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권화, 베껴 쓰기, 뇌새김, 100권 읽기.
이상하다. 분명 주식으로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책인데, 수능 시험을 대비한 비법 전수 같은 이야기로 시작한다. 6년 동안 자식의 실패를 외면하며 뒷바라지해 준 부모님께 포기 선언을 하던 날, 저자는 많이 울었다. 벼랑 끝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던 그가 6년 후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투자에 대한 특별한 재능이나 인맥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종잣돈이 많았던 것도 아니었다. 공시생 시절 익힌 단 하나의 습관이 전부였다.
엉덩이로 버티고, 펜으로 정리하기.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다. 경제, 재테크, 금융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는 경제 용어라고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국어사전을 끼고 앉아 이해하든 못하든 계속 읽었다. 그리고 주옥 같은 내용들을 모아 '단권화'했다.
100권이 넘는 책의 주요 내용만을 간추린 그 단권화 노트는 투자 인생의 지도이자 등불이었다. 하락장이 이어지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급락이 나올 때마다 노트를 펼치고 읽었다. 이미 수십 번 읽어서 외울 정도지만 마치 주문을 외우듯 또 읽었다.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기업의 내재가치와 시장 가격 사이의 괴리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순간이 있다. 기업의 펀터멘털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는데, 시장의 공포나 과도한 비판 때문에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훨씬 아래로 내려가는 구간인 것이다. 바로 요즘 같은 시장이다.
공포에 사고, 환희에 팔라는 말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어디까지 떨어질지 몰라 못 사고, 어디까지 오를지 몰라 못 판다. 그럴 때 저자는 비장의 무기인 단권화 노트를 꺼내 읽었다.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수험생으로 살며 매일 했던 일이었다. 책을 읽은 뒤 나만의 언어로 단권화 노트를 만들어 매일 읽고 또 읽기. 그러면 모르는 문제와 마주쳤을 때, 수십 번 반복해서 읽어둔 내공으로 몸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