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 -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 여행이라는 선물
권혜경 지음 / 오늘산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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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장소에만 첫인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책에도 첫인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파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사이에 두고 쓰여진 이 책의 제목 <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를 맞닥뜨린 순간 이미 상견례 프리 패스의 느낌이다. 발권이 완료됐다니. 그럼 이제 무엇부터 해야 하지? 숙소도 예약하고 일정을 짜고 짐도 챙겨야지. 어디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이 발권됐는지도 모른 채 그저 멋대로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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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결혼 기념일을 기념하며 축하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영국이라고 한다. 주로 유럽의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매년 결혼한 날에 축하 예배를 하던 것에서 유래된 풍습이다. 유럽 등지에서는 그 중 특별히 결혼 50주년 기념일에는 금혼식을, 25주년에는 은혼식을 하기도 한다. 이날은 은으로 된 물건을 주고받으며, 부부여행을 떠나는 등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는 은혼식을 맞이하여 쉬는 시간에도 일을 생각하는 무뚝뚝한 남편을 위해 유럽 맥주 여행을 기획한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대한항공 A380 비즈니스석을 타고 시작한 그들의 맥주 투어는 읽는 내내 나를 '만약에' 라는 상상 속으로 밀어넣었다. 술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국적인 분위기의 펍에서 갓 따라준 시원한 생맥주 한 잔쯤은 단 번에 들이킬 자세는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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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여행은 길 찾는 게 반이다.

난 길치이면서도 얼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별로 없다.

집에서 길을 나서는 순간 모든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길을 잃으면 계획하지 못했던 또 다른 여정을 볼 수 있으니 그것도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그래서 길치에서 못 벗어나는 걸까?

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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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치는 아니지만 저자의 말에 동의할만한 경험은 여러 번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행 뿐 아니라 하루를 보내는 데도 꽉 찬 계획을 짜는 편이었다. 하지만 열정도, MBTI도 늙는다. 해가 갈수록 나의 여행 일정은 허술해지고, To do list 역시 간소해지고 있다. 그래도 내 여행과 일상은 저자가 미국 연수 당시 머물렀던 하숙집 아줌마인 제인의 말처럼 '문제 없었다'. 사실 문제는 곳곳에서 터졌지만, 이렇게 저렇게 해결되는 듯 보이기도 하고, 많은 경우 문제를 그대로 끌어안고 지나가기도 했다. 여행과 인생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이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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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인 '여행, 사랑 그리고 사람'을 읽으며 그녀가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 나 역시 두 손 모아 감사하기에 이르렀다. 만약 그 때 그 곳에서 구세주같은 그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문제가 있었을 테니 말이다. 어렵게 구한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티켓을 팔아 해산물을 배터지게 같이 먹어준 저자의 쌍둥이 동생, 어쩌다 K마트에서 좋은 삼겹살을 사는 날에는 5층짜리 도서관을 뒤져 저자를 찾아내는 제인 아줌마, 여권이 든 가방을 도둑맞은 저자 일행을 도와준 자유로운 영혼의 털보 신부님, 비행기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하와이 키다리 아저씨와 국제 연애를 이어가다 혼인 신고를 한 저자의 지인 등.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여행도, 일상도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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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마음 속으로 고흐가 한 시절을 지낸 아를로의 발권을 완료했다. <밤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이 된 그곳에 앉아 고흐가 검은색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만을 사용해 그려낸 밤하늘, 그리고 그 하늘의 별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야 말 것이다. 그날 그곳에 누가 내 옆에 앉아 있게 될 지. 서로의 여행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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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
저자
권혜경
출판
오늘산책
발매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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