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고른 청소년 교양만화 30 - 퓰리처상 수상작부터 세계 3대 명작까지 교양만화 필독서 30권을 한 권에 ㅣ 필독서 시리즈 31
박균호 지음 / 센시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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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잘못이 없다.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아침에 등교하면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줄을 서는 것이었다.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만화 <풀하우스>를 보기 위한 줄.

몇몇 친구들이 만화책을 빌려오면 1교시가 시작하기 전부터 종례 시간까지 반 아이들이 순서대로 그것들을 돌려봤다. 수업 시간도 예외는 아니어서 몰래 보다 들켜서 혼난 일이 부지기수였다. 더러 만화책을 압수하거나 찢는 선생님도 있었지만 우리의 만화책 릴레이는 멈출 줄 몰랐다.

이유는 오직 하나. 재미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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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스스로 생각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힘이 필요합니다. 교양은 그 힘의 바탕이고, 만화는 교양을 가장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통로입니다.

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고른 청소년 교양 만화 3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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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현직 중학교 영어 교사이자 고전 전문가, 독서 큐레이터다. 30여 년의 교직 생활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왔는데, 문해력과 배경 지식의 부족으로 미래 직업이나 교과 공부와 관련된 교양 지식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모습이 안타까웠다. 저자는 그 해결책을 만화로 꼽았다.

시험을 위해 억지로 외운 교과서 내용은 금세 잊히지만, 만화 속에서 스치듯 지나간 장면이나 대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도 한다. 역사 만화 한 권이 인문학에 대한 흥미를 열어 주고, 과학 만화가 공학자의 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만화 속 한 장면이나 대사 한 줄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진로에 대한 상상력까지 키워준다. 만화,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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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고른 청소년 교양 만화 30>는 인문, 예술, 사회, 과학 총 네 파트로 구성돼 있다. 일단 제목부터 살펴 봤는데 주제부터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저자가 밝혔듯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즐겁게 넘기지만 곱씹을수록 깊이가 드러나는 교양만화들이다. 흥미로워 보이는 만화가 여럿 있었지만 그 중에서 <까대기>궁금해 그 쪽을 먼저 펼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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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하차 현장에는 사람들의 이동이 잦다. 일이 힘들어 며칠 만에 그만두기도 하고, 하루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도 흔하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이름을 묻지 않는 독특한 문화가 생겨났다. 그저 서로 이 군, 김 씨 아저씨 등으로 부른다.

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고른 청소년 교양 만화 30,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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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겠지. 이 캄캄한 새벽에 끝도 없는 택배 상자와 씨름을 하는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며 다독였을 것이다. 여름에는 얼음 가득한 커피를, 겨울에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꿀차를 나눠 마셨을 거라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시간은 한정돼 있고, 물량은 늘어나다 보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신경 쓸 틈도, 여력도 없었을 거다.

실제 미술 공부를 위해 상경했던 저자가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며 겪었던 땀 냄새 나는 이야기를 담은 <까대기>. 익히 들어 알다시피 택배 상하차장은 임시적이며 유동적이어서 정착하기 어려운 노동 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자신에게 주어진 물품을 나르고 또 나르며 고단한 하루를 버티고 버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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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도착한 물건을 받아들고 복잡한 감정에 멍해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 물건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거쳤던 그 수많은 손들. 그들 역시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신랑이며, 친구이자 이웃이다.

택배 이용을 줄이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나도 살고 너도 같이 살기 위해서는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택배 기사들은 '특수고용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은커녕 개인사업자의 책임과 노동자의 의무만 떠안고 있다. 또 대부분 자기 차량으로 배송하기 때문에 차량 유지비, 기름값, 보험료, 통신비, 식대 등 모든 비용을 자기가 부담해야 한다. 배송 중에 사고가 나거나 몸이 아파도, 보상해 줄 고용주가 없다.

그렇다고 개인사업자로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배송 구역은 정해져 있고, 본사 앱의 명령을 따라야 하며, 고객 응대와 서비스 평가도 신경 써야 한다.

이 책은 2019년에 출간되었지만 오늘까지도 열악한 노동 환경은 큰 변화가 없다. 툭하면 들려오는 택배 기사들의 비보에 관계자들에게 변화의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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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고른 청소년 교양 만화 30>는 단순히 필독서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각 만화를 읽은 뒤 흥미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 자료를 덧붙여 놓았다. 예를 들면 '택배 기사 막으려고 고양이 도입한 일본 택배 회사, AI 스파이와 같이 일하는 아마존 기사들, 택배는 전쟁터에서 유래됐다?' 같은 기사들과 EBS 극한 직업에서 방영한 택배 상하차 작업 현장에 관한 영상이다. 또 영어 교사로서 저자의 면모를 살려 관련 영문 기사와 논문, 원서, 영상 자료로 '추가 교양 한 스푼'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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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만화책만' 보고 있으면 부글부글 끓다가도 그거라도 보니 고맙다 싶을 때가 있다. 사실 중요한 것은 만화냐 줄글이냐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이 최우선이다. 만화도 소설도 좋으니 부디 책과 가까이하며 책장 넘기는 즐거움과 책장을 넘기기 전 잠시 생각하는 즐거움을 알아가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교양은 덤으로 쌓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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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만에 만드는 홈메이드 베이킹 - 반죽하지 않고 집에서 손쉽게!
아오키 유카리 지음, 최선아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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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프랑스의 어느 한 도시에 들른 적이 있다. 몇몇 사람들이 거리에서 바게트를 통째로 들고 다니며 먹는 모습에 홀려 들어갔던 기차역 앞의 빵집. 그때 프랑스의 거리 분위기와 여행자로서의 여유도 큰 몫을 했겠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던 그 빵맛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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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빵보다는 밥을 좋아한다. 빵을 먹는다면 별도의 재료나 소스가 없는 기본 빵을 선호한다. 그래서 <5분 만에 만드는 홈메이드 베이킹> 마음에 들었다. 특별한 재료 없이 밀가루, 물, 설탕, 드라이 이스트, 소금 정도만 섞어서 굽기만 하면 빵이 된다니 얼마나 간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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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다양한 빵이 소개돼 있는데, 크게 두 종류다. 반죽하는 빵. 반죽하지 않는 빵. 그 안에서 다시 달걀과 유제품을 사용하는 빵과 그렇지 않은 빵으로 나뉜다.

반죽하지 않는 빵은 기본적으로 내열 용기에 물과 설탕을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30초 가량 가열한다. 드라이 이스트와 레시피 반 분량의 강력분을 넣고, 이스트의 덩어리가 남지 않도록 숟가락으로 잘 섞는다. 다음으로 소금과 기름을 균일하게 섞고, 나머지 강력분을 넣어 한 덩어리가 될 때까지 섞는다. 빵을 만든다기보다 아이들이 어릴 때 밀가루 반죽 놀이를 하는 느낌이다.

다시 한 번 20초쯤 가열한 전자레인지에 반죽을 넣어 평평하게 펼치거나 6등분해서 굴리기 한 반죽을 넣는다. 용기에 랩을 씌우고 따뜻한 장소에서 10분 발효 후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0~25분간 굽는다. 빵이 구워지는 동안 함께 먹고 마실 샐러드나 음료를 준비하다 보면 맛있는 냄새가 온 집 안에 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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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을 즐겨보지 않는 편인데, 막상 만들어 보면 별 거 아닌데 각 과정의 사진과 설명을 보다 보면 괜히 뭔가 큰 일인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부터 달라 보였다. 5분. 단 5분 만에 빵이 만들어진다니. 해볼만 하다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떤 빵부터 만들어 볼 것인가 대토론을 벌였다. 선택은 초콜릿빵과 크루아상. 기본 빵 반죽에 코코아 파우더와 버터만 추가하면 초콜릿빵이 만들어진다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크루아상은 달랐다. 책에도 크루아상은 난이도가 있다고 나와 있듯 실패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Working time 20분'이라는 문구가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따뜻하게 구워 그냥 먹어도 맛있고, 루꼴라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맛있는 크루아상을 만드는 데 2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니, 일단 한 번 해 보자 싶었다. 성공하면 빵 만들기에 자신감이 붙을 것 같아 기대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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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를 살펴 보니 우리 집에 없는 재료는 드라이 이스트뿐이었다. 주문해 놓고 배송 오기를 기다리며 아이들과 빵 만드는 과정을 보고 또 봐서 겨우 외울 지경이 되었다. 이 책의 고마운 점 중 하나는 자칫 나 같은 의욕 넘치는 초보가 저지를 법한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point'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혹시 크루아상 반죽이 끈적거리면 강력분을, 푸석하면 미지근한 물을 더해 조절하면 된다. 또 반죽에 넣은 버터가 밀대에 밀려 튀어나오면 버터 위에 덧가루를 조금씩 뿌려가며 눌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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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이스트가 배송될 거라는 연락을 받았다. 직접 빵을 만들 생각에 들떠 있는 아이들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언제 이렇게 커서 빵도 다 만드네. 드라이 이스트 넉넉하게 주문했으니까 이것저것 하나씩 만들어 보자. 그럴수록 더 맛있고 예쁜 빵이 나오겠지?"

아무리 반죽하지 않아도 되고, 5분 만에 완성되는 빵이라지만 우리같은 초보자에게 실패를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다시 도전하고 나아가다 보면 빵 만들기가 정말 손쉬워진다는 것을 아이들도 나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반죽하지 않고, 집에서, 손쉽게, 그리고 엄마와 함께 만드는 사랑이 듬뿍 들어간 빵. 과연 우리의 첫 작품은 어떻게 될 것인지 설레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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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그릇 - 나를 비우고 뜻을 채우는 52주간의 마음공부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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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커가면서 "어른이, 어른은, 어른들께" 같은 말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브레이크를 걸듯 멈춰 생각하게 된다. 어른이란 무엇인가. 과연 나는 어른인가.

아직 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저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은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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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안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담아야 할는지도 전적으로 그 주인에게 달려 있다. 이처럼 '마음 그릇'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품이 결정되며, 이는 삶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방법이자 태도가 될 수 있다.

어른의 그릇,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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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마음을 그릇에 비유한다. 그릇은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담아내기 위한 것으로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수시로 닦고, 넘치는 것들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들은 채워주어야 쓸모가 있다. 마냥 배워두기만 해도, 무작정 채워 넣는다 해도 그릇은 그 가치를 쉽게 잃어버린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은 마음의 주인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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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네 가지 선한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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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어른의 그릇,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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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네 가지 선한 마음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 중 첫 번째는 측은지심으로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겪던 백성들을 측은히 여겼던 맹자가 쓴 글에도 그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처음 본 어린 아이가 우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깜짝 놀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그 부모와 가까이할 마음이 있어서도 아니고, 주위 사람으로부터 명예를 얻기 위함도 아니며, 나쁜 평판을 두려워해서도 아니다. 오직 우리의 착한 본성인 것이다.

그 밖에도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수오지심, 사양하는 마음인 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인 시비지심이야말로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한 마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생존 경쟁으로 치닫는 이 시대에 그 네 가지 고운 마음을 지켜내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어쩔 때는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럴수록 우리는 자신의 마음 그릇을 늘 세심히 돌봐야 한다. 욕심이 지나쳐 탐욕이 되지 않았는지, 세상의 유혹에 자신을 내던져버리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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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그릇>은 참 후한 책이다. 매일 15분씩 30일 영어 회화, 하루 20분씩 100일 고전 읽기 같은 책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어른의 그릇>은 일주일에 읽을 거리를 단 두 세장만 내어준다. 만만히 보고 시작했으나 한 주, 두 주 따라가다 보니 제대로 된 마음 그릇을 만들려면 일주일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욕심은 금물. 저자의 말처럼 몸은 강제로 굽히거나 뻗게 할 수 있지만 마음은 그렇게 할 수 없다. 한 번에, 짧은 시간에 이루려 애쓰기보다 하나를 택해 한결같이 다져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음 수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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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52주를 보내고 나면 간장 종지만한 내 마음 그릇도 좀 더 넓고 깊어지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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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말하기 수업 - 마음을 전하는 대화법부터 영향력 있는 말하기 전략까지
이영선 지음 / 청림Life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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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있는 동안은 잠시도 입을 쉬지 않는, 그 중 대부분은 먹는 이야기를 즐기는 첫째 아이에게 어울리는 직업이 무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먹방 유튜버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는데, 그마저도 하나 걸리는 게 있다. 첫째의 말하기는 거의 일방통행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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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첫째의 제대로 말하기 연습을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우리 아이 말하기 수업>을 만났다. 15년 넘게 말하기와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교육해 온 저자에 따르면 말하기 역시 자전거 타기, 피아노 치기처럼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즐겁게 쌓아 올려야 하는 '경험의 근육'과 같다. 대학생 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에야 그 중요성을 깨닫고 뒤늦게 애쓰는 사람들을 보며 '조금만 더 일찍, 어릴 때부터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자가 부모님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말하기 교육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는 것, 그 시작은 '가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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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와 청중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고, 그 위로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만드는 그 모든 과정이 바로 발표입니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이 다리 놓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발표대 위에 홀로 서게 됩니다.

우리 아이 말하기 수업,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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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우리는 청중이기도 했고, 발표자이기도 했다. 때문에 청중과 발표자가 바라는 것과 해야할 일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다. 그 중 하나는 처음 시작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시작을 위해서는 먼저 '첫 30초'를 사수해야 한다. 청중은 그 짧은 시간동안 '이 사람 이야기 들어볼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어야 마지막까지 집중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청중과 연결하기, 호기심 자극하기, 분위기 만들기 기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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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청중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누구나 '완벽한 사람'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마음을 더 쉽게 연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청중과 발표자가 겪었을 법한 비슷한 경험을 나눈다거나 자신의 실수와 고민 등을 솔직하게 내보이면 청중은 무대에 서 있는 발표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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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해 보자. 우리의 뇌는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에 간극이 생기면 이를 메우려 한다. '왜?", "어떻게?" ,"진짜?"같은 질문은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질문을 듣는 순간, 우리 뇌는 자동으로 그 답을 찾으려 작동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표 중간에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고, 잠깐이라도 생각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것이 좋다. 청중이 알지 못하는 놀라운 사실이나 쉽게 풀리지 않는 의문을 제시하는 것도 호기심을 갖고 발표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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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분위기. 발표할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분위기다. 발표의 목적은 무엇인지, 청중은 누구인지, 발표 장소는 어떤 상황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어떤 분위기든 발표자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청중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청중에 대한 감사나 존중을 먼저 표현하고 발표의 중요성이나 의미를 명확하게 밝히되, 로봇처럼 암기한 멘트를 읊는 게 아니라 진심 어린 마음을 정중한 언어로 표현하다 보면 서로의 따뜻한 마음이 강연장을 가득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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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와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끝맺음이 인상적이면 전체 이야기가 더 의미 있게 느껴지는 법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최신 효과'라고 부르는데, 가장 나중에 들은 정보를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는 우리 인간의 경향을 의미합니다.

우리 아이 말하기 수업,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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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첫 시작이 좋았고, 발표 내용이 훌륭했더라도 마무리가 흐지부지된다면 청중은 즐거웠던 기억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라며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처음, 중간, 끝을 구조화해서 말해야 하고, 표면적인 감정이 아닌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다. 또 청중이 누구인지, 장소는 어디며 오늘이 무슨 날인지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끝맺음을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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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말하기 수업>에는 첫 시작이나 끝맺음 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실전 예시를 제공한다. 끝맺음에 대한 예시를 보면 학교 친구들 앞에서 동아리 활동을 소개하며 "우리 밴드 동아리 정말 재미있어!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은 언제든 놀러 와. 같이 멋진 공연 만들어 보자!", 형제 자매와의 대화에서 "형 덕분에 숙제를 끝낼 수 있었어. 설명을 너무 알아듣기 쉽게 해 줘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라. 다음에 또 도와줄 수 있어?"처럼 그대로 암기해 사용해도 무리가 없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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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의 말하기를 들으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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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맺음말은 부모로서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정에서 과연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하기를 보여주고 들려주었나.

발표에 있어 첫 30초가 중요하듯 하루를 놓고 보면 아침 기상 직후가 그에 해당하겠다. 고요한 밤 시간이 아깝다고 딴 짓하지 말고, 아이들과 같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웃으며 첫 마디를 건네야겠다.

"잘 잤어? 오늘도 많이 웃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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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요괴반 3 - 호환을 부르는 소리 ㅣ 방과 후 요괴반 3
한주이 지음, 안병현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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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시작 전 거쳐야 할 관문 중 하나는 방과 후 교실 신청이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은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 고민에 빠진다. 각 반마다 정해진 인원이 있어 선착순 신청을 해야 하고, 수업 일정에 따라 수강 신청이 가능한 반은 한정돼 있는데도 말이다.

방과 후 요괴반. 만약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이런 방과 후 수업이 있다면 휴대폰을 든 손놀림에 보이지 않는 피가 튀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전날 밤 학교 문 앞에 텐트를 치고 줄 서는 게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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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토끼 인형이 머리맡에 놓여 있던 일, 비 오는 날 챙기지 못한 우산을 누군가 학교 앞에 두고 간 일, 이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열이 심하게 나 혼자 끙끙 앓았던 밤 누군가 밤새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 위에 올려 주었던 일.

그때는 단순한 우연이나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분명 누군가가 내민 다정한 손길이었다.

방과 후 요괴반 3,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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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다했다. 방과 후 한자반도 아니고, 방과 후 컴퓨터반도 아닌 방과 후 요괴반이라니. 게다가 두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표지를 보고 지나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용은 예상보다 깊었다. <방과 후 요괴반> 3편에는 세 종류의 요괴가 나온다. 밤에 사람들의 신발을 훔쳐가는 야광귀와 병마를 퍼트리는 역귀, 호환을 부르는 창귀다.

어느 날부턴가 동네의 신발들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하랑이와 라이, 그리고 구슬이는 수상함을 감지한다. 보통 야광귀는 정월 초하루나 대보름 무렵에만 활동하는데 이번에는 대중이 없었다. 무엇이든 넣기만 하면 같은 물건이 끊임없이 솟아 나오는 신비한 상자 화수분으로 야광귀를 유인해서 붙잡은 두 사람은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된다. 더 이상 요괴 따위는 믿지 않는 세상에 자신을 알아보고, 기억해주고, 심지어 반겨주기까지 하는 인간 소녀 새벽이를 위해 야광귀는 행운을 모으듯 신발을 훔쳐 모았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 의사들도 더 이상 손을 쓰지 못하는 와중에 영문을 알 수 없는 새벽이의 병세는 날로 깊어갔다.

그때 새벽이의 목 부분에 검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요괴 조직인 반월회의 소행이 분명해 보였다. 친구들과 요괴 카페를 찾은 구슬이는 인간으로 둔갑한 까마귀 요괴 무영을 만나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과 돌아가신 어머니 얘기를 듣게 된다. 인간과 요괴 사이를 잇는 역할을 자처했던 구슬의 어머니. 그러다 목숨을 잃기 전 요괴 친구들에게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 나쁜 요괴들이 눈치채지 않게 구슬이 직접 찾아올 때까지 눈에 띄지 않게 멀리서 조용히 지켜봐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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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구슬을 맡아준 이모도 바빴기 때문에 구슬은 외로움에 익숙해져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치 누군가가 조용히 곁을 지켜주고 있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저 착각이겠거니 하며 넘겼던 손길들이 엄마의 친구들이었다니.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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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에는 절대로 꺼지지 않는 따뜻한 불꽃이 있어. 두려워하지 마. 망설이지 마. 언제나 너답게, 너만의 방식으로 이 세상을 따뜻하게 지켜 주렴."

방과 후 요괴 반 3,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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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구슬은 하랑이와 라이, 그리고 무영과 천 년에 한 번 깨어나는 흉신을 앞당겨 깨우려는 반월회에 맞서 싸운다. 하지만 역귀와 창귀는 강력했다. 특히 역귀는 언제든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나타나 마을 전체가 흔들릴만큼 강한 영향을 미쳤다. 다행히 그들을 내쫓을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붉은 팥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이 되면 팥죽을 끓여 먹고 일부는 대문과 담벼락, 창문 틈에 뿌려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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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의 세상은 달랐다. 요괴와 인간이 어울려 살며 서로 돕고 사랑을 나누던 때였다. 하지만 태초부터 달랐던 그들 사이에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그 성역을 뛰어넘어보려던 시도들이 있었고, 결국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겨 현재에 이르렀다.

역귀의 출몰과 함께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퍼지면서 동네가 폐쇄될 위기에 처하자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던 하랑이가 역귀의 이동 경로를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에는 복수를 위해 구슬을 찾아다니던 무리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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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랑이는 산중호걸의 피를 이어받은 호랑이였다. 그에게는 호령이라는 형이 있었는데 동족들을 무참히 쓰러뜨린 인간 세상에 내려가서 그들을 돕고 있는 하랑이에게 잔뜩 날이 서 있었다. 하랑은 오랜만에 마주한 형에게 다시 한 번 인간 세상의 다양함을 전하며 산신이 되어 모두를 지키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좁혀지지 않는 거리에 참다 못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거친 고함을 내지른다.

"인간을 지키겠다니, 그건 동족에 대한 배신이야. 그 선택이 결국 널 망칠 거다!"

"그건 형님이 정할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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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둔갑했던 호랑은 본연의 호랑이 모습으로 돌아가 형 호령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벌인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전광석화처럼 서로에게 달려든 두 맹수의 육체가 부딪치는 굉음에 숲 전체가 뒤흔들렸다. 구슬이와 리아가 나서서 말려보려 했지만 둘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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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호형은 세상에 불온한 기운이 퍼지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끝내 세상에 단 하나 남은 혈육인 하랑이를 해칠 것 같아 걱정돼 그를 불렀던 것이었다.

곧이어 정체를 드러낸 창귀들은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거나 죽임을 당했던 원혼들이었다. 아무리 쓰러트려도 쓰러지지 않았고, 마치 좀비 떼처럼 무수한 공격을 받아도 다시 뼈와 근육을 끼워 맞추면서 끝없이 일어났다. 랑, 호령 형제의 힘으로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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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구슬은 분명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든 구슬은 팔각패를 높이 치켜들며 창귀 군단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억눌린 흐느낌 사이에 저마다의 사연이 뒤섞였다. 호랑이에게 쫓기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어둠 속에서 죽어가던 공포. 그렇게 버려지고 잊혔던 설움. 그 분노와 비통함에 복수를 노렸지만 처음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구슬 덕분에 자신들의 죄가 무겁다는 것을 실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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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은 지상과 천상을 이어주는 다리를 통해 악귀들이 죄를 뉘우치고 이승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그날 밤, 꿈 속에서 그리고 그리던 엄마를 만났다. 꿈인 줄 알면서도 눈물이 핑 돌았다. 구슬의 엄마는 선명한 온기와 함께 응원의 말을 남기고 사라졌지만 구슬의 마음 속에는 조용한 빛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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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요괴반>을 읽으며 인간 다양성을 떠올렸다. 세상은 다양해서 복잡하고 힘들지만, 다양한 덕분에 사라지지 않았다. 서로가 다름은 받아들이고, 조금씩만 양보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또 상대를 '요괴'라 손가락질하고 피하기보다 나부터 '악귀'가 되지 않도록 마음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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