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 - 1969-2025: 혁신을 이끈 41명의 경제학자들
김나영 지음 / 가나출판사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벨상은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의 유산을 기금으로 하여 1901년 제정된 상으로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된다. 현재 문학, 화학, 물리학, 생리학 또는 의학, 평화, 경제학 총 6개 부문에 대해 시상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노벨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기념하여 노벨 재단에 기부김을 내면서 따로 제정되었다. 그래서 노벨 경제학상의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아무튼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들만이 받을 수 있는 상이다.

​

편의상 줄여서 부르는 노벨 경제학상의 첫 수상자는 1969년에 배출됐다. 이후 노벨 경제학상은 현대 자본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970년 스태그플레이션, 1980년대의 금융 혁신, 2000년대의 행동경제학 부상 등 기대가 고민하던 가장 치열한 문제들이 수상자들의 이론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즉 노벨 경제학상의 흐름을 읽는다는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지적 분투를 해 왔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

​

​

​

​

​

'편익'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내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말하고 선택하지 않은 것 중 가장 아쉬운 대안의 가치는 '기회비용'이라고 해요.

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 16쪽

​

​

운전을 하면 주차가 참 골칫덩어리다. 요즘은 한 가정에 차가 두 세대 있는 집도 많아서 주차장마다 만차인 경우가 흔하다. 주차장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목적지 근처에 차 댈 곳이 없으면 참 난감하다. 볼 일 보는 시간이 길면 멀더라도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하겠지만 잠깐 들렀다 나오는 거라면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편익'과 '기회비용'을 따져 본다. 불법 주차를 했을 경우 멀리까지 주차하고 걸어서 오가는 수고를 덜 수 있어 편하다. 하지만 잘못 했다가는 과태료를 낼 수도 있다.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한다면 물론 벌금 낼 일이 없다. 하지만 금방 볼 일을 보고 나와 다시 차를 세워둔 곳까지 가려면 조금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때 불법 주차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가게에 잠깐 다녀오는 편리함이 안 낼 지도 모르는 과태료보다 크다고 계산한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논문을 써서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가 있다.

​

​

미국 뉴욕의 칼럼비아 대학교에 근무하던 게리 케버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을 경제학 이론으로 탄생시켰다. 어느 날 그는 논문 심사를 위해 학교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차를 학교 주차장에 주차하면 심사 시간에 늦고, 길가에 주차하면 제 시간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차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고민하던 그는 결국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심사장으로 향했다. 게리 케버는 심사장에 제때 도착했고, 일을 끝내고 돌아와 보니 주차 단속에도 걸리지 않았다. 이 경험으로 영감을 받은 그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는 이유를 경제학적으로 탐구해서 '죄와 벌 : 경제학적 접근'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돈으로만 따진다면 비용이 들지 않는 '주차하고 걸어오기'를 선택하는 게 맞지만 왜 사람들은 종종 불법 주차를 할까. 바로 주차 단속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불법 주차를 막으려면 과태료의 기댓값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잠깐 볼 일을 보는 편익보다 높아야 한다.

게리 케버의 이론은 대학 진학, 연애, 결혼, 출산 등의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에도 유효하다. 만약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애를 낳지 않았더라면. 아, 기회비용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생각해 볼 걸.

​

​

​

​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여러 심리적 요인들이 있는데요. 탈러는 그런 요인을 찾아내고, 그걸 바로 잡을 수 있게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을 제안하거든요.

최소한의 노벨 경제학

아이들과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그 실험은 요지대로 참고 견디는 사람이 더 큰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며 설교하던 중 마시멜로 실험의 오류에 대한 의견을 접하게 됐다. 만약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가 평소 마시멜로를 지겹도록 먹는 아이라면, 혹은 태어나 마시멜로를 처음 본 아이라면 그 실험은 신빙성이 있을까?

실험 내용을 바꿔보자. 아마 대부분의 성인에게 두 배의 마시멜로를 얻기 위해 20분 쯤 참고 기다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창 다이어트 중인 사람 눈 앞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미래를 위해 월급의 반을 저축하기로 큰 마음을 먹었는데 평소 눈독 들이고 있던 운동화가 20% 세일을 시작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추상적이고 변동 가능한 미래 대신 구체적이고 확실한 현재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이다.

​

​

​

경제학은 그저 돈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했는데 <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을 읽고 나니 경제학은 우리의 생활 그 자체였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경제학을 가리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하지만 날카로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과정이라 했다. 따스한 마음으로 인간의 선택을 고민하고, 냉철한 머리로 더 나은 해법을 찾아가는 경제학과 친해지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지혜의 창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어디선가 다같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계실 경제학자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