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터디 초등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기본(4·5·6급) - 초등 한능검 30일 챌린지, 개정판 2판
메가스터디 한국사연구회.한유진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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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5학년 2학기 한국사.

첫째 아이가 4학년 때부터 <으랏차차 한국사>와 <한국사 편지>를 계속 주변에 두었었다. 올해 여름 방학에는 만화 <삼국지>를 끼고 살았다. 언젠가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이라는 것이 있대."까지 흘려두었다. 하지만 아직도 샤워하고 나와 엉덩이 춤을 추는 아이가 한국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배운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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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사람을 만나는 공부다."

최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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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아이들과 최태성 선생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를 들고 가서 사인도 받았고, 아프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의 과거사를 들으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그때 최태성 선생님이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셨다.

"저의 한능검 교재가 온라인 서점 1위였는데, 한강 작가님께 빼앗겼습니다."

노벨상의 위엄에 1위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최태성 선생님의 책은 언제나 베스트셀러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미 지난 이야기인 역사를 배워야 할까? 아이들 말처럼 그저 죽고 죽이고, 나라가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것뿐인데. 하지만 최태성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 이야기 안에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쓸모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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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메가스터디북스의 <초등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기본-기본4,5,6급>은 3단 도시락 같다. 기초와 같은 1단에서 개념을 마스터하고, 키워드 기출 문장을 다른다. 이때 다양한 사진과 그림으로 이해를 돕고, 아이들이 궁금해할 법한 질문에 대한 해답도 함께 제공한다. 예를 들면 "왜 신석기 시대라고 부를까요?"같은 것이다. 한자를 조금이라도 아는 친구라면 "신석기가 있으면 구석기도 있어요?"하고 물을 테니 말이다.

다음 장을 넘기면 앞에서 배운 개념을 기출 문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단에서는 책의 앞쪽에 실제 시험을 대비해 볼 수 있도록 문제지와 OMR 답안지까지 들어 있다. 전체적으로 한능검 시험에 있어 중요한 내용을 얼마나 꾹꾹 눌러담았는지 맛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엄마의 심정과 닮아 있다.

놀라운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도시락 통이 하나 더 있다. '시험 전 1문제 더 맞히기'라고 해서 세시 풍속과 민속놀이, 유니스코 세계유산, 지역사, 역사 인물에 대해 다시 한 번 모아서 정리해 주었다. 뒤이어 나오는 키워드 그림 카드는 시험에 꼭 나오는 핵심 키워드 140개를 귀여운 그림과 간추린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다. 어릴 때 산타할아버지가 주고 가신 다양한 과자와 캔디가 한가득 들어 있었던 종합선물세트와 똑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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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한능검 시험을 볼 때 부모들도 같이 공부해서 시험을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운전면허 필기 시험 이후 시험장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데. 수능 공부를 같이 하는 부모들도 있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몰랐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개학했으니 오전에 하루 1강씩 나부터 먼저 시험 공부를 시작해 봐야겠다. 혹시 첫째는 합격하고 나만 불합격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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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한자 어휘 도감 ㅣ 사고력 마스터 시리즈
서울문화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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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전 소설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인기 학습 만화인 <마법천자문>은 어른들이 봐도 유익하고 흥미롭다. 현재 67권까지 출간되었고, 100권으로 완결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느 집이든 이 책에 입문하면 한동안 꿈에 부풀게 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갑자기 "바람 풍!", "때릴 타!"하며 한자 놀이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 됐다 됐어. 한자 공부 어떻게 시키나 머리 아팠는데 고맙습니다, 마법천자문님!

하지만 제 아무리 신묘한 명약이라도 약발이 떨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혜성같이 등장한 <포켓몬스터 한자 어휘 도감>은 강적수다. '귀여우면 끝이다'는 말이 있듯 동그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웃는 피카츄를 보며 책을 덮어버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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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한가운데 우리의 포켓몬스터들이 나와 있다. 이름과 종류, 키와 몸무게, 그리고 한자어가 포함된 각각의 특징도 함께다. 그 위로는 선명한 한글과 획수를 확인할 수 있을만큼 큼지막한 한자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이들과 잠자기 전 쟁탈전을 벌이며 뒤적이다 내 눈을 사로잡는 한자어를 여럿 발견했다. 그 중 요즘의 일상과 맞닿은 몇 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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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방가(高聲放歌-높을 고, 소리 성, 놓을 방, 노래 가)

큰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는 일을 뜻해요.

포켓몬스터 한자 어휘 도감,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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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나만 아직 못 본 것인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하지만 아이들이 하도 얘기를 많이 하고, 종일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덕분에 마치 본 것 같은 기분이다. <겨울 왕국>때도 다른 부분은 웅얼웅얼 넘어가다가 "Let it go~!" 부분만 열창하더니 이번에도 "gonna be, gonna be golden." 후렴구 실력만 나날이 늘어간다. 그러면 나는 또 녹음한 듯 똑같은 말을 한다.

"제발 한 곡을 제대로 연습해서 부르라고~~!"

말 그대로 고성과 방가로 있는 힘을 방출(放出-밖으로 내보냄)하다 보면 너도나도 방전(妨電-전지나 축전기 또는 전기를 띤 물체에서 전기가 외부로 흘러나오는 현상)된다. 그럼 또 충전해야 하니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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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자전(父傳子傳-아버지 부, 전할 전, 아들 자, 전할 전)

아버지의 모습이나 성질이 아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는 뜻이다.

포켓몬스터 한자 어휘 도감,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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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제일 어린이 입맛을 가진 사람은 40세 김 모씨다. 퇴근 후 주된 일과는 냉장고 열어 탐색하기, 과자 몰래 혼자 먹다 들키기, 벌렁 누워서 입만 움직이기 등이 있다.

"할 거예요, 조금만 있다가 하려고 했어요, 하면 되지요."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더니, 이제 두 아이들까지 합세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다.

아이들을 키울수록 유전자(遺傳子-생물체 개개의 유전 형질을 발현시키는 원이이 되는 인자. 일정한 순서로 배열되어, 생식 세포를 통하여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의 힘이 놀랍다는 걸 느낀다. 부모의 장점만 물려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어째서 나의 삶을 힘들게 했던 단점까지 닮은 건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선천(先天-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지니고 있는 것)과 후천(後天-태어난 뒤에 지니게 된 성질이나 체절 따위를 이르는 말) 모두 나 자신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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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는 아무 때나 실실댄다는 것이다. 나는 붉으락푸르락하고 있는데 앞에서 실실 웃고 있으면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결혼 초기에는 때와 장소를 못 가리고 실실대며 대충 넘어가려 하는 것 같아 화가 많이 났다. 반면 내가 지나치게 진지해 있을 때 별 거 아니라는 듯 실실 웃어주면 긴장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다.

요즘 두 아들은 굳이 서로 찾아다니며 시비를 걸고 싸운다. 그러다 돌아서면 또 껴안고 뒹굴며 엉덩이춤을 추면서 배꼽 빠지게 웃는다. 그럼 싸운 아이들을 혼내고 씩씩대던 나는 황당하고 어이없어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러다 아이들의 깔깔대는 소리에 걱정, 근심 다 내려놓고 같이 어울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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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遺産)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재신이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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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전해주면서 욕심이 가득했다. 포켓몬스터는 하나의 미끼일 뿐, 이 책에 나온 한자어를 익혀 문해력을 올릴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랐다. 욕심만으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둘 중 한 아이가 이 책을 집어들면 굳이 그 옆에 딱 붙어앉아 같이 보다가 싸우고야 마는 아이들을 보며, 그러다 또 서로를 웃기고 웃어주는 아이들을 보며, 조금은 먼 미래를 떠올려 본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포켓몬스터 한자 어휘 도감>을 함께 보며 즐거웠던 시간, 무엇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주 많이 웃었던 기억. 그쯤이면 아주 훌륭한 유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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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 질문 사전 - 왜? 어떻게? 물어볼수록 똑똑해지는 과학 지식 100 ㅣ 교과서 잡는 바이킹 시리즈
정윤선 지음, 구연산 그림 / 바이킹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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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떻게?

물어볼수록 똑똑해지는 과학 지식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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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엄마엄마, 아빠아빠"하는 말문이 트인 후에 시작되는 "왜?" 공격을 기억할 것이다. 왜왜왜. 인간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호기심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네버엔딩 왜 타령에 언제나 패자는 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특성이라 했다. 사실 과학은 바로 온 세상의 신비하고 이상한 현상을 보며 "왜 그럴까?"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갈릴레이는 목성 주변의 천체에 의문을 가져 지동설을 증명했고, 뉴턴은 달과 사과를 보면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 냈다. 호기심을 품고 그 답을 찾으며 나날이 발전한 과학은 우주로까지 뻗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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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물리학을, 대학원에서 물리 교육학을 공부한 저자 정윤선 역시 호기심 많은 아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 흥미로운 과학과 재미있는 세상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초등 학생을 위한 과학 개념 150>, <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나가 볼까?> 등의 책을 썼다.

저자의 신간인 <어린이 과학 질문 사전>은 24시간이 다 과학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아침부터 밤까지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학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알람 소리가 울리기 전인데 왜 눈이 떠지는지, 충치는 벌레인지, 형광펜으로 그은 밑줄은 왜 어둠 속에서 안 보이는지, 리코더를 불 때 구멍을 열수록 왜 높은 음이 나는지, 피구공은 왜 통통 튀는지, 레고 블록을 밟으면 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픈지 등등 제목만 보고도 호기심이 퐁퐁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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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잠자고 있던 내 호기심을 벌떡 일으켜 세운 것은 '물에 젖은 교과서를 어떻게 말리면 좋을까?'였다.

범인은 우유였다. 언제였는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가방 안에 넣어뒀던 우유가 터져서 그 안에 같이 있던 책들이 엉망진창이 됐다. 물이 아닌 우유라서 냄새도 고약했다. 이걸 어쩌나. 우유를 잔뜩 마시고 뚱뚱해진 책 곳곳에 남은 얼룩을 닦아내며 한 장씩 떼어내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집에 도착해 책을 해가 잘 드는 곳에 두고 정성껏 말려봤지만 역시나였다. 결국 교과서를 다시 샀었다. 그때 나에게 <어린이 과학 질문 사전>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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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알아두면 좋은 방법이 있어요. 바로 젖은 책을 그대로 냉동실에 넣는 방법이에요. 먼저 수건으로 책의 물을 어느 정도 닦아 낸 다음 냉동실에 젖은 책을 평평한 상태로 넣습니다. 반나절 이상 지난 다음 책을 꺼내어 그늘진 곳에서 말리면 책이 잘 말라서 원래 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어린이 과학 질문 사전,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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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이라니!

젖은 책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이유는 물의 성질 때문이다. 일반적인 물질들과 달리 물은 얼면 부피가 커진다. 액체 상태인 물질이 어는점을 지나 고체 상태가 되면 부피가 작아진다. 하지만 물은 어는점을 지나 얼음이 되면 그 부피가 물일 때보다 더 커진다. 책에 스며든 물이 얼면서 물 분자 사이에 공간이 커지고, 그 사이로 종이 분자가 고르게 분포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책이 쭈글쭈글하지 않고 평평해진다.

물이 수증기로 변하여 공기 중으로 들어가는 것을 증발이라고 한다. 건조기가 있는 집이 늘어나면서 빨래를 널어 말리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화창하고 선선하게 바람 부는 날, 주택의 옥상에서 춤추듯 휘날리는 옷들을 보면 나까지 뽀송뽀송해지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빨래가 잘 마르려면, 즉 증발이 잘 되려면 일단 공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수증기가 적어야 한다. 공기 중에 수증기가 포함되어 있는 정도를 습도라고 하는데, 이 습도가 낮으면 공기 중에 수증기가 적어서 증발이 잘 일어난다. 또 기온이 높을수록, 바람이 불수록 증발이 잘 일어난다. 이 외에도 빨래가 잘 마르게 하려면 옷을 최대한 넓게 펴서 널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공기와 만나는 옷의 면적이 넓을수록 증발이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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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영어 단어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뉴런과 뉴런이 새로 연결되어 만드는 시냅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여름 방학에 친구와 만나 축구를 하려면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인 오후 3시는 피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머리카락은 보통 한 달에 1cm씩 자라지만 눈썹은 그 절반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데다 약 한 달동안만 자라기 때문에 거의 일정한 길이라는 것도 아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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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낄낄대고 박수치며 <어린이 과학 질문 사전>을 같이 보는 동안 두 가지 반가운 감정이 들었다. "이거 나도 궁금했던 건데."와 "이런 것도 과학이구나"하는 친밀감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고 오래 봤더니 과학마저 사랑스러워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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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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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스토리는 감동적이라서 재미있다. SF 소설은 놀라워서 재미있다. 미스터리는 무서워서 재미있다. 그리고 이 책, <법정 밖의 이름들>은 필요해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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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지 않는 탓에 저자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책날개에 나와 있는 그녀의 행보만으로도 물개 박수를 치고 싶어졌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은 서혜진 변호사는 동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야말로 '변호사 어벤저스'다.

이후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경력이 쌓일수록, 만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법률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범죄 피해자에게 마음이 향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어쩌면 그런 것이야말로 '운명'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반드시 그녀여야만 하는, 오직 그녀일수밖에 없는, 거스를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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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옷과 액세서리를 하고, 누구보다 멋진 모습과 확신에 찬 태도로 이들 옆에 서 있어야 한다. 회색빛의 변호사가 아닌 생동감 넘치는 변호사로 말이다. 삶이 한순간(어쩌면 점차적으로) 잿빛이 된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잃어버린 색을 되찾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정 밖의 이름들,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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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름들이 있다. 고은, 이윤택, 안희정 등.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질렀다. 숨어 지내던 피해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주고,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을 때까지 피해자들의 곁에는 서혜진 그녀가 함께였다. 그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언론 및 방송에서 그녀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가진 변호사'라는 의미로 '인권 변호사'라는 그럴 듯한 프레임을 씌워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실제 존재하지도 않고, 출처도 불분명한 그 거추장스러운 감투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말하는 '인권 변호사'라 함은 돈을 받지 않고 사람들 도와주는, 행색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수수하도 못해 허름할 수도 있는, 마더 테레사 같은 인격과 배려심으로 충만한, 돈과 물질에 아무런 욕망도 미련도 없는 석가모니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변호사가 어딘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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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겉모습을 챙기려 노력하는 이유는 외관에 집착해서가 아니고 돋보이고 싶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피해자인 의뢰인들이 번듯한 자신을 보고 자신의 곁에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 있다고 안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든든한 내 편이 있다면 더 이상 숨어지내지 않고 세상을 향해 발차기해볼 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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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이 감각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회복의 조건이다. 나는 피해자들을 도우면서 그들과 나 사이에 '같은 감정'이 무수히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상실감, 분노, 무력감,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감정들. 이 모든 감정은 말해져야 하고, 인정받아야 하고, 지지 받아야 한다.

법정 밖의 이름들,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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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영향인지 변호사라고 하면 산처럼 쌓인 서류 더미 가운데 앉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실상 변호사의 가장 큰 일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인기 변호사가 된 저자는 의뢰인 뿐 아니라 강연을 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상담사, 활동가, 경찰, 공공기관의 고충처리 담당자, 피해자 지원 단체 실무자들 등 피해자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빠트리지 않는 말이 있다.

"스스로 다 태워버릴 이유는 없어요. 절대 스스로를 소진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불에 타 없어져 버린다면, 피해자를 돕는 이 모든 과정도, 결과도, 결국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강연장에서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동안 자신들이 만나왔던 피해자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을 것 같다. 아파하고 괴로워하다 끝내 생을 놓아버리려 했던 이들 곁에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무력감에 시달렸던 날들도.

저자 역시 매일 피해자들의 고통을 마주하다 보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다하여 없어질 것 같은 상태는 감정의 고갈로 이어져 공감과 돌봄이 의무가 돼 버렸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려다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위험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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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위기 상황에서 박차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발화'였다. 저자에게 언어는 사건 해결과 세상 살이를 위한 중요한 단서다. 현상과 감정을 설명하고, 누군가를 설득해 공감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는 언어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가 성폭행을 당했을 때, 아이는 그 상황을 표현할 만한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자신이 당한 일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조차 막막하다. 단순히 어휘력이 떨어진다거나 말재주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사고 범위는 우리가 가진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범죄처럼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는 굉장히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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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피해를 들여다보고 지원하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저자는 피로, 두려움, 책임감을 동력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법률과 형사 절차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며칠 밤낮을 고민하며 자료를 만들고, 연습했던 대로 강의가 진행될수록 언어로 구조화된 어떤 감정이 다시 그녀의 몸에 흐르기 시작했다. 저자의 말을 듣고 감정이 정리됐다거나 우리 일을 제대로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그녀의 빈 곳을 채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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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변호사로서 강연장에서 전문 지식을 전달하지만 감정의 언어를 교환한다고 믿는다.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과거를 정리하다 보면 혼자서는 알 수 없었던 의미를 얻기도 한다. 그녀와 만났던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와 눈빛이 문장으로 다시 그녀에게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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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초록 검색창에 사람 이름을 쳐 보았다. 서혜진. 나보다 한 살 언니다. 시대적으로 비슷한 일을 겪고 보고 들으며 자랐을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힘들고 귀찮고 무서울 때도 많았을 텐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총대 메고' 해 주어서. 당분간 어디서 책 얘기를 할 기회가 생기면 <법정 밖의 이름들>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할 것 같다. 마치 잘 아는 언니가 쓴 책인 것처럼. 다음 인용구를 외워서 그 언니가 이런 말도 했다며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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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은 재가 되고 나서도 다음 불씨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

누군가를 돕는 일이 나를 태우는 불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나 혼자만의 불이 아니라 우리가 함게 이어붙이는 불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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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 - 여행 노트를 채우는 30가지 아이디어 ㅣ 카콜의 어반 스케치
카콜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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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여행'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굉장한 고급 취미라는 생각을 했다. 그림 좀 그리는 사람들끼리 화구를 어깨에 메고 유럽 어느 뒷골목쯤을 어슬렁거리는 모습. 나에게는 상상만으로도 그저 놀라움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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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월트디즈니코리아가 주관한 <스타워즈> '더 포스 어워드'에서 최고의 크리에이터 상 수상

2017년 영화 배급사 Sony가 주관한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팬아트 공모전에서 우수상 수상

<어벤저스>,<미녀와 야수>,<스타워즈> 등 영화와 콜라보 및 배경 작업

사쿠라 100주년 기념 한국 대표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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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의 작가인 카콜(임세환)은 지난 10년동안 "막 그려도 돼. 즐겁게 그리자!"는 마음가짐으로 어디를 가든 항상 스케치북과 펜을 챙겨 다녔다. 그러다 보니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자유롭게 세상을 담아내는 어반 스케치의 매력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그래서 2022년 <카콜의 어반 스케치 기초>, 2024년 <나도 그림 잘 그리면 소원이 없겠네>에 이어 올해도 <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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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내가 있는 공간을 온전히 느끼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비록 사진보다는 느리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종이에 그리며 보내는 시간은 여행의 순간을 한층 더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여행지에서 그린 그림을 다시 볼 때면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과 풍경이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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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스케치 여행을 위한 준비, 2장은 여행 노트를 채우는 30가지 아이디어, 3장은 작가와 함께 떠나는 스케치 여행이다.

스케치 여행을 떠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림 그릴 종이와 다양한 연필과 펜을 기본으로 고체 물감, 접이식 물통, 연필캡, 마스킹 테이프, 스탠딩 필통, 가방, 휴대용 파우치, 접이식 의자, 삼각대 등 개인의 성향과 목적에 따라 필요한 것을 준비하면 된다.

준비가 끝났다면 가방을 둘러메고 떠나기 전 명심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무엇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행지의 현장은 매 순간 달라진다. 시간은 촉박하고, 대상은 사라지며, 날씨는 돌변한다. 때문에 스케치 여행에서는 드로잉을 대체로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밑그림을 생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현장 분위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어반 스케치에서는 삐뚤어진 선도, 어긋난 부분도 정답이 될 수 있다.

펜 스케치만으로 그림을 끝낼 수도 있지만, 채색을 하면 그림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진다. 포인트를 주기 위해 한 가지 색만 사용하거나 수채물감으로 풍부한 색을 표현해도 좋다. 물감 사용이 어렵다면 마커로 간단하게 채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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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본격적인 여행의 설렘을 안겨주는 비행기부터 기차, 버스 등 이동 수단을 시작으로 사람, 동물, 카페, 음식 등 우리가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그리기 위한 노하우가 대방출된다. 그 중에서 단연 내 눈길을 끈 것은 '먹는 거'였다. 저자가 맛본 다양한 에그타르트 그림과 맛 평가는 매우 흥미로워 따로 메모해두고 싶었고, 고베를 여행하며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을 한 페이지에 자유롭게 그린 그림을 보니 너무 부러웠다. 당장 한 입 베어물고 싶은 초코 아이스크림과 테라로사 루꼴라 샌드위치, 그리고 무화과 산도까지 더해지자 아이들의 스케치북이라도 챙겨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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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그림을 보면, 오히려 따라 할 엄두조차 나지 않아 주눅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카콜 작가의 그림은 분명 섬세하고 전문적인데도 이상하게 '나도 한 번 그려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곰곰이 이유를 떠올려보면,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을 넘어서, 여행의 순간과 일상의 찰나를 온전히 즐기고 담아낸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라기보다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어서', 서툴더라도 나만의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고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

그림 그리는 법을 책으로 배웠으니 이제 그릴 차례다. 글을 쓸 때도 그렇듯 어떻게 그릴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그릴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언젠가 아이들과 매주 하나씩 그림을 그려보자고 약속한 뒤 호기롭게 시작했다 멈췄던 텀블러 그림이 생각났다. 그림의 '그'자도 모르니 욕심이 없고, 못 그리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편했다. 그저 내 눈에 보이는 대로 할 수 있는만큼만 표현해 보자며 선을 그었다 지웠다 덧그렸다 지웠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나름의 완성을 하고 나서 생각했다.

'음, 물병처럼 보이긴 하네.'

카콜의 시작도 미약했을 거다, 아마. 지금부터 나도 "막 그려도 돼. 즐겁게 그리자!"는 마음으로 10년을 그림에 투자한다면? 창대해질만 남았다.

입추도 지나고 처서도 지났다. 아이들의 24색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들고 urban sketch를 떠나든 rural sketch를 떠나든, 일단 떠나 볼 거다. '스케치'도 '여행'도 꽤 괜찮은 취미 활동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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