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 편의점 3호 - 극장점 그림자 귀신 대소동 ㅣ 24분 편의점 3
김희남 지음, 이유진 그림 / 사파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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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분 편의점>은 쉽고 재미있다. 그리고 짧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편사장처럼 독자들도 길고 장황한 설명 대신 이 한 권의 책에 나와 있는 실생활과 연관된 일화를 통해 나도 모르게 과학과 가까워지게 된다. 한 마디로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이 없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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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분 편의점> 세 번째 이야기는 극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하루에 딱 24분만 문을 여는 편의점 버스를 타고 어느 한적한 마을, 오래된 극장 앞에 도착한 편 사장과 기냥이. 주변을 요리조리 둘러보지만 어째 극장 앞이 폐업을 앞둔 것처럼 썰렁하기만 하다. 거기다 극장 청소부인 깔끄미 씨는 손님을 반기기는커녕 쌀쌀맞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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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팥붕과 슈붕이 레이더에도 수상한 낌새가 포착된다. 팥붕과 슈붕은 행방불명된 천재 과학자 '노별 박사'를 애타게 찾고 있던 맨붕 박사의 부하이자 제자들이다. 이 쌍둥이 형제는 편 사장이 노별 박사가 아닐까 강하게 의심하며 조용히 뒤를 쫓고 있었다. 그러다 빗자루를 들고 극장 밖으로 나온 깔끄미 씨가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근처에서 수상한 남자와 무어라 속닥속닥하더니 봉투를 건네받는 현장을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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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건 햇빛이나 전등과 같은 광원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야."

24분 편의점 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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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팥붕, 슈붕 형제는 우리가 물체를 보는 원리에 대해 알게 된다. 태양, 촛불, 전등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을 '광원'이라 하는데, 이 광원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면 그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그 반사된 빛을 통해 물체를 본다.

사람과 동물의 몸에서는 '적외선'이 나오는데 특수 카메라를 통해 이를 감지해 밤에도 물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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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올빼미인 오들 씨는 다른 올빼미와 달리 캄캄한 밤을 무서워한다. 그래서 밤에 외출을 잘 하지 않지만 오늘은 예외다. 오들 씨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영화 매트맨 시리즈 2탄 '돌아온 매트맨'이 개봉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들 씨가 오들오들 떨며 극장을 향해 가고 있을 때, 누군가 따라오는 듯하더니 순간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걸음을 멈추고 용기를 끌어모아 조심스레 뒤를 돌아본 오들 씨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까맣고 커다란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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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빛과 물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커지고 멀수록 작아진다오. 이제 나무에 비친 그림자가 왜 손님보다 훨씬 컸는지 알겠소?"

24분 편의점,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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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사장과 기냥이는 놀란 오들 씨를 달래고 손전등을 통해 빛의 성질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리고 작은 구멍으로 빛을 들여보내면 반대쪽에 상이 거꾸로 맺히는 카메라의 원리를 이용해 재미 극장을 지켜낸다. 사실은 이랬다. 재미 극장 대표인 한루미가 절대 극장을 팔지 않겠다고 하자 그 자리에 대형 쇼핑몰을 지으려던 건설 업자가 깔끄미 씨에게 돈을 주며 귀신 소동을 벌이라고 시켰다. 돈이 필요해 잘못된 선택을 했던 깔끄미 씨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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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편 사장 덕분에 아버님의 유언대로 극장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재미 극장을 영화뿐 만 아니라 차도 마시고 전시회도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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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분 편의점 버스는 자신들을 쫓는 팥붕과 슈붕을 따돌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 다음에는 또 어떤 곳에서 누구를 만나게 될까? 이 즈음이면 아이들의 입에서 "24분 편의점이 우리 집에도 왔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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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의학 공부 -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해부 개념
켄 애시웰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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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500여 명이 사망했고, 천 여명의 사람이 다치거나 실종됐다. 무더운 날씨에 시신은 부패하기 시작했고, 밤낮을 모르고 구조 활동을 하던 대원들의 심신도 지쳐갔다.

사고 17일 후, 붕괴된 건물 사이 비스듬한 틈에서 버티던 생존자가 구조됐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생각했다. 사람이 그렇게 오래 안 먹고도 살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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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계의 주요 역학은 산소를 몸에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입니다. 또한 혈액의 pH를 조절하고 체온 조절을 돕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태어난 김에 의학공부,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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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 4분 정도 산소 공급이 되지 않으면 뇌 손상이 시작된다. 이때 빠르게 호흡이 재개되지 않으면 사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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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재난 상황이 끊이지 않는 세상에서 <태어난 김에 의학 공부>의 차례를 보다 호흡계에 눈길이 가서 먼저 읽어 보았다. 호흡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코안과 코곁동굴, 후두, 그리고 기관지와 폐다.

코안에는 점막이 있어 들이마신 공기를 따뜻하고 축축하게 하고, 먼지와 꽃가루, 미생물을 걸러낸다. 코 안 가장 위쪽에는 냄새를 맡기 위한 후각상피가 있다. 코안은 코중격연골과 벌집뼈, 보습뼈로 이루어진 중격에 의해 똑같은 두 공간으로 나온다. 코의 대부분은 공기가 지나는 통로지만, 그 위쪽은 감각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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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는 흔히 알듯이 목소리를 내는 기관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삼킬 때 후두는 닫힌다. 기관은 후두의 아래쪽 끝에서 시작해 가슴안으로 들어간다. 후두와 기관지는 민무늬근육과 연골, 결합조직으로 이루어져 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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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감기에 걸려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중 하나가 코막힘이다. 코가 막히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데 입을 계속 벌리고 있는 일도 만만치는 않다. <태어난 김에 의학 공부> 보며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하는 호흡에 관여하는 기관에 대해 알게 됐다. 태어난 김에 시리즈의 강점인 그림은 어려운 지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이번 <태어난 김에 의학 공부>는 다양한 색을 이용해 각 기관의 특징과 역할을 단 번에 알아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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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과학하기'가 담고 있는 지식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을 만큼 스펙트럼이 넓다. 과학 교양을 쌓고자 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페이지를 덮으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시대의 교양이자 세상을 확장시키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 도구가 이렇게 친절하고 다양하다니.

태어난 김에 의학 공부,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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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초 의학의 하나인 해부학에 집중해 우리 몸 전체를 다룬다. 해부학을 뜻하는 영단어 anatomy는 '조각내다'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그를 나타내듯 <태어난 김에 의학 공부>는 피부계, 골격계, 근육계, 신경계, 순환계, 소화계, 비뇨계, 생식계, 면역계와 림프례, 내분비계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아마 내가 더 젊었을 때 이 책을 접했다면, 의사 될 것도 아닌데 이런 책을 뭐하러 봐, 하며 표지만 보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참 넓고 다양하다는 것을 실감한 지금은 뭐든 알아두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 거야, 라며 해부학 책까지 도전해 봤다. 내 평생 쓸 일이 있을까 싶은 의학 용어들을 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생소해서 흥미로웠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는 일단 그림만 보라고 했더니 이리저리 뒤적이며 눈을 반짝였다. 내가 봐도 신기하고 놀라운데 애들에게는 오죽하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해부학자이자 화가였다. 이번 겨울 방학 동안 <태어난 김에 의학 공부>와 함께 아이들의 미술 실력이 향상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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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셰르민 야샤르 지음, 메르트 튀겐 그림, 김지율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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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좋았다. 학교에 갔다왔다하고 공부만 하면 되는.

그때는 몰랐다. 학교 생활과 공부가 이렇게 삶에 큰 도움이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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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이들 말이 맞아요. 모두 평등하죠, 피크리 학생. 어디서 왔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아이는 평등해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이란 없어요. 왜냐면 모든 아이는 중요하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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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The Great Fikri).'

어느 회사의 CEO이고, 총괄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피크리는 '위대한 피크리'라 불리기를 원하고 즐긴다. 그의 가족과 직원은 물론 차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마저 그가 차에 탈 때마다 "어서 오세요, 위대한 피크리!"하고 인사한다. 차량 번호판은 물론 찻잔, 양말 소매, 셔츠 소맷동, 펜 등 가능한 한 그가 소유한 모든 물건에는 그의 이름 GF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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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준으로 완벽에 가까운 나날을 보내던 중 피크리에게 거부할 수 없는 요청이 담긴 편지가 배달된다. 중학교 졸업 과정에 오류가 발견되었으니 빠른 시일 내 학교에 복귀하여 이수하지 못한 과목의 수업을 듣고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장이 무효 처리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도 함께였다.

피크리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졸업장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증 사무소에 가서 졸업장을 복사해 하나는 사무실에, 하나는 집에, 하나는 부모님 집에 걸어두었으며, 심지어 자동차 사물함에도 넣어 가지고 다녔다. 신호 대기 중에 가끔 조수석 앞 사물함을 열어 졸업장을 들여다 보기도 했고, 주차 공간이 없을 때면 졸업장을 들고 나와 자신의 위대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려 소리치곤 했다. 그런 졸업장이 무효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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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리는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2주동안 '위대한 피크리'가 아닌 '119번 피크리 학생'으로 불리며 학교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위대하게 지내왔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평범한 학생 중 하나로 지내기가 어려웠다. 모든 규칙에 '예외'가 되고 싶었지만 그것은 모두에게 평등했다. 처음 며칠 동안 피크리는 씩씩대며 교장실로 향해 분통을 터트리거나 교장실로 불려가 꾸지람을 듣느라 바빴다. 와중에 가물가물한 사칙연산을 새로 익혀야 했고, 친구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엄마랑 아빠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해? 피크리야, 넌 아내랑 자식 중 누구를 더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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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리야, 이제 그만 좀 해. 그깟 펜 자랑해서 뭐하니. 중요한 건 무엇으로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쓰느냐지. 진짜 글은 펜이 아니라 생각이 써. 훌륭한 생각이 있으면 연필로도 멋진 글을 쓰고, 아무 생각이 없으면 금 펜으로도 한 줄도 못 쓰는 거야. 그리고 만약 나였으면, 2천 달러 주고 펜 하나 살 게 아니라, 그 돈으로 문구류 잔뜩 사서 필요한 아이들한테 나눠줬을 거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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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피크리는 꾀병을 부려 결석을 하고, 수업중 학교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모든 학생들이 생각하고, 몇몇은 실제 행동에 옮기는 것과 똑같이. 그리고 어쩌다 진짜 친구를 만나는 행운 역시 피크리에게 손을 흔든다.

학교 생활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겉돌며 스위스에서 사온 펜 자랑이나 하는 피크리는 한참 어린 친구 수데의 말에 말문이 막힌다. 수데의 말이 맞다.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쓰느냐다. 피크리는 분명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잊고 있었다. 이래서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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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해 볼 줄 알게 되는 그 순간,

넌 진짜 이익을 배운 거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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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을 하며 피크리는 또 하나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렸다. 자신이 한때 축구 선수를 꿈꿨었다는 것. 체육 시간에 연속골을 넣으며 그 시절의 희열을 되찾은 피크리는 프로 선수들이나 신을법한 축구화를 사는 등 아직 옛날 버릇을 못 버린다. 하지만 국어 시간에 모르는 단어를 골라 그걸로 문장을 만드는 활동에서 그가 고른 단어는 '지나친 자존감과 거만함'을 뜻하는 '오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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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피크리의 변화에 어리둥절했다. 생전 묻지 않았던 학교 생활에 대해 묻지 않나, 식사 준비를 하질 않나. 이에 피크리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가족들에게 지지를 받는다.

다사다난했던 2주간의 학교 생활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피크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해고 통지였다. 예전 같았으면 "감히 위대한 피크리를 해고하다니!"하며 회사를 뒤집었겠지만 피크리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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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할 수 있는 일자리에서 쫓겨난 것이 속상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진짜 피크리'를 보여줄 절호의 찬스라는 것도 알아차렸다. 그가 중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아들이 축구 시합에서 골을 넣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었을까. 아들이 골을 넣고 달려가며 기뻐하는 몸짓, 그 안에 담긴 열정과 순수함. 아들이 그를 향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웃자 피크리는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자신을 되찾았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주 잊는다. 우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건 직업이나 명함이 아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함께 기뻐할 줄 아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진짜 나'다. 이래서 좋은 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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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

Good Friend, Fik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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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어벤저스 24 - 환경 응급, 주의를 기울여라! ㅣ 어린이 의학 동화 24
고희정 지음, 조승연 그림, 류정민 감수 / 가나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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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어벤저스 24>에서 환경 응급에 대해 다룬다는 소식을 듣고 출간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따끈따끈한 신간을 받아 읽는 내내 즐거웠고 감사했다. 우리 주변에서 왕왕 일어나는 환경 응급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대비책도 꼼꼼하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어찌나 마음에 쏙 드는지 아이들에게 책갈피 역할을 하는 보라색 줄도 예뻐 보인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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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게 물렸을 때는 광견병과 파상풍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광견병은 뇌염, 신경 증상 등 중추 신경계 이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광견병'이라는 이름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 개이기 때문에 붙은 것으로, 실제로는 사람을 포함한 거의 모든 포유류가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의사 어벤저스 24, 26쪽

<의사 어벤저스 24>에는 세 가지 환경 응급 상황이 나온다. 첫 번째로 교상이다. 교상은 짐승이나 벌레 등에 물려 생긴 상처를 말한다. 개나 고양이와 같은 포유류뿐 아니라 뱀과 같은 파충류, 벌과 같은 곤충에 물렸을 때도 교상을 입었다고 한다.

어느 날 다사랑 어린이 종합 병원 권역 외상 센터에 8세 여자 아이가 실려온다. 이웃집 마당에서 열린 문을 통해 탈출한 맹견에게 물린 지예은이었다. 왼쪽 팔은 개의 이빨에 의해 찢어진 열상, 왼쪽 허벅지는 열상과 함께 이빨에 의한 관통상을 입은 상태였다. 체온과 혈압은 낮고, 맥박은 빠른 상태였으며 출혈이 큰 것으로 보아 동맥 손상이 우려됐다.

드림팀이 머리를 맞대고 예은이의 치료에 만전을 기한 끝에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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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외출을 했다가 오른쪽 눈 아래쪽을 말벌에 쏘인 적이 있다. 순간 눈앞에 아찔해서 움직일 수가 없을 지경이었고, 순식간에 오른쪽 얼굴이 퉁퉁 붓고 입 안까지 마비되기 시작했다. 서둘러 응급실로 가서 파상풍 주사를 맞고 수액을 맞으며 안정을 취했다. 그 후로도 며칠 동안 얼굴의 반이 마취 주사를 맞은 듯 부자연스러웠고, 불편했었다.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슬쩍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의사 어벤저스 24>를 읽고 벌에 쏘인 것 역시 교상이라 불린다는 것과 광견병이 단지 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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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어벤저스 24>에서 얘기한 나머지 두 가지의 환경 응급은 감전과 독초에 의한 중독이다. 점심을 먹고 다시 병원으로 향하던 강훈과 장하다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 아이를 발견했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 아이 주변에 물웅덩이가 있었는데, 근처에 있던 전봇대에서 끊어진 전선이 그 안에 잠겨 있었다. 강훈과 장하다는 아이를 일으키려 다가가는 사람들을 막고, 119에 신고했다. 곧이어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전깃줄을 안전하게 치운 뒤 쓰러져 있던 아이를 들 것에 눕혔다. 어깨를 흔들고 "학생, 학생!"하며 불렀지만 아이는 의식이 없었다. 급히 제세동기로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해 겨우 아이의 호흡이 돌아왔지만, 화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이는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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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성은이는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구역질을 하며 토했다. 친구와 놀다가 애기똥풀을 먹고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

애기똥풀은 양귀비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 공원이나 화단 등의 풀숲에 노란 꽃이 군락을 이루며 핀다. 줄기를 꺾으면 노란 즙이 나오는 것이 마치 아기의 똥처럼 보여 '애기똥풀'이라 불린다. 애기똥풀은 진통 작용, 기침 억제, 근육 경련 억제 등의 효능이 있어 한약재로 쓰이기도 하지만, 독성을 가진 독초이기도 하다.

특히 봄에 이런 환경 응급 상황이 빈번하다. 언뜻 봐서는 나물인지 독초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어른도 음식물 섭취에 더욱 유의해야 하며, 만약 독초를 먹었을 때는 최대한 빨리 토해서 독소를 배출해야 한다. 그리고 병원에 갈 때는 먹은 독초나 토한 것을 가져가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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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응급은 말 그대로 환경의 영향으로 발생한 질환의 치료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응급 의학의 한 분야이다. 빛, 온도, 약물, 전기, 생물체, 음식물, 공해 등에 의한 손상을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의사 어벤저스 24,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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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의 말처럼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은 데다 위험한 것을 잘 모르니 크고 작은 사고로 병원을 찾는 일이 적지 않다. 때문에 다양한 환경 응급 상황에 보호자가 더욱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알고 있었던 것은 더욱 확실히, 몰랐던 것은 제대로 알게 해 준 <의사 어벤저스 24>였다. 25권에서는 배변과 배뇨 질환에 대해 다룬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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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을 담다 - 역사가 이어주는 부모와 자녀의 이야기
홍순지 지음 / 히스토리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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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 경험담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읽는 내내 "선배님~~~!"하며 달려가 저자에게 안겨 엉엉 울고 싶었다. 첫째 아들의 사춘기 초입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어찌저찌하여 험난한 구간을 지난다고 치자. 그러면 둘째 아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다. 희망이 없는 것 같다. 








결국 세종이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정사에 몰두할 수 있게,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선정을 펼 수 있게 태종이 악역을 자처한 것이 아닐까?

사史심을 담다, 114쪽



 <사史심을 담다>를 만난 후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먼저 내 아이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 나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는 연대가 큰 위로가 됐다. 

 이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다만 그 방법이 서툴고 제각각일 뿐. 저자의 아버지는 공수부대 출신이었음에도 아이들을 강하게 다루지 않았다. 감기 기운이 있나하는 혼잣말도 허투루 듣지 않았다.

 "괜찮아? 학교 갈 수 있겠어? 전화해 줄까?"

 당시 고등학생이던 저자는 소리를 빽 질렀다.

 "아, 이런 걸로 학교 안 가는 애가 어딨어!"

 저자가 성인이 되어 직장에 다닐 때도, 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에도 아버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한술 더 떠 손자들에게도 "학원 가기 힘들면 할아버지가 엄마한테 얘기해 줄까?"하며 해결사가 되고 싶어했다. 



 역사 선생님인 저자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서 조선의 3대 국왕이었던 태종을 떠올린다.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던 군주 '태종' 역시 늘 자식의 곁에 든든히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태종은 카리스마 있고 거친 남자로 대표되는 인물이지만 사실 이성계의 아들 중 유일하게 문과 과거에 급제한 인물로 문무를 겸비한 왕이었다. 게다가 자식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아버지였다. 

 아버지 태종은 장남이었던 양녕대군이 학문을 멀리하고 비행을 일삼아도 이해하려 했고 억지로 학문을 강요하지 않았다. 둘째 아들이었던 효령대군은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불교에 심취해 있었지만 아들의 취미에 간섭할 수 없다며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아들들의 성향과 기질을 파악했던 태종은 셋째 아들인 충녕대군을 세자로 책봉했다. 충녕대군은 책을 가까이하며 착실하고 부지런한 성품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또 중국 사신을 맞이하는 자리 등 외교적인 행사에서 술을 한 잔도 못하는 것은 군주로서 부족한 부분이 될 수 있으므로 술을 한 잔도 하지 못하는 효령대군보다 술을 마실 수 있었던 충녕대군이 적임자였다. 그렇게 세자가 되어 어진 정치를 한 충녕대군이 바로 조선 최고의 성군인 세종이다. 



 세자 책봉 이후 태종은 아들의 정치에 해가 될 수 있는 요소는 모두 제거했다. 권력을 넘볼 여지가 있는 인물들을 다 축출한 것이었다. 자신의 처남이자 세종의 삼촌이었던 민 씨 형제들은 물론, 세종의 장인인 심온 역시 제거되었다. 세종의 앞길에 혹여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남겨두지 않았다. 


 그 옛날의 피바람을 스마트폰이 이어받았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스마트폰의 유해함에서 분리시키려 갖은 애를 쓴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강하다. 그러다 보니 먼 미래보다 눈앞의 현실만 보이는 아이들과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마치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처럼. 





다만 다행인 건 그만큼 아이가 자랐다. 내가 줄인 자존심과 권위만큼 아이가 자라 나를 이해한다.

사史심을 담다, 119쪽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위로가 됐던 문장이다. 이제 5학년밖에 안 된 아이와의 다툼에 벌써 진이 빠져 눈을 감고 귀를 닫을 때가 있다. 이러다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돼 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희망의 빛줄기가 보였다. 정답 없는 육아지만 이해와 사랑, 포용만큼은 육아 전쟁에서 변하지 않는 스테디셀러라는 저자의 말을 나침반 삼아 이 가시밭길을 요리조리 헤쳐나가보련다.

















▶▶ 미자모 카페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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