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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면을 채워주는 어휘 수업 -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말 공부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공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박재용 작가의 신간 도서로, 언어와 어원의 세계를 과학적이고 교양적인 시각으로 탐구한 책이다. 작가의 이전 저서들을 읽으며 그의 과학적 통찰과 깊이 있는 서술에 매료되었던 독자로서, 이번 책은 특히 언어의 기원과 구조, 그리고 단어가 형성되는 원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사람들의 사고와 문화, 정신이 집대성된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어를 이루는 접두어나 어근이 왜 그런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다른 단어에 어떻게 파생되어 쓰이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보여준다. 덕분에 단어를 단순히 암기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 본질과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단어가 태어나고 변화해 온 과정을 알면 어휘 학습이 훨씬 생생하게 느껴지고, 언어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책은 단순히 언어학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고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배경과 인문학적인 통찰을 담고 있다. 저자가 과학 커뮤니케이터이기도 하다 보니, 양자역학, 다중우주론 등 과학 개념을 나타내는 단어들도 등장하고 언어와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적 경험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솔라(Solar)’라는 단어가 태양을 의미하게 된 배경을 단순한 어원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신화적, 역사적 맥락과 연결시켜 보여준다. 이런 접근은 단어를 외우는 공부를 넘어, 깊은 수준의 어휘 이해와 사고 확장으로 이어지는 지적 자극을 준다.
책의 구성 면에서도 독자를 세심히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외국어 단어나 영어 원문 부분은 초록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시각적으로 구분이 명확하고, 본문의 검정색 글자와 겹치지 않아 가독성이 매우 좋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기억해야 할 어휘’ 코너가 있어 해당 장에서 등장한 단어와 표현을 정리해주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인생 단어’를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책은 특히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영어 단어들이 고대 언어에서 어떻게 파생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고대의 명언, 철학적 문장, 영화 속 표현들이 풍부하게 인용되어 있어, 언어를 공부하면서 동시에 고전적 아름다움과 지적 깊이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민지(colony)’라는 단어가 라틴어의 특정 어근에서 파생되었고, 그 어근이 특정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단어의 본래 뉘앙스와 역사적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언어학, 역사, 과학이 절묘하게 융합된 교양서로, 단어 하나하나 속에 숨은 철학과 문화를 탐험하게 만든다. 단순히 영어 어휘력을 늘리는 책이 아니라, 인류의 지식과 사유가 언어를 통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보여주는 철학적인 언어 탐구서다. 언어와 단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인문학적 사고와 과학적 통찰을 함께 확장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은 깊은 만족과 감동을 줄 것이다.
결국 이 책은 단어를 외우는 책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책이다. 단어의 어원을 이해하는 것이 곧 사람과 문명, 그리고 지식의 흐름을 이해하는 일임을 보여주는 책으로, 교양과 학문의 경계가 없는 흥미롭고 유익한 작품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