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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은 떨림 -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세계 명시 100
강주헌 엮음, 최용대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6월
평점 :
<그 깊은 떨림> 이 책은 번역가 강주헌님이 선정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을 세계 명시 100선이다. 이 시집을 읽게 된 것은 시와 멀어진 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는 시에 미치고 시를 사랑한 시간이 있었는데, 어느 틈엔지 생활인이 되어 살면서 시와 멀어진 채로 살고 있다. 마치 사이가 멀어진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멀어진 친구를 불러 세워 나란히 걸어가고 싶다.
이 시집은 사랑, 우정, 가족, 용기와 꿈, 삶, 희망, 기쁨에 관한 시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 아름다운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어 시간이 날 때마다 두런두런 읽어보고 있다. 그런데 특별히 내 마음에 감동을 준 시들은 가족에 대한 시들이다. 가족은 늘 가까이에 있어 소중함을 모른다. 그런데 서로 바쁘게 살면서 찾아보는 시간도 줄어드는 현대인들이 읽어보면 좋을 시들을 이 책에서 읽어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 표지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을 시라고 소개했는지 모른다.
가족의 테마로 ‘사랑하는 어머니’(p.62)를 읽으면서 어머니가 평생 자녀에게 보여주는 사랑에 마음속 깊이 감사드린다는 내용인데, 고등학교 때 어머니를 여읜 후에 어머니는 10년이, 20년이 지나도 내 가슴속에 살고 계신다. 이 시처럼 가끔 엄마를 불러보면서 사랑한다고, 감사드린다고 기도드릴 때가 있는데, 작자 미상인 이 시처럼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은 자신의 생애동안 마음 안에 어머니를 늘 추억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마음 울컥했던 시 ‘딸을 위한 기도’(p.66)같은 시는 처음 만나는 감동이다. ‘예이츠’의 시로 ‘요람 덮개와 침대보에 반쯤 가려진 채 / 내 아기가 잠들어 있습니다.’ 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내 아기가 잠들어 있습니다.’를 계속 중얼거려 보았다. 이 싯구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나의 어머니가 나를 돌보던 어린 시절이 마치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아서 엄마가 나를 이토록 사랑했구나, 나는 엄마의 깊은 모성 속에서 성장했음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시였다.
그 다음 나를 감동으로 이끈 시는 ‘아버지’(p.72)였다. ‘그분은 정직했고 강직했으며 자상했습니다. / 마음과 몸과 정신이 맑은 분이셨습니다. / 따라서 그분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유산을 / 자녀들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나의 아버지를 닮은 시라고 생각했다. 다소 냉소적이고 정이 없던 나는 아버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알 수 없는 벽이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는 안 계시고, 아버지가 그립다. 아버지가 세상에서 소리 없는 나의 울타리가 되어 보호해주셨고, 부모님의 사랑이야말로 억겁의 인연이 보내주는 선물이란 것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된 것일까?
지금 다 자란 어른이 되어서 이 시집을 읽으면서 가족의 소중함, 부모님의 사랑이 정말로 나에게 생명을 주었고, 그 사랑을 받기만 했고 되돌려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과 성찰의 시간이 되었다. 참으로 마음 따뜻해지는 이런 시들을 읽으면서 디지털화 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따스한 감성을 주는 시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깊은 떨림> 이 시집에는 수 십년, 수 백년 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기쁨을 준 시100편이 담겨 있다. 세월을 거친 아름다운 정신,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시인들의 삶이 녹아있고, 시집에 담긴 삽화는 숲 시리즈로 깊은 시의 세계로 안내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