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을 존경하게 되다..

워렌 버핏의 재무제표 활용법 - 10배 오르는 주식은 재무제표에 숨어 있다!
데이비드 클라크, 메리 버핏 지음, 김상우 옮김 / 부크온(부크홀릭) / 2010년 1월

기업의 재무제표란 것은 어찌 보면 참으로 정적인 자료이다. 그런데 워렌 버핏은 이런 평면적인 자료들을 입체화하고 동적인 자료로 만들었다. 장기적으로 경쟁우위의 초우량 기업들을 엄밀히 골라내기 위한 목적으로!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과는 다른 투자방법을 확립한 것은 30대 중반(1960년대중반). 그 기초가 된 것이 그레이엄 휘하에서 견습생 시절에 마르고 닳도록 뜯어보았던 제무재표에 있었고.. 처음에는 그도 그레이엄의 방식을 따랐으나,,, 그 같은 방법은 탁월한 기업을 골라내는 방법이 아니고 그저 장부가치에 한참 미달된 주식을 사서 적당히 이익을 보고 파는 방법이고.. 그조차 위험해서 일정시점에 저평가된 수많은 주식들을 포트폴리오로 엮어서.. 꽁초담배를 피듯이 주가가 내재가치에 도달하면 팔아버리는 방법이 그레이엄 방식이었다. 그러나 워렌 버핏은 이 방식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탁월한 이익성장율을 보이는 초우량 기업들에 집중투자해 장기보유하면 복리의 마술로 부자가 된다는 것을 발견해낸 것이다.

여기서 어떤 가치 있는 정보를 추출해서 기업을 고찰하여 우량한 기업(지속가능한 탁월한 이익을 창출하는 경쟁우위의 기업들)들을 선별하고 .. 때를 기다렸다가 바겐세일로 나올 때(이게 중요하다. 바겐세일..) 매수해 장기보유로 이익성장율이라는 복리의 마술로 큰 이익을 얻는다... 이것이 워렌버핏이 재무제표(이 책에서는 손익계산서를 중심으로 대차대조표, 현금흐름표 3가지에서 핵심적 내용을 살핌)를 뜯어보는 방법이다.

책은 간단해서 재무제표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재무제표 항목들을 어떻게 봐야 하고 어떻게 재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다. 재무제표를 통해서 초우량기업을 선별하는 방법까지는 그런대로 어렵지 않게 응용할 수 있을 듯하다.<전자공시>에서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받아서 책에 나온 몇가지 중요한 지표들을 넣어보고 나름 분석하고 응용해 보는 게 좋은 연습방법일 거 같다. 하지만 이 기업들의 진정한 가치는 얼마인가.. 그리고 바겐세일 가격은 얼마가 적당한가에 대해서는 지면관계상인지 영업비밀인지 모르겠지만 몇 줄로 간단하게만 얼버무리고 끝났는데(그래도 꼭 알아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이 부분은 또 다른 책에 있나부다.

이 책을 쓴 대표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메리 버핏. 현며느리도 아니고 전며느리란다. 이혼을 했는데 '버핏'을 떼지 않고 쓴다. 전문가로 대중매체들에서 인기가 좋은데.. 워렌버핏 이름을 팔아 쓴 많은 책들이 대박이 나서 유명인사가 된 모양이다. 시아버지 옆에서 제대로 배운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책을 내가 두번 꼼꼼히 읽은 것 보면 책을 쓰긴 참 잘 쓴거 같다. 똑부러진다. 대신 깊이는 책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채워야 할 거 같다.

간접적이었지만 워렌 버핏을 아는데 참 좋은 경험을 했다. 딴 책도 읽고 싶다.

버핏선생님 오래 오래 사세요.. (요 며칠 내가 하두 버핏 버핏 그랬는지 초딩 4학년 짜리 애도 워렌 버핏을 알게 됐다.)

후기: 여기서 경쟁우위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이나 이익성장율(ROE) 이런 것들은 세전이익을 기준으로 한 것 같다. 아무리 탁월해도 세후 수익율이 20% 이상을 꾸준히 지탱한다는 건 좀... 아무튼 번역은 쉽게 잘 되어 있는데 이 부분만은 좀 이해가 안되었다.

후기2: 메리 버핏 또는 메리 룰로는 워렌 버핏의 둘째 아들 피터 버핏과 결혼해 잠시 살았지만 워렌 버핏의 근처에 있지도 않았다. 워렌 버핏의 자서전격인 <스노우볼>을 보면 피터 버핏과 메리 룰로가 결혼할 당시 메리 룰로에게는 두 딸(에리카와 니콜)이 있었다. 그리고 피터와 결혼해서도 버핏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음악(공연)에 몰두하던 피터의 매니저 역할 정도를 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피터와 이혼 후에 메리 룰로의 두 딸은 그녀가 아니라 피터가 데리고 살게 되었는데 워렌 버핏은 이 두 양손녀들을 자신의 손녀로 인정하지 않았고 유산도 물려주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네 엄마가 나에게 존중받는 며느리가 아니었던 것이 사실인 것처럼 네가 내 손녀가 아니라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다. (워렌 버핏이 니콜 버핏에게 보낸 편지에서,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스노우볼>, 2권 697쪽, 랜덤하우스)

[100자평] [중고] 길

[중고] 길
김기림 / 깊은샘 / 1992년 9월

김기림의 시, 수필, 시론이 망라되어 있어 너무 좋네요.

소년, 숙녀를 만나다

첫사랑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1830년대 러시아의 연상녀 짝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이야기가 오만가지 사랑방식을 직.간접적으로 터득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정서적 자극을 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일찌감치 때려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투르게네프의 이 고전이 왜 문학사적인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좀 곱씹어 보아야 할 터이다. 지금의 시각으로서는( 지금의 너절한 이성관계의 늪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진부한 주제, 한편의 하이코미디 같은 이 이야기이고, 도무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지만 이 소설이 처음 발표된 당시, 그러고도 적어도 1백년간은 뭇 젊은이들의 감성을 예리하게 파고들며 전세계(?)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 시대의 눈으로 글을 본다면 나름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문학사적, 또는 문화적인 가치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연하남(블라지미르)이 연상녀(지나이다)의 외모에 반해 짝사랑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 영화들의 원조격이라고 해야 할까.  

주인공 남,녀의 나이차이, 신분, 배경만 약간씩 바꾸어 보면 이태준의 까마귀나  (더욱 정화된 형태로) 황순원의 소나기와 같은 근.현대 소설 뿐 아니라 영화나 TV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예술 양식으로 다루고 있는 무수한 순수한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의 모태와도 같은 이 소설의 가치를 쉽게 무시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순수한 첫사랑이나 풋사랑 주제로 소설이나 각본을 쓰고 싶다면 이 소설을 연구해서 각색하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가을동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등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의 투명한 밑그림은 바로 이 소설이 아닌가.

어떤 느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ㅣ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떤 책을 읽다가 이 책에 대한 다음 인용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한가해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책 507쪽)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마음>, <그 후>, <도련님> 정도를 읽었던 것 같은데 웬일인지 그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인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광수의 <무정>이 생각이 많이 났다. 물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7)보다 10년 이상 늦게 나온 <무정>(1917). 물론 내용은 무척이나 다르다. 중학교 영어선생이 구샤미의 집을 배경으로 시시콜콜한 주변사와 (개똥)철학을 주제로 한가로운 이야기들이 주조를 이루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비해 <무정>은 같은 영어선생인 이형식을 주인공으로 한  강박적 계몽주의, 쉽게 말해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일깨워줘야만 한다는 작가의 초조감이 짙게 베어 있는 그런 소설이다. 구샤미의 이기주의와 게으름, 이형식의 이타주의와 강박관념..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소설의 효시라 부를만한 양 소설의 주인공이 이렇듯 다르기에 <나는...>을 읽는 중간중간 슬며시 일어나는 묘한 느낌이 있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재미있다. 구샤미가 사는 집안을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는 이 소설의 재미는 구샤미와 마이테이, 긴게쓰 등의 지인들이 펼치는 조용하지만 익살스러운 대화들 속에 있다. 형식은 조금은 따분하고 전개과정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이 정도의 문학적 성취를 100년전에 달성한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과연 일본의 국민작가라는 말을 들어도 모자람이 없을 거 같다.  

남북을 통틀어 문학적 성취에서는 그만한 대접을 받아 마땅한 이광수의 초라한 현실을 생각해 보면 1930년대 후반 이후 친일부역의 멍에를 쓰기 전에 세상을 하직했더라면 본인으로서나 문학계의 입장으로서나 극히 좋았을 것을.. 이라는 ...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나쓰메 소세키처럼 근대문학의 아버지이자, 국민작가의 반열에 있어야 할 사람이 용서할 수 없는 친일지식인의 대표로 있다는 것이 우리 문학계, 나아가 우리문화의 얼마나 큰 비극인가..

역시 그냥 내 방법 대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초등 읽기능력이 평생성적을 좌우한다 - 상위 5%를 결정짓는 학년별.과목별 읽기 전략
김명미 지음 / 글담출판 / 2008년 9월

읽기능력 좋은 말이다. 

그냥 눈으로 스치듯 보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분석하고 비평적 독서까지 가능한 수준까지를 일컫는 읽기능력. 허나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독서능력이란 말이 읽기능력과 다른 점이 없지 않은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 하는 것은 결국 자녀들의 책읽기에 대한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아이들의 독서수준과 현재적 관심들을 부모 만큼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부모들이 아이들의 수준과 관심에 부합하게끔 책을 골라주고 (분야별로 다르지만) 책의 수준을 조금씩 끌어올려주는 것.. 그것은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부모들만의 역할이다.  

(아래서 호평들이 줄을 잇지만) 사실 이 책은 진부한 면이 없지 않다. 아니 어떻게 보면 포장만 잘된 보통의 독서지도서와 다를게 없다. 애써 읽기능력과 독서능력을 구분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명료하게 구분되지도 않으며 저자 스스로도 그렇게 자신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읽기전략들도 열거해 놓은데 불과하며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지극히 개략적인 수준을 넘지 못한다. 저자의 20년독서지도 경험을 살려 실증사례들이 좀 더 풍부하게 제시되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들을 겁먹게 하는 이 제목 (책을 팔기 위한 충정은 이해하겠지만)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초등 읽기능력이 평생성적을 좌우한다'.  

이것은 상당히 겁나는 말이지만 진실이 아니다. 여건이 되지 못해서 한참후에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 중에도 최고 성적으로 일류 대학에 진학하고 훌륭하게 성장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책읽기의 여러 즐거움과 유익함에 대한 설명 내지는 강조를 배제한 채 책읽기를  아이의 '성적' 곧 점수하고만 연결시켜  책읽기 방법을 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 책이라는 것이다. 왜 아이들이 책읽기가 필요한지,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 도구적인 목표에 불과한 성적하고만 연결시키고 있으니 책을 좋아하고 아이에게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하고 싶은 부모 입장으로서는 도무지 탐탁치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저자의 직업이기도 한 독서지도사가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나 싶다.

이 책의 미덕은 앞서 진술한 대로 자녀들의 책읽기에 대한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얼마간 일깨운다는 점이다. 학원에 왔다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정서적으로나 지식습득을 위해 필요한 절대적 독서시간을 빼앗겨 버린다. 아이들은 공부는 많이 하는데 교과서, 참고서, 프린트 물 외에는 읽는 것이 없다. 이것이 정말 공부인가? 학원을 보내는 부모들이 얼핏보면 아이들의 진로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이들의 독서시간을 빼앗고 부모로서 아이들을 직접 챙기는 일을 사실상 방기하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부모의) 1:1 수준의 관심과 (학원에서의) 1/n의 관심이 어떻게 같을 수 있는가? 부모가 아이들의 책읽기 능력배양을 챙겨줄 책임을 돈과 바꾸고 아이들을 단지 점수기계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내가 하는 아이의 독서지도 방향에 좋은 시사점은 없는가 생각되어 읽어보았지만 그냥 내가 하는 방법 대로 아이의 책읽기를 인도해 가는 것이 낫겠다 싶다. 나는 아이의 성적보다는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생의 특별한 즐거움을 습득시켜주기 위해 책을 안내해주는 것이 내 독서지도의 목표라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