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필사 - 별과 바람 그리고 나를 힐링하는 시간
윤동주 지음 / 북카라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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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시로만 채워진 필사책이라니.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작년 가을 아이들과 연세대학교를 방문했었다. 교내 곳곳을 돌며 역사 탐방을 했는데 사정이 있어 윤동주 기념관은 관람하지 못해 아쉬웠다. 대신 기념관 맞은편에 있던 시비 앞에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시비에는 읽을 때마다 나를 뜨끔하게 만드는 윤동주의 <서시>가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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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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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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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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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 시를 떠올릴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불킥하는 것으로는 모자랄 만큼 부끄러운 일이 많기도 했지만 시대적인 상상을 해 보자면 만약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그랬다면 나는 그들처럼 목숨바쳐 나라를 지킬 수 있었을까. 이 질문 앞에 나는 언제나 고개를 푹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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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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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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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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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쇠문을 굳게 달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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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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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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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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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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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길>에는 막막함이 고스란이 담겨 있다. '무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모르지만 다만 그것을 찾기 위해 나아감'은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다. 그 길에는 동반자인 '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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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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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딸로서 엄마로서 이 시구에 어찌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있을까. 얼마 전 한 영화 배우의 수상 소감을 들었던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 배우는 차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히며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차분히 이어갔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오랫동안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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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이 말을 듣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빠가 눈을 조금만 돌리면 마당 창밖으로 빨간 꽃이 보이잖아.

그거 할머니야.

할머니가 거기 있으니까 아빠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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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깟 시로 어떻게 나라를 되찾느냐고. 장문의 편지도 아닌 몇 줄의 글로 어떻게 마음을 전달하느냐고. 물론 시 한 편으로는 독립을 앞당길 수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없다. 하지만 저마다의 가슴에 작은 불씨가 될 수는 있다.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커다란 들불을 만들면 못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베짱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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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이들이 읽을 책을 고르다 <윤동주 필사> 꺼내들었다. 아직 '시'하면 짧은 글이라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몇 장 뒤적거리더니 이내 말없이 내려놓는 모습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그 나이에 윤동주 시집을 끼고 있으면 아이가 아니지. 그렇다고 불혹을 넘긴 내가 그의 시를 온전히 이해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읽고 쓴다. 27세의 젊은, 어린 나이에 떠난 그를 추모하며, 나는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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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때 우주공학이 있었다면? - 일상을 바꾼 나사 스핀오프 기술 26
김상협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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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도대체 저자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고는 한다. <만약 그때 우주 공학이 있었다면?>을 읽으며 자꾸 '삼총사'가 생각났다. 김상협, 김홍균, 정상민. 이 삼인방은 물리 선생님이다. 경기 물리교과연구회 독서분과에서 만난 이들은 한 눈에 서로를 알아봤다. 죽이 잘 맞아 남자 셋이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해외에 가서는 잊지 않고 과학관을 탐험하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함께 수다 떨며 떠오른 사소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수업 시간에 하고 싶었던 농담, 칠판에 다 적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모아 과학책 여러 권을 집필했다. 자신들의 뒤를 이을 물리 덕후 양성을 목표로 대한민국 기초과학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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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상상처럼 들릴 수 있지만, 종종 이런 '터무니없는 상상'에서 시작되는 게 과학이니까요!

<만약 그때 우주 공학이 있었다면?>, 11쪽

이 책은 과학책이자 이야기책이다. 12개의 '만약'이라는 질문에 각 2개씩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가 각색돼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신데렐라로 1장의 제목은 이렇다. 신데렐라에게 무선 진공청소기가 있었다면. '재투성이 소녀'라는 뜻의 신데렐라와 무선 진공청소기라니 이 물리 선생님들의 입담에 아이들과 깔깔대며 웃었다.

어느 날, 신데렐라가 사는 마을에 왕자의 신부를 찾기 위한 무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신데렐라도 한껏 차려입고 무도회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새엄마는 재 속에 파묻힌 콩을 다 고르면 생각해 보겠다고 심술을 부렸다. 새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으나 새엄마는 바닥에 더 많은 재와 콩을 쏟아부었다. 그때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입에 무언가를 물고 날아왔다. 바로 무선 진공청소기였다.

무선 청소기의 위력은 대단했다. 무거운 콩은 남겨두고 가벼운 재만 순식간에 빨아들인 덕분에 신데렐라는 무사히 무도회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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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후반 나사는 '아폴로 프로그램'을 통해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달과 지구, 우주 탄생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달 표면의 암석과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달 표면이 너무 단단해 표면의 흙과 돌을 긁어내는 데 그칠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깊은 곳에서 토양을 채취할 수 있을까 연구하던 나사는 전기 드릴을 떠올렸다.

문제는 전기였다. 달에서는 전기를 이용할 수 없어 배터리를 써야 했는데 당시 배터리는 아주 무겁고 전기 에너지의 저장 용량이 적었다. 또 우주비행사들은 두꺼운 우주복에 장갑까지 끼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가볍고 효율 좋은, 힘센 드릴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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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는 전동 공구 전문 회사인 블랙앤데커였다. 나사와 손 잡은 블랙앤데커는 '고효율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오래 쓰게 해주는 '배터리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 아래에 있던 토양과 암석을 성공적으로 채취하자, 블랙앤데커는 "이 놀라운 기술을 지구에서도 쓸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 무선 드릴뿐 아니라 무선 드라이버, 무선 그라인더 같은 편리한 도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드릴 대신 작은 날개를 달아 공기를 빨아들이는 장치로 변신시켰는데 이것이 바로 최초의 무선 진공청소기인 더스트버스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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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안나에게 동결건조식품이 없었다면

별주부에게 MRI가 있었다면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에게 정수기가 있었다면

이순신 장군에게 GPS가 있었다면

제비가 흥부에게 실내 농업 기술을 선물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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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때 우주 공학이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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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의 제목만 봐도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 중 9장 '한석봉에게 야간투시경이 있었다면'은 눈앞에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게 만들었다.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건 '광원'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 반사되기 때문이다. 그 반사된 빛을 통해 우리는 사물을 인지한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있다. 태양처럼 수천 도에 달하는 고온의 천체나 빨갛게 달궈진 쇠붙이는 눈에 보이는 빛을 낼 수 있지만 36.5도의 사람 체온에서는 가시광선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적외선에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의 전자기파가 방출된다. 야간투시경은 바로 그 적외선을 감지한다. 초기의 야간투시경은 크기가 크고 냉각장치까지 필요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소형화되고 성능도 좋아졌다. 여기에 나사의 몫도 크다. 천문 관측과 우주 탐사를 위해 어두운 곳에서도 미세한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 적외선 기술, 이미지 증강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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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수다쟁이 삼촌들과 한참을 떠들고 논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도 자꾸 '만약에, 만약에'하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에 호기심을 품고, 의문을 가지며 생각을 확장해가는 경험을 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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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봤어? - 동준이의 잠든 메타인지를 깨운 수첩의 비밀
김현수 지음 / 생각학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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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이제 뭐 해야 돼요?"

밤인지 낮인지 다 잊고 신나게 놀다가 뒤통수가 따가울 즈음, 아이들은 슬금슬금 일어나 해맑게 묻고는 한다.

"엄마, 나 이제 뭐 해야 돼요?"

그럼 나는 눈총을 거두고 말한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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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표지의 <생각해 봤어?>를 보며 나는 또 생각했다. 내가 어릴 때 이런 책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누가 읽어보라고 추천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황 탓, 남 탓하며 과거에 만약을 갖다 대다 결국은 인정하고야 말았다. 그때도 좋은 책이 참 많았다는 것을, 그저 내가 읽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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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수업 시간에 우리 말로 단어 하나씩 적기

일기 두 줄 쓰기

내일 할 일 두 가지 적기

<생각해 봤어?>,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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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해 봤어?> 속에 의사 샘과 혜진 샘 같은 선생님은 만나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저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 하라는 말만 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 책의 주된 메시지는 자기 인생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갖고, 인생을 바꿔주는 작은 실천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자는 것이다. 단 기대와 계획을 구분해야 한다. 할 수 없으면서 욕심만 잔뜩 부려 최대치를 목표로 삼는 것은 기대다. 희망사항인 거다. 계획은 내가 정말로 할 수 있는 최소치와 해야 하는 기준 사이에서 정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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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가 "매 수업 시간에 우리 말로 단어 하나씩 적기, 일기 두 줄 쓰기, 내일 할 일 두 가지 적기' 같은 것이다. 그것보다 많은 것을 요구받으며 살고 있는 첫째 아이가 "오늘/ 개힘들었다"라고 쓴 주인공 동준의 일기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이게 뭐야. 자고로 일기란 하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골라 나의 느낌과 생각을 글로 쓰는 거라고."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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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마음도 없고, 의자에 앉는 것도 안 되는' 유형이었던 동준은 두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이 생겼다. 그리고 비교적 매일 조금씩 하는 것이 생겼고, 그러기 위해 생각을 했다. 무슨 소리야. 생각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 뭐 먹을까 뭐 하고 놀까 하루 종일 생각한다고. 하지만 동준이는 한 번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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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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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모르거나 다르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런 걸 알아차리고, 자기 생각과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는 능력을 '메타인지'라고 해.

<생각해 봤어?>,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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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메타인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묘했다. 아는 것을 알고, 모르는 것을 안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목표를 위해 우선 순위를 정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메타인지가 낮으면 이미 알고 있어서 쉽고 익숙한 일만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모르는 것은 계속 모르게 되어 발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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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동안 동준은 의사 샘과 혜진 샘,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도전을 했다. 수업이 끝나면 기억에 남는 단어 하나씩 쓰기, 일기 두 줄과 내일 할 일 두 가지 쓰기, 매일 영어 단어 2개 외우기처럼 우스워 보이는 것들이었다. 때론 실패했고, 어쩌다 성공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이끌어준 혜진 샘은 언제나 동준을 격려하고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동준의 변화에 기뻐했다.

"네가 해온 과정을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볼까? 뭐가 달라진 것 같아?"

"으음, 좀 생각해 보는 것, 쓰는 것, 그냥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생기긴 했죠."

"맞아, 엑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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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생각해 봤어?>가 청소년 부문에 진열돼 있어 어른들은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 봤다. 생각을 하기에 알맞은 장소와 시간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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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만큼 너무 바쁜 세상이다. 거창한 명상까지는 아니어도 고요히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자신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겠다. 좋은 생각을 하며 살고 싶다.




생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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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배우는 인생 필사 : 고전 소설 100 - 흔들리는 삶을 잡아줄 지혜의 문장들 ㅣ 쓰면서 채우는 필사 시리즈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외 지음 / 서울문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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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표지가 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도 좋았다. 무언가를 하던 중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날아가기 전에 적어두려는 것일까.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걸까. 어느 쪽이든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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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톰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즉, 어떤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그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쓰면서 배우는 인생 필사,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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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페어, 헤르만 헤세, 프리드리히 니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레프 톨스토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 어니스트 헤밍웨이,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오스카 와일드, 마크 트웨인,

루이스 캐럴, 루시 모드 몽고메리, F. 스콧 피츠제럴드,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윌리엄 서머싯 몸, 라이언 프랭크 바움, 루이자 메이 올컷, 샬럿 브론테, 빅토르 위고,

에밀리 브론테, 알렉상드르 뒤마, 이디스 위튼, 너새니얼 호손, 허먼 멜빌, 메리 셸리, 제임스 매튜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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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작품을 남긴 29명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총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는데, 각각 생각의 힘, 행동의 시작, 감정의 온도, 인내의 시간, 인생의 의미다. 윌리엄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시작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으로 마무리 되는데, 목차만 살펴 봐도 무언가 뿌듯하고 할 일이 많아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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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마크 트웨인의 작품은 <톰 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있다. 세 작품 모두 아이들이 어릴 때 잠자리 독서로 읽어줬던 책이라 참 반가웠다. 아이들이 더 어릴 때나 지금이나 온 동네 놀이터며 높고 낮은 산을 다닐 때면 늘 하는 말이 있다.

"모험을 떠나자!"

남자 아이들에게 '모험'만큼 설레는 단어가 또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제는 그 자리를 스마트폰에게 빼앗겼지만 여전히 모험은 누구에게나 걱정 반, 설렘 반의 감정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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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에서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어느 날 폴리 이모는 말썽꾸러기 톰에게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라는 벌을 내린다. 지나가던 톰의 친구들이 페인트칠에 관심을 보이자 그는 마치 선심 쓰듯 페인트칠 할 기회를 나눠주며 그 대가로 먹을 것과 장난감 등을 받는다. 톰의 장난기에 낄낄대며 웃던 아이들은 살인범 인디언 조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불을 뒤집어 쓰곤 했다. 나는 일부러 공포를 조성하며 그 귀여운 모습을 마음에 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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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모험을 떠났던 톰은 꿈에도 그리던 집으로 돌아간다. 그 당시 우리 아이들도 우여곡절의 시간만큼 성장한 톰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아마 지금은 자세한 이야기나 느낌이 기억나지 않을 테니 이번 겨울 방학 다시 한 번 톰의 모험에 동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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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야 '노력의 기쁨'이라는 말의 이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어. 노력해서 이기는 것 다음으로 좋은 일은 노력해서 실패하는 거야.

쓰면서 배우는 인생 필사,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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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깜지'라는 숙제가 있었다. 공책에 영어 단어나 암기 과목의 내용을 빼곡하게 쓰는 것이었다. 한 친구는 볼펜 두 개를 붙여서 공간을 채웠고, 누군가는 먹지를 대고 써서 일석이조를 시전했다. 나는 주로 라디오를 듣거나 티비를 보면서 깨알같은 글씨로 공책 한 면을 새까맣게 채우고는 했다.

어느 날 숙제 검사를 하시던 선생님은 내가 깜지를 만드느라 썼던 시를 외워보라고 하셨다. 결과는 뭐, 예상대로였다. 나는 단 한 줄도 외우지 못했고, 두 배의 숙제를 얻었다. 대체 이걸 왜 계속 쓰라는 거야, 궁시렁궁시렁궁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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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중반부에 들어선 지금은 안다. 왜 쓰라고 하는지. 쓰는 것이 왜 좋은지. <쓰면서 배우는 인생 필사>에 나오는 책 중 읽어 본 책도 읽고 워낙 유명해서 읽은 것 같은 책이 더 많다. 읽어 봤어도 기억나는 문장은 몇 되지 않는데, 그것들을 눈으로만 다시 읽고 넘기지 않고, 손으로 써볼 수 있어서 이 책이 참 고맙다. 그리고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쌓여가는 그 마음, 언젠가는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열망을 채워갈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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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쓰면서 배운다. 필사 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쓰겠다고 결정했다면 무엇을 쓰느냐로 방향을 돌려 보자. 그러면 머지 않아 '고전'에 다다르게 된다. 그것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노력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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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 - 카네기 마스터 에디션
홍헌영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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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데일 카네기에게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대로만 따라 하면 나도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의 책들을 사서 가까이 두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여전하다. 그를 알기 전과 후에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 와중에 '카네기 마스터 에디션'으로 데일 카네기의 대표작인 <인간 관계론>을 새롭게 만나게 됐다. 카네기 마스터라는 직업도 생소한데 저자인 홍헌영은 그만큼 특별하다. 전 세계적으로 약 30명의 카네기 마스터가 있는데, 아시아에는 3명, 한국에는 홍헌영 작가 단 한 명뿐이다.

카네기 마스터는 데일 카네기의 철학과 글로벌 교육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매해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치며, 해마다 열리는 글로벌 워크숍을 통해 '데일카네기코스'의 구성과 개선점을 함께 점검하고 교육 품질이 국제적 기준에 맞게 유지되도록 체계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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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는 사람에 대한 긍정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며 결점이 많은 존재다. 그래서 우리를 긍정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비난을 멈추자. 일단 거기서부터 출발이다.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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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데일 카네기 인간 관계론>을 다룬 유튜브 영상을 본 저자는 카네기 마스터로서 제대로 된 해설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저마다의 감상은 자유지만 지나친 왜곡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데일 카네기의 부인인 도로시 카네기도 <데일 카네기 인간 관계론>의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데일 카네기는 사람들의 변화하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데일카네기코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보완하였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카네기의 해설서를 쓸 자격이 충분한지 스스로 의문을 가졌던 저자는 도로시 카네기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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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 관계론>을 처음 읽었을 때, 그는 사람을 믿고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신뢰는 아마도 자신을 향한 이해와 연민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도 자기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가슴 속에 온화하고 다정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봐 줬으면 하고 바란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잘못을 무작정 덮어두라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지적하는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내 감정을 화풀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비난은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만약 상대방을 진심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아이러니하게도 비난은 가장 나쁜 방법이라고. 사실 거의 소용이 없다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았다. 과연 나는 누군가의 비난이나 비판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적이 있는지. 그럴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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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득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는가? 오히려 그 반대다. 상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내가 먼저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시간 낭비다.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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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고 깊은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것 같았다.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역시 나에게 문제가 많았다. 엄마라는 권위로 아이들의 입을 막고 내 할 말만 쏟아냈다. 아이들의 수다는 쓸데 없는 말이라며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초등학생으로서의 의무와 책임만을 강조했으니 들릴 리가 있나.

이어지는 문장도 닫힌 문이 열리는 기분을 안겨 주었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말을 많이 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상대의 감정과 관련이 있다. 주장하고 싶은 바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충분히 말하기 전까지는 감정의 여유가 없어서 어차피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을 쏟아내고 나면 비로소 상대의 마음에 약간의 공간이 생기고, 드디어 나의 말이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오늘 나는 얼마나 애들의 말을 가로막고, 방학 동안의 일정에 대해 떠들어 대기만 했는가. '벙어리 삼년'을 시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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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적을 만들기 원한다면 친구를 능가하면 된다.

하지만 친구를 원한다면, 그 사람이 당신을 능가하도록 하라.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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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확신하는 것이 있다. 아이들은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보다 현명하고, 행복할 것이다. 나보다 훨씬 잘 놀 것이며, 어쩌면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많이 이 부족한 엄마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인간관계의 비법을 터득하는 것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두 아이들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꼭 안아주는 것이 더 위대한 일이다.

카네기 마스터의 해설로 만난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을 통해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가깝지도 않은 관계의 황금 거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하나의 목표의 생겼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나 자신의 마스터가 돼 보겠다는. 난항이 예상되지만 해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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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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