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한자 어휘 도감 ㅣ 사고력 마스터 시리즈
서울문화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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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전 소설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인기 학습 만화인 <마법천자문>은 어른들이 봐도 유익하고 흥미롭다. 현재 67권까지 출간되었고, 100권으로 완결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느 집이든 이 책에 입문하면 한동안 꿈에 부풀게 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갑자기 "바람 풍!", "때릴 타!"하며 한자 놀이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 됐다 됐어. 한자 공부 어떻게 시키나 머리 아팠는데 고맙습니다, 마법천자문님!

하지만 제 아무리 신묘한 명약이라도 약발이 떨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혜성같이 등장한 <포켓몬스터 한자 어휘 도감>은 강적수다. '귀여우면 끝이다'는 말이 있듯 동그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웃는 피카츄를 보며 책을 덮어버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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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한가운데 우리의 포켓몬스터들이 나와 있다. 이름과 종류, 키와 몸무게, 그리고 한자어가 포함된 각각의 특징도 함께다. 그 위로는 선명한 한글과 획수를 확인할 수 있을만큼 큼지막한 한자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이들과 잠자기 전 쟁탈전을 벌이며 뒤적이다 내 눈을 사로잡는 한자어를 여럿 발견했다. 그 중 요즘의 일상과 맞닿은 몇 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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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방가(高聲放歌-높을 고, 소리 성, 놓을 방, 노래 가)

큰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는 일을 뜻해요.

포켓몬스터 한자 어휘 도감,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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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나만 아직 못 본 것인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하지만 아이들이 하도 얘기를 많이 하고, 종일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덕분에 마치 본 것 같은 기분이다. <겨울 왕국>때도 다른 부분은 웅얼웅얼 넘어가다가 "Let it go~!" 부분만 열창하더니 이번에도 "gonna be, gonna be golden." 후렴구 실력만 나날이 늘어간다. 그러면 나는 또 녹음한 듯 똑같은 말을 한다.

"제발 한 곡을 제대로 연습해서 부르라고~~!"

말 그대로 고성과 방가로 있는 힘을 방출(放出-밖으로 내보냄)하다 보면 너도나도 방전(妨電-전지나 축전기 또는 전기를 띤 물체에서 전기가 외부로 흘러나오는 현상)된다. 그럼 또 충전해야 하니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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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자전(父傳子傳-아버지 부, 전할 전, 아들 자, 전할 전)

아버지의 모습이나 성질이 아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는 뜻이다.

포켓몬스터 한자 어휘 도감,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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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제일 어린이 입맛을 가진 사람은 40세 김 모씨다. 퇴근 후 주된 일과는 냉장고 열어 탐색하기, 과자 몰래 혼자 먹다 들키기, 벌렁 누워서 입만 움직이기 등이 있다.

"할 거예요, 조금만 있다가 하려고 했어요, 하면 되지요."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더니, 이제 두 아이들까지 합세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다.

아이들을 키울수록 유전자(遺傳子-생물체 개개의 유전 형질을 발현시키는 원이이 되는 인자. 일정한 순서로 배열되어, 생식 세포를 통하여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의 힘이 놀랍다는 걸 느낀다. 부모의 장점만 물려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어째서 나의 삶을 힘들게 했던 단점까지 닮은 건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선천(先天-태어나면서부터 몸에 지니고 있는 것)과 후천(後天-태어난 뒤에 지니게 된 성질이나 체절 따위를 이르는 말) 모두 나 자신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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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는 아무 때나 실실댄다는 것이다. 나는 붉으락푸르락하고 있는데 앞에서 실실 웃고 있으면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결혼 초기에는 때와 장소를 못 가리고 실실대며 대충 넘어가려 하는 것 같아 화가 많이 났다. 반면 내가 지나치게 진지해 있을 때 별 거 아니라는 듯 실실 웃어주면 긴장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다.

요즘 두 아들은 굳이 서로 찾아다니며 시비를 걸고 싸운다. 그러다 돌아서면 또 껴안고 뒹굴며 엉덩이춤을 추면서 배꼽 빠지게 웃는다. 그럼 싸운 아이들을 혼내고 씩씩대던 나는 황당하고 어이없어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러다 아이들의 깔깔대는 소리에 걱정, 근심 다 내려놓고 같이 어울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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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遺産)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재신이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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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전해주면서 욕심이 가득했다. 포켓몬스터는 하나의 미끼일 뿐, 이 책에 나온 한자어를 익혀 문해력을 올릴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랐다. 욕심만으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둘 중 한 아이가 이 책을 집어들면 굳이 그 옆에 딱 붙어앉아 같이 보다가 싸우고야 마는 아이들을 보며, 그러다 또 서로를 웃기고 웃어주는 아이들을 보며, 조금은 먼 미래를 떠올려 본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포켓몬스터 한자 어휘 도감>을 함께 보며 즐거웠던 시간, 무엇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주 많이 웃었던 기억. 그쯤이면 아주 훌륭한 유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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