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현대 미술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오스트리아 빈 박물관, 네덜란드 반 고흐 박물관, 이탈리아 바티칸 박물관. 직접 그 곳에 가 봤던 사람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어 리스트에 올려둔 사람도 설레게 하는 이름들이다.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오며가며 들르는 곳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직 그림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떠나기도 한다. <그림이 말을 거는 세계 미술관 사전>에서 유럽 각국, 미국, 러시아 등 전 세계 유명 미술관 19곳에서 볼 수 있는 79점의 명화가 소개되어 있다. 시대적으로는 15세기 르네상스부터 현대 미술까지 무려 600년의 시간을 아우른다. 그 시간의 역사 속에서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앤드 워홀 같은 세계적인 미술가들부터 메리 카사트, 제니 홀저 같은 근현대 여성 미술가들까지 편안한 내 방에서 만날 수 있다.
누구나 맨 처음 그림을 그릴 때 실제와 똑같이 그리려 애를 쓴다. 그리고 그런 그림을 '잘 그렸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가 쏘아올린 풍경화는 클로드 모네 같은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인상주의란 빛을 받아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미술의 경향이다. 때문에 그들의 그림을 접하면 무엇을 그린 건지, 완성된 그림이 맞는 건지 의아할 때가 있다.
터너는 <노럼성, 일출>이라는 작품을 죽기 6년 전에 완성했다. 잉글랜드 북부의 노섬벌랜드에 있는 오래된 노럼성은 왕이 사는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군대를 막기 위해 요새로 지어졌다. 터너는 1797년 폐허가 된 성을 처음 본 후 두 번이나 다시 찾아와 여러 점의 풍경화를 그렸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모든 그림을 미완성 상태로 남겼다. 보는 사람이 상상력을 통해 스스로 작품을 완성해 나가길 바랐던 것이다. 소설로 보면 '열린 결말'이라 할 수 있겠다.
인상파의 대표 주자인 모네는 고향 르아브르를 방문했을 때 <인상, 해돋이>를 그렸다. 해가 뜰 무렵, 빛을 따라 변화하는 항구의 모습을 재빠른 붓질로 캔버스에 담은 그는 1894년 4월, 파리에서 열린 무명 미술과 협회 전시회에 이 작품을 출품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르로이라는 한 비평가가 모네의 그림이 완성작이 아니라 스케치에 불과하다며 조롱한 것이다. 하지만 모네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조롱을 기꺼이 받아들여 자신과 결을 같이 하는 화가들을 '인상파'라 칭했다. 이후 에두아르 마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베르트 모리조 등과 함께 인상주의 전시회를 열며 인상파의 탄생과 건재함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