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의 철학적 쓰임은 이렇다. 사유의 혼란, 감정적인 동기 때문에 논리적 규칙을 소홀히 함으로써 저지르게 되는 바르지 못한 추리. <최강의 실험 경제반 아이들>, <열두 살 실험 경제반 아이들>, <경제 수학, 위기의 편의점을 살려라>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중학교 사회 교사인 김나영 선생님은 그러한 오류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자신만의 패턴을 알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심리를 파악함으로써 스스로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소한의 행동경제학>을 읽으며 당장 아이들에게 적용해 볼만한 이야기를 발견했다. 바로 '미끼 효과'와 '낮은 공 기법'이다. 미끼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가 혹할만한 것을 제시하거나 내어주는 것 아닌가. 책에 나온 문장을 인용하자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울 때, 겉보기에는 기존 두 대안보다 좋지 않은 또 다른 대안이 추가되면 비교를 통해 기존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거다. 내 기준으로 쉽게 말하자면 아이에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수학 한 시간, 영어 30분 할래' 아니면 '수학 30분, 영어 한 시간 할래'. 둘 다 싫어서 머리를 감싸쥐고 고민하는 아이에게 히든 카드를 던진다. 그것도 아니면 '수학 1시간 30분 할래.' 아이는 울며 겨자먹기로 앞의 두 조건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다음으로 '낮은 공 기법'이란 한 마디로 말하면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A,B 두 그룹이 있다. A 그룹에게는 간단한 실험에 참여할 것인지를 먼저 묻고, 참여하겠다고 하면 그 실험이 아침 7시에 시작한다는 조건을 밝힌다. B 그룹에게는 실험이 아침 7시에 시작한다는 것을 먼저 알린 후 실험 참여 여부를 물었다.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A 그룹은 56%, 그룹은 31%였다. 실제 실험이 진행되는 날 참석율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먼저 실험 참가 동의를 얻고 실험 시작 시간이 아침 7시라는 것을 전달한 A 그룹은 95%가, 실험 시간을 먼저 듣고 참가 의사를 밝힌 B 그룹은 77%가 참석했다. 나쁜 조건을 나중에 들은 학생들이 실험 참여에 동의할 확률도 높고, 실제로 참여할 확률도 높았다.
오늘 오전 아이들의 수학 문제집을 채점했다. 어제 둘이 마주 앉아 온갖 참견을 하고 시비를 걸며 입으로 문제를 풀더니, 맞은 문제가 별로 없다. 하교 후 만나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야단일 아이들에게 전달할 두 가지 소식이 있다. 틀린 수학 문제를 고쳐야 한다. 거의 다 틀렸다. 이 상황에서 가장 낮은 공이란 그나마 가장 적게 틀린 쪽부터 풀도록 하는 것이리라. 입을 댓 발 내밀며 투덜투덜 징징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입 안을 가득 채울 먹거리도 미리 준비해야겠다.
작년부터 '미쉘과 함께하는 자녀 교육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여러 가지 100일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언제부턴가 빨리빨리, 얼른얼른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내가 너무 싫어 자주 멈춰 깊은 숨을 쉬고, 천천히 속도 조절을 하는 하루를 보내려 노력중이다. 물론 이 생각을, 이 다짐을, 이 도전을 처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공표를 하고 나니 혼자 외로이 투쟁할 때보다는 조금 낫다. <최소한의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공개 선언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부디 이 좋은 책을 나만 읽고 끝내지 않기를, 두 아이들도 흥미롭게 읽어 그들의 행동에도 좋은 변화가 있기를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