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나 역시 아직 '공부'라고 하면 문제를 읽고 정답을 찾는 과정을 떠올린다. 어제 저녁에만 해도 그랬다. 밀린 수학, 사회 문제집을 풀어야 하는데, 그걸 알면서도 책을 읽고 있는 첫째 아이를 보며 일단은 기다렸다. 하지만 경험상 아이는 진짜 책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거나 일부러 모른 척 하거나였다. 중학생이 되면 지금보다 책 읽을 시간이 더 없어진다는데 지금이라도 더 읽게 놔두자 하면서도, 그럼 '공부'는 언제 하나 싶어 한숨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저자가 제시한 훌륭한 교사의 예는 나의 이 불안을 조금 잠재워준다. 학창 시절 인기 있던 선생님들을 떠올려 보자. 여러 부류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딴 이야기를 잘 해주는 분들이었다. 첫사랑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수업과는 전혀 상관 없는 자신의 실수담과 꿈 얘기들. 직접 경험한 것이나 뉴스나 역사 속 이야기도 좋았다. 뭐든 공부만 아니면 다 좋았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런 이야기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때때로 그것들은 삶의 고난과 마주쳤을 때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가짜 공부의 종말>에서 말하듯 아이들의 공부는 모방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겠다.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따라 가상 놀이를 만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나 게임, 책 속 인물을 흉내낸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 친구나 가족, 직접 경험한 일을 포함시켜 서사를 확장해 나간다. 이 과정이야 말로 아이들이 배운 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바람직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진짜 공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