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같은 두 아들과 살다보니 '다정이 뭐니, 먹는 거니?' 수준이 돼 버렸다. 그러던 중 만난 <다정의 온도>는 일단 두 가지로 나의 호기심을 되살아나게 했다. 첫 번째는 다정함에 온도가 있다니. 그렇다면 현재 나의 다정도는 얼마나 될까하는 궁금증이었다. 두 번째는 순전히 저자에 대한 관심이었다. 1993년 서울 출생. 2015년 '현대 문학'으로 등단. 93년생 시인이라니. 지금 같은 세상에도 여전히 소방관이 꿈인 젊은이들이 있는 것처럼, 아직도 시인을 꿈꾸는 문학도가 있다는 전설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기분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시인의 인생 이야기라니. 그 세상이 몹시 궁금해 책을 받자마자 서둘러 책장을 넘겼다.
직업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계속해서 종사하는 일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이라는 직업은 그녀가 글을 쓰는 이유와 맞지 않는다. 저자는 자문해 본다.
'나는 생계를 위해서 다시 말해 돈을 벌기 위해서 시를 쓰는 걸까?'
돈과 시를 놓고 비교해보면 자신이 쓴 시가 작디 작은 모래알처럼 작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한다. 먹지도 못하고 요긴하게 쓰지도 못하는 그 작은 모래알이 이 젊은 시인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나는 헤아릴 수 있을까.
저자는 직업을 묻는 질문에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양해를 구한 뒤 침묵하기도 해 봤다. 적당한 사실을 골라 말하기도 하고, 그저 문학을 좋아해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라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어딘가 찜찜했고 상대방과 자신을 어느 정도 공평히 속이는 기분이 들었단다. 시인은 의사나 경찰, 선생님보다 설명이 필요한 직업이었다. 거기서 오는 피로감이 쌓이자 저자는 결심한다. 이제부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시인으로 소개하기로. 그 단어 외에 자신을 표현할 무언가를 찾지 못한 이유가 컸고, 시를 쓰고 있는 지금 "저는 시인입니다."라고 말해 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저자가 보통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시인의 이미지보다 되게 밝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이다. 이같은 선입견에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씩씩한 동료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