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비밀 친구 ㅣ 봄소풍 보물찾기 5
A. F. 해럴드 지음, 에밀리 그래빗 그림, 지선유 옮김 / 봄소풍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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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다 알아주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디든 같이 가고, 뭘 해도 같이 하며 온종일 붙어 있어도 싸울 일 없는 언제나 내 편인 친구. 하지만 어린 나에게는 그런 상상 친구를 만들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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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저는 어맨다의 새 친구이다. 좀 특이하게도 러저는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왜냐하면 러저는 어맨다의 상상이 만들어 낸 친구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여자 아이인 어맨다가 왜 상상 친구로 남자 아이인 로저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그러다 잘 풀리지 않는 신발끈을 가위로 싹뚝 잘라버리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외투와 흙투성이가 된 신발쯤은 옷장에 휙 던져넣는 쿨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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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입장에서 어맨다는 손이 많이 가는 아이는 아니었다. 늘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지도 않았고, 오 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혼자 있으면 지루해서 토라지거나 투덜거리는 부류의 아이가 아니었다. 어맨다는 혼자서도 만족스럽게 지냈다. 어릴 때부터 종이와 펜, 크레용만 잔뜩 주면 지도와 괴물을 그리고 모험 계획을 짜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맨다는 침대 위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 바다 위를 항해하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행복했다. 그녀의 자기주도적인 성격은 일정 부분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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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일 파티나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자는 파자마 파티 때문에 다른 아이들 집에 가면 친구들 부모님은 어맨다의 엄마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말했다.

"어맨다가 부엌 식탁 맡에 들어가 앉아 있더라고요. 자기가 탄 배를 고래가 삼켜 버려서 다시 토해 내길 기다리고 있다면서요. 음... 오셔서 데려가실래요?"

그러면 어맨다의 엄마가 이렇게 대답했다.

"집에 일찍 오고 싶대요? 뭘 깨뜨렸나요? 아니에요? 그럼 약속한 대로 여섯 시에 들를게요."

상상 속의 비밀 친구,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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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맨다가 혼자 잘 놀아서인지, 엄마가 바빠서인지 둘은 한 집에 살지만 서로의 경계를 존중한다. 어맨다가 방학을 해서 집에 있을 때도 엄마는 많은 시간 서재에서 일을 한다. 부모님이 하시는 사업의 회계 일을 맡고 있는 엄마는 컴퓨터 앞을 지켜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가 아니면 부엌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물이 끓기를 기다리거나 오후 세 시쯤에는 고작 십 분 정도일 뿐이었지만 소파에 누워 포도주 한 잔을 마시기도 했다. 가끔은 딸이 있다는 것조차 새까맣게 잊는 것 같은 그녀는 딸이 요청하면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가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보드게임을 하거나 숙제를 도와주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 그런 부류의 엄마가 아니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딸이 혼자서 즐겁게 놀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한 것이 다행이라 여겼다. 그렇게 생각해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도 덜 미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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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상상 친구를 만들었던 것은 어맨다의 엄마가 선배였다. 자신의 엄마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 상상 친구였던 프리지의 존재에 대해 듣게 된 그녀는 안타깝게도 강아지였던 프리지에 대해 기억하는 게 없다. 어렴풋이 침대 밑에서 자는 개의 축축한 흙냄새 같은 것이 기억나는 듯 싶긴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상상을 멈춘 탓에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확신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상상 친구를 만들어 내는 게 전혀 해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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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어맨다가 상상 친구를 만들어서 노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다른 어른들 같으면 아이가 상상 친구를 만들어 노는 첫 조짐을 보이자마자 당장 아동 심리학자에게 전화를 걸겠지만, 어맨다의 엄마는러저가 집에 함께 있게 된 것이 기뻤다. 저녁 식탁에 한 자리를 내줘야 한다면 뭐 그럴 수 있다. 만약 상상 소년이 좋아하는 딸기 향 샴푸를 사야 한다면, 음, 그것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차를 타고 어딘가로 출발하기 전 러저가 안전띠를 맸는지 확인해야 한대도 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수고는 사소한 것들이었다. 게다가 어맨다의 말을 들어 보면 러저가 그렇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어맨다의 엄마는 자기 딸과 놀아 주는 러저라는 아이를 더 걱정하였다.

상상 속의 비밀 친구, 35쪽

이 쿨한 엄마 덕분에 어맨다와 러저는 누구도 겪지 못했을 모험 속 세상을 헤치고 다닌다. 그러는 동안 더 이상 누군가가 상상해 주지 않아 사라질까 봐 걱정하는 상상 친구들을 만나는 부분과 후반부에 어맨다 엄마의 상상 친구였던 프리지가 사라지는 것을 보는 러저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어맨다의 집 안을 둘러본 러저는 어떤 사진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맨다가 러저를 그려서 자기 방에 붙여 놓은 그림 속에는 분명 자신이 존재했다. 러저는 알고 있었다. 상상은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어맨다가 자신을 잊을 거라는 것을. 실제 존재하는 것들을 붙잡아 두거나 이미 떠난 진짜 사람을 기억하기에도 벅찬데, 상상까지 기억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흐른 어느 날, 어맨다가 자신이 그렸던 러저의 모습을 보고 지난 날을 추억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미소 지을지도 모른다. 러저에겐 그 정도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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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등학생인 두 아이에게 상상 친구를 만들기엔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아이들과 좀 더 거리를 두고, 저마다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겠다. 이참에 나도 상상 친구를 하나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안녕,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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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의 초등 책 읽기 교실 - 마음과 생각을 함께 키우는 독서 수업
김소영 지음 / 다산에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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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읽기와 쓰기에 참 많은 공을 들였다. 요즘과 달리 집 안에서는 딱히 놀거리가 없었던 어린 나는 그저 읽는 게 좋았다. 집에 책이 많지 않아 책의 앞표지부터 뒷표지까지 한 글자, 한 글자 아껴가며 읽었다. 덕분에 지금도 어떤 종류의 것이든 읽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 12살, 10살이 된 두 아들을 키우며 도대체 가만히 앉아서 책 읽는 일이 왜 이다지도 어려운지 매일 골머리를 앓는다. 그리하여 독서 지도에 관한 여러 책을 보았는데, 이번에 만난 <김소영의 초등 책읽기 교실>은 1장인 '말하기가 독서력을 키운다'부터 딱딱하게 굳은 나의 신념을 말랑말랑하게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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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린이의 독서 환경은 무리한 독후 활동, 특히 독서 기록장 쓰기 등 글쓰기를 중심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그 결과 독서도, 독서 기록장도 멀리하는 어린이가 많아졌지요. '말로 쓰는 독후감'으로 다시 시작해 보세요.

김소영의 초등 책읽기 교실,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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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는 어릴 때부터 뭐든 조금씩 빠른 편이었다. 말도 금방 익혔고, 이후로는 그야말로 눈을 뜨고 있는 동안에는 내내 종알댔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심지어 놀이터에서도 입을 꽉 다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많았다. 저래서 어떻게 사회 생활을 할까,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고 왕따라도 당하면 어쩌나. 아이를 낳고 기른 나만 태평했다. 내 아들이 얼마나 말하는 걸 좋아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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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첫째 아이는 말이 더 많아졌다. 오죽하면 아침밥을 먹으며 점심, 저녁, 다음 날 식단까지 생각해 두는 아이에게 먹으면서 말하는 직업을 찾아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 중 하나는 제발 조용히 하고 책 좀 읽으라는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독후감. 책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 아닌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적는 진짜 독후감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자신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글로 써야 할 지 막막해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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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어린이라는 세계>를 통해 어린이의 대변인을 자처한 저자 김소영은 읽은 것에 대해 잘 말할 수 있어야 글도 잘 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를 시도하다 보면 비로소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즉 쓰기 전에 말하고, 말한 것을 쓰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글로 쓰일 것을 전제로 말하도록 하면 단어를 평소보다 신중하게 고르고, 문장의 앞뒤가 맞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또 책 속에서 만난 새로운 어휘도 직접 사용해 보며 언어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말하기가 독서, 나아가 글쓰기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 돕는다니 수다쟁이 아들을 둔 입장에서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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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바탕 수다를 떤 후에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저자는 '어떻게' 이전에 '무엇을'부터 생각하자고 제안한다. 좋은 글감은 쓰는 사람의 생각을 최대로 이끌어낸다. 그러면 글 쓰는 데 자신감이 생기고, 쓰는 동안 옆길로 샐 염려도 적어진다. 문제는 좋은 글감을 찾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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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글을 종류에 따라 적절한 글감의 조건을 생각해 오직 글감'만' 써보라고 말한다. 하나의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보자는 취지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면 내가 잘 아는 글감을 떠올려 보는 거다. 내 방 청소하는 방법, 우리 아빠의 특징, 나의 버릇 같은 것들 말이다. 일기를 위한 글감이라면 주말에 워터파크에 간 일, 친구와 함께했던 물총 싸움, 시를 위함이라면 여름 풍경, 구름과 나뭇잎 같은 글감도 훌륭하다. 나에게는 보물 공책이 여러 권 있다. 책을 읽다가 내 마음을 흔드는 문장도 적고, 지나가다 들은 최신 유머도 적고, 아이들이 했던 감동적인 사랑 고백도 적는다. 언젠가 그 보물 공책 속 빛나는 문장들이 내 글 곳곳에 자리를 잡을 날을 꿈꾸면서 말이다. 내 모습을 지켜본 아이들도 저마다의 글감 노트를 마련했다. 여기저기서 모아온 글감들을 정리하고, 글을 쓸 때 그 수첩을 뒤적이며 골똘히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미 내 마음 속에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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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목적은 글쓰기가 아닙니다. 특히 어린이 독서 교육의 목표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기르고, 목적에 맞게 읽고 평가하는 능력을 익힘으로써 평생 독자로서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읽기를 중심으로 말하기와 글쓰기가 힘을 합쳐 책 읽는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소영의 초등 책읽기 교실,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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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토론도 독후감도 좋다. 하지만 그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읽기이다.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을 읽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함께 책을 읽어줄 어른도 필수다. 갈수록 아이들의 독서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책 읽는 어른이, 롤 모델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휴대폰 대신, 잔소리 대신, 이야기 속 인물에 폭 빠져 있는 엄마의 모습, 한껏 기대에 찬 얼굴로 책장을 넘기는 아빠의 얼굴이 가장 확실한 '독서 지도'라 믿고 더욱 정진해 보겠다. 얘들아, 같이 책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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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말을 거는 세계 미술관 사전 - 정말 이렇게 그려졌다고요?
이은화 지음, 정진희 그림 / 가나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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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현대 미술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오스트리아 빈 박물관, 네덜란드 반 고흐 박물관, 이탈리아 바티칸 박물관. 직접 그 곳에 가 봤던 사람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어 리스트에 올려둔 사람도 설레게 하는 이름들이다.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오며가며 들르는 곳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직 그림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떠나기도 한다. <그림이 말을 거는 세계 미술관 사전>에서 유럽 각국, 미국, 러시아 등 전 세계 유명 미술관 19곳에서 볼 수 있는 79점의 명화가 소개되어 있다. 시대적으로는 15세기 르네상스부터 현대 미술까지 무려 600년의 시간을 아우른다. 그 시간의 역사 속에서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앤드 워홀 같은 세계적인 미술가들부터 메리 카사트, 제니 홀저 같은 근현대 여성 미술가들까지 편안한 내 방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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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맨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실제와 똑같이 그리려 애를 쓴다. 그리고 그런 그림을 '잘 그렸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가 쏘아올린 풍경화는 클로드 모네 같은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인상주의란 빛을 받아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미술의 경향이다. 때문에 그들의 그림을 접하면 무엇을 그린 건지, 완성된 그림이 맞는 건지 의아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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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는 <노럼성, 일출>이라는 작품을 죽기 6년 전에 완성했다. 잉글랜드 북부의 노섬벌랜드에 있는 오래된 노럼성은 왕이 사는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군대를 막기 위해 요새로 지어졌다. 터너는 1797년 폐허가 된 성을 처음 본 후 두 번이나 다시 찾아와 여러 점의 풍경화를 그렸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모든 그림을 미완성 상태로 남겼다. 보는 사람이 상상력을 통해 스스로 작품을 완성해 나가길 바랐던 것이다. 소설로 보면 '열린 결말'이라 할 수 있겠다.

인상파의 대표 주자인 모네는 고향 르아브르를 방문했을 때 <인상, 해돋이>를 그렸다. 해가 뜰 무렵, 빛을 따라 변화하는 항구의 모습을 재빠른 붓질로 캔버스에 담은 그는 1894년 4월, 파리에서 열린 무명 미술과 협회 전시회에 이 작품을 출품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르로이라는 한 비평가가 모네의 그림이 완성작이 아니라 스케치에 불과하다며 조롱한 것이다. 하지만 모네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조롱을 기꺼이 받아들여 자신과 결을 같이 하는 화가들을 '인상파'라 칭했다. 이후 에두아르 마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베르트 모리조 등과 함께 인상주의 전시회를 열며 인상파의 탄생과 건재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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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몸으로 경험하는 독서고,

독서는 앉아서 떠나는 여행입니다.

그림이 말을 거는 세계 미술관 사전,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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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없는 여행은 상상하기 힘들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으면 짧고 긴 여행을 다녀온 듯 여운이 남는다. 이렇듯 여행과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다. <그림이 말을 거는 세계 미술관 사전>을 보고 나니 책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세계 여행을 다녀온 듯 뿌듯해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언젠가 이 책에 나온 미술관들을 직접 방문할 감격적인 날을 손꼽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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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행동경제학 - 교과서에서 설명하지 않는 우리의 선택과 심리
김나영 지음 / 가나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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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밤, 이제 어린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아이들의 잠든 모습을 보며 또 다짐한다. 내일부터 딱 일주일동안 일절 잔소리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다짐은 매번 월요일 하교 후에 무참히 무너지고 만다. 전통 경제학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이득을 최대로 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라 여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라고 불리는 그들은 건강을 위해서는 당장 눈앞에 케이크가 있어도 참고, 결심했던 운동은 꾸준히 한다. 또 잠자리에 들기 전 계획한 대로 6시에 일어나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도 절제하곤 한다. 나만 쓰레기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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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투성이인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행동을 관찰하며 전통 경제학에서 설명하기 힘들엇던 현상을 설명하는 게 '행동 경제학'입니다. 스스로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고, 오류를 범하기 쉬운 상황들과 그 원인을 알아가면 사고의 오류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최소한의 행동경제학,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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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의 철학적 쓰임은 이렇다. 사유의 혼란, 감정적인 동기 때문에 논리적 규칙을 소홀히 함으로써 저지르게 되는 바르지 못한 추리. <최강의 실험 경제반 아이들>, <열두 살 실험 경제반 아이들>, <경제 수학, 위기의 편의점을 살려라>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중학교 사회 교사인 김나영 선생님은 그러한 오류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자신만의 패턴을 알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심리를 파악함으로써 스스로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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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행동경제학>을 읽으며 당장 아이들에게 적용해 볼만한 이야기를 발견했다. 바로 '미끼 효과'와 '낮은 공 기법'이다. 미끼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가 혹할만한 것을 제시하거나 내어주는 것 아닌가. 책에 나온 문장을 인용하자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울 때, 겉보기에는 기존 두 대안보다 좋지 않은 또 다른 대안이 추가되면 비교를 통해 기존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거다. 내 기준으로 쉽게 말하자면 아이에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수학 한 시간, 영어 30분 할래' 아니면 '수학 30분, 영어 한 시간 할래'. 둘 다 싫어서 머리를 감싸쥐고 고민하는 아이에게 히든 카드를 던진다. 그것도 아니면 '수학 1시간 30분 할래.' 아이는 울며 겨자먹기로 앞의 두 조건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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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낮은 공 기법'이란 한 마디로 말하면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A,B 두 그룹이 있다. A 그룹에게는 간단한 실험에 참여할 것인지를 먼저 묻고, 참여하겠다고 하면 그 실험이 아침 7시에 시작한다는 조건을 밝힌다. B 그룹에게는 실험이 아침 7시에 시작한다는 것을 먼저 알린 후 실험 참여 여부를 물었다.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A 그룹은 56%, 그룹은 31%였다. 실제 실험이 진행되는 날 참석율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먼저 실험 참가 동의를 얻고 실험 시작 시간이 아침 7시라는 것을 전달한 A 그룹은 95%가, 실험 시간을 먼저 듣고 참가 의사를 밝힌 B 그룹은 77%가 참석했다. 나쁜 조건을 나중에 들은 학생들이 실험 참여에 동의할 확률도 높고, 실제로 참여할 확률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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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아이들의 수학 문제집을 채점했다. 어제 둘이 마주 앉아 온갖 참견을 하고 시비를 걸며 입으로 문제를 풀더니, 맞은 문제가 별로 없다. 하교 후 만나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야단일 아이들에게 전달할 두 가지 소식이 있다. 틀린 수학 문제를 고쳐야 한다. 거의 다 틀렸다. 이 상황에서 가장 낮은 공이란 그나마 가장 적게 틀린 쪽부터 풀도록 하는 것이리라. 입을 댓 발 내밀며 투덜투덜 징징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입 안을 가득 채울 먹거리도 미리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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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미쉘과 함께하는 자녀 교육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여러 가지 100일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언제부턴가 빨리빨리, 얼른얼른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내가 너무 싫어 자주 멈춰 깊은 숨을 쉬고, 천천히 속도 조절을 하는 하루를 보내려 노력중이다. 물론 이 생각을, 이 다짐을, 이 도전을 처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공표를 하고 나니 혼자 외로이 투쟁할 때보다는 조금 낫다. <최소한의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공개 선언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부디 이 좋은 책을 나만 읽고 끝내지 않기를, 두 아이들도 흥미롭게 읽어 그들의 행동에도 좋은 변화가 있기를 소망해본다.





 
최소한의 행동경제학
저자
김나영
출판
가나출판사
발매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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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 - 불안의 시간을 건너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 철학 에세이
강성태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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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강성태. 나와 동년배인 그가 인생 후배들을 향해 "공부해라, 공부해!"라며 맹렬하게 활동할 때 나는 이미 공부와 멀어진 상태였다. 당연히 그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그가 하는 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를 읽던 중, '공신 강성태'는 물론이고 '사람 강성태'에 대해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봤다. 그에 업적과 목표에 대한 기사, 그가 우려하고 주장하는 바가 담긴 영상을 보고 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사람 진심이구나. 공부가 아이들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아이들을 돕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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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또 새로운 세상을 조금 일찍 경험한 선배로서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딱 하나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여러분은 그 어떤 존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요. 공부를 할 때에도 공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요.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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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때문에 불행해지는 게 아니라 공부로 인해 더 행복해지는 삶. 그것이 바로 모든 부모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선물일 것이다. '공신'과 함께하는 20년 동안 저자도 어느새 가장이 되고 아빠가 되었다. 때문에 지금이 삶의 그 어느 순간보다 절실하다고 한다. 이 책은 공부를 도와주고 꿈을 이뤄준다는 마음을 넘어, 사람을 살리고 구한다는 마음, 한 줄 한 줄 기도하는 마음으로 채워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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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공부의 결심>에서 가감없이 드러낸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참 마음이 아팠다. 경상북도 점촌에서 걱정 없이 살던 저자는 어느 날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이사를 갔다. 점촌에 있는 학교에서 건물 외부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던 그는 전학 간 서울 학교의 화장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일단 화장실이 건물 안에 있었고, 귀신 나올 일은 없어 보이는 수세식이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그는 굉장히 소심했고, 여렸으며 겁이 많았다. 왕따 당하기 딱 좋은 표적이었던 것이다. 학교 화장실에서 미소를 지은 채 음식을 먹으며 휘두르는 친구의 주먹을 아무런 저항없이 맞았던 그에게 미래가 있을 리 만무했다. 이후로도 사라지고 싶을 만큼 끔찍한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현직 우리의 공신 강성태는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보다 스스에게 화가 났다고 한다. 불의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숨으려고만 하고, 찍소리도 못하는 바보 같은 자신. 그런 못난 아들을 귀하디 귀하게 키우시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저자는 작은 다짐을 품었다. 더는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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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열등감은 엄청난 원동력입니다. 열등감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를 남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감정'인데요. 남들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고, 열등감이 있다는 건 그만큼 부족한 것을 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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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그를 있게 한 건 다름 아닌 '열등감'이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자신처럼 열등감을 자산 삼아 살아간 김득신의 일화를 소개한다.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다독가인 김득신은 노력형 인간의 대표격이다. 20세에 과거에 합격한 아버지 김치,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에서 불과 3000명의 병사로 왜군 3만 명을 물리친 진주대첩의 영웅인 할아버지 김시민. 하지만 김득신은 김득신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병치레로 늦되었다. 열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글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스무 살이 되어서야 겨우 글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느리고 모자란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해준 아버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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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너는 남들이 한 번 읽을 때 열 번을 읽어야 한다. 남들이 열 번 읽을 땐 백 번 읽어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글이라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의미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타고난 재능을 바꿀 순 없겠지만,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 너도 언젠간 글과 문장에 익숙해 질 것이다."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 3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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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의 순간까지도 아들의 편이었던 아버지의 믿음과 사랑 덕분에 김득신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갔다. 그가 남긴 '독서 기록'에 따르면 그는 사마천의 <사기>를 무려 10만 번 넘게 읽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조선 중기의 학자인 택당 이식 선생, 당시 임금이었던 효종, 다산 정약용 등이 으뜸으로 손꼽는 훌륭한 인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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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공신 김득신이 자신의 묘비에 남긴 문구를 통해, 신흥 공신 강성태가 이 책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같다. 공부는 내가 지금의 나에게,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선물이다. 그러니 재주가 남보다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고 더욱 힘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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