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때 우주공학이 있었다면? - 일상을 바꾼 나사 스핀오프 기술 26
김상협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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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도대체 저자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고는 한다. <만약 그때 우주 공학이 있었다면?>을 읽으며 자꾸 '삼총사'가 생각났다. 김상협, 김홍균, 정상민. 이 삼인방은 물리 선생님이다. 경기 물리교과연구회 독서분과에서 만난 이들은 한 눈에 서로를 알아봤다. 죽이 잘 맞아 남자 셋이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해외에 가서는 잊지 않고 과학관을 탐험하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함께 수다 떨며 떠오른 사소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수업 시간에 하고 싶었던 농담, 칠판에 다 적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모아 과학책 여러 권을 집필했다. 자신들의 뒤를 이을 물리 덕후 양성을 목표로 대한민국 기초과학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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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상상처럼 들릴 수 있지만, 종종 이런 '터무니없는 상상'에서 시작되는 게 과학이니까요!

<만약 그때 우주 공학이 있었다면?>, 11쪽

이 책은 과학책이자 이야기책이다. 12개의 '만약'이라는 질문에 각 2개씩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가 각색돼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신데렐라로 1장의 제목은 이렇다. 신데렐라에게 무선 진공청소기가 있었다면. '재투성이 소녀'라는 뜻의 신데렐라와 무선 진공청소기라니 이 물리 선생님들의 입담에 아이들과 깔깔대며 웃었다.

어느 날, 신데렐라가 사는 마을에 왕자의 신부를 찾기 위한 무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신데렐라도 한껏 차려입고 무도회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새엄마는 재 속에 파묻힌 콩을 다 고르면 생각해 보겠다고 심술을 부렸다. 새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으나 새엄마는 바닥에 더 많은 재와 콩을 쏟아부었다. 그때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입에 무언가를 물고 날아왔다. 바로 무선 진공청소기였다.

무선 청소기의 위력은 대단했다. 무거운 콩은 남겨두고 가벼운 재만 순식간에 빨아들인 덕분에 신데렐라는 무사히 무도회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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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후반 나사는 '아폴로 프로그램'을 통해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달과 지구, 우주 탄생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달 표면의 암석과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달 표면이 너무 단단해 표면의 흙과 돌을 긁어내는 데 그칠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깊은 곳에서 토양을 채취할 수 있을까 연구하던 나사는 전기 드릴을 떠올렸다.

문제는 전기였다. 달에서는 전기를 이용할 수 없어 배터리를 써야 했는데 당시 배터리는 아주 무겁고 전기 에너지의 저장 용량이 적었다. 또 우주비행사들은 두꺼운 우주복에 장갑까지 끼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가볍고 효율 좋은, 힘센 드릴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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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는 전동 공구 전문 회사인 블랙앤데커였다. 나사와 손 잡은 블랙앤데커는 '고효율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오래 쓰게 해주는 '배터리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 아래에 있던 토양과 암석을 성공적으로 채취하자, 블랙앤데커는 "이 놀라운 기술을 지구에서도 쓸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 무선 드릴뿐 아니라 무선 드라이버, 무선 그라인더 같은 편리한 도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드릴 대신 작은 날개를 달아 공기를 빨아들이는 장치로 변신시켰는데 이것이 바로 최초의 무선 진공청소기인 더스트버스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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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안나에게 동결건조식품이 없었다면

별주부에게 MRI가 있었다면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에게 정수기가 있었다면

이순신 장군에게 GPS가 있었다면

제비가 흥부에게 실내 농업 기술을 선물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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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때 우주 공학이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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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의 제목만 봐도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 중 9장 '한석봉에게 야간투시경이 있었다면'은 눈앞에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게 만들었다.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건 '광원'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 반사되기 때문이다. 그 반사된 빛을 통해 우리는 사물을 인지한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있다. 태양처럼 수천 도에 달하는 고온의 천체나 빨갛게 달궈진 쇠붙이는 눈에 보이는 빛을 낼 수 있지만 36.5도의 사람 체온에서는 가시광선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적외선에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의 전자기파가 방출된다. 야간투시경은 바로 그 적외선을 감지한다. 초기의 야간투시경은 크기가 크고 냉각장치까지 필요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소형화되고 성능도 좋아졌다. 여기에 나사의 몫도 크다. 천문 관측과 우주 탐사를 위해 어두운 곳에서도 미세한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 적외선 기술, 이미지 증강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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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수다쟁이 삼촌들과 한참을 떠들고 논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도 자꾸 '만약에, 만약에'하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에 호기심을 품고, 의문을 가지며 생각을 확장해가는 경험을 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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