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면 주차가 참 골칫덩어리다. 요즘은 한 가정에 차가 두 세대 있는 집도 많아서 주차장마다 만차인 경우가 흔하다. 주차장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목적지 근처에 차 댈 곳이 없으면 참 난감하다. 볼 일 보는 시간이 길면 멀더라도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하겠지만 잠깐 들렀다 나오는 거라면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편익'과 '기회비용'을 따져 본다. 불법 주차를 했을 경우 멀리까지 주차하고 걸어서 오가는 수고를 덜 수 있어 편하다. 하지만 잘못 했다가는 과태료를 낼 수도 있다.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한다면 물론 벌금 낼 일이 없다. 하지만 금방 볼 일을 보고 나와 다시 차를 세워둔 곳까지 가려면 조금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때 불법 주차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가게에 잠깐 다녀오는 편리함이 안 낼 지도 모르는 과태료보다 크다고 계산한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논문을 써서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가 있다.
미국 뉴욕의 칼럼비아 대학교에 근무하던 게리 케버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을 경제학 이론으로 탄생시켰다. 어느 날 그는 논문 심사를 위해 학교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차를 학교 주차장에 주차하면 심사 시간에 늦고, 길가에 주차하면 제 시간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차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고민하던 그는 결국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심사장으로 향했다. 게리 케버는 심사장에 제때 도착했고, 일을 끝내고 돌아와 보니 주차 단속에도 걸리지 않았다. 이 경험으로 영감을 받은 그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는 이유를 경제학적으로 탐구해서 '죄와 벌 : 경제학적 접근'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돈으로만 따진다면 비용이 들지 않는 '주차하고 걸어오기'를 선택하는 게 맞지만 왜 사람들은 종종 불법 주차를 할까. 바로 주차 단속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불법 주차를 막으려면 과태료의 기댓값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잠깐 볼 일을 보는 편익보다 높아야 한다.
게리 케버의 이론은 대학 진학, 연애, 결혼, 출산 등의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에도 유효하다. 만약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애를 낳지 않았더라면. 아, 기회비용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생각해 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