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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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Cu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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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기획하고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

'돌보다'라는 뜻의 라틴어은 "curare"에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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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와 작품을 사전 조사해 연구한 뒤 전시를 기획한다.

이후 해외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대여 후 전시, 반납까지 전반적인 일을 맡는다.

전시를 결정하고 실제로 대여 계약을 체결하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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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Do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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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교육을 받아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작품과 작가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안내인.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

매우 적은 보수를 받거나, 보수를 받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재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자원 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도슨트가 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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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겠다. 난 그림의 '그'자로 모른다.

또 하나 고백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림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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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미술 시간 외에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나에게 그림은 그저 놀라움이다. 특히 실사라고밖에 볼 수 없는 작품 앞에서는 그저 "말도 안 돼!"를 연발하며 경외감을 느낀다. 때로는 '이게 왜 명작이지?' 하며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에 고개를 젓기도 한다. 스타 도슨트인 정우철의 <내가 사랑한 화가들>를 읽고 나니 보물 상자 하나를 건네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 상자 안에는 그림만이 아닌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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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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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거장이라 부르는 화가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그들 역시 우리처럼 여러 일을 겪었고,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인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화가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그들의 인생을 따라가볼 필요가 있다.

저자가 위대한 예술가이자 천재, 거장이라고 추앙받는 화가들의 인생을 공부한 끝에 찾아낸 그들의 공통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그들은 삶에 버거운 고통이 찾아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갔다. 삶의 숙명과도 같은 그 공통점은 저자가 특별히 사랑하는 열한 명 화가들의 인생을 통해 여실히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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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유한한 삶에서 변치 않는 사랑을 바랐던 마르크 샤갈' 편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인생에서 '사랑'은 전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887년 러시아의 비테프스크라는 작은 마을에서 9남매의 맏이로 태어난 샤갈의 본명은 모이셰 세갈이다. 샤갈은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가족은 동유럽 유대인 출신이었으므로 그의 이름을 모세의 러시아식 발음인 모이셰라 지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르크 샤갈은 훗날 파리로 활동지를 옮긴 후 개명한 이름이다.

그 시대 유대인들이 그랬듯 샤갈 또한 궁핍하고 가혹한 생활을 했다. 그러다 유복한 상인 집안의 딸인 벨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둘은 서로를 알아보았고, 운명이라 믿었다. 하지만 두 집안의 경제적 차이가 너무 컸다. 벨라를 너무 사랑하지만 자신의 초라함을 견딜 수 없었던 샤갈은 화가로 성공한 뒤 다시 돌아와 청혼하겠다고 약속한 뒤 파리로 떠난다.

이 후 상황은 그가 1913년 그린 <손가락이 일곱 개인 자화상>을 통해 알 수 있다. 고향에 대한 추억을 품고 하루 빨리 화가로 성공해 벨라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일곱 개의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행히 그 노력은 빛을 발해 샤갈은 파리에서 작품을 전시하며 인기를 얻어 금의환향하게 된다.

꿈에도 그리던 벨라와 결혼식을 하고, 천사같은 딸을 낳은 후 샤갈의 인생은 행복의 길로 들어서는 듯했다. 하지만 제 1차 세계대전과 나치 치하를 겪으며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던 샤갈은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떠돌이 생활을 한다. 이 당시의 대표작이 바로 <연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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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그린 1937년 그는 몇 년동안 거절당했던 프랑스 시민권을 발급받았다. 한 편으로는 유대인으로서 끝없는 공포와 두려움, 좌절감에 시달린 시기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국기 색인 흰색, 파란색, 빨간색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당시 샤갈의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주된 정서는 단연 벨라에 대한 사랑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림 가운데 한 연인이 있는데 마치 샤갈이 벨라의 어깨에 기대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는 샤갈이 벨라에게 많은 위로를 받고 의지했음을 보여준다. 오른쪽 아래에는 고향 마을인 비테프스크를 떠올리게 하는 마을, 염소, 바이올린을 든 수탉도 보인다.

유대인 숙청에 앞장섰던 히틀러는 샤갈을 콕 집어 제거해야 할 예술가로 언급했었다. 그가 느낀 두려움과 불안은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안전을 위해 미국을 떠난 샤갈은 그 곳에서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파리가 해방됐다는 기쁜 소식을 듣는다. 최대한 빨리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었던 두 사람은 서둘러 짐을 챙긴다. 하지만 가벼운 인후통인 줄 알았던 벨라의 바이러스 감염은 결국 그녀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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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9월 2일 저녁 여섯 시경.

벨라가 이 세상을 떠날 때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내가 사랑한 화가들, 34쪽

벨라의 장례식장에서 아기처럼 흐느끼던 샤갈은 한동안 붓을 들지 못했다. 사랑하는 벨라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방황하던 그를 일으켜 세운 건 벨라가 선물해준 딸이었다. 샤갈은 딸의 도움을 받아 벨라가 남긴 원고에 삽화를 그리기로 했다. 벨라의 글을 정리하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두 사람이 함께했던 시절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듯했다고 하니 벨라는 샤갈에게 진정한 뮤즈임에 틀림없다.

그 후 샤갈은 98세의 나이로 눈을 감을 때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긴다. 그림을 시작한 순간부터 생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그의 그림에는 사랑이 빠지지 않았다. 삶에 기쁨을 가져다 준 것도 사랑이오, 고통을 가져다 준 것도 사랑이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로막혀 실의에 빠져있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해 준 것 역시 사랑이었다. 오늘도 힘들고 외로운 하루를 보낸 누군가가 샤갈의 말을 듣고 내일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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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내가 사랑한 화가들,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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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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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했다. 우리에게 가장 확실한 미래는 죽음이라고.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한 시도 쉬지 않고 다가가는 우리지만 죽음의 코 앞에 이르기 전까지는 나 또한 죽는다는 것을 실감하기 어렵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의도치 않게 한 번씩 나의 죽음과 그 이후의 세상을 그려보곤 한다. 그럴 때면 사방이 잘 보이지 않아 더듬더듬 벽을 짚어가며 가던 길에 번쩍하며 큰 빛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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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창창한 이 아이는,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한 과거만 남아 있는 나와 아주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그 메세지는 간단하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숨결이 바람될 때,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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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폴 칼라니티는 의과 대학원에 들어가고 나서야 저명한 외과의이자 철학자인 눌랜드의 획기적인 저서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를 읽었다. 이 책을 읽은 후 폴은 금붕어든 사람이든 모든 생물은 죽는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그 책처럼 직접적이고 전면적으로 논한 책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후 스탠퍼드에서 영문학을, 케임브리지에서 의학을 역사를 공부하며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죽음이란 직접 대면해야만 알 수 있는 거라는 확신이 더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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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자신의 병을 진단해야만 하는 상황은 어떤 심경일까. 너무도 명확한 증상과 검사 결과지 앞에 무릎 꿇을 것인가, 아니면 그럴 리 없다, 그 병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그 병에 걸렸을 리도 없고 진행 상황을 알아채지 못했을 리 없다며 부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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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진단이 확정된 후 폴은 울었다. 그리고 죽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내인 루시에게는 재혼하라고, 그녀가 혼자 남겨진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담보 대출을 이자가 더 낮은 곳으로 당장 바꿔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후 폴의 증세는 오르락내리락하며 한 곳을 향해 내달린다. 와중에 그와 루시는 아기를 갖기로 합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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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헤어져야 한다면 죽음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도 아기는 멋진 선물 아니겠어?"

내가 말했다.

숨결이 바람될 때, 174쪽

둘은 아기를 갖기로 한 결정을 양가에 알리고, 가족의 축복을 받았다. 아기를 갖는 것이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 위함이라 하지만 처음 나는 그들의 결정의 동의할 수 없었다. 내 쪽에서 그건 승률이 0이나 다름없는 도박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도 희망이 필요한 존재'라는 그의 말에 한 가득 터져 나오려는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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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은 알고 있다. 그가 떠난 후 루시와 그의 딸 케이디의 삶에 많은 것들이 부재할 것이라는 걸.. 하루가 다르게, 한 주가 다르게 성장하는 딸을 보는 폴은 아빠로서 염원한다. 케이디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할 정도까지만이라도 살고 싶다고. 그리고 써내려간다. 언젠가 자신의 목숨은 사라지겠지만 글은 그렇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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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의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숨결이 바람될 때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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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글 속에 살아있다. 덕분에 남아 있는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폴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기적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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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우리말 사전 - 봄 여름 가을 겨울
신소영 지음, 소복이 그림,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우리말가르침이 감수 / 가나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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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우리말이 참 어렵다는 걸 느낀다. 맞춤법이나 띄어 쓰기도 그렇지만 40여 년을 살아왔는데 아직도 모르는 말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다 외국어 능력은 필수이고, 골목골목마다 외래어 간판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순우리말은 도리어 생경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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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여왕>으로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작가 신소영은 순우리말은 우리의 삶 속에서 순수하게 우러나온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느낌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생활 속에서 살려 쓰고, 글로도 표현해가며 같이 지키자고 제안한다. 그리하여 이 책, <사계절 우리말 사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14개씩 사전에서 찾아보지 않는 한 들어보기도 힘든 순우리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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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이니만큼 아무래도 겨울 편이 눈에 들어와 아이들과 번갈아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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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눈 : 발등까지 빠질 정도로 비교적 많이 내린 눈.

도둑눈 : 밤 사이에 사람들이 모르게 내린 눈.

풋눈 : 이른 겨울에 들어서 조금 내린 눈.

진눈깨비 : 비가 섞여 내리는 눈.

싸라기눈 : 빗방울이 갑자기 얼어서 떨어지는 쌀알 같은 눈. 싸락눈.

눈설거지 : 눈이 오려고 하거나 올 때, 눈에 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치우거나 덮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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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눈이나 진눈깨비, 싸라기눈은 들어봤지만 발등눈, 풋눈, 눈설거지는 난생 처음 들어본다. 발등눈이나 풋눈은 어느 정도 의미를 예상해 볼 수 있었으나 눈설거지는 아무리 갸웃갸웃하며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말 그대로 눈으로 그릇을 씻는다는 건가 싶었으나, 눈을 맞아 젖거나 망가지면 안 되는 것들을 미리 단속하는 일을 뜻하는 거였다. 두어장 넘겨보니 고추바람이 나왔다. 살을 에는 듯 매섭게 부는 차가운 바람을 일컫는 말이다. 매운 고추를 먹었을 때 얼얼함이 찬 바람에 얼어붙은 손과 볼의 느낌과 비슷해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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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실생활에 써봄직한 순우리말이 가득해 읽고 활용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을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읽고, 그 아이들의 언어가 이어지고 넓게 퍼져 간판이나 제품 이름 등에 순우리말이 쓰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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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한국사 - 경계를 넘나들며 만들어낸 한국사의 단단한 궤적
박광일 지음 / 생각정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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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선이 있다. 나와 너를 지키는 선, 이 쪽과 저 쪽을 나누는 선. 어떤 선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기도 한다. 지난 일주일 동안 혼란의 대한민국은 선 위에, 그러니까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경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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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만큼 다양한 해석이 있는 주제도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 했다. <선 넘는 한국사>의 저자는 한 나라의 긴 역사를 몇몇 특정 사건, 혹은 잘못된 자료를 해석하고 이를 다른 사건에도 적용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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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 '가부장', '쇄국', '약소국' 등 우리 스스로가 선을 그으며 만들어낸 역사관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미래를 선택한다면 그 결과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아닌, 과거에 얽매일 미래가 될지도 모릅니다.

선 넘는 한국사,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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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번도의 역사 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국경을 넘나들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는지 탐구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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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선사 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동아시아를 무대로 종횡무진 활동했던 선조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2부는 한번도의 지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그동안 잃고 되찾은 우리의 땅와 역사를 돌아본다.

3부는 경계를 넘나든 교류와 혼합을 통해 더욱 강해진 한국사를 탐구한다.

4부는 제국의 시대를 넘어, 민국을 탄생시킨 사상과 움직임을 다룬다.

마지막 5부는 동서양의 만남을 통해 탄생한 '가장 한국적인 것'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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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지 않지만 조선 세종 때는 여성의 여행이 금지됐었다. 이를 어길 시, 곤장 100대에 처해진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난사람은 있는 법. 김금원은 어느 한 기생 집안에서 태어나 15세가 되면 기생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었다. 14세가 된 그녀는 지금으로 치자면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실천하기로 마음 먹는다. 바로 조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가봐야 한다는 금강산 여행이었다. 이를 위해 남장까지 감행한 김금원은 제천 의림지, 단양의 동굴과 청풍의 옥순봉 등 지금의 단양 8경을 둘러보았다. 후에 금강산을 둘러보고 남쪽으로 걸음을 옮겨 관동 8경까지 섭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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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여행에서 돌아온 김금원은 '금앵'이라는 관기로 살며 자신의 길을 가려했다. 하지만 그녀의 재주와 총명함을 아쉬워한 하늘이 다른 문을 열어주었다. 사대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김금원은 김덕희라는 양반의 첩이 되어 다시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김덕희가 의주부윤으로 부임하게 되자 김금원 역시 평양을 거쳐 의주에 머무르게 된다. 2년 후 다시 한양으로 돌아온 그녀는 대체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여인들과 '삼호정시사'라는 시 모임을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양반 남성 문인들과도 교류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작품 활동 속에서 <호동서락기>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다. 이는 호서 지역과 관동 지역, 그리고 관서 지역과 당시 낙양으로 불렸던 서울 지역을 여행했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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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써서 전하지 않는다면 누가 오늘날 금원이 있었음을 알겠는가."

선 넘는 한국사. 252쪽

그녀는 덧붙였다.

"하늘은 나에게 산수를 즐기는 어진 성픔과 눈과 귀로 듣고 볼 수 는 능력을 주어 다만 산수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고절하게 보고 듣게 해 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는 삶이 미덕이었던 조선 시대에 김금원은 어떻게 이런 당돌함을 장착하며 살 수 있었을까. 가만히 눈을 감아 보니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금강산에 오르는 그녀의 발걸음이 떠오르는 듯하여 당장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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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여성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김금원을 소개한 저자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넘지 못할 선이 하나 있다고 말한다. 그녀가 둘러본 금강산과 평양, 그리고 의주 등은 그 시절에는 없었던 새로운 금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장벽은 없었다가도 생기고, 생겼다가도 없어지기도 하니 자유롭게 금강산을 여행할 날을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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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긴 호흡으로 봐야한다. 그런 면에서 <선 넘는 한국사>는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며 한국사에 그었던 경계선을 좀 더 길고 넓게 확장하도록 돕는다. 우리 안의 편견과 경계를 짓는 우월 의식에서 벗어나야 세계와 나, 타자를 바라보는 더 넓고 깊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삶 자체가 역사라는 저자의 말이, 다소 무겁고 아주 소중하게 다가오는 오늘이다.



 
선 넘는 한국사
저자
박광일
출판
생각정원
발매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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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대화력 - 엄마의 말투가 결국 해내는 아이를 만듭니다
허승희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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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대화력>은 17년차 4남매의 엄마이자 20년 차 교사가 쓴 책이다. 4남매의 워킹맘이라니. 한 배에서 나왔으나 제각각인 4남매와 보내는 일상, 그리고 교실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과의 시간. 실제 엄마와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를 분석하며 연구를 거듭한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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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모든 아이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화법과 교육 방법을 찾을 때

아이들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엄마의 대화력,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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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육아서를 읽어도 여전히 육아가 어려운 이유다. 책에 나온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 내 아이는 베스트셀러에서 제시한 바람직한 솔루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일이 전쟁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오늘이 오늘이 아니라, 어제나 한달 전이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해도 아이들은 그대로다. 하지 말라는 건 줄기차게 하고, 하라는 건 안 들리는 척 한다. 참다참다 고질라가 되어 폭발한 날, 아이들이 잠든 뒤 혼자만의 고해 성사를 하다 보면 빠짐없이 하는 후회가 있다. 그렇게 말하지 말 걸.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백만 개의 후회 뒤에는 새로운 아침부터 실천할 예시문을 연습해보곤 한다. 이러한 엄마의 말연습은 아이와의 대치 상황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준다. 부모의 어휘나 말투, 태도와 눈빛. 아이들은 그 모든 것을 예의주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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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겠지만, 저자는 20여 년동안 초등학교 담임을 맡아 현장에서 수많은 경험을 했지만 그동안 똑같은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이 자란 가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가정에는 부모가 있다. 내 아이는 왜 이럴까, 이전에 '나는 어떤 부모인가' 하는 성찰이 선행되야 하는 이유다. 그런 다음에 내 아이와 직접 부딪치며 그에게 맞는 육아와 대화, 나아가 공부 지도를 해야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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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저자는 아들 셋을 키우다 늦둥이 막내 딸을 낳았다. 한 부모 아래서 태어났지만 4남매의 성격은 어디 하나 닮은 구석이 없었다. 저자 역시 엄마가 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육아서를 읽고 참고하여 실천해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선배 맘의 조언도 저자의 아이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엄마의 똑같은 말 한 마디에 4남매 모두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고 한다. 여기서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기질'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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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기질은 초등학생에게도 친숙해진 MBTI로 대표되는 추세다. 첫째 아이도 한동안 본인과 친구들, 가족 모두의 기질 파악에 열을 올렸었다. 그러려니 하며 지켜보던 중 우려하던 바가 나타나 대화의 시간을 마련한 적이 있다. MBTI는 자신의 기질과 비슷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이해 혹은 인정하고,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한 뒤 보완하자는 의미로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그것이 그들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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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T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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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말이다. "내가 우울해서 빵을 샀어."라고 물었을 때, '우울함'이라는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고 무슨 일이 있었냐며 위로해주면 F 유형, 그래서 어떤 빵을 샀으며 그 빵은 어디에 있냐고 물으면 T 유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세상 사를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단칼에 나눌 수 있겠는가. 그렇다한들 세상이 우리를 그대로 두질 않는다. 우리는 사회화라는 과정을 통해 T지만 F로, F지만 T로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내 아이의 기질이 어떤 유형에 가깝다고 해서 단정짓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내 아이만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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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말미에는 엄마들의 관심사 중 하나인 '영재교육원'애 대한 꿀팁이 대방출되고 있다. 실제 자료와 면접을 대비한 질문, 그리고 주의 사항이 반갑다. 어두운 밤 눈길에 서 있는데 저 앞 빛을 향해 먼저 간 앞사람의 발자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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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엄마를 가장 사랑한다. 엄마만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 그것은 말 한 마디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엄마의 대화력을 키워 아이들과 더 행복한 오늘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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