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반대로 사랑하는 여자와 뱃속의 아이를 두고 떠난 남자. 유나라가 정의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미혼모'라는 제도의 선구자가 되기를 선택했지만 실전에서는 낙오자가 된 여자. 이건 그녀의 어머니다. 그리고 나라 인생을 여러모로 뒤흔든 한 사람, 나라를 만난 것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과 같은 일이라고 말해주는 민아 이모다.
민아 이모는 나라 방의 한 쪽 벽을 맞댄 옆집에 살고 있었다. 여러 이유로 나라는 엄마가 있는 집보다 민아 이모네서 지내는 것이 좋고 편했다. 둘은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으로, 어쩌면 친구처럼 지냈다. 그 행복과 평화가 깨뜨린 것은 나라 입장에서 보자면 갑자기 등장한 '아빠' 때문이다.
왜, 도대체 왜 그는 민아 이모의 존재를 그토록 불편해 했을까. 자신이 책임지지 못했던 시간과 관계를 대신해 준 사람에 대해 고마워하기는커녕 질투라 하기에도 우스운 감정으로 민아 이모가 스스로 떠나게 만들고 만다. 상처받은 민아 이모는 사는 동안 다시는 만날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듯, 모든 흔적을 다 지우고 아무도 모르게 떠나버렸다. 그 후 '아빠'는 또 떠났고, 나라는 엄마와도 오래된 양말에 올이 풀려나가듯 멀어졌다.
오래 방황했다. 그리고 서랍 속에 접어두었던 꿈을 펼쳐보기로 한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민아 이모가 있을 거라 추측되는 시카모어 섬으로 가기로. 그 방편으로 택했던 유카시엘에서의 경력 쌓기는 파란만장했다.
유카시엘은 사실상 나라 전체의 노인 인구 수용을 맡고 있는데 그들이 가진 '돈'에 따라 다섯 개의 등급을 매긴다. A 등급인 스완 레이크, B 등급인 애플 마운틴, C 등급인 유니크 필드, D 등급인 알프스 정원, 그리고 'Free'의 'F'인지, 'Failure'의 'F'인지 모를 F 등급의 프리하우스가 그것이다. 원래는 가장 높은 등급을 스카이로 칭했다가 그 단어가 연상시키는 천국, 혹은 하늘나라의 의미 때문에 없앴다는 후문도 있다.
'운 좋게도' A 등급에서 시작해 F 등급까지 노년의 삶을 체험해 본 나라는 훗날 꿈에도 그리던 카밀리아 레드너와의 면접에서 그때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닛에서의 경험은 청년인 나도 언젠가 노인으로 불리게 될 날이 올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과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