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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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떤 책을 읽다가 이 책에 대한 다음 인용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한가해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책 507쪽)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마음>, <그 후>, <도련님> 정도를 읽었던 것 같은데 웬일인지 그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인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광수의 <무정>이 생각이 많이 났다. 물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7)보다 10년 이상 늦게 나온 <무정>(1917). 물론 내용은 무척이나 다르다. 중학교 영어선생이 구샤미의 집을 배경으로 시시콜콜한 주변사와 (개똥)철학을 주제로 한가로운 이야기들이 주조를 이루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비해 <무정>은 같은 영어선생인 이형식을 주인공으로 한  강박적 계몽주의, 쉽게 말해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일깨워줘야만 한다는 작가의 초조감이 짙게 베어 있는 그런 소설이다. 구샤미의 이기주의와 게으름, 이형식의 이타주의와 강박관념..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소설의 효시라 부를만한 양 소설의 주인공이 이렇듯 다르기에 <나는...>을 읽는 중간중간 슬며시 일어나는 묘한 느낌이 있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재미있다. 구샤미가 사는 집안을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는 이 소설의 재미는 구샤미와 마이테이, 긴게쓰 등의 지인들이 펼치는 조용하지만 익살스러운 대화들 속에 있다. 형식은 조금은 따분하고 전개과정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이 정도의 문학적 성취를 100년전에 달성한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과연 일본의 국민작가라는 말을 들어도 모자람이 없을 거 같다.  

남북을 통틀어 문학적 성취에서는 그만한 대접을 받아 마땅한 이광수의 초라한 현실을 생각해 보면 1930년대 후반 이후 친일부역의 멍에를 쓰기 전에 세상을 하직했더라면 본인으로서나 문학계의 입장으로서나 극히 좋았을 것을.. 이라는 ...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나쓰메 소세키처럼 근대문학의 아버지이자, 국민작가의 반열에 있어야 할 사람이 용서할 수 없는 친일지식인의 대표로 있다는 것이 우리 문학계, 나아가 우리문화의 얼마나 큰 비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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