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너에게 - 게으른 걸까, 시간이 없어서일까, 잘하고 싶어서일까?
고정욱 지음, 개박하 그림 / 풀빛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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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너에게>라는 책 제목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매일 저녁 다음 날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십 여가지씩 적곤 하지만 그 중에 반도 못해낼 때가 허다하다. 그 와중에 새로운 일을 벌이고, 때때로 돌발 상황이 발생하다 보면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곤 한다.

어린이, 청소년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인 고정욱은 우리의 게으름이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실수할까봐, 망할까봐 시작도 못하고 계속 미루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나중에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고, 그럴수록 두려움은 점점 커져 시작도 해 보기 전에 안 된다고 단정짓는 일이 익숙해진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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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짓거, 한 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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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있으면 실패가 두렵지 않다. 누군가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에게 물었다. 그 많은 실패를 하는동안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전구를 발명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천재 과학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수많은 방법을 발견했을 뿐입니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많이 실패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 시도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때 중요한 마음 가짐은 실패를 좌절이 아닌 경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오늘의 쓰디쓴 실패는 훗날 달콤한 성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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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순위를 정한다는 건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분하고,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거야. 그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부터, 쉬운 일부터 하고 싶어져. 물론 처음엔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게 어려울 수 있어. 다 중요해 보이거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너에게,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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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주구장창 외치는 것의 기본은 '할 일을 하고 놀아라'다. 그 할 일이란 저학년 일때는 숙제와 독서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외의 공부도 포함되었다. 5학년인 첫째는 이제 어느 정도 궤도가 잡히는 듯하다. 반면 3학년인 둘째는 우선 순위 측면에서 형에게 밀리다 보니 첫째만큼 신경을 못 쓴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는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 중 하나는 할 일이 쌓여 있는데도 당장 하고 싶은 일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할 일을 하고 노는 것이 좋다고 말해도 통하지가 않는다. 그 아이와 내가 말하는 '할 일'의 기준이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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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하기 싫은 일'도 결국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런저런 핑계와 변명으로 차일피일 미루기보다 해야 할 일을 빨리 끝내고,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즐기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같은 '오늘'을 대하는 바른 자세일 것이다. 오늘이 모여 내일이 되고 미래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을 충실히 사는 것이 최고의 성공 비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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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잠들기 전 약속한 것이 있다. 내일은 꼭 같이 레고로 멋진 합동 작품 만들기다. 사실 여름 방학 전부터 세웠던 계획인데, 지금의 추세로 봐서는 개학할 때까지 시작도 못할 것 같다. 내일 할 일을 모레로 미루지 않기. 그것이 오늘 밤 작성할 To do list의 첫 번째 항목이다. 언제나 우선 순위는 아이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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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편의점 3 : 소비와 마케팅 - 어린이 경제 교육 동화 ㅣ 자본주의 편의점 3
정지은.이효선 지음, 김미연 그림, 이성환 감수 / 가나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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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에는 고금리가 또 어떤 사고를 칠까. <자본주의 편의점> 1,2권을 흥미롭게 봤던 터라 소비와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인 3권도 기대가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고금리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동생 고이득의 속을 태웠다. 어째 누나와 동생이 바뀐 듯한 모습도 <자본주의 편의점>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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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인 <자본주의 편의점 3, 소비와 마케팅>에서 고금리는 과소비의 절정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 돈 많이 버는 직업'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본 것이 화근이었다. 의사나 변호사, 판사, 회계사 같은 직업은 공부를 아주 잘 해야 될 수 있지만, 유튜버는 해볼 만 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후 신상품과 한정판을 마구 사들여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을 한 금리는 원하는 대로 인기 유튜버가 되고, 소비 시장에 끼치는 파급력도 점점 커졌다.

하지만 과소비의 결과는 처절했다. 현금이 없어 휴대폰 결제를 이어가던 금리는 결국 한도 초과된 카드의 결제 금액을 입금하지 못해 영수증 랜드로 퇴출된다. 평생 해도 못 끝낼 것 같은 어마어마한 양의 영수증 처리까지 떠맡게 된 금리는 고생 끝에 동생과 자본주의 편의점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현실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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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도 잠시. 전기와 휴지, 외식비 등 무조건 아끼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는 이득과 자나깨나 돈 쓸 생각만 하는 금리는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는 남매다. 그러던 중 자본주의 편의점에 들린 이득은 할아버지가 추천해주신 '자린고비 콜라'를 마시고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곳에서 스승인 연암 박지원과 제자인 초정 박제가를 만난 이득은 자신이 그 유명한 '자린고비'가 되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충격에 빠져 있을 틈도 없이 어찌된 일인지 조선 시대로 따라와서까지 과소비를 해서 관아에 잡혀간 금리를 구하러 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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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우물은 원래 마시라고 있는 거잖아요! 우물물을 너무 오래 안 마시면 물이 계속 고여서 썩을 수도 있대요! 물건도 똑같아요. 저처럼 사 주는 사람이 있어야 계속 만들고, 그래야 시장도 잘 돌아가요!"

<자본주의 편의점 3>,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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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으뜸 덕목이었던 근검절약에 반해 사치와 과소비로 법과 질서를 어지럽힌 금리에게 엄벌이 내려질 위기였다. 그때 아직 나이가 어려 자신을 제대로 변호할 수 없는 금리를 대신해 박제가가 나섰다. 그는 금리의 행동에 분명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뒤, '소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아뢰었다. 세상 사람 모두가 근검 절약해서 어부가 생선을 잡아도 안 사고, 농부가 농사지은 쌀도 안 사고, 길쌈하는 아주머니들이 옷감을 짜도 안 산다면, 아무도 물건을 만들지 않고, 그리하여 돈 구경을 못 하게 될 것이다. 그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나라의 존폐가 흔들릴 만큼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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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우리의 금리는 자신이 경제 활동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피력했다. 박제가와 이득이 말문이 막혀 얼어붙어 있는데, 생각에 잠겨 있던 수령이 결심한 듯 우렁차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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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와 고비, 그리고 죄인의 말까지 충분히 들었다. 이제 최종 판결을 내리겠다. 이 소녀는 지나친 소비로 풍속을 어지럽힌 죄가 있다. 허나, 소비 또한 사회에 필요한 활동임을 감안하여, 소비 금지 100시간을 명하고, 형 집행은 유예한다. 이상이다."

<자본주의 편의점 3>,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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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분배, 소비. 경제 활동의 3요소다. 당연히 이 셋은 매우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어 어느 하나가 삐걱대면 경제 활동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결국 <자본주의 편의점> 세 번째 이야기에서 하고 싶은 말은 '균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생산과 분배, 그리고 소비가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한다면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가 조금은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거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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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여름 방학 - 2000년 프랑스 크로노 상, 트리올로 상, 발렝시엔 상, 피티비에 상 수상작, 2026 행복한아침독서 추천, 2025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2026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
야엘 아쌍 지음, 박재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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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책', '친구'

우리의 여름을 빛나게 만드는 세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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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이 뜨거운 여름 방학을 때로는 책과,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책과 친구, 모두와 함께 보낸다니. 생각만 해도 눈 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질 듯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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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여름 방학>을 보자마자 얼마 전 출간 50주년 기념으로 개정판이 출간된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어린이, 청소년 책 작가인 야엘 아쌍이 그려내는 '모모'는 어떤 아이일까.

모모네는 대가족이다. 큰누나 파티마와 큰 형 아메드, 작은 누나 야스미나, 모모, 그 아래로 쌍둥이 라시드와 라시다, 엄마, 아빠를 포함해 총 여덟 명. 여기까지만 해도 이주민 노동자용 공동 주택에서 부대끼며 살기 벅찬데, 가족처럼 지내는 아빠 친구 마마두 아저씨와 부바카르 아저씨까지 합해 열 식구가 한 집에 살고 있다. 그러니 엄마의 한숨이 늘어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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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것이 숨 막히게 답답할 때면 모모는 밖으로 나간다. 마을 끝에 있는 언덕에 오르면 작은 나무들과 벤치가 모모를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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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는 벤치 위에 누워 눈을 감고 무인도를 향해 출발합니다. 바닷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만 들려오는 모모만의 섬이지요. 그 섬에는 수천 송이의 수레국화가 자랍니다. 빨간 수레국화, 초록 수레국화, 노란 수레국화, 파란 수레국화까지......

모모의 여름 방학,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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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감으면 나타나는 모모만의 섬. 그 섬에 가기 위해서는 엄마나 형, 누나의 허락도 필요 없다. 하지만 상상 놀이도 잠시뿐, 금세 시들해진다. 그렇게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모모의 인생에 큰 물결이 일어난다. 교장 선생님께서 모모, 아니 모하메드에게 중학생이 되기 전인 이번 여름에 읽었으면 하는 책 목록을 전해주러 직접 찾아오신 거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엄마만 없으면 집안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아메드 형의 놀림을 받았지만 모모는 아랑곳않고 집안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한 큰 누나 파티마와 도서관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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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요."

모모의 어린 왕자,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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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도서관 회원증을 받아든 모모는 교장 선생님이 주신 추천 도서 목록 중 첫 번째 책인 <어린 왕자>를 빌린다. 내가 <어린 왕자>를 처음 읽었던 것이 언제였더라. 그 이후로 몇 번을 더 읽었는지 역시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하고 선명한 것이 있다. 어린 왕자와 친구들의 대화를 읽을 때마다 당시 나의 고민이 해결되는 듯한, 갑자기 온 세상이 밝아지는 것 같은 기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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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가 벽을 따라 군인처럼 줄지어 길게 늘어선 서가에서, 읽어줄 사람을 기다리는 수백 권의 책을 보며 느낀 행복, 누나에게 교장 선생님의 추천 도서 목록 중 두 번째 책인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야생의 삶>을 선물받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느낀 가슴 벅참,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책친구 할아버지와 나눈 책수다, 그리고 마치 모모와 책을 연결해주는 오작교 같은 인연들. 그 속에서 독서가로 자라는 한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참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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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어서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지만, 친구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기 때문에, 때로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

모모의 여름 방학,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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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이자 식물학자였던 생피에르는 말했다. 좋은 책은 좋은 친구와 같다고. 하지만 아이들의 이번 여름 방학은 유독 더 짧고, 친구들 각자의 일정이 있어 어울려 놀기가 쉽지 않다. 이 기회에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책친구'와 돈독한 우정을 쌓아보는 건 어떨까. 전 세계의 수많은 책친구들이 자신을 만나러 와주길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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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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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과 죽음을 한 팀이다.

아이들의 키와 생각이 커갈수록 나 역시 늙어가고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젊음의 나라>를 읽고 난 뒤 나는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생각하다 보니 조금은 심란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젊음의 나라>는 단번에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잠깐 머리가 띵하거나 가끔은 오래 멈추어 나의 현재에서 뻗어나가는 가상의 미래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단연 '민아 이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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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너무 커서 펼치기가 힘들 땐 꿈을 접어서 잠깐 서랍 속에 접어두기도 하거든.

젊음의 나라,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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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반대로 사랑하는 여자와 뱃속의 아이를 두고 떠난 남자. 유나라가 정의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미혼모'라는 제도의 선구자가 되기를 선택했지만 실전에서는 낙오자가 된 여자. 이건 그녀의 어머니다. 그리고 나라 인생을 여러모로 뒤흔든 한 사람, 나라를 만난 것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과 같은 일이라고 말해주는 민아 이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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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 이모는 나라 방의 한 쪽 벽을 맞댄 옆집에 살고 있었다. 여러 이유로 나라는 엄마가 있는 집보다 민아 이모네서 지내는 것이 좋고 편했다. 둘은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으로, 어쩌면 친구처럼 지냈다. 그 행복과 평화가 깨뜨린 것은 나라 입장에서 보자면 갑자기 등장한 '아빠' 때문이다.

왜, 도대체 왜 그는 민아 이모의 존재를 그토록 불편해 했을까. 자신이 책임지지 못했던 시간과 관계를 대신해 준 사람에 대해 고마워하기는커녕 질투라 하기에도 우스운 감정으로 민아 이모가 스스로 떠나게 만들고 만다. 상처받은 민아 이모는 사는 동안 다시는 만날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듯, 모든 흔적을 다 지우고 아무도 모르게 떠나버렸다. 그 후 '아빠'는 또 떠났고, 나라는 엄마와도 오래된 양말에 올이 풀려나가듯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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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방황했다. 그리고 서랍 속에 접어두었던 꿈을 펼쳐보기로 한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민아 이모가 있을 거라 추측되는 시카모어 섬으로 가기로. 그 방편으로 택했던 유카시엘에서의 경력 쌓기는 파란만장했다.

유카시엘은 사실상 나라 전체의 노인 인구 수용을 맡고 있는데 그들이 가진 '돈'에 따라 다섯 개의 등급을 매긴다. A 등급인 스완 레이크, B 등급인 애플 마운틴, C 등급인 유니크 필드, D 등급인 알프스 정원, 그리고 'Free'의 'F'인지, 'Failure'의 'F'인지 모를 F 등급의 프리하우스가 그것이다. 원래는 가장 높은 등급을 스카이로 칭했다가 그 단어가 연상시키는 천국, 혹은 하늘나라의 의미 때문에 없앴다는 후문도 있다.

'운 좋게도' A 등급에서 시작해 F 등급까지 노년의 삶을 체험해 본 나라는 훗날 꿈에도 그리던 카밀리아 레드너와의 면접에서 그때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닛에서의 경험은 청년인 나도 언젠가 노인으로 불리게 될 날이 올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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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묘하게도 지난 며칠 간 내 마음은 너무도 고요했다. 화도 아쉬움도 남지 않았다. 단지 무언가를 확인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젊음의 나라, 266쪽

민아는 면접관이 바라는 정답과는 먼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덕분에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시카모어 섬으로의 입도는 좌절됐다. 하지만 나라만의 '시카모어 섬'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아주 오랜만에 엄마, 민아 이모, 그리고 나라가 함께 살았던, 추억이 가득한 그 곳에서 다시 만난 날 그토록 닿고 싶었던 곳에 이미 당도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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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의 치매 증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시어머니는 진작 지치신 듯하고, 나는 언젠가 일어날 일과 그 후의 일에 대해 나름의 준비를 해 본다. 누나 셋에 막내 아들인 신랑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젊음의 나라>를 통해 영원한 젊음은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누군가 말했다. 오늘은 내게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라고. 또 어떤 이는 말했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죽을 때는 죽더라도 신나게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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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음 지음, 장서영 그림 / 꿈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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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 속에서도 '새로움'을 찾아내는 게 작가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단군신화와 '좋아요'가 이렇게 만날 수 있다니 정말 신박한 아이디어다. 거기다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학생들에게 '좋아요'로 대변되는 인정받는다는 느낌은 얼마나 절실한가. 그 고민을 우리 민족의 자랑, 한반도의 자존심! 동물의 왕 K호랑이와 함께한다니 흥미에 재미를 더하여 단번에 후루룩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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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동물도 이롭게 하소서

좋아요가 싫어요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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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굶어 죽을 것이냐, 자존심을 버리고 도둑 고양이처럼 산 밑에 내려가 음식물 쓰레기를 훔쳐먹으며 연명할 것이냐. 사실 호랑이는 몇 날 며칠을 굶어서 뱃가죽과 등가죽이 딱 붙어도 절대로 사람이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모두의 오해와 달리, 5천 년 전 호랑이의 조상 중 하나가 동물을 뛰쳐 나온 이유는 쑥과 마늘을 먹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뭐에 홀려서 인간이 되려고 했지? 나는 호랑이로 사는 게 좋은데 말이야.'라고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버틸 수 있는 재간이 없었다. 자존심도 목숨보다는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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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굶어 똑바로 걷기도 힘든 호랑이는 북한산 아래 웅녀 할멈 점집을 찾았다. 사람이 되면 매일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목구멍이 풀칠을 하기 위해 자신을 찾았던 수많은 동물들을 떠올린 웅녀 할멈은 눈을 감고 상 위에 쌀알을 던지더니 호랑이만을 위한 점괘를 내뱉었다.

"유튜버가 되면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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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사람으로 인정을 받으면 짐승이라도 사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사람은 사람이라도 짐승 취급을 받는 곳이 사람 사는 세상 이치니라."

좋아요가 싫어요 1,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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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사람이 되기 위한 호랑이의 고군분투는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 오랫동안 굶주렸던 호랑이였기에 먹는 거 하나는 자신있었다. 최초의 호랑이 유튜버라는 타이틀에 힘입어 가뿐하게 구독자 1만명의 위엄을 달성한 호랑이는 계약서 내용대로 지하 100층에서 1층 위인 99층으로 이사했다. 그때부터 늘어나는 '좋아요' 수와 댓글을 보며 인정받으면 인정받을수록 더더욱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과 칭찬받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이상한 것은 더 많은 관심을 받을수록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였다.

하지만 호랑이의 노력과는 달리 그의 작은 말 하나와 무심코 한 행동 하나에도 '좋아요'와 '싫어요' 수는 시시각각 변했다. 그에 따라 지하 100층에서 지상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웃었다 울었다하던 호랑이는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특히 먹방 도중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 한 마디에 구독자들끼리 치열하게 싸우고, 호랑이가 한 말이 뉴스에 도배됐을 때는 충격이 컸다. 호랑이를 향한 댓글들은 글자인데도 뜨겁고 날카로웠다. 마치 댓글들이 화살처럼 사방에서 날아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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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00만개를 받아 사람이 되기 위해 21일동안 생마늘과 생쑥 먹기 등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느라 호랑이는 자주 체했고, 배탈이 났다. 그렇게 아픔을 참아가며 마침내 구독자 100만의 채널에게 주어지는 '골드 버튼'을 거머쥔 호랑이는 드디어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사람이 되었다. 머릿속으로 사람이 되는 상상을 100만 번도 더 했지만 막상 진짜 사람이 되니 머릿속이 하얬다. 사람이 된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호랑이에게 또 하나의 청천 벽력 날벼락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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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약서에 이렇게 분명히 쓰여 있네. 이 세계가 원래 그래. 죽을 때까지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네. 한 번 인정받은 거로 끝이 아니라네. 사람들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 부침개 뒤집듯 바뀌거든. 죽을 때까지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네. 사람들한테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사람 대접 받기 힘들다네. 사람 탈을 쓰고도 짐승처럼 살아야 하네.

좋아요가 싫어요 1,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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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계약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호랑이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누가 100장이나 되는 계약서를 꼼꼼하게 다 읽겠는가. 흡사 타짜같은 웅녀 할멈은 '좋아요' 1천 만개면 다이아몬드 버튼, 1억 개를 받으면 레드 버튼을 받을 수 있다며, 만약 호랑이가 레드 버튼을 받는다면 지상 100층인 자신의 방을 내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사람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사람 위에는 더 나은 사람, 그 위에는 더더 나은 사람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흥이는 마음이 흔들렸다. 사람으로 만족할 것인가, 이왕 사람이 된 거 더더더 나은 사람이 되어 호랑이의 자존심을 회복할 것인가. 고심 끝에 호랑이는 5천 년 먼저 인간이 되어 자신이 '만물의 영장'인 줄 아는 웅녀 할멈을 이겨보겠다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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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가 싫어요 1>은 먹는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첫째의 마음을 단 번에 빼앗았다. 엄마로서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좋아요가 싫어요 2>를 구해 주는 일이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감사하다. 우리 호랑이의 '좋아요' 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고, 2권을 받아들자마자 책 속으로 빠져들 아이의 모습을 볼 생각하니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오늘 아이들의 짧은 여름 방학이 시작됐다. '싫어요' 보다 '좋아요' 가 많은 날이 되기를, 단군 신화 속 곰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사람이 됐듯 나도 인내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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