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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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했다. 우리에게 가장 확실한 미래는 죽음이라고.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한 시도 쉬지 않고 다가가는 우리지만 죽음의 코 앞에 이르기 전까지는 나 또한 죽는다는 것을 실감하기 어렵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의도치 않게 한 번씩 나의 죽음과 그 이후의 세상을 그려보곤 한다. 그럴 때면 사방이 잘 보이지 않아 더듬더듬 벽을 짚어가며 가던 길에 번쩍하며 큰 빛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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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창창한 이 아이는,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한 과거만 남아 있는 나와 아주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그 메세지는 간단하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숨결이 바람될 때,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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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폴 칼라니티는 의과 대학원에 들어가고 나서야 저명한 외과의이자 철학자인 눌랜드의 획기적인 저서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를 읽었다. 이 책을 읽은 후 폴은 금붕어든 사람이든 모든 생물은 죽는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그 책처럼 직접적이고 전면적으로 논한 책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후 스탠퍼드에서 영문학을, 케임브리지에서 의학을 역사를 공부하며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죽음이란 직접 대면해야만 알 수 있는 거라는 확신이 더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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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서 자신의 병을 진단해야만 하는 상황은 어떤 심경일까. 너무도 명확한 증상과 검사 결과지 앞에 무릎 꿇을 것인가, 아니면 그럴 리 없다, 그 병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그 병에 걸렸을 리도 없고 진행 상황을 알아채지 못했을 리 없다며 부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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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진단이 확정된 후 폴은 울었다. 그리고 죽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내인 루시에게는 재혼하라고, 그녀가 혼자 남겨진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담보 대출을 이자가 더 낮은 곳으로 당장 바꿔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후 폴의 증세는 오르락내리락하며 한 곳을 향해 내달린다. 와중에 그와 루시는 아기를 갖기로 합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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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헤어져야 한다면 죽음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도 아기는 멋진 선물 아니겠어?"

내가 말했다.

숨결이 바람될 때, 174쪽

둘은 아기를 갖기로 한 결정을 양가에 알리고, 가족의 축복을 받았다. 아기를 갖는 것이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 위함이라 하지만 처음 나는 그들의 결정의 동의할 수 없었다. 내 쪽에서 그건 승률이 0이나 다름없는 도박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도 희망이 필요한 존재'라는 그의 말에 한 가득 터져 나오려는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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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은 알고 있다. 그가 떠난 후 루시와 그의 딸 케이디의 삶에 많은 것들이 부재할 것이라는 걸.. 하루가 다르게, 한 주가 다르게 성장하는 딸을 보는 폴은 아빠로서 염원한다. 케이디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할 정도까지만이라도 살고 싶다고. 그리고 써내려간다. 언젠가 자신의 목숨은 사라지겠지만 글은 그렇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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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의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숨결이 바람될 때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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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글 속에 살아있다. 덕분에 남아 있는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폴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기적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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