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제일 어린이 입맛을 가진 사람은 40세 김 모씨다. 퇴근 후 주된 일과는 냉장고 열어 탐색하기, 과자 몰래 혼자 먹다 들키기, 벌렁 누워서 입만 움직이기 등이 있다.
"할 거예요, 조금만 있다가 하려고 했어요, 하면 되지요."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더니, 이제 두 아이들까지 합세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다.
아이들을 키울수록 유전자(遺傳子-생물체 개개의 유전 형질을 발현시키는 원이이 되는 인자. 일정한 순서로 배열되어, 생식 세포를 통하여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의 힘이 놀랍다는 걸 느낀다. 부모의 장점만 물려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어째서 나의 삶을 힘들게 했던 단점까지 닮은 건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선천(先天-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지니고 있는 것)과 후천(後天-태어난 뒤에 지니게 된 성질이나 체절 따위를 이르는 말) 모두 나 자신인 것을.
신랑의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는 아무 때나 실실댄다는 것이다. 나는 붉으락푸르락하고 있는데 앞에서 실실 웃고 있으면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결혼 초기에는 때와 장소를 못 가리고 실실대며 대충 넘어가려 하는 것 같아 화가 많이 났다. 반면 내가 지나치게 진지해 있을 때 별 거 아니라는 듯 실실 웃어주면 긴장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다.
요즘 두 아들은 굳이 서로 찾아다니며 시비를 걸고 싸운다. 그러다 돌아서면 또 껴안고 뒹굴며 엉덩이춤을 추면서 배꼽 빠지게 웃는다. 그럼 싸운 아이들을 혼내고 씩씩대던 나는 황당하고 어이없어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러다 아이들의 깔깔대는 소리에 걱정, 근심 다 내려놓고 같이 어울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