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한국사 - 경계를 넘나들며 만들어낸 한국사의 단단한 궤적
박광일 지음 / 생각정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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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선이 있다. 나와 너를 지키는 선, 이 쪽과 저 쪽을 나누는 선. 어떤 선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기도 한다. 지난 일주일 동안 혼란의 대한민국은 선 위에, 그러니까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경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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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만큼 다양한 해석이 있는 주제도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 했다. <선 넘는 한국사>의 저자는 한 나라의 긴 역사를 몇몇 특정 사건, 혹은 잘못된 자료를 해석하고 이를 다른 사건에도 적용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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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 '가부장', '쇄국', '약소국' 등 우리 스스로가 선을 그으며 만들어낸 역사관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미래를 선택한다면 그 결과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아닌, 과거에 얽매일 미래가 될지도 모릅니다.

선 넘는 한국사,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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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번도의 역사 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국경을 넘나들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는지 탐구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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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선사 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동아시아를 무대로 종횡무진 활동했던 선조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2부는 한번도의 지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그동안 잃고 되찾은 우리의 땅와 역사를 돌아본다.

3부는 경계를 넘나든 교류와 혼합을 통해 더욱 강해진 한국사를 탐구한다.

4부는 제국의 시대를 넘어, 민국을 탄생시킨 사상과 움직임을 다룬다.

마지막 5부는 동서양의 만남을 통해 탄생한 '가장 한국적인 것'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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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지 않지만 조선 세종 때는 여성의 여행이 금지됐었다. 이를 어길 시, 곤장 100대에 처해진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난사람은 있는 법. 김금원은 어느 한 기생 집안에서 태어나 15세가 되면 기생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었다. 14세가 된 그녀는 지금으로 치자면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실천하기로 마음 먹는다. 바로 조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가봐야 한다는 금강산 여행이었다. 이를 위해 남장까지 감행한 김금원은 제천 의림지, 단양의 동굴과 청풍의 옥순봉 등 지금의 단양 8경을 둘러보았다. 후에 금강산을 둘러보고 남쪽으로 걸음을 옮겨 관동 8경까지 섭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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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여행에서 돌아온 김금원은 '금앵'이라는 관기로 살며 자신의 길을 가려했다. 하지만 그녀의 재주와 총명함을 아쉬워한 하늘이 다른 문을 열어주었다. 사대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김금원은 김덕희라는 양반의 첩이 되어 다시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김덕희가 의주부윤으로 부임하게 되자 김금원 역시 평양을 거쳐 의주에 머무르게 된다. 2년 후 다시 한양으로 돌아온 그녀는 대체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여인들과 '삼호정시사'라는 시 모임을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양반 남성 문인들과도 교류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작품 활동 속에서 <호동서락기>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다. 이는 호서 지역과 관동 지역, 그리고 관서 지역과 당시 낙양으로 불렸던 서울 지역을 여행했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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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써서 전하지 않는다면 누가 오늘날 금원이 있었음을 알겠는가."

선 넘는 한국사. 252쪽

그녀는 덧붙였다.

"하늘은 나에게 산수를 즐기는 어진 성픔과 눈과 귀로 듣고 볼 수 는 능력을 주어 다만 산수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고절하게 보고 듣게 해 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는 삶이 미덕이었던 조선 시대에 김금원은 어떻게 이런 당돌함을 장착하며 살 수 있었을까. 가만히 눈을 감아 보니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금강산에 오르는 그녀의 발걸음이 떠오르는 듯하여 당장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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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여성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김금원을 소개한 저자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넘지 못할 선이 하나 있다고 말한다. 그녀가 둘러본 금강산과 평양, 그리고 의주 등은 그 시절에는 없었던 새로운 금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장벽은 없었다가도 생기고, 생겼다가도 없어지기도 하니 자유롭게 금강산을 여행할 날을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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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긴 호흡으로 봐야한다. 그런 면에서 <선 넘는 한국사>는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며 한국사에 그었던 경계선을 좀 더 길고 넓게 확장하도록 돕는다. 우리 안의 편견과 경계를 짓는 우월 의식에서 벗어나야 세계와 나, 타자를 바라보는 더 넓고 깊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삶 자체가 역사라는 저자의 말이, 다소 무겁고 아주 소중하게 다가오는 오늘이다.



 
선 넘는 한국사
저자
박광일
출판
생각정원
발매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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