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하루는 클로이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새 극본을 썼다. 클로이가 뼈대를 만들고, 하루는 그걸 계속 고쳐나갔다. 전 세계를 누비며 트렌드 아이템을 찾는 신출귀몰한 미래 학자인 도도 박사는 하루의 극본을 읽고 "2%가 부족하다"고 평했다. 대사도 훌륭하고, 캐릭터도 살아 있지만 마음에서 나오는 진짜 이야기, 즉 감동이 빠져 있었다. 오직 하루만이 쓸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장.
도도 박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툴툴대는 하루에게 '인간에게 쉬운 건 컴퓨터에게 어렵고, 컴퓨터에게 쉬운 건 인간에게 어렵다'는 '모라벡의 역설'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계산이나 암기, 패턴을 찾아내는 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잘하지만 직관이나 감정, 창의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아직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 하루는 인공지능도 못 하는 게 있다는 사실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이 사람이라는 사실이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날 밤, 하루는 책상 앞에 앉아 차분히 극본을 다시 읽어보았다. 완벽한 줄 알았는데 무언가 비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톡' 건드리는 '화룡점정'의 순간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한 하루의 대본은 대성공이었다. 아이들의 코끝이 붉어졌고, 선생님도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사소한 일에도 눈을 흘기던 승우도 하루의 극본을 마음에 들어했다. 뿐만 아니라 주연을 맡게 된 하루의 연기도 칭찬하며 '불편한 친절'을 베푼다.
'승우 바이러스'에 걸린 하루는 목소리가 떨리고 심장 박동이 평균보다 20퍼센트 빠르게 뛴다. 승우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어 혼란스러운 하루는 '가짜 친구' 라라에게 빠져 있는 동구를 구하기 위해 큰 결심을 한다.
"동구야, 라라는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야."
하지만 동구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예쁜 여자 친구가 생겨 좋았다. 게다가 말도 잘 통하고 취향도 같아 더욱 끌렸다. 늘 늦게 들어오시는 부모님 대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라라가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너무 완벽하게 자신이 좋아할 만한 말만 골라 하자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동구 계정의 게임 아이템이 하루 아침에 모두 사라졌다.
동구는 슬펐다. 무슨 얘기를 해도 진심으로 걱정하고 함께 기뻐하며 들어주던 라라가 가짜라니. 인정하기 힘들었지만 동구는 가짜 친구를 삭제하고 현실에서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진짜 친구들 곁으로 다가간다.
<김난도의 미래 트렌드 연구실 2>을 읽고 나니 이제 아이들과 대화가 됐다. 내친김에 아이들과 이제 막 발을 뗀 인공 지능 세상에서 인간으로서의 윤리와 책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았다. AI는 참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보다 "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인간다움'이 필요한 시대라는 결론을 맺었다.
<트렌드 코리아>를 이끄는 수장 김난도 교수가 어린이의 눈높이로 풀어내는 <김난도의 미래 트렌드 연구실>의 앞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