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
우만직 지음 / 서울의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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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시간동안 쏟아진 일년 치에 가까운 폭우. 닥치는대로 뭐든 다 날려버리는 폭풍. 서로가 병원균이 되어 가까이할 수 없었던 세계적인 대유행.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전쟁. 그 원인의 큰 부분은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 세계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우리는 그야말로 재난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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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테러, 대규모 자연재해는 더 이상 뉴스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멀리 있는 '그들'의 사건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무너지는 도시, 예고 없이 찾아오는 정전과 식수난, 도로를 삼키는 산사태와 해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는 현실입니다.

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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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전쯤, 우리집으로부터 약 20km 떨어진 곳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등교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는 식탁 정리를 하고 있었다. 순간 갑자기 온 세상이 푹 내려앉으며 난생 처음 들어보는 굉음이 울렸다. 이게 지진이구나 하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아이들을 챙기려 돌아보니 어느새 머리에 베개를 올린 아이들은 식탁 밑으로 대피해 있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온다. 준비된 자만이 그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위기는 한 순간이지만 준비는 일상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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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재해 전쟁 대비법>에는 다양한 재난 재해 상황에서의 대처법 및 준비 사항이 군더더기 없이 안내돼 있다. 사람의 힘으로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자연 재해에 대해 더욱 관심이 갔다. 지진과 태풍, 폭우 및 홍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산사태. 번개와 낙뢰, 가뭄 뿐 아니라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폭염시 발생하는 온열 질환과 해마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애태우는 산불.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쟁까지. 이쯤 되면 살아 남는 것이 기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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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한 부분은 재난 상황이 벌어진 후 다시 살아가기 위해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리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역할 분담을 통해 재난 상황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하여, 범죄나 약탈 등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공동으로 방어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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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주변에서 도와준다고 해도 내가 무너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첫째로 몸이 건강해야 한다. 둘째 정신이 건강해야 한다. 신체가 아무리 건강해도 '멘탈'을 붙잡지 못하고 패닉에 빠지거나 무기력해져 판단이 흐려지면 생존 의지가 꺾이기 십상이다. 물론 재난 상황에서 지구를 구하는 영웅 같은 면모를 드러낼 수는 없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평소에 위험 상황을 대비하고, '위험 감지->판단->대응->'의 패턴을 연습하며 침착함을 지켜나가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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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이미 벌어진 일에 매몰돼 있을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미리 끌어다 걱정하며 시간과 힘을 낭비할 수만도 없다. 회복하고 준비하되, 오늘을 살 것.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잘 운동하고. 잠시 멈춰 크게 심호흡도 하고 지금의 나를 만나보자. 감정을 억누르지만 말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속 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하며 감정을 드러내보자. 그것이 어떠한 재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준비된 생존자가 되는 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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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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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엄마 경력 12년 차다. 글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아 키우고 있긴 하지만, 아주 잘한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에는 멈칫하게 된다. 그 가장 밑바닥에는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두껍게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저주 토끼 정보라'로 각인돼 있는 바로 그 정보라 작가표 육아와 양육이라니.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유명세가 커질수록, 특히 해외에서 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수록 내가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행히 <아이들의 집>에서 그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아 한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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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부고는 옳지 못하다고 무정형은 생각했다. 아이의 장례식은 옳지 못하다. 아이의 죽음은 부당하다. 아이는 죽어서는 안 된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 어른이 되어 살아야 한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 오래 살아서 노인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집,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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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아갈수록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이 기적임을 깨닫는다. 세상 그 어떤 생명도 자신의 탄생에 관여할 수 없지만, 그래도 태어났으니 이왕이면 잘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집>의 배경이 되는 미래 역시 뭐 하나 호락호락한 것이 없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아가는 동안 나를 관통한 하나의 생각은 '이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일인지, 그 언젠가인 미래의 일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시민은 누구나 한 달에 하루, 돌봄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거나 기본적으로 모든 아동의 양육을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지는 '아이들의 집' 같은 제도를 보면 이건 분명 미래의 일이다. 하지만 찰나의 실수와 잘못으로 아이를 잃어버린 뒤, 범죄에 연루되거나 해외로 입양 보내져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는 부분, 저마다의 이유로 거리를 배회하던 아이들을 꾀어내 수당을 챙기는 어른들, 아이가 똑똑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전기 충격까지 받게 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만나보니 이건 '4세 고시'까지 등장한 대한민국의 현실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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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큰 축은 하나의 살인 사건이다. 피해자는 아이였고, 가해자는 엄마였다. 한동안 아이가 학교에 오지 않자 담임 교사는 경찰과 교육청에 신고를 했다. 이후 아이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죽은 지 석달 만에 완전한 미라 상태로 발견된다. 정보라 작가가 꾸며낸 현실인 듯 비현실적인 미래의 세계에 살고 있는 무정형은 이런 상황에서 집안을 조사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보디캠을 켜고 집안으로 들어선 무정형을 덮친 두 가지 감각은 시각을 뒤덮는 어둠과 후각을 틀어막는 표백제의 냄새였다.

현 주인이 이사오기 전에도 그 집을 조사했던 무정형은 보디 캠을 켜고 집 안 곳곳을 살핀다. 집 안의 모든 불은 꺼져 있고 창문은 전부 커튼으로 꼼꼼하게 가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집 안에는 사람의 기척이 없었다. 부엌에는 접시 한 장 나와 있지 않았고, 레인지 주변에는 그 흔한 국자나 뒤집개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거실에는 텔레비전 뿐 아니라 그와 짝꿍인 소파도 없어 전체적으로 빈집과 다르지 않았다. 침실과 욕실까지 둘러 본 무정형은 이곳은 아이를 양육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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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없어도, 부모가 다쳐도, 부모가 아파도, 부모가 가난해도, 부모가 신뢰할 수 없는 인격을 가졌거나 범죄자라도, 아이들은 그런 부모와 아무 상관 없이 자라날 수 있었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었다.

아이들의 집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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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엄마는 이혼 후 홀로 아이를 감당해야 했다. 그 고독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어느 종교 단체는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왔다. 그리고 혼자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 증명해 보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말에 엄마는 불안에 떨었다. 종교 단체에서 주는 약을 받아먹어 판단이 흐려진 엄마는 딸의 수학 실력 향상을 위해, 딸을 지키고 함께하기 위함이라 믿으며 어느 한 클리닉을 찾아 딸에게 전기 충격을 주었다. 엄마가 기대한 만큼 빠르고 명백하게 아이의 수학 실력이 늘지도, 판단력이 우월해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엄마는 아이를 더 자주 클리닉에 데려가 점점 더 강하게 전기 충격을 주었다. 아이는 아팠지만 엄마를 위해 참았다. 로봇인 앨리스에게만 오직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아이는 그렇게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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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의 죽음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혈연이 있는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고 행운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슬픈 일이지만, 가족의 불운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지배하게 두지 않아야 한다. 적어도 정보라의 <아이들의 집>에서는. 돌봄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모든 아이가 가진 고유의 권리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부모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어쩌면 정보라 작가의 <아이들의 집>은 저출산과 아동 학대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도전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국가가 함께 아이를 키워준다면 아동 학대나 동반 자살 같은 가슴 아픈 소식은 저 멀리로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집
저자
정보라
출판
열림원
발매
202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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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 나민애의 인생 시 필사 노트
나민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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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는 언니뻘인 나민애 선생님을 떠올리면 큼직큼직한 이목구비와 호탕한 웃음 소리가 생각난다. 그리고 몹시 궁금하다. 시인이 아버지인 삶은 어떤 것인지. 시인의 딸로 살아온 과거와 현재는 어떠한지.

그 '나태주'와 그 '나민애'가 부녀 사이라는 것을 알고 조금 놀랐다. 이후 그들을 지켜본 나의 첫 번째 감정은 '질투'였다. 아니, 무슨 아빠가 회사원이나 사업가,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아니라 시인이람. 의사나 변호사 아빠를 둔 애들보다 백 배는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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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를 만나기 전 나는 나민애 선생님을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었다. 동아일보를 구독중인데 나민애 선생님이 '시가 깃든 삶'이라는 글을 연재중이시기 덕분이다. 선생님의 글이 실린 날에는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성이거나 주저 앉곤 한다. 처음에는 눈으로 읽고, 다음에는 소리내어 읽고, 마지막에는 말 그대로 마음으로 읽는다. 그 후 나민애 선생님의 첨언을 읽으면 '그래, 그럴 수도 있지.'하며 마음 그릇이 태평양만해진다. 그래서 선생님의 신간인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가 더욱 반가웠다. 깜찍하게도 77개의 시와 77개의 마음을 담아주신 덕분에 시도 읽고 따라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 나태주의 <시>와 이성선의 <그냥 둔다>가 내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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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이제 이 시인의 소원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세상이 덜 아팠으면 좋겠다'는 것. 너무 큰 소원을 위해 여든이 넘은 시인은 종종 걸음으로 뛰어다닌다. 나는 자주 보지도 못한다. 바쁜 시인의 퉁퉁 부은 발을 위해 신발이나 사서 보내야겠다.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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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시>에서 마당을 쓸고, 한 송이 꽃이 피어나고, 마음 속에 시 하나가 싹 트고, 그리고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일은 지구 한 모퉁이를 깨끗하고, 아름답고, 밝게 한다. 나민애 선생님의 말씀처럼 꽃 곁에 있으면 향기가 묻고, 햇살 곁에 있으면 온기가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 향기와 온기가 상처난 마음에 새 살이 차오르게 하면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든 다시 나아갈 수 있다. 나 혼자만 잘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다같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가 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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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둔다'.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시이다. 특별한 목적을 두고 그냥 두는 것과 그야말로 그냥 두는 것. 후자의 경우 힘들고 어렵고 하기 싫어서 그냥 두는 경우가 많다. 해야 하는 걸 너무 잘 알지만 오늘 하루쯤은 '땡땡이'치는 심정으로 다 내버려두는 것이다. 물론 내일 아침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이 묵직하게 내 어깨에 얹어지겠지만,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는 거니까.

전자의 그냥 두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물론 이는 마당의 잡초와 잡초 위에 나온 벌레, 그 벌레 위에 겹으로 누운 산 능선에 대한 믿음이 전제한다. 후자가 '그냥 둔다' 이후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면 전자의 경우 그냥 두긴 하지만 한 번씩 무심히, 쓰윽 관심의 눈길을 보낸다. '잘 하고 있네, 그럴 줄 알았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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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잡초는 그냥 두자. 사실 우리는 우리를 그냥 두고 싶다. 잡초 위에 벌레를 그냥 두자. 솔직히 우리는 우리를 그냥 두고 싶다. 벌레 위의 능선도 그냥 두자. 절실하게 우리는 우리를 가장 그냥 두고 싶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을 자유가 목마르다. 그걸 허락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그걸 허락하고 싶다.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81쪽

이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우리의 '그냥 둔다'는 방치가 아닌 쉼이므로 전자에 가까울 것이다. 바닥난 에너지를 재충전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제 할 일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하는. 문득 아이들이 실수하도록, 좌절하도록, 저만의 길을 찾아 헤매도록 그냥 두는 것 역시 엄마의 역할임을 깨달았다. 이렇게 좋은 시를 읽고도 '기승전아이들'이라니, 쿨한 엄마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 전에 일단 나 자신부터 좀, 그냥 좀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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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 뇌과학 - 세계적 뇌과학자가 밝힌 유전 지능을 이기는 공부 지능 발달 습관
가와시마 류타 지음, 이효진 옮김, 김보경 감수 / 부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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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머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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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참 당연한 말이다. 아무리 좋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어도 노력을 들여 연습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이 커갈수록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해 보는 도전 정신, 말 뿐 아니라 행동으로 이뤄내는 작은 성공 경험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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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때만 해도 IQ가 천재의 지표였다. 하지만 뇌과학자인 저자가 정의하는 '머리 좋음'은 '뇌 안에 고속 네트워크가 많이 설치된 상태'이다. 이는 세계적 교육 석학 하워드 가드너가 제시한 다중지능이론과도 연결되는데, 두뇌 발달을 위해서는 IQ의 지표가 되는 논리수학지능, 언어지능 외에도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인간친화기능, 대인관계지능, 개인이해지능, 자연탐구지능의 영역을 골고루 자극해주어야 한다. 문과형 인재와 이과형 인재로 나누던 기준이 '창의 융합형 인재'로 바뀐 이유다. 공부 머리가 좋아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으니 이제 '어떻게'에 대해 말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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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역량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힌트를 이미 드렸지만, 뇌가 가장 활발해지는 활동은 바로 소리 내어 읽기, 즉 음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수백 번이 넘는 실험을 했지만, 음독보다 뇌를 더 자극하는 활동은 없었습니다.

공부머리 뇌과학,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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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내어 읽기가 전두엽, 그 중에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차원적 역할을 관장하는 전전두피질을 자극하는 최고의 훈련이라니 충격이었다. '그건 너무 쉽잖아!'라고 생각했다 금세 마음을 고쳐 먹었다. 행동을 시작하고 지속하기 쉬웠으면 <공부머리 뇌과학>같은 책이 나오지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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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독서 습관이 있는 아이들은 궁상 얼기(뇌 신경 세포 사이를 이어주는 신경 섬유)의 구조가 더 복잡하게 발달한다는 것이다. 독서로 인해 뇌 구조 자체가 변한다는 사실은 저자를 포함한 뇌 전문가들에도 센세이셔널했다. 2017년 미아기현 센다이시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약 4만 명의 평일 하루 동안의 독서 시간과 4개 교과(국어, 수학, 과학, 사회) 시험 평균 점수의 연관성을 조사해 보았더니 독서를 전혀 하지 않은 학생들의 점수가 가장 낮았다. 신기한 것은 독서 시간이 길수록 점수도 높아졌다.

아이들의 교과 문제집을 채점하고 오답을 확인하다 보면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해서 틀린 문제가 많다. 첫째의 경우 곧 중학생이 된다는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둘째의 경우 수학에서 분수를 시작했으니 수포자가 되지 않도록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독서보다 문제 풀이에 비중을 높이려 했던 것이 실수였다. 다시 과감히 기본으로 돌아가야겠다. '뇌는 배움을 사랑한다'는 저자의 말을 믿어보겠다. 두뇌 활동에 도움이 되는 좋은 식사를 준비하고 즐겁게 독서할 수 있는 집안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이들의 공부 머리를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일임을 명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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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 자유기업원 2026 추천도서 50권 | 법경제와 규제개혁 부문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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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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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대한 이야기라 일말의 기대도 없었던 덕분일까, 정색과 유머를 오가는 저자의 글발에 홀딱 빠져버렸다. 나와는 위로 띠동갑인 저자 김웅은 전라남도 여천군 출생이다. 이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 2000년 사법연수원 수료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간다. 인천지검을 시작으로 창원지검 진주지청,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등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에서 부부장검사 직을 맡기도 했다. 그러던 중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 국회 통과에 반대하여 사표를 제출하고 유승민 전 의원의 권유로 새로운보수당에 입당하여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이런 놀라운 발자취를 남긴 저자이기에 책 속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김웅식의 유머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정의'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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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의 사회계약설에 따르면, 법은 '신의 명령'이 아닌 '사람 간의 계약'이다. 법을 지켜야 하는 이유도 신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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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약속하고, 그것을 지켜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약속이 지켜졌을 때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가 빛이 난다. 때문에 아이들과도 약속의 중요성과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사실 우리는 하루 종일 약속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에 있는 인도와 차도에는 각각 사람과 차를 위한 신호등이 따로 있다. 인도에 있는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오면 차는 정지하고, 사람이 길을 건넌다. 반대로 차도에 있는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오면 차는 움직이고, 사람은 멈춘다. 만약 누군가가 '오늘 하루쯤은 그런 약속 지키고 싶지 않아, 내 기분대로 할 거야.' 라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눈에 뻔히 보이고, 실제 법이 없던 시절에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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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법'이 탄생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사람들에게 법은 인간을 위해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들을 위해 신이 하사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반하는 사람은 엄벌에 처해졌다.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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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죄목은 이랬다. 그가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이며, 젊은이를 타락시켰다는 것. 또 세대간의 갈등을 부추겼다는 것. 고대 그리스인들은 법은 신으로부터 받은 것인데, 신을 믿지 않으면 법도 지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소싯적 호플리테스라 불리는 중무장 보병으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던 소크라테스는 탈옥을 권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사약을 마셨다. 그에게 있어 육체는 지식의 탐구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으로부터 해방되야 하는 것이 철학자의 사명이라 믿었기에 홀로 그 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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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성과 철학이 폭발했다고 하는 아테네인들은 도대체 왜 세계 4대 성인 중 하나인 죄 없는 소크라테스를 죽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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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재판은 진행형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마녀 재판은 진행형'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지금도 곳에서 매일 크고 작은 마녀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밀고'와 '타인을 처벌함으로써 기쁨을 느끼는 우리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말한다. 개인으로서 우리는 간혹 자비로울 수 있으나 대중으로서 우리는 매우 무자비하고 집탈한 존재라는 것이다. '타진요 사건'으로 회자되는 어느 한 가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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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본인에 따르면 그는 글쓰기 재주 하나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누구나 그렇듯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방황했다. 그러다 가수가 되어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만들며 글쓰기 재주를 뽐내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였는지,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대중들은 점점 그의 학력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가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는 증거 찾기에 혈안이 되었고, 마침내 똘똘 뭉쳐 그를 희대의 사기꾼으로 몰아갔다. 마녀 재판이었다. 당시 그는 결혼을 하여 아내와 아이가 있는 가장이었다. 그 뿐 아니라 그의 가족 모두에게 속았다는 대중들의 분노는 갈수록 들끓어 삼족을 멸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처럼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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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에도 믿을 수 없을만큼 끔찍한 마녀 재판의 예시들이 나온다. 나라를 구하고도 19살의 나이에 화형당한 잔 다르크부터 말도 안 되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재산을 몰수당하고, 가족을 잃고, 참혹하게 죽어간 그녀들. 끔찍하게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수 있었던 데는 남의 집 불구경을 좋아하듯 마녀 화형식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공이 컸다. 수십 킬로미터씩 걸어온 군중을 위해 식당과 여관이 생기며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1939년 와이트만이라는 살인범의 교수형이 집행되었을 때는 프랑스 전체에 광기에 가까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1904년 미국 미시시피주에서는 열린 어느 화형식에서는 화형식이 열리기 전 사람들이 범인들의 손가락과 귀를 잘라 전리품처럼 가져갔고 살아있는 채로 불태웠다. 그때 이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천여 명의 인파가 몰렸고, 위스키와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등 마치 축제장과 같았다고 한다.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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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잔혹한 것은 이같은 마녀 재판 대상과 형태가 조금씩 바뀌었을 뿐, 현재에도 공공연히 진행중이고, 앞으로도 인류가 건재한 한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이 부조리하고 감정적이며 부정확한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형사사법제도다. 우리는 진실을 알 수 없고, 감정과 분노에 따라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기에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여러 가지 견제 장치를 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적법절차이다. 그래서 저자와 같은 검사들이 지키는 정의는 실체적 정의가 아니라 절차적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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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차를 악용하는 검사들이 있다. 비단 오늘날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몽테스키외의 말처럼 법은 정의를 위한 것이지만 때로 정의를 해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인류는 길고 긴 선사 시대를 건너 역사 시대에 다다라 후대를 위해 모든 기록을 남기고 있다. 어딘가에서 읽은 구절을 떠올리며 우리 모두의 지금을 위한, 내일을 위한 '법'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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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디딘 발자국은

언젠가 뒷사람의 길이 되리

이양연의 '야설(夜雪)'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저자
김웅
출판
지베르니
발매
202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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