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다 알아주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디든 같이 가고, 뭘 해도 같이 하며 온종일 붙어 있어도 싸울 일 없는 언제나 내 편인 친구. 하지만 어린 나에게는 그런 상상 친구를 만들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
러저는 어맨다의 새 친구이다. 좀 특이하게도 러저는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왜냐하면 러저는 어맨다의 상상이 만들어 낸 친구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여자 아이인 어맨다가 왜 상상 친구로 남자 아이인 로저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그러다 잘 풀리지 않는 신발끈을 가위로 싹뚝 잘라버리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외투와 흙투성이가 된 신발쯤은 옷장에 휙 던져넣는 쿨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부모 입장에서 어맨다는 손이 많이 가는 아이는 아니었다. 늘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지도 않았고, 오 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혼자 있으면 지루해서 토라지거나 투덜거리는 부류의 아이가 아니었다. 어맨다는 혼자서도 만족스럽게 지냈다. 어릴 때부터 종이와 펜, 크레용만 잔뜩 주면 지도와 괴물을 그리고 모험 계획을 짜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맨다는 침대 위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 바다 위를 항해하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행복했다. 그녀의 자기주도적인 성격은 일정 부분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