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The Great Fikri).'
어느 회사의 CEO이고, 총괄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피크리는 '위대한 피크리'라 불리기를 원하고 즐긴다. 그의 가족과 직원은 물론 차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마저 그가 차에 탈 때마다 "어서 오세요, 위대한 피크리!"하고 인사한다. 차량 번호판은 물론 찻잔, 양말 소매, 셔츠 소맷동, 펜 등 가능한 한 그가 소유한 모든 물건에는 그의 이름 GF가 새겨져 있다.
자신의 기준으로 완벽에 가까운 나날을 보내던 중 피크리에게 거부할 수 없는 요청이 담긴 편지가 배달된다. 중학교 졸업 과정에 오류가 발견되었으니 빠른 시일 내 학교에 복귀하여 이수하지 못한 과목의 수업을 듣고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장이 무효 처리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도 함께였다.
피크리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졸업장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증 사무소에 가서 졸업장을 복사해 하나는 사무실에, 하나는 집에, 하나는 부모님 집에 걸어두었으며, 심지어 자동차 사물함에도 넣어 가지고 다녔다. 신호 대기 중에 가끔 조수석 앞 사물함을 열어 졸업장을 들여다 보기도 했고, 주차 공간이 없을 때면 졸업장을 들고 나와 자신의 위대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려 소리치곤 했다. 그런 졸업장이 무효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
피크리는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2주동안 '위대한 피크리'가 아닌 '119번 피크리 학생'으로 불리며 학교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위대하게 지내왔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평범한 학생 중 하나로 지내기가 어려웠다. 모든 규칙에 '예외'가 되고 싶었지만 그것은 모두에게 평등했다. 처음 며칠 동안 피크리는 씩씩대며 교장실로 향해 분통을 터트리거나 교장실로 불려가 꾸지람을 듣느라 바빴다. 와중에 가물가물한 사칙연산을 새로 익혀야 했고, 친구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엄마랑 아빠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해? 피크리야, 넌 아내랑 자식 중 누구를 더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