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 - 23년간 법의 최전선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온 판사 출신 변호사의 기록
정재민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도착하자마자 가장 빠른 속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대충 읽지 않고 정독했던 책으로, 예전에 저자인 정재민 변호사님이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부터 시작해 그가 출판한 여러 저서를 읽어왔던 나에게, 이번 신간은 특히 남다른 감흥을 주었다. 나는 이미 그의 글을 통해 깊은 감명을 받았던 독자였고, 이번에는 ‘사람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신간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책을 신청하고 손에 들게 되기까지 무척이나 기다려온 작품이었다. 아마 그의 책을 가장 기다려왔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바로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재민 변호사는 과거 판사로 공직에 몸담았으며, 이후 법무부와 외교부 등 다양한 기관에서 근무하며 공직 생활을 이어왔다. 그리고 2024년부터는 법무법인을 설립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전의 저서들이 판사 시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판사 정재민’이 아닌 ‘변호사 정재민’으로서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변호사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곳은 다양하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곳은 변호사 사무실일 것이고, 그다음에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이들을 변호하거나 조력하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또 구치소에서는 수감된 사람들의 의뢰에 따라 법적 조력을 제공하기도 하고, 최종적으로는 법정에서 민사소송의 대리인으로서, 형사재판의 변호인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책을 읽으며 이런 변호사의 다양한 현장 속 역할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법조인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의 책들을 모두 읽어왔던 이유는, 나 또한 법조인의 길에 굉장한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인이라는 직업뿐 아니라 법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오래전부터 강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 문과 과목 중에서도 법학은 가장 실용적이고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학문이기에, 여러 법조인들의 에세이를 꾸준히 읽어왔다. 그중에서도 정재민 변호사의 책은 유독 마음에 깊이 남았다.
이 책에는 변호사 사무실, 경찰서, 구치소, 법정 등 다양한 공간에서 마주한 에피소드들과 실제 사건 속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가 변호사로서 느낀 감동과 분노, 정의감과 인간적인 고뇌가 함께 녹아 있다. 그는 책을 통해 법조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뜻깊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굳건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또한 중간중간에는 법리적 내용이나 법학적 용어를 쉽게 풀어주는 부분이 등장해, 독자들이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법조인으로서의 경험담뿐 아니라 교양적인 측면에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으로, 생활 법률 서적으로서의 잠재력도 매우 크다고 느꼈다.
특히 법조인을 꿈꾸는 예비 법학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세상 속 사람들의 이야기, 사회 속 사건들의 구조, 그리고 인간의 신뢰와 불신이 교차하는 현실을 관찰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단순히 사건과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 속에서 느낀 진심 어린 소회가 담겨 있어 책 전체가 따뜻하고 인간적인 분위기로 채워져 있다. 그는 때로는 냉정한 법정에서, 때로는 사람 냄새 나는 구치소나 상담실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동시에 따뜻한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책 속에는 ‘자기 마음대로 판단하고 경솔하게 행동한 한 판사의 이야기’처럼, 사람의 신뢰와 불신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고민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인간은 믿을 수도, 믿지 못할 수도 있는 존재이며, 때로는 그 사이의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하는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책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은 내가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한 글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읽은 작품이다. 법조인의 현실적인 일상, 실제 사건의 생생한 이야기, 그리고 법률적 지식을 아우르는 풍성한 내용이 담겨 있어 읽는 내내 큰 울림을 주었다. 법조인의 길을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깊은 통찰과 따뜻한 여운을 남겨주는 유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