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비밀 친구 ㅣ 봄소풍 보물찾기 5
A. F. 해럴드 지음, 에밀리 그래빗 그림, 지선유 옮김 / 봄소풍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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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다 알아주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디든 같이 가고, 뭘 해도 같이 하며 온종일 붙어 있어도 싸울 일 없는 언제나 내 편인 친구. 하지만 어린 나에게는 그런 상상 친구를 만들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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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저는 어맨다의 새 친구이다. 좀 특이하게도 러저는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왜냐하면 러저는 어맨다의 상상이 만들어 낸 친구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여자 아이인 어맨다가 왜 상상 친구로 남자 아이인 로저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그러다 잘 풀리지 않는 신발끈을 가위로 싹뚝 잘라버리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외투와 흙투성이가 된 신발쯤은 옷장에 휙 던져넣는 쿨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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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입장에서 어맨다는 손이 많이 가는 아이는 아니었다. 늘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지도 않았고, 오 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혼자 있으면 지루해서 토라지거나 투덜거리는 부류의 아이가 아니었다. 어맨다는 혼자서도 만족스럽게 지냈다. 어릴 때부터 종이와 펜, 크레용만 잔뜩 주면 지도와 괴물을 그리고 모험 계획을 짜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맨다는 침대 위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 바다 위를 항해하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행복했다. 그녀의 자기주도적인 성격은 일정 부분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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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일 파티나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자는 파자마 파티 때문에 다른 아이들 집에 가면 친구들 부모님은 어맨다의 엄마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말했다.

"어맨다가 부엌 식탁 맡에 들어가 앉아 있더라고요. 자기가 탄 배를 고래가 삼켜 버려서 다시 토해 내길 기다리고 있다면서요. 음... 오셔서 데려가실래요?"

그러면 어맨다의 엄마가 이렇게 대답했다.

"집에 일찍 오고 싶대요? 뭘 깨뜨렸나요? 아니에요? 그럼 약속한 대로 여섯 시에 들를게요."

상상 속의 비밀 친구,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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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맨다가 혼자 잘 놀아서인지, 엄마가 바빠서인지 둘은 한 집에 살지만 서로의 경계를 존중한다. 어맨다가 방학을 해서 집에 있을 때도 엄마는 많은 시간 서재에서 일을 한다. 부모님이 하시는 사업의 회계 일을 맡고 있는 엄마는 컴퓨터 앞을 지켜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가 아니면 부엌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물이 끓기를 기다리거나 오후 세 시쯤에는 고작 십 분 정도일 뿐이었지만 소파에 누워 포도주 한 잔을 마시기도 했다. 가끔은 딸이 있다는 것조차 새까맣게 잊는 것 같은 그녀는 딸이 요청하면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가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보드게임을 하거나 숙제를 도와주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 그런 부류의 엄마가 아니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딸이 혼자서 즐겁게 놀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한 것이 다행이라 여겼다. 그렇게 생각해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도 덜 미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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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상상 친구를 만들었던 것은 어맨다의 엄마가 선배였다. 자신의 엄마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 상상 친구였던 프리지의 존재에 대해 듣게 된 그녀는 안타깝게도 강아지였던 프리지에 대해 기억하는 게 없다. 어렴풋이 침대 밑에서 자는 개의 축축한 흙냄새 같은 것이 기억나는 듯 싶긴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상상을 멈춘 탓에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확신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상상 친구를 만들어 내는 게 전혀 해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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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어맨다가 상상 친구를 만들어서 노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다른 어른들 같으면 아이가 상상 친구를 만들어 노는 첫 조짐을 보이자마자 당장 아동 심리학자에게 전화를 걸겠지만, 어맨다의 엄마는러저가 집에 함께 있게 된 것이 기뻤다. 저녁 식탁에 한 자리를 내줘야 한다면 뭐 그럴 수 있다. 만약 상상 소년이 좋아하는 딸기 향 샴푸를 사야 한다면, 음, 그것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차를 타고 어딘가로 출발하기 전 러저가 안전띠를 맸는지 확인해야 한대도 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수고는 사소한 것들이었다. 게다가 어맨다의 말을 들어 보면 러저가 그렇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어맨다의 엄마는 자기 딸과 놀아 주는 러저라는 아이를 더 걱정하였다.

상상 속의 비밀 친구, 35쪽

이 쿨한 엄마 덕분에 어맨다와 러저는 누구도 겪지 못했을 모험 속 세상을 헤치고 다닌다. 그러는 동안 더 이상 누군가가 상상해 주지 않아 사라질까 봐 걱정하는 상상 친구들을 만나는 부분과 후반부에 어맨다 엄마의 상상 친구였던 프리지가 사라지는 것을 보는 러저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어맨다의 집 안을 둘러본 러저는 어떤 사진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맨다가 러저를 그려서 자기 방에 붙여 놓은 그림 속에는 분명 자신이 존재했다. 러저는 알고 있었다. 상상은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어맨다가 자신을 잊을 거라는 것을. 실제 존재하는 것들을 붙잡아 두거나 이미 떠난 진짜 사람을 기억하기에도 벅찬데, 상상까지 기억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흐른 어느 날, 어맨다가 자신이 그렸던 러저의 모습을 보고 지난 날을 추억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미소 지을지도 모른다. 러저에겐 그 정도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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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등학생인 두 아이에게 상상 친구를 만들기엔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아이들과 좀 더 거리를 두고, 저마다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겠다. 이참에 나도 상상 친구를 하나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안녕,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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