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10살인 둘째가 말했다.
"엄마, 이 쫌 아는 십 대 시리즈 참 좋아요. 얇은데 내용이 알차요."
적극 동의한다. 나 역시 풀빛 출판사의 '쫌 아는 십 대 시리즈'를 하나 둘 읽어가면서 이렇게 깜찍하고 얇은 책이 어쩌면 이토록 흥미로울 수 있는지 감탄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은 '과학'일까, '공학'일까.
사실 생명과학과 생명공학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선을 그어 나눌 수 있는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저자의 말을 이해한 바에 따르면 '규모'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어떤 세균이 살아가면서 만들어 내는 물질이 인간에게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 보자. 이 과정에서 그 세균의 특성과 세균이 살아가면서 만든 물질의 종류를 분석하고,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는 것은 생명과학이다. 이 유익한 세균이 한 사회와 국가, 나아가 세계인을 위해 쓰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대량 생산이다. 앞선 예로 볼 때 그 세균을 대량 배양하는 것이 바로 생명공학이다.
"결국, 똑같이 세균을 키운다는 거잖아. 그런데 글자 하나 가지고 뭐가 다르다는 거야?" 라고 물을 지도 모를 우리의 10대를 위해 저자는 좀 더 쉬운 예시를 건넨다. 라면 싫어하는 10대는 별로 없을 테니, 라면을 가지고 얘기해 보는 보자.
생명과학 - 라면을 1개 끓인다.
라면 1개에 들어갈 만한 크기의 냄비에 물 약 500밀리미터의 물을 넣고
면과 분말 수프를 넣은 후 약 5분 정도 끓인다.
생명공학 - 라면 50개를 끓인다.
라면 50개를 한꺼번에 끓일 수 있는 거대한 냄비와 그에 맞는 강력한 화력이 필요하다.
라면 50개에 맞는 물과 분물수프의 양을 다시 계산한다. 단순히 라면 1개의 50배를 넣는다면
너무 짜거나 싱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하나, 라면을 끓이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라면 50개를 한번에 끓였을 때, 위쪽과 아래쪽 면발을 골고루 익힐 방법도 찾아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최소한의 비용, 적은 시간과 공간을 사용하는 최적의 조건을 찾는 것이 최종 목표일 것이다.
생명공학이라는 용어는 1919년 헝가리의 농업학자인 카를에레키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 시초는 무려 4000년 전이었다.
맨 처음 인류는 동물을 사냥하거나 식물을 채집하며 생활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지능이 발달하면서 동물을 사육하거나 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스스로 식량을 생산하는 기술을 습득했는데, 이것이 바로 생명공학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야생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씨앗을 모아 경작했고, 열매나 많이 열리거나 질 좋은 열매가 열리는 식물을 선택하는 요령을 쌓아갔다. 또 사냥의 대상이었던 동물을 가축으로 사용하기 위해 길들이는 과정에서 교배를 통해 더욱 좋은 자손을 얻는 방법도 알아냈다. 그리하여 마침내 서로 다른 품종을 교배하면 부모보다 뛰어난 자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생명공학의 한 영역인 '육종'으로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