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 죽음 이후 남겨진 몸의 새로운 삶
메리 로치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빌리버튼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는 심리학을 전공한 미국의 과학 저술가 메리 로치 작가가 쓴 서적으로,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일반 독자들이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능력으로 유명한 작가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사람이 죽은 이후의 몸이 어떤 과정을 겪는지, 그리고 그 죽음이 남긴 흔적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와 지식을 제공하는지를 깊이 탐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주제는 단순히 “죽음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과학이 되는 과정’ 그 자체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컨대 제3장 「죽음 이후에 일어나는 일 – 신체의 부패와 그 대처법」이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 장에서는 테네시 대학교의 범죄인류학 겸임 교수 아파드 바스가 등장한다. 그는 시신의 부패 과정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변화를 연구하며, 저자 메리 로치는 이러한 과학적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체험한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죽은 사람의 장기와 조직이 분해되는 과정, 그리고 이를 관찰하는 과학자들과 조사관들이 어떤 감정과 태도로 그 일을 수행하는지를 자세히 묘사하면서, 독자는 죽음이 단순히 끝이 아니라 ‘과학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누군가가 죽으면 장례 절차를 치르고 기억 속에서 그 존재를 떠나보내는 일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이후의 세계, 즉 “죽음 이후의 과학적 여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죽음 이후의 인간의 몸이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사회와 과학 연구에 새로운 통찰을 남긴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죽음이란 단순히 끝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와 흔적을 남기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지식을 압축해서 나열하는 과학 교양서가 아니다. 오히려 메리 로치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서술이 가득하여, 독자가 어려운 과학적 내용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가 직접 느낀 감정과 생각, 그리고 독자와 대화하듯 풀어내는 문체 덕분에 과학이나 해부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가볍지만 깊이 있는 과학적 통찰을 경험할 수 있다.
책의 각 챕터 제목 또한 매우 인상적이고 흥미를 자극한다. 예를 들어,「죽은 사람은 운전을 못한다」, 「산 자와 죽은 자, 그 비행기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신이 진실을 말해야 할 때」
이와 같은 제목들은 단순히 자극적인 문구가 아니라,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과학적 맥락을 유머와 통찰로 풀어낸 장치이다. 예를 들어 추락사나 폭발 사고, 시체 부검, 신체 손상 연구 같은 끔찍하고 잔혹한 사건들을 통해 저자는 인간의 몸이 죽은 뒤에도 진실을 말하고, 과학을 진전시키며, 범죄를 해결하는 중요한 단서가 됨을 보여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건 현장, 수사, 과학적 분석, 물리학과 탄도학 등에 흥미를 가지고 있어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시체의 부패 과정과 법의학적 접근, 비행기 추락사나 폭탄 사고에서 나타나는 인체 반응, 그리고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통해 죽음을 해석하는 방식은 모두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죽은 몸’을 바라보는 관점이 아닌, 그 안에 담긴 생명과학적, 철학적 의미를 함께 생각할 수 있었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롭다. 참수, 회생, 인간의 머리 이식과 같은 주제가 등장하며, 저자는 인간의 신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의학, 생물학, 해부학, 그리고 공학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죽은 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실험과 발견의 시작이다”라는 주제 아래, 인간의 육체와 생명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진다.
이 책은 단순히 해부학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물리적 힘에 의해 벌어지는 인체의 변화, 사후 세계의 과학적 분석, 수사와 법의학적 절차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하다. 또한, 저자는 각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와 실제 연구 사례를 인용해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독자는 그들의 직업적 현실과 감정, 그리고 인간의 몸을 다루는 윤리적 고민까지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결국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는 죽음을 과학의 언어로 다시 읽어내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끝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인류의 지식과 기술을 진전시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이 책은 죽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뿐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성찰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반드시 권할 만한 책이다. 죽음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임을 알려주는, 흥미롭고 사색적인 과학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