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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버튼 G. 맬킬 지음, 이건.김홍식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973년 초판 이래 변화된 시장과 투자방식들을 반영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맬킬의 이 책의 첫 느낌은 전통적/현대적 투자이론들의 모두까기라고 할만하다. 그는 기술적 분석방법과 가치투자를 각각 '공중 누각'과 '견고한 토대'라는 상반된 관점에 입각한 접근법으로 정의한 뒤 각각의 투자방식군에 속하는 다양한 투자방법들을 분석하며 어떠한 투자방법도 결코 시장의 장기적 상승세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보다 수익률과 안정성이 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실증사례들을 들어 신랄하게 비판한다. 기술적 투자 방법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방식임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후, 가치투자에 관해서도 대다수의 펀드들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여 투자자들에게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함으로써 저렴한 비용으로 운용이 가능한 시장수익률과 같은 정도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덱스펀드들의 수익에도 결코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워렌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전설적 투자자들은 간단하게 예외로 취급한다.
맬킬의 시장에 관한 입장은 다분히 시장효율 가설에 입각해 있으며, 특정 기업의 주가예측과 같은 것은 철저하게 배격한다. 시장의 흐름은 마치 만취한 사람이 걷는 전혀 예측하기 힘든 행보(random walk)이기 때문에 주가 예측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에 관한 모든 유.불리한 정보들은 시장에 선반영되어 있어서 일시적으로 시장이 비효율적으로 움직일 때가 있더라도 그것은 시장의 중력에 의해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장기적인 시장의 흐름을 보건데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한다는 역사적 경험을 존중하여 S&P500 지수의 종목들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인덱스펀드만이 장기투자에 가장 적합하다고 거듭 거듭 강조한다. 맬킬은 인덱스펀드와 같은 주식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해서 채권과 부동산 등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의 능력과 태도들을 고려하여 생애주기에 따른 투자방법을 제시하는데, 다소 미국 상황에 초점이 맞추어져서 아쉽기는 하지만 매우 실용적인 부분으로 생각된다.
모두까기의 대가 맬킬을 이제 한번 비판해 볼 차례다. 기술적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맬킬의 기술적 투자에 대한 비판을 위해 끌고 온 기술적 투자방법 사례들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다우이론(고점매수저점매도)과 같은 몇몇 사례들을 끌어다 비판을 해놓고 이것이 기술적 투자방법을 모두 대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좀 더 많은 종류의 기술적 투자방법들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효용성이 있는 방법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무시당해도 좋은지 모르겠다. 또한 가치투자방식에 대해서도 잉여현금흐름법에 입각한 내자가치 추정법이라든지 자산.수익.성장 가치 추정법과 같은 가치투자방식이 아니라 단순히 저PER 저PBR과 같은 상대적 가치투자방법(가치투자라고 말하기 그런..)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투자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보인다. 물론 미래현금흐름에 대한 추정이나, 자본비용 계산에 들어가는 베타값 계산 같은 것이 다분히 인위적이라 하더라도 각 사업의 전망에 입각하여 추정을 하고 안전마진을 고려하여 매수가격을 고려한다는 가치투자 방식의 철학은 간단히 부정할만한 것은 아닌 거 같다.
무엇보다 본인은 절대적으로 미래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생애주기 펀드와 같은 포트폴리오를 설계할 때 다분히 공학적인 계산으로 수익성장률을 설정해서 투자자산에 대한 적절한 인출비율까지 계산하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자신의 랜덤워크 이론과 상충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서 (초보자이건 전문가이건 간에) 개인이 거대한 시장을 이기겠다는 오만이 얼마나 부질 없으며, 성과를 내기 힘든 것인지를 잘 설득하고 있으며,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보상을 크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덱스 펀드와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생각한다. 맬캘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편안한 투자방법조차 성급하고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소리가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