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엄마엄마, 아빠아빠"하는 말문이 트인 후에 시작되는 "왜?" 공격을 기억할 것이다. 왜왜왜. 인간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호기심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네버엔딩 왜 타령에 언제나 패자는 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특성이라 했다. 사실 과학은 바로 온 세상의 신비하고 이상한 현상을 보며 "왜 그럴까?"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갈릴레이는 목성 주변의 천체에 의문을 가져 지동설을 증명했고, 뉴턴은 달과 사과를 보면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 냈다. 호기심을 품고 그 답을 찾으며 나날이 발전한 과학은 우주로까지 뻗어나갔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대학원에서 물리 교육학을 공부한 저자 정윤선 역시 호기심 많은 아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 흥미로운 과학과 재미있는 세상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초등 학생을 위한 과학 개념 150>, <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나가 볼까?> 등의 책을 썼다.
저자의 신간인 <어린이 과학 질문 사전>은 24시간이 다 과학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아침부터 밤까지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학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알람 소리가 울리기 전인데 왜 눈이 떠지는지, 충치는 벌레인지, 형광펜으로 그은 밑줄은 왜 어둠 속에서 안 보이는지, 리코더를 불 때 구멍을 열수록 왜 높은 음이 나는지, 피구공은 왜 통통 튀는지, 레고 블록을 밟으면 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픈지 등등 제목만 보고도 호기심이 퐁퐁 샘솟는다.
그 중에서 잠자고 있던 내 호기심을 벌떡 일으켜 세운 것은 '물에 젖은 교과서를 어떻게 말리면 좋을까?'였다.
범인은 우유였다. 언제였는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가방 안에 넣어뒀던 우유가 터져서 그 안에 같이 있던 책들이 엉망진창이 됐다. 물이 아닌 우유라서 냄새도 고약했다. 이걸 어쩌나. 우유를 잔뜩 마시고 뚱뚱해진 책 곳곳에 남은 얼룩을 닦아내며 한 장씩 떼어내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집에 도착해 책을 해가 잘 드는 곳에 두고 정성껏 말려봤지만 역시나였다. 결국 교과서를 다시 샀었다. 그때 나에게 <어린이 과학 질문 사전>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