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혹하는 이유》 서평

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우리 사회에서 널리 알려져서 거의 기정사실화되어있는 것의 예로서 MBTI 검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MBTI 결과가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이라며 신통력에 놀라고 서로 이 테스트를 해보기를 종용하며 결과에 집착한다. 이 책에 의하면 실제로 포춘 선정 100대 회사에서 약 80~90개 회사에서 입사 지원자의 MBTI 결과를 반영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대와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MBTI의 허구성을 밝히고 이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개소리들(Bullsh**)' 중 하나의 '개소리'라고 말해준다. 즉, 우리는 익숙함에 스스로 속아넘어가 주변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성격 테스트나 소문들을 정밀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상대방에 의도에 그대로 넘어간다고 한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의 MBTI는 INTJ이며, 특히 이 특정 성향의 연애관은 나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생각했었으나, 이 책을 통해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심리학에서 존재하는 각종 이론들을 소개하고 역시 심리학과 교수가 쓴 책인 만큼 전문가적인 시각과 첨언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이 책은 교양 심리학 서적이지만 심리테스트를 하듯 단순히 주장한 하고 짤막하게 근거를 제시하는 단편적인 서적은 결코 아니다. 각 장에 해당하는 연구자의 과거 연구내용과 논문, 그리고 그들의 주장을 제시하며 반박하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어떤 일방적인 주장이나 검증되지 않은 설명을 독자에게 제시하는 것과는 정 반대로 과학적인 증거와 Fact를 함께 제시하며 이 책에서 말하는 일종의 잘 알려진 '개소리'들을 물이 흘러가듯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이 현대사회에 존재하는 Fact를 살펴볼 수 있게 해주므로 그들이 교양 심리학 지식과 더불어 다양한 상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코로나19 감염증이 미국 전역으로 퍼져가던 때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들이 표백제를 섭취하면 살균 효과로 인해 장기가 살균되어 병을 없앨 수 있다고 말한 직후, 순진한 국민들 일부가 실제로 표백제를 마시고 병원에 실려가거나 사망한 사례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러한 '개소리'들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지대한 악영향에 대해 강조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명 인사들과 저명한 학자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모순된 논리와 대중에게 전해지는 잘못된 지식을 날카롭게 바로잡는다. 저자는 전문성을 갖춘 사회심리학자이며 그의 식견으로부터 독자들이 배울 수 있는 지식이 무궁무진하다.

《후안흑심》 서평

후안흑심 - 승자들의 이기는 본능,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마음의 힘
친닝 추 지음, 함규진 옮김 / 월요일의꿈 / 2022년 1월

이 책의 제목이 나타내는 후안흑심이란, 두꺼운 얼굴을 뜻하는 '후안'과, 어두운 마음을 뜻하는 '흑심'이 이루어져 합쳐진 말이다. 영어로는 Thick Face, Black Heart로 번역되었다. 후안흑심은 고대 중국의 손자병법이나 36계 등 병법서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인간학이자 성공학, 이 시대의 처세술이라고 서양 언론으로부터 극찬받는 듯하다. 저자인 친닝 추는 중국에서 전란를 피해 어린시절 가족과 대만으로 이주해 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기업 컨설턴트이다. 그녀는 후안흑심이라는 이 책에서 고대 중국의 병법서에 담긴 승리 철학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현대 사회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인재들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일화가 담겨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중국의 이야기인 관중과 포숙아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링컨 대통령 등 저명인사들의 각종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으며, 저자는 후안 흑심(이하 후흑)의 철학을 적용하거나 분석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리더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성공학과 처세술을 설명한다. 후흑을 실천하는 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두꺼운 낯빛과 검은 마음으로써 타인에게 자신의 의중을 숨기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리는 강심장을 소유한 대인배의 면모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타인의 비난에 가볍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이 책은 후흑을 실천하는 이는 충동적이거나 쉽게 감정을 표출하고 다른 이들을 초장부터 굴복시키려는 이가 아니라 인내하고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모습에 가깝다는 깨달음을 준다.

후흑의 귀중한 가르침뿐만 아니라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어서 자신의 생각과 이 책으로부터의 가르침을 천천히 적용해 보며 성공하는 삶의 의미와 전략을 찾아 내면화할 수 있다. 이 책이 자세하게 알려주는 후흑의 개념과 본질을 숙지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며 연습하게 되면 심지가 굳은 대인배이자 리더의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이러한 성공학을 미국 등 서양의 비즈니스맨들이 역시 놓칠 리 없었다는 듯이, 미국의 많은 인사들이 후흑을 배우고자 저자를 수소문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군자이자 성공적인 리더십을 갖추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한 번쯤은 꼭 읽어볼 만하다고 본다.

《요로 선생님 병원에 가다》 서평

요로 선생님 병원에 가다 - 나이 듦과 ‘인생’을 대하는 법
요로 다케시.나카가와 케이이치 지음, 최화연 옮김 / 청홍(지상사) / 2022년 1월

나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이 즐겁다. 그리고 이 즐거움은 바로 내가 이런 책을 쓸 때 극대화되는 것 같다. 이 책은 10만 부를 돌파한 원서 베스트셀러이며, 일본 최고의 대학인 도쿄대(동경대) 의학부를 졸업한 뒤, 도쿄대 명예교수로 재직했던 의학박사인 요로 다케시 선생이 쓴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기로 선택한 이유는 일반인이 바라보는 현대 의료 현황과 시스템과는 달리 일본 최고의 의학 권위자 중 한 사람인 저자는 과연 현대 의료계를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역시 나의 의도대로 원하는 책을 골랐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담배를 태우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스스로가 의사이자 해부학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현대 의료계는 환자의 개개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처방을 적용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담배를 태우지 마십시오.' 와 같은 말처럼 행동을 제한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학의 문외한인 일반인들은 자신의 몸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더라도 민간요법에 의존하거나 병원을 기피하다가 병을 키우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로 선생의 생각은 이러한 문외한들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일단 그는 의학에 정통한 일본 최고 엘리트 의사 중 한 사람이며, 평소에는 스스로 진단하고 몸 관리를 하다가 정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온 지금, 병원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정신과 전문의가 바라보는 우울증이나 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행동과 사회의 현상은 일반인들이 각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과는 분명 다르다. 이 책 또한 의학 전문가이자 해부학자인 저자가 의학과 현대 의료계에 대한 시각을 담은 책이니 독자들이 전문가의 관점과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현대 의료계를 비판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현대 의학은 지나치게 통계화되었기 때문에 통계 데이터를 중시하는 의료에서는 확률이 낮은 쪽은 아예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안색이나 청진기를 통해 각 환자를 개별적으로 세밀하게 진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화된 정보를 기반으로 사람을 동일하게 인식하고 일률적인 처방을 내린다는 주장이며, 나는 저자의 이 말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암이 발병하는 구조는 실로 복잡한데 이러한 복잡성을 무시하고 현대 의료는 지극히 이를 단순화하여 인과관계를 좁힌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전문가로부터의 중요한 식견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독자들은 이 내용이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함께 집필한 요로 다케시 선생의 제자이자 도쿄대병원 의사인 나카가와 케이이치 교수는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았음에도 방광염에 걸린 적이 있으나, 흡연자인 요로 다케시 선생은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처럼, 사람의 몸은 너무도 복잡하고 질환은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는 물론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해주지만 결코 데이터에만 매달리며 이를 맹신하는 현대 의료계는 큰 오점을 가지고 있다는 의학 전문가인 저자의 주장이 이 책에 존재한다. 이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현대 의료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요로 다케시 선생 외에도 공동 저자인 나카가와 케이이치 선생도 4장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의학 상식과, 일반인들이 잘못 인지하고 있는 사실들을 지적해주며 올바른 의학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위에 언급한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나는 현대 의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 두 의학자의 책을 한 번쯤은 여러분도 꼭 접해보기를 진심으로 권하고자 한다.

《고마워 적분 -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 서평

고마워 적분 ㅣ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유키 히로시 지음, 오정화 옮김, 전국수학교사모임 감수 / 영림카디널 / 2022년 1월

수학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미적분학은 고등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완전히 이해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고등학교에서 수학이라는 과목 하에 대학 미적분학의 극히 일부만을 학교에서 배우며 이 미지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미적분의 기초에서 우리는 미분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접하고 두근거리며 수학을 공부하려 한다. 그리고 미적분에서 등장하는 접선의 기울기를 뜻하는 미분계수를 시작으로 수많은 공식을 달달 외우며 예제에 적용한 뒤, 그 문제를 맞추면 "내가 미적분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기도 하고, '혹시 내가 수학에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아 도취에 빠지게 된다. 물론 이것은 나와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과정이라고 감히 예상해본다. 즉, 우리는 지금까지 수학이란 과목이 수능 3점, 4점짜리 문제를 풀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 원리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 보여주는 간단한 증명 정도의 아주 단편적인 지식만을 공부해왔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해 온 우리에게 이 책은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님을 증명해준다. 이 책의 저자는 주인공 '나'와 '유리'라는 사촌 여동생을 첫 장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사촌 오빠인 '나'가 여동생에게 미적분의 지극히 기본적인 원리를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중학교 수준의 기본적인 수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 '유리'는 미적분에 숨겨져 있던 원리를 오빠를 통해 자세하고 친절하게 배우게 된다. 단 하나의 수학 공식도 이유 없이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처럼, 각 공식의 이면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원리와 도출 과정을 통해 공식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체화할 수 있다. 모든 수학 교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수학은 사실상 이해와 원리, 기본 개념이 처음이자 끝이 아닌가.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최고의 책이다.

학생이 선생님으로부터 1:1 수학 과외를 받는 것 처럼, 이 공식이 왜 이렇게 도출되었는지, 그리고 이 그래프는 왜 이런 개형으로 그려지게 되는지를 기초부터 천천히, 매우 자세하게, 한 걸음 한 단계씩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단순히 미적분 공식만 있는 수학 공식집이 아니라 수학의 본질이자 원리를 통해 천천히 증명하기 때문에 수학의 원리를 어려워했거나 수학 포기자(일명 수포자) 학생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해보고 싶은 책이다. 그동안 수학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수학의 원리를 간파함으로써 흥미를 느껴보기를 진심으로 권해본다.

《지식재산, 가치를 담다》 서평

지식재산, 가치를 담다 - 디지털 대전환, 국가의 미래를 묻다
김찬훈 지음 / 나라아이넷 / 2022년 1월

이 책을 펴고 약 십여 장을 내리 읽어나간 후, 나의 마음속에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 이 책을 선택해 읽어보길 잘 했구나.' 그만큼 이 책은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시작부터 직설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극히 앞 부분만 읽더라도 지식 재산에 대한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고,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야 할 필요성을 책 스스로가 천명한다. 즉, 끊임없이 유용하고 전문적이며 객관적인 통계 자료 등 팩트를 전달하기 때문에 읽는 내내 독자였던 나의 속을 후련하게 해 주었다.

지식재산권이란 특허, 실용신안권, 저작권을 포함한 개념이며 저자는 바로 이 지식재산이 핵무기보다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여러 번 피력한다. 유용하고 전문적인 지식재산권을 많이 확보한 나라가 유리하며,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차세대 기술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이 덧붙이는 자세한 통계 자료와 함께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으며, 당장 우리 주변국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을 위시한 국가들이 국제 기술, 특허 전쟁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저자와 이 책을 출판해 준 출판사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 책은 일반인들의 교양 함양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권해질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특허법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전반의 지극한 상식들 뿐만 아니라, 법률이나 지식재산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쓰여져 있기 때문에 책이 어려워서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을 것이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 국제사회의 기술 전쟁의 현황을 목도하고 지식재산권에 국가에 미치는 중요성을 꺠닫고자 하며, 이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함양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