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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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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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독자에게 정중하고 꽤나 긴 초대장부터 내민다. 장소는 무려 악의 정원.

우리의 삶을 하나의 정원이라 상상해 보자. 매일 아침 일어나 바라보는 창문 밖 우리의 정원은 어떤 모습인가. 푸르르며 아름다운 꽃으로 무성하기를 바란다. 물론 그 향기로운 꽃밭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매일 성실하게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원에 가까이 다가가면 반갑지 않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바로 '잡초'다. 대부분의 잡초는 손쉽게 제거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온갖 잡초들이 시시때때로 그 자리를 노리며 자라난다. 그 생명력에 질려 잠시라도 손을 놓으면 정원은 어느 새 잡초 세상이 돼 버린다. 어쩌겠는가. 그것이 그들의 몫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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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정원이 우리의 삶이며 잡초는 분노와 시기, 앙심, 경멸 등의 감정이라 말한다. 우리는 정원의 꽃과 나무를 지키기 위해 잡초 제거에 열을 올린다.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더라도 개체 수를 줄이는 식의 관리를 위해 때로는 강력한 제초제를 뿌리기도 한다. 잡초는 제거하거나 통제해야 할 대상이다. 종종 잡초가 없어야 아름다운 정원이라 여기는 것처럼 우리 삶의 나쁜 감정이 없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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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나쁜 감정은 잡초가 아니라 '지렁이'다. 이 녀석은 지면 바로 아래에 살아서 땅을 조금만 파보면 끈적거리고 징그러운 모습으로 흙 속을 휘젓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지렁이를 역겨워한다. 우리는 꽃만 감상하고 정원에 지렁이가 산다는 사실은 잊고 싶어 한다. 하지만 꽃과 마찬가지로 지렁이도 정원의 일부이며 지렁이가 존재한다는 건 정원이 번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녀석들이 없어지면 바라는 건 조화롭고 풍요로운 정원이 없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원을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게 유지하고 싶다면, 이 꿈틀이 주민을 받아들일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당신이 지렁이를 사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악마와 함께 춤을,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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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가 꿈틀꿈틀대며 땅을 뒤엎어 갈아주고, 곳곳에 배설물을 뿌려주는 덕분에 꽃과 나무가 잘 자라는 것처럼 내 인생에도 '나쁜 감정'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이해는 된다. 하지만 막상 새끼 뱀처럼 보이는 굵고 긴 지렁이를 맞딱뜨리면 "으악, 징그러워!"하며 뒷걸음질치게 된다. 굳이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몽테뉴의 철학론에 마음을 조금 열어보기로 했다. 그는 철학을 '공정하고 당당하며 사랑스럽고 유쾌하면서도 대담한 것'이라 했다. 더불어 '가파르고 울통불퉁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산 꼭대기에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비옥하고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고원에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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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간디와 공자, 그리고 니체가 생각하는 감정의 정의와 효용을 읽다 보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내 인생이 얼마나 풍요롭고 기름진 땅인지 감사하기에 이르른다. 그리고 '지렁이를 사랑하라'는 저자의 조언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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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지렁이는 없애서도 안 되고, 길들이려 해서도 안 된다는 걸 납득시켰다면, 당신은 이제 지렁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렁이와 싸우는 건 쓸데없는 일이며 득보다 실이 더 많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을 굴복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하고 그럼 그들도 우리 삶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다.

악마와 함께 춤을,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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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힘들었던 큰 이유는 '감정 성인'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사의 사소하고, 비열하고, 옹졸한 걱정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던 것이다. 내가 선택했다고 믿었으나 나는 그저 삶에 떠밀려 가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경우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떠올랐다.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앵거'의 불타오르는 화로 유리창을 깨고 '조이'를 구하는 부분이다. 조이가 없으면 앵거가 없고, 앵거가 없으면 조이가 없다. 철학 뭐, 어렵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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