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물리 박사라니.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제목이다. 이 갸우뚱한 책의 제목을 짓고 글을 쓴 저자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이론 물리학을 전공하며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정완상이다. 지금은 경상국립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물리 사랑을 전파하고 있는 교수이다.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알만한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 <과학 공화국 법정 시리즈>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믿고 봐도 좋을 책이라는 뜻이다.
홍길동과 산적 삼 형제는 '가난한 사람을 살린다'는 뜻의 활빈당을 만들어 한양으로 향한다. 형인 유천을 만나 어머니가 계신 곳을 알아내려는 것이었다. 그 여정에서 어려움에 처한 백성들과 부패한 관군 등을 맞닥뜨리게 된다.
불의를 보고 돌아서면 홍길동이 아닐터.
그는 온갖 과학 지식을 통해 백성을 구하고 관군을 물리친다. 관성과 원심력을 이용해 날달걀과 삶은 달걀을 구분하여 산적 삼 형제가 잃은 돈을 찾아주고,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끌어당기는 자석의 성질을 이용해 사이비 교주가 갈취한 돈을 찾아준다. 또 빛과 오목거울을 성질을 이용해 탐관오리의 생일 잔치를 불바다로 만들고, 그가 나라에서 받아 빼돌려 창고에 쌓아둔 스무 가마가 넘는 쌀을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눠준다. 이 과정에서 움직도르래의 원리를 적용해 무거운 쌀 가마를 손쉽게 담 너머로 넘겨 실을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빛의 굴절과 반사, 소리의 진동, 물체의 탄성, 그리고 전자석까지 다양한 물리 이론을 홍길동의 선행을 따라가며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간다.
그 중 내가 꼽은 최고의 명장면은 바로 초반부에 홍길동이 산적 삼 형제와 힘 겨루기를 하는 부분이다. 힘깨나 쓴다는 삼 형제가 차례로 집채만한 바위를 들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왜냐하면 길동이 손톱으로 자신의 칼을 끼익 끼이익 소리가 나도록 긁어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