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뇌 - 뇌과학에서 찾아낸 4가지 양육 원칙
김붕년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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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마음을 읽기 전에

'아이의 뇌'를 먼저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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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에 쓰여 있던 말이다. 읽다 읽다 이제 아이의 뇌까지 읽어야 한다니. 과연 엄마 노릇의 끝은 어디인가.

<아이의 뇌>를 쓴 저자는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의 이력보다 이름이 주는 파워가 훨씬 강력하다. 김붕년. 모르긴 몰라도 전 세계에서 유일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또 누군가는 그의 이름을 듣고 막연히 여자일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문득 그의 부모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진다. 비교 불가한 독특한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고 온 아들의 "엄마, 나 이름 바꿔줘!" 하는 원성을 어떤 방식으로 넘기셨을까. 어떤 소신을 가지셨기에 모양도 소리도 놀릴 거리가 가득한 그런 이름을 지어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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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아이들이 바라는 진정한 성공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던 아빠로서 저 역시 당연하게 아이들의 성공과 행복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뇌, 4쪽

출판된 지 12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온 <아이의 뇌>를 읽으며 결국 이 세상 모든 부모는 자식의 행복을 바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 중에서도 저자는 특히 자신의 아이가 내면이 단단하고 따뜻하면서 사고가 유연한 아이로 자라길 바랐다고 한다. 이를 돕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무쌍한 아이의 뇌에 대해 알아야 한다. 도파민,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등 여러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내 마음을 끌어당긴 것은 다름 아닌 '부정적인 기억을 긍정적인 기억으로 바꾸기'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훈육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나의 복잡한 심경과 피곤함에 대한 화풀이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야말로 천사처럼 잠든 아이를 보며 악마같았던 나 자신에게 벌을 주곤 했다. 아이들에게 그 나쁜 기억이 오래도록 남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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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에게 희소식이 있다.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을 현재의 긍정적인 경험으로 대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극히 현실의 일상인 가정을 하나 해보자.

"00아, 숙제 다 했니? 영어 필사는?"

"네네, 둘 다 했어요."

한참을 놀기만 하던 아이의 거짓말이 곧 들통나고, 그동안 미루고 쌓아뒀던 필사를 한꺼번에 하느라 몇 배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낸다. 여기서 끝난다면 아이에게 영어 필사는 '힘든 것, 하기 싫은 것'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심기일전하여 하루하루 꾸준히 쓰다 보니 엄마와 여러 사람들에게 넘치는 칭찬과 격려를 받게 된다면, 영어 필사는 '힘들지만 해볼만 한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망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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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꿔치기해 보자. 먼저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다는 사실만이 아닌 오감을 통해 그 꽃을 경험해봐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 경험을 좀 더 집중적으로 다뤄보자. 시간을 두고 쳐다보면서 만져도 보고, 느껴보고 향기도 맡고 맛도 보자. 바쁜 일상에 시간내기가 어렵다면 5초, 10초, 20초 등 시간을 차차 늘려가며 이 과정을 반복하자. 특히 이 단계를 아이와의 놀이시간에도 적용시켜 보면 좋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휴대폰은 따로 저만치에 두고, 당장 처리하거나 대피해야할 상황이 아니라면 오직 아이에게 집중하는 거다. 아이와 함께할 때의 기쁜 감정, 그 맑은 눈망울 안에 내 모습이 가득차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각 등을 느껴보는 거다. 그리고 그 경험에 상상을 더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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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 상담가와 단둘이 앉아,

힘들었던 어린 시절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과거의 힘든 기억이 상담가와 나눈 대화를 통해 위로와 함께 격려를 받아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뇌, 226쪽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김붕년'이라는 이름에 대해 찾아봤다. 2008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김붕년'이라는 이름의 출생 신고는 한 건도 없다고 한다. 그만큼 이름 자체만으로도 부정적인 경험이 뒤따를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분명 저자는 자신의 이름과 관련한 긍정적인 경험도 꽤 했을 것이다. 뇌 과학을 공부하며 일련의 과정이 갖는 의미를 알게 된 그는 어쩌면 '김붕년'이라 불리는 걸 즐기고 있는 줄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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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도 매일 밤 갖는 반성의 시간을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희망으로 채워봐야겠다. 저자가 말한 행복의 중요한 요소인 '평상심' 또는 '일상에서 느끼는 안정감'을 포함한 우리의 밝은 내일을 위한 희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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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서로에게 상처받을까 - 다툼과 이별하고 소중한 관계를 지키는 부부 대화의 모든 것
한승민 지음 / SISO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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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남편과 말만 하면 다투게 되는 게 나뿐만은 아니구나.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부부 치료에 사명감을 가지고 수많은 위기의 부부를 만나고 있는 저자는 '갈등 없는 부부는 없다'고 말한다. '아닌데. TV에서 보니 결혼 후 단 한 번도 다투지 않고 10년이고 20년이고 잘만 산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하는 삐뚤어진 생각이 삐죽삐죽 튀어나왔다. 그러나 얼마 후 저자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잉꼬부부라 불리는 그들에게도 갈등은 있지만 해결 방법이 남다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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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갈등은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시작했다. 아빠인 남편도 그렇지만 나에게도 임신과 출산, 육아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특히 밤이고 낮이고 유난히 잠이 없고 자주 깨는 아이를 안고 버텨내던 시간은 생각만 해도 우울해진다. 그런데 그 수많은 밤, 아이가 아무리 깨서 울어도 남편은 한 번 일어나질 않았다. 아이의 울음 소리가 안 들린단다. 심할 때는 한 시간에 두세 번씩 깨는 아이를 안고 어쩔 줄 몰라하던 나는 그 옆에서 대자로 누워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을 보며 분노했다. 꼴도 보기 싫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각방 생활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몇 번 합방을 시도해 볼까 했으나 각방 생활중에도 방문을 뚫고 들려오는 그의 탱크 소리같은 코골이 소리에 마음을 닫았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크고 다양한 지 우리 가족은 여행갈 때도 꼭 투룸을 찾아야 한다. 그 난리통에도 어떻게 안 깨고 잘 수 있는지, 가끔 냉전중일 때는 정말 찬물을 확 끼얹던지 코를 비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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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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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부부로서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육아라는 전투를 함께하는 전우애라도 있었으면 좋을텐데 이건 뭐, 시어머니 아들을 키우는 격이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를 남편에게 똑같이 해야 한다는 데 나는 나날이 지쳐갔다. 그리고 서서히 말을 줄이고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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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초에는 서로 맞춰 가느라 많이 싸우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서로가 지쳐서 투명 인간 대하듯 모든 것이 단절된 상태로 지내는 부부들이 있습니다. 다투고 갈등이 생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말을 하지 않고 서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에너지 소모가 적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왜 서로에게 상처받을까,126쪽

이런 상황 역시 우리 부부만의 일이 아니었다. 저자는 이런 상태를 '정서적 이혼'이라 했다. 싸우지 않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므로 갈등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부부 사이에 새로운 유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됐고, 무엇 때문에 싸우고, 어째서 말이 없어지고 이렇게 소원해졌는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고 서로가 투명 인간 취급을 하며 한 집에 살기만 한다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뿐더러 정상적인 부부 관계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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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은 부부들이 저마다의 갈등 상황을 해결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이들'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화목한 가정이라는 것에는 어떤 이견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따라해 보자. 저자가 알려주는 '행복한 부부 사이를 만드는 8가지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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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변화하려 노력한다

지금이라도 애착 관계를 회복한다

자기 주장은 지혜롭게 한다

'남편, 아내'라는 이름을 잃지 않는다

감정의 표현 방식을 배운다

쉽게 상처받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결혼은 내 편을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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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결혼을 한 뒤 남은 평생을 오직 한 남자, 한 여자만을 바라보며 사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사실, 지금도 그다지 합리적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잘 해봐."하는 저자의 부추김에 마음의 문을 요만큼 열었을 뿐인데, 남편이 안쓰러워지는 건 왜일까. 아마 우리 모두 부족하지만 잘 해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이 망망대해에서 한 배에 탄 것은 분명 인연이고 운명이니 어디 한 번 자알~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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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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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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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독자에게 정중하고 꽤나 긴 초대장부터 내민다. 장소는 무려 악의 정원.

우리의 삶을 하나의 정원이라 상상해 보자. 매일 아침 일어나 바라보는 창문 밖 우리의 정원은 어떤 모습인가. 푸르르며 아름다운 꽃으로 무성하기를 바란다. 물론 그 향기로운 꽃밭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매일 성실하게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원에 가까이 다가가면 반갑지 않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바로 '잡초'다. 대부분의 잡초는 손쉽게 제거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온갖 잡초들이 시시때때로 그 자리를 노리며 자라난다. 그 생명력에 질려 잠시라도 손을 놓으면 정원은 어느 새 잡초 세상이 돼 버린다. 어쩌겠는가. 그것이 그들의 몫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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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정원이 우리의 삶이며 잡초는 분노와 시기, 앙심, 경멸 등의 감정이라 말한다. 우리는 정원의 꽃과 나무를 지키기 위해 잡초 제거에 열을 올린다.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더라도 개체 수를 줄이는 식의 관리를 위해 때로는 강력한 제초제를 뿌리기도 한다. 잡초는 제거하거나 통제해야 할 대상이다. 종종 잡초가 없어야 아름다운 정원이라 여기는 것처럼 우리 삶의 나쁜 감정이 없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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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나쁜 감정은 잡초가 아니라 '지렁이'다. 이 녀석은 지면 바로 아래에 살아서 땅을 조금만 파보면 끈적거리고 징그러운 모습으로 흙 속을 휘젓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지렁이를 역겨워한다. 우리는 꽃만 감상하고 정원에 지렁이가 산다는 사실은 잊고 싶어 한다. 하지만 꽃과 마찬가지로 지렁이도 정원의 일부이며 지렁이가 존재한다는 건 정원이 번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녀석들이 없어지면 바라는 건 조화롭고 풍요로운 정원이 없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원을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게 유지하고 싶다면, 이 꿈틀이 주민을 받아들일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당신이 지렁이를 사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악마와 함께 춤을,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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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가 꿈틀꿈틀대며 땅을 뒤엎어 갈아주고, 곳곳에 배설물을 뿌려주는 덕분에 꽃과 나무가 잘 자라는 것처럼 내 인생에도 '나쁜 감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이해는 된다. 하지만 막상 새끼 뱀처럼 보이는 굵고 긴 지렁이를 맞딱뜨리면 "으악, 징그러워!"하며 뒷걸음질치게 된다. 굳이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몽테뉴의 철학론에 마음을 조금 열어보기로 했다. 그는 철학을 '공정하고 당당하며 사랑스럽고 유쾌하면서도 대담한 것'이라 했다. 더불어 '가파르고 울통불퉁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산 꼭대기에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비옥하고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고원에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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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간디와 공자, 그리고 니체가 생각하는 감정의 정의와 효용을 읽다 보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내 인생이 얼마나 풍요롭고 기름진 땅인지 감사하기에 이르른다. 그리고 '지렁이를 사랑하라'는 저자의 조언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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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지렁이는 없애서도 안 되고, 길들이려 해서도 안 된다는 걸 납득시켰다면, 당신은 이제 지렁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렁이와 싸우는 건 쓸데없는 일이며 득보다 실이 더 많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을 굴복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하고 그럼 그들도 우리 삶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다.

악마와 함께 춤을,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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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힘들었던 큰 이유는 '감정 성인'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사의 사소하고, 비열하고, 옹졸한 걱정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던 것이다. 내가 선택했다고 믿었으나 나는 그저 삶에 떠밀려 가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경우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떠올랐다.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앵거'의 불타오르는 화로 유리창을 깨고 '조이'를 구하는 부분이다. 조이가 없으면 앵거가 없고, 앵거가 없으면 조이가 없다. 철학 뭐, 어렵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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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의 온도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4
정다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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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같은 두 아들과 살다보니 '다정이 뭐니, 먹는 거니?' 수준이 돼 버렸다. 그러던 중 만난 <다정의 온도>는 일단 두 가지로 나의 호기심을 되살아나게 했다. 첫 번째는 다정함에 온도가 있다니. 그렇다면 현재 나의 다정도는 얼마나 될까하는 궁금증이었다. 두 번째는 순전히 저자에 대한 관심이었다. 1993년 서울 출생. 2015년 '현대 문학'으로 등단. 93년생 시인이라니. 지금 같은 세상에도 여전히 소방관이 꿈인 젊은이들이 있는 것처럼, 아직도 시인을 꿈꾸는 문학도가 있다는 전설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기분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시인의 인생 이야기라니. 그 세상이 몹시 궁금해 책을 받자마자 서둘러 책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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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계속해서 종사하는 일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이라는 직업은 그녀가 글을 쓰는 이유와 맞지 않는다. 저자는 자문해 본다.

'나는 생계를 위해서 다시 말해 돈을 벌기 위해서 시를 쓰는 걸까?'

돈과 시를 놓고 비교해보면 자신이 쓴 시가 작디 작은 모래알처럼 작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한다. 먹지도 못하고 요긴하게 쓰지도 못하는 그 작은 모래알이 이 젊은 시인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나는 헤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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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직업을 묻는 질문에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양해를 구한 뒤 침묵하기도 해 봤다. 적당한 사실을 골라 말하기도 하고, 그저 문학을 좋아해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라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어딘가 찜찜했고 상대방과 자신을 어느 정도 공평히 속이는 기분이 들었단다. 시인은 의사나 경찰, 선생님보다 설명이 필요한 직업이었다. 거기서 오는 피로감이 쌓이자 저자는 결심한다. 이제부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시인으로 소개하기로. 그 단어 외에 자신을 표현할 무언가를 찾지 못한 이유가 컸고, 시를 쓰고 있는 지금 "저는 시인입니다."라고 말해 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저자가 보통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시인의 이미지보다 되게 밝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이다. 이같은 선입견에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씩씩한 동료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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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모자처럼 눌러쓰고 세상을 누비며 자신만의 유머로 작품을 써내는 것을 보면 그것이 지닌 결이 이토록 섬세하면서도 대담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될 텐데. 때로는 한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경험을 종이 위에 겹쳐두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 앞에서 짓는 엉뚱한 표정에 같이 웃기도 하면서 말이다.

다정의 온도,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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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중력을 내어주는 '윤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윤주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 타인이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는 대신 자신을 주장하고 드러내며 자유로워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윤주와 함께한 시간이 꽤 흐른 뒤 깨달았다. 윤주가 타인에게 중력을 내어줄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몫을 잠시 건네주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한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또 그만큼 타인을 깊이 사랑하고 아낀다는 사실을.

노령견에 최근의 큰 수술로 다리가 불편한 봄이라는 반려견과의 생활, 언제든 자신이 원한다면 딸의 집에 찾아올 수 있으며 그것은 자신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엄마와의 재결합기 등 그녀의 글 곳곳에서는 계수나무 잎사귀에서 난다는 그 솜사탕 향이 나는 것 같다. 이토록 다정한 시인 동생의 이야기를 읽었으니 언니로서 가만 있을 수 없다. 나와 나를 둘러싼 이 세상에 다정을 전염시키는 데 일조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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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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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가까운 죽음은 친할머니의 것이었다. 4남 2녀를 둔 나의 조부모는 장수하셨고, 두 분 모두 집에서 돌아가셨다. 초등학교 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기도 했고, 바닷가와 푸른 들판이 함께 있는 있는 할머니 고향이 좋아 성인이 된 후에도 혼자 기차 여행 겸 할머니를 찾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할머니의 좁은 방에서 할머니와 딱 붙어 잤다. 할머니의 큰아들, 나의 큰아버지는 그런 나를 기특해하며 고맙다 하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할머니의 방에 있던 요강과 요구르트, 구식 티비와 진열장 곳곳에 끼워져 있던 손주들 사진 등이 눈에 선하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할머니 방의 냄새 또한 코끝을 스친다.

나에게 있어 죽음은 '더 이상 볼 수 없음'이다. 멀리 있어서, 바빠서가 아니라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사라지고 없기 때문에 볼 수 없다는 것이 내가 받아들이는 죽음의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는 '더 이상 볼 수 없음'의 대상이 내가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을 준비할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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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38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며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누구보다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사유해봤을 저자에게도 부모의 죽음 앞에서는 무너져 내렸다. 황해도에서 온 피난민이었던 저자의 아버지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분이셨다. 하루 아침에 혈육과 떨어지고 결핵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말수가 적었지만 연민이 많았다. 특히 사회적 약자, 아픈 사람들을 절대 그냥은 못 지나쳤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는 누구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어느 작은 병원을 드나들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가 있다면 여기저기서 후원을 받아 지원했다. 10년을 하루같이 주머니 가득 땅콩 맛 캐러멜을 넣고 다니며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나눠주었다는 일화를 읽었을 때는 입 안 가득 침이 고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캐러멜 덕분에 아픈 시간을 견디며 버틸 수 있었을까. 그의 지극 정성에 병원 원장은 작은 사무실을 하나 내주며 당시에는 없었던 호스피스의 시작을 격려했다. 그때 저자의 아버지는 일흔이 넘은 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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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의료인이라 하여 병과 죽음을 늦추거나 피할 수는 없는 노릇. 그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느 날 피를 한 대야 쏟아낸 그는 위암을 섣고받고 만다. 수술 시기는 이미 놓쳐버렸다. 저자는 고민했다. 아버지께 병명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맞을지, 나이가 있으니 위암이라는 불편한 병명을 알고 지내는 것보다 노환 때문에 아픈 것으로 아시는 게 나을지 말이다. 가족들은 간호사인 저자에게 알아서 해 주기를 바랐지만, 당사자는 이미 자신의 몸 상태를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의 병명과 마주한 그는 평소보다 긴 침묵 끝에 수술과 수액을 포함한 어떤 연명 치료도 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후 그는 소량의 배즙과 물만 먹으며 일종의 단식을 했고, 내일이 있는 자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상대로 견딤을 이어갔다. 시시각각 죽음을 향해 가는 부모를 보는 자식의 심정, 더 이상 볼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는 걸 절절히 느끼는 그 비통함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자의 아버지는 끝내 또다시 딸이 일하는 응급실에 실려오고야 만다. 그 마른 몸을 응급실 침대에 옮기자마자 숨을 거둔 그는 어떤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 수많은 죽음의 순간을 지켜본 저자는 이번에도 두 눈을 감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고통에 몸부림에서 해방되었다는 안도감을 만난다. 이후 어떻게 슬퍼하고 애도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아버지를 땅에 묻은 후 반년이 지난 어느 날.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중이던 그녀는 갑자기 땅이 푸욱 꺼지는 듯한 느낌에 서둘러 운전대대를 꽉 잡고 정신을 차려보려 애썼다. 바로 그 때, 일에 쫓겨 미뤄뒀던 아버지의 죽음이 터져 올랐다. 아무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던 아버지의 부재는 저 깊은 어디에선가 치솟아 오른 흐느낌으로 터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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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가누지 못한 채 운전대에 파묻혀 우는 나에게 교통 경찰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세요?"

그때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입을 꾹 다물었다. 아버지의 침묵은 '할 말 없음'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음'임을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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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 후 어느 새벽, 저자의 어머니가 머물던 요양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 전날까지만 해도 별 변화가 없었는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죽음의 코 앞에 있는 어머니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밝은 빛을 따라가세요. 어머니가 내 어머니여서 나는 참 좋았어요. 어머니 덕에 잘 살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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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죽음 하나 가슴 아프지 않은 것이 없다. 죽음이 머지 않은 말기 환자를 가리키는 용어인 '터미널 환자', 내가 얼마나 아픈지보다 얼마나 돈이 많은지를 이야기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모님, 출생 신고가 안 되어 있거나 성인이 된 후에도 주민등록을 하지 않아 정부 기관 서류 상 존재하지도 않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행려자. 세상 모든 죽음은 다 아프다. 그렇기에 저자는 나 역시 죽는다는 사실과 나의 죽음이 아름다울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우리의 삶은 괜찮을 거라고. 죽음도 삶도 그저 우리의 일부인 것이다. 연말연시를 함께 보낸 이 책 덕분에 살아 있는 지금을 잘 살아내야겠다는 진리의 다짐을 새롭게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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