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로 읽는 진로 이야기
정형권 지음 / 성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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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첫째가 5학년이 된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빨간 풍선을 받아들고 나오며 신나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시간이 참 빠르다. 아직 진로를 정할만큼 특출한 재능을 보이거나 푹 파고드는 분야가 없어 그저 공부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저 믿고 지켜보자니 답답하고, 그렇다고 붙들어 매어 끌고 가자니 서로 너무 힘들고. 총체적 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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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탐색하여 꿈에 한 발짝 다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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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이 책 <이솝 우화로 읽는 진로 이야기>를 만났다. 앞표지에 써있는 '탐색'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실상을 더듬어 찾음'이라고 나와 있었다. 더듬어서 찾다. 어둠의 길에 들어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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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인이었던 이솝의 노예 출신 이야기꾼이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우화는 원본은 남아 있지 않고, 여러 시대의 전설, 설화 등과 섞여 전해지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솝 우화가 전해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배우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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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그 중 고르고 골라 11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아는 이솝 우화에 진로에 대한 에피소드를 더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면과 성실을 대표하는 이야기인 개미와 베짱이를 살펴보자. 본래 이 이야기는 다가오는 혹독한 겨울 추위와 배고픔을 대비하지 않고 놀기만 한 베짱이가 개미 가족의 은혜를 받아 겨울을 나는 것으로 끝맺는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왜 일을 해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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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네. 그런데 개미네 가족은 겨울 동안 뭘 하며 지내나?"

"내년에 필요한 옷과 신발을 만들고, 관심 분야에 관한 공부를 한다네."

"우리 가족은 뭘 하면 좋을까?"

"베짱이 가족은 연주를 좋아하니까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 어떨까?"

"여름 내내 연주만 하다 일을 안 해서 이렇게 고생하는데 또 연주를 하라고?"

"응, 연주를 하게.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개미 가족을 위해서 연주해 주게.

자네 가족이 겨울 동안 먹고 자고 생활하는 값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네."

"그러면 우리 가족도 일을 하게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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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로 읽는 진로 이야기,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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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할 수 있다는 말에 힘이 난 베짱이는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계절에도 바이올린 연주로 일을 할 걸 그랬다며 후회한다. 이에 개미는 겨울 동안 실력을 닦아 내년에는 정식으로 공연을 해 보라고 제안한다. 좋아하는 것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베짱이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다. 개미처럼 훌륭한 친구들 둔 것을 보니 베짱이도 그저 놀기만 한 것은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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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서너 개씩 진로에 대한 생각거리를 준비해 두었다는 것이다. 개미와 베짱이 뒤에는 '일을 하면 좋은 이유, 일과 일이 아닌 것, 일과 계획, 그리고 나에게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야기인 포도밭의 선물 뒤에는 '농부가 자식에게 물려준 유산 목록, 내가 농부 입장이라면 농사짓는 법과 포도밭 경영하는 법을 어떻게 전수해 주었을까요?, 나만의 유무형 보물 목록'이 나와 있다. 일하기 싫어하고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삼 형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포도밭에 묻어두셨다고 한 보물을 찾기 위해 괭이와 호미를 들고 잡초 투성이인 밭을 파헤쳤다. 하지만 아무리 땅을 파도 보물 가튼 건 보이지 않자, 아버지가 자신들을 골탕 먹이려 거짓말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후 삼 형제의 노동 덕분에 무성하게 자라난 포도 나무에 탐스럽고 싱싱한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리게 된다. 그 열매를 따 먹고 시장에 내다 팔던 아들들은 그제야 문득 아버지의 뜻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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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아버지의 보물이란 것이 이것이었군!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보물이었어."

이솝 우화로 읽는 진로 이야기, 112쪽

농부가 자식에게 물려준 유산은 땀 흘려 일한 후에 오는 보람, 그 일로 얻은 소득에서 오는 기쁨, 하늘 아래 덜렁 남은 삼 형제의 우애일 것이다. 하지만 포도밭을 삼등분 해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포도밭을 가꾸고 관리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떠난 아버지야말로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나 역시 그런 어머니가 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진로 뿐 아니라 전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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