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 - 부의 한계를 넘어선 슈퍼리치 본격 탐구서
귀도 알파니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진짜 극한의 부를 쌓은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그렇게까지 돈을 모았을까? 우리는 그들의 비밀이 궁금하지 않은가? 나 역시 마찬가지로, 정말 ‘슈퍼리치’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는지 알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때로는 그 극심한 어려움 때문에 안타까운 선택을 하기도 하는 이 세상에서, 극소수의 사람들은 단순히 부자가 아니라 그 이상의 자산을 갖추어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이들이 과연 어떻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지위에까지 오르게 되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밀라노 보코니대학교 경제사 전임 교수인 귀도 알파니가 쓴 책이다. 그는 경제 불평등, 사회 이동성과 관련한 연구를 해온 인물로, 편집위원이자 연구소 자문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 저자가 쓴 책이니만큼 단순한 돈 버는 법을 넘어선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세 개의 대단원으로 나뉘어 있다. 바로 ‘소수의 손에 쥐어진 부’, ‘부자가 되는 길’, 그리고 ‘부자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내용이 펼쳐진다. 이 구조 속에서 우리는 부의 집중 현상, 부자들의 규모와 특성, 부자가 되는 데 있어 어떤 지름길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초부유층이 직면하는 딜레마는 무엇인지, 나아가 그들이 정치 및 사회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마치 이 세상의 슈퍼리치들에 대한 통합 연구가 응축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책이 단순히 2025년 현재의 인물들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과거 역사 속의 부자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 사회에서 과거에는 어떤 이들이 자본을 축적했고, 어떻게 그 자산을 불려왔는지를 통해 지금의 슈퍼리치들이 어떤 기반 위에서 성장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경제사 교수의 저작답게 서양 경제의 흐름을 따라가며, 부자들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서 역사적 관점에서의 통찰과 교양을 함께 얻게 되는 책이었다. 단순히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그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지금의 사회를 이해하게 해주는 수준 높은 콘텐츠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책은 100만 장자 혹은 신흥 부자들이 소속되어 있던 가문에 대한 분석도 굉장히 상세하다. 어떤 가문이 어떤 사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내어 결국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는지를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예컨대 16세기와 17세기 초의 유럽에는 바르디 가문, 페루치 가문, 푸거 가문 같은 금융 명가들이 있었고, 이들이 어떻게 유럽의 부를 지배했는지를 설명하면서, 18세기와 19세기, 그리고 20세기 초 미국의 석유 재벌들로 이어지는 부의 계보를 연대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서양의 경제사와 부의 축적 과정을 함께 읽어갈 수 있는 방식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흔히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얕은 자기계발서들과는 전혀 다르다. 단순히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비법 모음집처럼 얄팍한 조언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역사적 사실들과 사회학적·경제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진짜 ‘부자’란 무엇인지, 어떻게 그런 자리에 이르렀는지를 진지하게 조망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사회의 구조와 계층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모두에게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는 교양서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부자’의 모습은 대부분 현재의 인물들에 한정되지만, 이 책은 그런 시선을 넘어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부의 흐름과 맥락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부러움의 대상으로서의 부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부가 사회 전반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하면서, 우리 사회가 왜 특정한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는지까지를 함께 생각해보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진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단지 당장의 실천 방안이 아닌, 역사와 구조, 사회를 꿰뚫는 시야와 통찰을 먼저 갖추라고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나서, 단순히 부자에 대한 호기심 이상의 것을 얻었고,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의 역사와 권력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그 어떤 실용서보다도 훨씬 깊이 있는 독서가 되었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