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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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과 죽음을 한 팀이다.

아이들의 키와 생각이 커갈수록 나 역시 늙어가고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젊음의 나라>를 읽고 난 뒤 나는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생각하다 보니 조금은 심란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젊음의 나라>는 단번에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잠깐 머리가 띵하거나 가끔은 오래 멈추어 나의 현재에서 뻗어나가는 가상의 미래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단연 '민아 이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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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너무 커서 펼치기가 힘들 땐 꿈을 접어서 잠깐 서랍 속에 접어두기도 하거든.

젊음의 나라,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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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반대로 사랑하는 여자와 뱃속의 아이를 두고 떠난 남자. 유나라가 정의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미혼모'라는 제도의 선구자가 되기를 선택했지만 실전에서는 낙오자가 된 여자. 이건 그녀의 어머니다. 그리고 나라 인생을 여러모로 뒤흔든 한 사람, 나라를 만난 것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과 같은 일이라고 말해주는 민아 이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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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 이모는 나라 방의 한 쪽 벽을 맞댄 옆집에 살고 있었다. 여러 이유로 나라는 엄마가 있는 집보다 민아 이모네서 지내는 것이 좋고 편했다. 둘은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으로, 어쩌면 친구처럼 지냈다. 그 행복과 평화가 깨뜨린 것은 나라 입장에서 보자면 갑자기 등장한 '아빠' 때문이다.

왜, 도대체 왜 그는 민아 이모의 존재를 그토록 불편해 했을까. 자신이 책임지지 못했던 시간과 관계를 대신해 준 사람에 대해 고마워하기는커녕 질투라 하기에도 우스운 감정으로 민아 이모가 스스로 떠나게 만들고 만다. 상처받은 민아 이모는 사는 동안 다시는 만날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듯, 모든 흔적을 다 지우고 아무도 모르게 떠나버렸다. 그 후 '아빠'는 또 떠났고, 나라는 엄마와도 오래된 양말에 올이 풀려나가듯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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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방황했다. 그리고 서랍 속에 접어두었던 꿈을 펼쳐보기로 한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민아 이모가 있을 거라 추측되는 시카모어 섬으로 가기로. 그 방편으로 택했던 유카시엘에서의 경력 쌓기는 파란만장했다.

유카시엘은 사실상 나라 전체의 노인 인구 수용을 맡고 있는데 그들이 가진 '돈'에 따라 다섯 개의 등급을 매긴다. A 등급인 스완 레이크, B 등급인 애플 마운틴, C 등급인 유니크 필드, D 등급인 알프스 정원, 그리고 'Free'의 'F'인지, 'Failure'의 'F'인지 모를 F 등급의 프리하우스가 그것이다. 원래는 가장 높은 등급을 스카이로 칭했다가 그 단어가 연상시키는 천국, 혹은 하늘나라의 의미 때문에 없앴다는 후문도 있다.

'운 좋게도' A 등급에서 시작해 F 등급까지 노년의 삶을 체험해 본 나라는 훗날 꿈에도 그리던 카밀리아 레드너와의 면접에서 그때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닛에서의 경험은 청년인 나도 언젠가 노인으로 불리게 될 날이 올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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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묘하게도 지난 며칠 간 내 마음은 너무도 고요했다. 화도 아쉬움도 남지 않았다. 단지 무언가를 확인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젊음의 나라, 266쪽

민아는 면접관이 바라는 정답과는 먼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덕분에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시카모어 섬으로의 입도는 좌절됐다. 하지만 나라만의 '시카모어 섬'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아주 오랜만에 엄마, 민아 이모, 그리고 나라가 함께 살았던, 추억이 가득한 그 곳에서 다시 만난 날 그토록 닿고 싶었던 곳에 이미 당도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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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의 치매 증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시어머니는 진작 지치신 듯하고, 나는 언젠가 일어날 일과 그 후의 일에 대해 나름의 준비를 해 본다. 누나 셋에 막내 아들인 신랑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젊음의 나라>를 통해 영원한 젊음은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누군가 말했다. 오늘은 내게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라고. 또 어떤 이는 말했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죽을 때는 죽더라도 신나게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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