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괜찮은 내가 될 거야 - 정신분석가가 10대에게 전하는 자기 이해 수업
이승욱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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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청소년들과 꽤 가까이 지내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급변하는 시대에 따라 새로 만들어지고, 결합하고, 짧아지는 청소년용 어휘 뿐 아니라 아이들과의 진솔한 대화에서 나왔을 법한 일화가 그것을 뒷받침해주었다. 또 굉장히 현실적인 조언이 청소년 시절을 지나 부모가 된 지금의 내 입장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 중 비 오는 늦은 밤 헤어진 연인의 "자니?"라는 질문만큼이나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넌 꿈이 뭐니?"에 대한 조언은 신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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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ON 2

꿈이 뭐냐고 물으면 왜 화가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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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이 싫은 건 공부라는 결말 때문이지

- 가능성을 넓히는 거라고 생각해 봐

- 너의 환경이 꿈을 정하도록 내버려두지 마

- 결핍이 우리를 어른으로 만들기도 해

- 학교 공부? '배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배워야 해

나는 꽤 괜찮은 내가 될 거야

2장의 제목은 부모로서 뜨끔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대한민국 부모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어떤 꿈을 말하건 모두 공부와 연결시키는 기괴함이다. 공부와 전혀 상관이 없는 꿈이 뭘까 고민 고민 끝에 찾아낸다 해도 '기-승-전-그러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네.'인 것이다.

어른들은 왜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걸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먹고 살기 바빠 꿈을 미뤄두고 잊고 사는 어른일수록 아이들의 꿈을 통해 대리만족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참고 견디며 고생하는 이유는 다 자식의 꿈 때문이다. 그러니 그 꿈이 원대하고 창대할수록 덜 불안한 것이다.

이에 저자는 확고히 조언한다. 이런 이유로 꿈을 묻는 어른들의 마음에 정답을 주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차피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예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부모님에게 환상을 심어주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정곡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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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몇 년 전 어느 대학의 학생상담센터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장기 부모 애착과 아동기 만족도 연구를 진행했다. 부모님과의 정서적 관계의 밀접도와 유년기 성장에서 느낀 감정 등에 대한 연구였다. 이 연구에서 아동기 결핍이 가장 높게 나온 과는 다름 아닌 아동학과와 유아교육과 학생들이었다. 자신의 아동기에 애정이 결핍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동을 돌보는 일을 통해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심리적 결핍은 가장 강력한 성취 동력이다. 내 삶을 만족스럽게 만드는 것은 더 많이 '가짐'이 아니라 내게 없는 것을 '채움'인 것이다. 특정 영양분이 부족해서 어떤 음식이 당기는 상황이라기보다 지치고 힘든 어느 날 엄마 밥이 주는 따스함과 토탁임이 절실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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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잘 때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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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때는 무슨 꿈을 꾸었더라.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가수가 되고 싶을 때도 있었던 것 같고, 지금은 그저 책 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 꿈은 바뀐다. 그러니 청소년기인 지금 먼 미래의 꿈에 대해 고민하느라 밤잠 설치지 말자. 저자의 쿨한 말처럼 그냥 밤에 잘 자면서 좋은 꿈을 꾸자. 그 꿈들이 모이고 쌓이는 동안 우리는 미숙하고 서툰 우리 자신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더욱 멋진 모습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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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어벤저스 4 - 형법, 진짜 범인을 찾아라! ㅣ 어린이 법학 동화 4
고희정 지음, 최미란 그림, 신주영 감수 / 가나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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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아이도 믿고 보는 어벤저스 시리즈.

이번에는 <변호사 어벤저스 4. 형법, 진짜 범인을 찾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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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이란 범죄가 되는 행동과 범죄에 대한 처벌을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놓은 것이다. 따라서 형법에는 어떤 행동이 범죄가 되고, 그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어떤 벌을 줄 지 적혀 있다. 대한민국의 형법은 1953년 9월 18일에 처음 제정되었고, 이후 여러 번 개정을 거쳐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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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어벤저스 4>에는 두 가지의 형사 사건이 등장한다. 하나는 중학교 2학년인 김해나의 상습 절도건, 또 다른 하나 역시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상습적으로 사기 거래를 한 이용해의 건이다. 그 중 김해나의 사건은 이 시대의 아이들과 부모에게 거울 효과를 주기에 적절하다.

김해나는 자타 공인 모범생이다. 그런데 최근 무인 문구점에서 다섯 번에 걸쳐 절도 행위를 했다고 고소를 당하고 만다. 해나 본인은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고 하고, 해나의 어머니 역시 용돈도 넉넉히 받는 아이가 물건을 훔칠 이유가 없다며 무고를 주장한다. 덧붙여 CCTV 영상에서 해나의 모습을 캡쳐해 문구점에 붙여 놓은 문구점 주인을 명예 훼손으로 고소할 계획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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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랑스러운 어린이 변호사 양성 프로젝트 2기 동기생인 양미수, 권리아, 유정의의 조사 끝에 해나의 언행은 거짓임이 드러난다. 세 사람은 먼저 해나가 친구들에게 선물한 목록이 문구점에서 도난 당한 것과 같다는 것에 의심을 품었다. 그리고 해나가 문구점을 구경하며 물건을 샀다고는 하는데 계산하는 모습이 찍히지 않은 것도 이상했다. 이 같은 사실을 차근차근 늘어놓으며 해나를 설득해 끝내 자백을 얻어낸 어린이 변호사들은 해나 어머니를 만났다.

엄마에게 혼날까 봐 사실을 고백할 때를 놓친 해나는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내 모범생 딸이 도둑질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해나 엄마는 기가 막혀 가슴을 치며 화를 냈다. 창피하고 속이 상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지금은 어떻게든 해나의 앞길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생각할 때이다.

해나의 범행 이유는 무엇일까. 잘못된 소비 습관일 수도 있고, 친구들에게 환심을 사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라 단정짓기에는 분명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그러던 중 모두를 더 큰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한다. 해나가 이번에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잡혔다는 것이다. 본인이 훔친 물건의 가격도 모른 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자백하는 해나의 모습에 양미수와 권리아는 해나에게 말 못할 사연이 있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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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건을 훔치는 이유, 다른 이유가 있는 거죠?"

해나가 한숨을 푹 쉬더니 털어놓기 시작했다.

"휴, 저도 제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불안하고 힘들 때면 자꾸 훔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변호사 어벤저스 4, 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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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는 양미수와 권리아의 관심이 또 한 번의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겨우 마음을 열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고, 그럴 때마다 순간 짜릿한 기분이 들어 기분이 나아졌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이 들거나 우울한 기분이 들면, 자꾸 훔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데, 참기가 힘들다는 거다. 당연히 나쁜 짓인 줄 알고, 언젠가는 들킬 걸 알면서도 말이다. 결국 해나는 '병적 도박' 상태임이 드러난다. 해나의 엄마는 마치 모든 일이 원인이 자신인 것 같아 큰 울음을 터뜨린다.

이후 해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았고, 고소인들과 합의한 후 충분히 보상도 했다. 해나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고소인들은 처벌 불원서를 제출해 주었고, 해나에 대한 전문의의 진단 등으로 기수 유예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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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전화위복'으로 마무리된다. 해나 자신과 그 가족에게는 분명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태로 끝난 게 아니라 모두에게 더 나은 길을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했다. 이 세상 모든 이야기는 성장 스토리라고. 나 역시 우리 아이들 또래인 해나의 불안과 잘못된 해소 방법을 통해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몸도 마음이 건강한 것이 최고라고. 이 세상 모든 아이의 성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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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 -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 여행이라는 선물
권혜경 지음 / 오늘산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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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장소에만 첫인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책에도 첫인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파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사이에 두고 쓰여진 이 책의 제목 <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를 맞닥뜨린 순간 이미 상견례 프리 패스의 느낌이다. 발권이 완료됐다니. 그럼 이제 무엇부터 해야 하지? 숙소도 예약하고 일정을 짜고 짐도 챙겨야지. 어디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이 발권됐는지도 모른 채 그저 멋대로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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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결혼 기념일을 기념하며 축하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영국이라고 한다. 주로 유럽의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매년 결혼한 날에 축하 예배를 하던 것에서 유래된 풍습이다. 유럽 등지에서는 그 중 특별히 결혼 50주년 기념일에는 금혼식을, 25주년에는 은혼식을 하기도 한다. 이날은 은으로 된 물건을 주고받으며, 부부여행을 떠나는 등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는 은혼식을 맞이하여 쉬는 시간에도 일을 생각하는 무뚝뚝한 남편을 위해 유럽 맥주 여행을 기획한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대한항공 A380 비즈니스석을 타고 시작한 그들의 맥주 투어는 읽는 내내 나를 '만약에' 라는 상상 속으로 밀어넣었다. 술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국적인 분위기의 펍에서 갓 따라준 시원한 생맥주 한 잔쯤은 단 번에 들이킬 자세는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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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여행은 길 찾는 게 반이다.

난 길치이면서도 얼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별로 없다.

집에서 길을 나서는 순간 모든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길을 잃으면 계획하지 못했던 또 다른 여정을 볼 수 있으니 그것도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그래서 길치에서 못 벗어나는 걸까?

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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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치는 아니지만 저자의 말에 동의할만한 경험은 여러 번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행 뿐 아니라 하루를 보내는 데도 꽉 찬 계획을 짜는 편이었다. 하지만 열정도, MBTI도 늙는다. 해가 갈수록 나의 여행 일정은 허술해지고, To do list 역시 간소해지고 있다. 그래도 내 여행과 일상은 저자가 미국 연수 당시 머물렀던 하숙집 아줌마인 제인의 말처럼 '문제 없었다'. 사실 문제는 곳곳에서 터졌지만, 이렇게 저렇게 해결되는 듯 보이기도 하고, 많은 경우 문제를 그대로 끌어안고 지나가기도 했다. 여행과 인생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이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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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인 '여행, 사랑 그리고 사람'을 읽으며 그녀가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 나 역시 두 손 모아 감사하기에 이르렀다. 만약 그 때 그 곳에서 구세주같은 그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문제가 있었을 테니 말이다. 어렵게 구한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티켓을 팔아 해산물을 배터지게 같이 먹어준 저자의 쌍둥이 동생, 어쩌다 K마트에서 좋은 삼겹살을 사는 날에는 5층짜리 도서관을 뒤져 저자를 찾아내는 제인 아줌마, 여권이 든 가방을 도둑맞은 저자 일행을 도와준 자유로운 영혼의 털보 신부님, 비행기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하와이 키다리 아저씨와 국제 연애를 이어가다 혼인 신고를 한 저자의 지인 등.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여행도, 일상도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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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마음 속으로 고흐가 한 시절을 지낸 아를로의 발권을 완료했다. <밤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이 된 그곳에 앉아 고흐가 검은색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만을 사용해 그려낸 밤하늘, 그리고 그 하늘의 별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야 말 것이다. 그날 그곳에 누가 내 옆에 앉아 있게 될 지. 서로의 여행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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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
저자
권혜경
출판
오늘산책
발매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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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이 물리 박사라고? ㅣ 고전에 빠진 과학 1
정완상 지음, 홍기한 그림 / 브릿지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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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물리 박사라니.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제목이다. 이 갸우뚱한 책의 제목을 짓고 글을 쓴 저자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이론 물리학을 전공하며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정완상이다. 지금은 경상국립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물리 사랑을 전파하고 있는 교수이다.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알만한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 <과학 공화국 법정 시리즈>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믿고 봐도 좋을 책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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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과 산적 삼 형제는 '가난한 사람을 살린다'는 뜻의 활빈당을 만들어 한양으로 향한다. 형인 유천을 만나 어머니가 계신 곳을 알아내려는 것이었다. 그 여정에서 어려움에 처한 백성들과 부패한 관군 등을 맞닥뜨리게 된다.

불의를 보고 돌아서면 홍길동이 아닐터.

그는 온갖 과학 지식을 통해 백성을 구하고 관군을 물리친다. 관성과 원심력을 이용해 날달걀과 삶은 달걀을 구분하여 산적 삼 형제가 잃은 돈을 찾아주고,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끌어당기는 자석의 성질을 이용해 사이비 교주가 갈취한 돈을 찾아준다. 또 빛과 오목거울을 성질을 이용해 탐관오리의 생일 잔치를 불바다로 만들고, 그가 나라에서 받아 빼돌려 창고에 쌓아둔 스무 가마가 넘는 쌀을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눠준다. 이 과정에서 움직도르래의 원리를 적용해 무거운 쌀 가마를 손쉽게 담 너머로 넘겨 실을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빛의 굴절과 반사, 소리의 진동, 물체의 탄성, 그리고 전자석까지 다양한 물리 이론을 홍길동의 선행을 따라가며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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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내가 꼽은 최고의 명장면은 바로 초반부에 홍길동이 산적 삼 형제와 힘 겨루기를 하는 부분이다. 힘깨나 쓴다는 삼 형제가 차례로 집채만한 바위를 들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왜냐하면 길동이 손톱으로 자신의 칼을 끼익 끼이익 소리가 나도록 긁어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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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싫은 소리를 듣거나 싫어하는 걸 생각하면 힘이 약해지고,

맛있는 것이나 좋아하는 걸 떠올리면 신경계가 활성화되어 근육의 힘이 세진단다.

나는 먹고 싶은 걸 떠올려 봐야겠군.

피자, 랍스타, 스테이크, 탕수육......

홍길동이 물리 박사라고?,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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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유용한 과학이다. 만약 아이가 이 책 읽기 주저한다면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봐야겠다. 그리고 옆에 앉아 이 책을 뒤적거려 보는 거다. 약간의 정보를 흘리면서.

"어머, 춘향이가 화학 천재라고도 나왔네? 이건 또 뭐야, 별주부가 생물 달인이고, 김선달이 지구과학 고수라니? 제목들이 다 왜 이래? 근데 재밌긴 할 것 같은데? 일단 이거, 홍길동이 물리 박사라고 엄마가 먼저 봐도 돼?"

아이는 대답할 것이다. 절대 안 된다고. 어쩌면 훗날 아이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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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연기자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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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이 물리 박사라고?
저자
정완상
출판
브릿지북스
발매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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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로 읽는 진로 이야기
정형권 지음 / 성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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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첫째가 5학년이 된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빨간 풍선을 받아들고 나오며 신나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시간이 참 빠르다. 아직 진로를 정할만큼 특출한 재능을 보이거나 푹 파고드는 분야가 없어 그저 공부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저 믿고 지켜보자니 답답하고, 그렇다고 붙들어 매어 끌고 가자니 서로 너무 힘들고. 총체적 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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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탐색하여 꿈에 한 발짝 다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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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이 책 <이솝 우화로 읽는 진로 이야기>를 만났다. 앞표지에 써있는 '탐색'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실상을 더듬어 찾음'이라고 나와 있었다. 더듬어서 찾다. 어둠의 길에 들어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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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인이었던 이솝의 노예 출신 이야기꾼이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우화는 원본은 남아 있지 않고, 여러 시대의 전설, 설화 등과 섞여 전해지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솝 우화가 전해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배우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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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그 중 고르고 골라 11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아는 이솝 우화에 진로에 대한 에피소드를 더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면과 성실을 대표하는 이야기인 개미와 베짱이를 살펴보자. 본래 이 이야기는 다가오는 혹독한 겨울 추위와 배고픔을 대비하지 않고 놀기만 한 베짱이가 개미 가족의 은혜를 받아 겨울을 나는 것으로 끝맺는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왜 일을 해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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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네. 그런데 개미네 가족은 겨울 동안 뭘 하며 지내나?"

"내년에 필요한 옷과 신발을 만들고, 관심 분야에 관한 공부를 한다네."

"우리 가족은 뭘 하면 좋을까?"

"베짱이 가족은 연주를 좋아하니까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 어떨까?"

"여름 내내 연주만 하다 일을 안 해서 이렇게 고생하는데 또 연주를 하라고?"

"응, 연주를 하게.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개미 가족을 위해서 연주해 주게.

자네 가족이 겨울 동안 먹고 자고 생활하는 값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네."

"그러면 우리 가족도 일을 하게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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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로 읽는 진로 이야기,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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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할 수 있다는 말에 힘이 난 베짱이는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계절에도 바이올린 연주로 일을 할 걸 그랬다며 후회한다. 이에 개미는 겨울 동안 실력을 닦아 내년에는 정식으로 공연을 해 보라고 제안한다. 좋아하는 것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베짱이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다. 개미처럼 훌륭한 친구들 둔 것을 보니 베짱이도 그저 놀기만 한 것은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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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서너 개씩 진로에 대한 생각거리를 준비해 두었다는 것이다. 개미와 베짱이 뒤에는 '일을 하면 좋은 이유, 일과 일이 아닌 것, 일과 계획, 그리고 나에게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야기인 포도밭의 선물 뒤에는 '농부가 자식에게 물려준 유산 목록, 내가 농부 입장이라면 농사짓는 법과 포도밭 경영하는 법을 어떻게 전수해 주었을까요?, 나만의 유무형 보물 목록'이 나와 있다. 일하기 싫어하고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삼 형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포도밭에 묻어두셨다고 한 보물을 찾기 위해 괭이와 호미를 들고 잡초 투성이인 밭을 파헤쳤다. 하지만 아무리 땅을 파도 보물 가튼 건 보이지 않자, 아버지가 자신들을 골탕 먹이려 거짓말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후 삼 형제의 노동 덕분에 무성하게 자라난 포도 나무에 탐스럽고 싱싱한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리게 된다. 그 열매를 따 먹고 시장에 내다 팔던 아들들은 그제야 문득 아버지의 뜻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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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아버지의 보물이란 것이 이것이었군!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보물이었어."

이솝 우화로 읽는 진로 이야기, 112쪽

농부가 자식에게 물려준 유산은 땀 흘려 일한 후에 오는 보람, 그 일로 얻은 소득에서 오는 기쁨, 하늘 아래 덜렁 남은 삼 형제의 우애일 것이다. 하지만 포도밭을 삼등분 해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포도밭을 가꾸고 관리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떠난 아버지야말로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나 역시 그런 어머니가 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진로 뿐 아니라 전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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