는 사랑에 마음속 깊이 감사드린다는 내용인데, 고등학교 때 어머니를 여읜 후에 어머니는 10년이, 20년이 지나도 내 가슴속에 살고 계신다. 이 시처럼 가끔 엄마를 불러보면서 사랑한다고, 감사드린다고 기도드릴 때가 있는데, 작자 미상인 이 시처럼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은 자신의 생애동안 마음 안에 어머니를 늘 추억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마음 울컥했던 시 ‘딸을 위한 기도’(p.66)같은 시는 처음 만나는 감동이다. ‘예이츠’의 시로 ‘요람 덮개와 침대보에 반쯤 가려진 채 / 내 아기가 잠들어 있습니다.’ 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내 아기가 잠들어 있습니다.’를 계속 중얼거려 보았다. 이 싯구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나의 어머니가 나를 돌보던 어린 시절이 마치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아서 엄마가 나를 이토록 사랑했구나, 나는 엄마의 깊은 모성 속에서 성장했음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시였다.

 

그 다음 나를 감동으로 이끈 시는 ‘아버지’(p.72)였다. ‘그분은 정직했고 강직했으며 자상했습니다. / 마음과 몸과 정신이 맑은 분이셨습니다. / 따라서 그분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유산을 / 자녀들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나의 아버지를 닮은 시라고 생각했다. 다소 냉소적이고 정이 없던 나는 아버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알 수 없는 벽이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는 안 계시고, 아버지가 그립다. 아버지가 세상에서 소리 없는 나의 울타리가 되어 보호해주셨고, 부모님의 사랑이야말로 억겁의 인연이 보내주는 선물이란 것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된 것일까?

 

지금 다 자란 어른이 되어서 이 시집을 읽으면서 가족의 소중함, 부모님의 사랑이 정말로 나에게 생명을 주었고, 그 사랑을 받기만 했고 되돌려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과 성찰의 시간이 되었다. 참으로 마음 따뜻해지는 이런 시들을 읽으면서 디지털화 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따스한 감성을 주는 시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깊은 떨림> 이 시집에는 수 십년, 수 백년 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기쁨을 준 시100편이 담겨 있다. 세월을 거친 아름다운 정신,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시인들의 삶이 녹아있고, 시집에 담긴 삽화는 숲 시리즈로 깊은 시의 세계로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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