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들은 <해리포터>에 빠져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일단 나부터 읽겠다며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1권에 머물러 있고, 아이들은 전 시리즈를 읽고 또 읽고 있다. 먼지가 쌓여가는 <해리포터>를 볼 때마다, 애들이 언제 커서 저걸 읽을까 싶었다. 사실 여러 번 들이밀기도 해보고, 손길과 발길이 닿는 곳에 무심히 던져놓기도 해 봤었는데 소득이 없었다. 이제는 시작해야 한다 싶은 마음에 1권을 오디오북으로 같이 들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부터 해리에게 푹 빠져 종이책을 읽고, 오디오북을 들었다.
때로 엄마의 에너지는 멀리도 앞서 간다. 나도 아직 다 안 읽었으면서 애들이 <해리포터>를 읽고, 영화를 본 뒤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갈 계획까지 짜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이 눈만 뜨면 해리포터 얘기를 하니 심경이 복잡해졌다. 그만, 그만, 그만.
<물리박사 김상욱의 수상한 연구실>이 구세주가 되었다. 집안에서든 밖에서든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뭐든 빗자루로 만들어 버리던 아이들의 관심이 무려 과학, 그것도 물리로 옮겨갔다. 수상한 연구실 시리즈를 보고 또 보면서 이데아들을 그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니 '에너지 보존 법칙'이 떠올랐다.
해리포터를 향한 아이들의 에너지는 사라진 걸까? 그렇지 않다. 그 중 일부분이 <물리박사 김상욱의 수상한 연구실>로 옮겨갔을 뿐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물리박사 김상욱과 이데아에 대해 얘기하는 동안 분명 그 주변에서 빛과 열이 난다. 밝고 뜨겁다. 한 때 그 에너지는 공룡책에서 나왔고, 자동차, 로봇, 좀비 등으로 이리저리 옮겨다녔다. 에너지의 방향만 달라졌을 뿐 총량은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