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셰르민 야샤르 지음, 메르트 튀겐 그림, 김지율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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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좋았다. 학교에 갔다왔다하고 공부만 하면 되는.

그때는 몰랐다. 학교 생활과 공부가 이렇게 삶에 큰 도움이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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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이들 말이 맞아요. 모두 평등하죠, 피크리 학생. 어디서 왔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아이는 평등해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이란 없어요. 왜냐면 모든 아이는 중요하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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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The Great Fikri).'

어느 회사의 CEO이고, 총괄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피크리는 '위대한 피크리'라 불리기를 원하고 즐긴다. 그의 가족과 직원은 물론 차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마저 그가 차에 탈 때마다 "어서 오세요, 위대한 피크리!"하고 인사한다. 차량 번호판은 물론 찻잔, 양말 소매, 셔츠 소맷동, 펜 등 가능한 한 그가 소유한 모든 물건에는 그의 이름 GF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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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준으로 완벽에 가까운 나날을 보내던 중 피크리에게 거부할 수 없는 요청이 담긴 편지가 배달된다. 중학교 졸업 과정에 오류가 발견되었으니 빠른 시일 내 학교에 복귀하여 이수하지 못한 과목의 수업을 듣고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장이 무효 처리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도 함께였다.

피크리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졸업장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증 사무소에 가서 졸업장을 복사해 하나는 사무실에, 하나는 집에, 하나는 부모님 집에 걸어두었으며, 심지어 자동차 사물함에도 넣어 가지고 다녔다. 신호 대기 중에 가끔 조수석 앞 사물함을 열어 졸업장을 들여다 보기도 했고, 주차 공간이 없을 때면 졸업장을 들고 나와 자신의 위대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려 소리치곤 했다. 그런 졸업장이 무효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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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리는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2주동안 '위대한 피크리'가 아닌 '119번 피크리 학생'으로 불리며 학교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위대하게 지내왔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평범한 학생 중 하나로 지내기가 어려웠다. 모든 규칙에 '예외'가 되고 싶었지만 그것은 모두에게 평등했다. 처음 며칠 동안 피크리는 씩씩대며 교장실로 향해 분통을 터트리거나 교장실로 불려가 꾸지람을 듣느라 바빴다. 와중에 가물가물한 사칙연산을 새로 익혀야 했고, 친구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엄마랑 아빠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해? 피크리야, 넌 아내랑 자식 중 누구를 더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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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리야, 이제 그만 좀 해. 그깟 펜 자랑해서 뭐하니. 중요한 건 무엇으로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쓰느냐지. 진짜 글은 펜이 아니라 생각이 써. 훌륭한 생각이 있으면 연필로도 멋진 글을 쓰고, 아무 생각이 없으면 금 펜으로도 한 줄도 못 쓰는 거야. 그리고 만약 나였으면, 2천 달러 주고 펜 하나 살 게 아니라, 그 돈으로 문구류 잔뜩 사서 필요한 아이들한테 나눠줬을 거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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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피크리는 꾀병을 부려 결석을 하고, 수업중 학교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모든 학생들이 생각하고, 몇몇은 실제 행동에 옮기는 것과 똑같이. 그리고 어쩌다 진짜 친구를 만나는 행운 역시 피크리에게 손을 흔든다.

학교 생활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겉돌며 스위스에서 사온 펜 자랑이나 하는 피크리는 한참 어린 친구 수데의 말에 말문이 막힌다. 수데의 말이 맞다.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쓰느냐다. 피크리는 분명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잊고 있었다. 이래서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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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해 볼 줄 알게 되는 그 순간,

넌 진짜 이익을 배운 거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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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을 하며 피크리는 또 하나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렸다. 자신이 한때 축구 선수를 꿈꿨었다는 것. 체육 시간에 연속골을 넣으며 그 시절의 희열을 되찾은 피크리는 프로 선수들이나 신을법한 축구화를 사는 등 아직 옛날 버릇을 못 버린다. 하지만 국어 시간에 모르는 단어를 골라 그걸로 문장을 만드는 활동에서 그가 고른 단어는 '지나친 자존감과 거만함'을 뜻하는 '오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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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피크리의 변화에 어리둥절했다. 생전 묻지 않았던 학교 생활에 대해 묻지 않나, 식사 준비를 하질 않나. 이에 피크리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가족들에게 지지를 받는다.

다사다난했던 2주간의 학교 생활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피크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해고 통지였다. 예전 같았으면 "감히 위대한 피크리를 해고하다니!"하며 회사를 뒤집었겠지만 피크리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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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할 수 있는 일자리에서 쫓겨난 것이 속상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진짜 피크리'를 보여줄 절호의 찬스라는 것도 알아차렸다. 그가 중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아들이 축구 시합에서 골을 넣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었을까. 아들이 골을 넣고 달려가며 기뻐하는 몸짓, 그 안에 담긴 열정과 순수함. 아들이 그를 향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웃자 피크리는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자신을 되찾았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주 잊는다. 우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건 직업이나 명함이 아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함께 기뻐할 줄 아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진짜 나'다. 이래서 좋은 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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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

Good Friend, Fik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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