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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평점 :
1830년대 러시아의 연상녀 짝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이야기가 오만가지 사랑방식을 직.간접적으로 터득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정서적 자극을 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일찌감치 때려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투르게네프의 이 고전이 왜 문학사적인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좀 곱씹어 보아야 할 터이다. 지금의 시각으로서는( 지금의 너절한 이성관계의 늪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진부한 주제, 한편의 하이코미디 같은 이 이야기이고, 도무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지만 이 소설이 처음 발표된 당시, 그러고도 적어도 1백년간은 뭇 젊은이들의 감성을 예리하게 파고들며 전세계(?)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 시대의 눈으로 글을 본다면 나름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문학사적, 또는 문화적인 가치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연하남(블라지미르)이 연상녀(지나이다)의 외모에 반해 짝사랑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 영화들의 원조격이라고 해야 할까.
주인공 남,녀의 나이차이, 신분, 배경만 약간씩 바꾸어 보면 이태준의 까마귀나 (더욱 정화된 형태로) 황순원의 소나기와 같은 근.현대 소설 뿐 아니라 영화나 TV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예술 양식으로 다루고 있는 무수한 순수한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의 모태와도 같은 이 소설의 가치를 쉽게 무시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순수한 첫사랑이나 풋사랑 주제로 소설이나 각본을 쓰고 싶다면 이 소설을 연구해서 각색하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가을동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등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의 투명한 밑그림은 바로 이 소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