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rible Science - Bones and Body Bits: 처음 만나는 과학 영어 수업 (생명과학) - 스콜라스틱×윌북 영어 원서 리딩 프로젝트 ㅣ Horrible Science 7
닉 아놀드.지소철 지음, 토니 드 솔스 그림 / 윌북주니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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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본다'는 말이 있다. 그런 면에서 <Horrible Science>를 믿고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엄마이기도 한 저자가 아이들의 역사 교육을 위해 집필했다는 <The story of the world>, 블루베리 파이와 고양이가 나와 첫째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Big fat cat>, 그리고 태어난 지 약 4초만에 스스로 탯줄을 자르기 위해 가위를 빌려달라는 말을 해 모두를 경악하게 한 천재 초등학생 의사의 좌충우돌을 다룬 <괴짜 의사 덱스터>까지, 윌북출판사의 작품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윌북과 윌북주니어의 책은 일단 보기에 참 예쁘다. 크기도 적당해서 어디 나갈 때 들고 다니기에도 딱 좋다. 누구든 윌북, 특히 최근 나오는 윌북주니어의 책을 읽어보았다면 이렇게 한 마디 했을 것이다.

"이 책 참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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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the point of hair and nails? Hairs always seem to end up blocking up the bathroom plughole and nails get nails get nasty black grime stuck underneath them. But they're also interesting in a disgusting kind of way.

Horrible Science 7권,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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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번역본이 먼저 알려져 인기를 끈 뒤 원서가 뒤따라 나오는 경우가 있다. 국내에서 수학, 과학,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 '앗 시리즈'로 알려질만큼 알려져 책이 있다. 에듀테인먼트(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의 결합)의 대표 주자로, 작고 얇지만 보기보다 훨씬 알차서 아이들과 틈틈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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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rible Science>는 앗 시리즈의 원서로 7권에서는 우리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 머리카락과 손톱을 다룬 부분이 흥미로웠다. 평소 머리카락과 손톱이 그만 좀 자랐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하는 편이다.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머리카락과 손톱의 성장은 건강의 척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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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머리카락, 즉 털을 살펴 보면 우리의 몸은 아주 짧은 털로 뒤덮여 있다. 우리가 가진 털 중 가장 긴 것이 바로 머리리카락이다. 동물들을 보면 알 수 있듯 털은 우리 몸을 추위와 더위로부터 지켜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 100,000 가닥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이 털은 하루에 약 0.33mm, 한 달이면 거의 1cm쯤 자란다. 흥미로운 것은 따뜻한 날씨는 우리의 털을 더 빨리 자라게 한다. 때문에 혹시 북극에서 살게 된다면, 지금처럼 자주 미용실에 가지 않아도 된다.

매일 대략 6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고, 대부분은 90cm쯤 됐을 때 빠지고 새로운 머리카락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머리카락 싸움을 해 봤다면 알겠지만 어떤 머리카락은 무적이다. 얇은 머리카락, 굵은 머리카락, 갈색 머리카락, 흰색 머리카락 모두를 이긴다. 아마 건강한 사람의 머리카락이 더 튼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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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과 발톱 역시 우리의 손발가락을 보호한다. 건강한 손톱은 0.5mm로 단단하고 투명하면서 분홍빛이 돈다. 혹시 손톱이 갈라지고 깨진다면 단백질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손톱이 방문 등에 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런 사고가 일어나면 한동안 손톱은 자라지 않고, 심한 경우 손톱이 빠져 나가고 새로운 손톱이 자라난다.

어릴 때 보았던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머리카락과 손톱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다. 1952년 인도의 Sridhar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톱 자르는 것을 멈췄다. 그로부터 3년 동안 그의 손톱은 무려 574cm나 자랐다.

역시 인도의 Mata는 4.23m의 머리카락을 소유했었다. 이것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앞서 말했듯 보통의 머리카락은 90cm정도 자라면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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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은 놀랍다. 잘라도 뽑아도 여러 번 다시 난다. 머리카락 100가닥을 꼬아서 밧줄을 만들면 아빠도 들어올릴 수 있다. 그만큼 질기고 강하다. 그런데 원하지 않는 곳에 털이 나는 이유는 뭘까? 할아버지가 대머리면 나도 나중에 대머리가 되나? 손톱과 발톱도 머리카락처럼 깍아도 다시 자라고, 다쳐서 빠져도 다시 새 것이 된다. 손톱이 없으면 아빠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 드릴 수가 없다. 그럼 발톱의 역할은 뭘까? 그리고 무엇보다 궁금한 점 하나. 왜 나는 시험을 볼 때마다 머리털을 쥐어뜯고 손톱을 깨무는 걸까?

Horrible Science 7,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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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rible Science>를 읽어 나가다 보면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중요한 부분에 물결로 밑줄이 그어져 있고, 필수 어휘에는 형광펜까지 칠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색칠된 단어는 각 챕터의 마무리 단계에서 다시 한 번 자세히 다뤄진다. 그 어휘가 사용된 문장이 먼저 나오고, 한글 해석이 뒤따른다. 그리고 그 단어의 기원과 쓰임새 등 다양한 설명이 이어져 무작정 단어를 암기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matrix'를 예로 들어 보자. matrix는 '어머니, 자궁'을 뜻하는 말에서 왔다.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케라틴이 모여 손톱이나 발톱이 자라기 시작하는 '뿌리' 부분을 matrix라 한다. 이는 개인이나 조직이 성장하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질, 기반, 모체'를 뜻하기도 한다.

또 'review' 코너 에서는 앞선 내용을 읽고 가질 만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함께 나눈다.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더라도 나만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는 질문도 수두룩하다. 과학과 호기심, 그리고 질문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런 면에서 <Horrible Science>는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훌륭한 책이다. 거기다 영어로 읽는 과학책이라니 이 얼마나 지적인가. 책 소개에 나오는 것처럼 영어라는 그릇에 과학의 재미를 수북이 올린 <Horrible Science> 읽어 보면 단번에 알게 될 것이다. 왜 영국왕립학회에서 주는 주니어 과학도서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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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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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김주현 지음, 최미란 그림 / 만만한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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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하던 일을 멈추게 하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같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할 말이 너무 많거나 할 말이 하나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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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평생 만날 수 없었을 지도 모르는 두 사람이 있다. 강진으로 유배를 온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과 그 곳에서 나고 자란 소년 산석이다. 이들은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서로를 지켜보며 기다린다. 그동안 정약용은 주막의 주모가 세월과 함께 스스로 깨친 공부를 통해 질문의 참의미를 깨닫게 된다. 질문이란 내가 알고 익숙하게 지내 온 세상에 틈을 내는 것이다. 다산은 '이상한 세상'을 살면서 억울하지 않았고, 불편하지도 배고프지도 않았다. 때문에 그 '이상함'을 궁금해하지도, 답답해하거나 분노하지도 않았다. 이제 제대로 된 질문을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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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것을 뚫는 자세는, 별 수 없이 계속해 보는 것뿐입니다. 별 수 없이 그렇게 한결같음으로 한 걸음씩 걸어 보는 일이기에 오히려 둔하고 느린 석이 같은 아이가 마침내 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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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마주한 선생님 앞에서 석이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하지만 다시는 없을지도 모를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다.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산석은 자신이 둔하고 앞뒤가 꼭 막혀 융통성이 없으며 고지식하다고 이실직고했다. 스스로 발견한 모습인지, 주변에서 툭툭 던진 말을 오래 들어 그런가보다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석이는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게 있었다. 단정한 용모에 마음도 깨끗하고 글씨도 제법 반듯해서 글 쓰기에 좋은 자질을 가졌다는 것을. 조심스레 배우고 싶은 마음을 내보이는 모습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듯 반짝이는 여린 이파리를 볼 때처럼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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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시작은 햇볕이 잘 드는 책상에 앉는 것이었다. 정약용이 모셨던 임금 정조도 강조하던 것이었다.

"무릇 사람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때때로 책상을 문지르기만 해도 좋다고 했다. 내가 평일에는 책 읽기를 즐기지만, 혹 업무가 많아서 책 읽을 여유가 없을 때에는 일찍이 그 말을 떠올려 책상에 마음을 노닐고 눈을 머물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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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정약용이 내어준 책상은 산석의 세계가 되었다. 책상 앞에 앉아 문장을 따라 쓰고, 책을 읽었으며 책상 곳곳을 가만히 문질러 보았다.

석이보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이 책을 휙휙 읽어가며 빠르게 문장을 익혔다. 다들 일찍이 공부를 끝내고 공차기를 하거나 멱을 감으로 개울로 달려갈 때도 석이는 자신만의 느림과 둔함으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하던 공부를 마치고는 했다. 석이의 공부는 '더 많이, 더 빨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산은 그런 석이가 뿌리를 깊게 내리고 천천히 오래오래 자랄 재목이라 생각한다. 꾸준함 역시 재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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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과거도 좋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공부를 하려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제아무리 아는 게 많아도,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법이니까."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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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석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논일 밭일하느라 피곤한 몸을 곧추세우고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뭐 하나. 한양까지 올라가고 내려올 시간과 노잣돈도 없고, 과거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데. 공부만 할 수 있어도 좋겠다던 마음은 어디 갔는지, 잔뜩 심통이 난 석에게 다산은 공부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거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평생 스스로 깨우쳐 자신을 지키고 자라게 하는 진짜 공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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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다 해 주셔서요.

저처럼 둔하고 미련한 아이도 공부할 수 있다 해 주셔서요.

이렇게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어서도 공부하는 즐거움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셔서요. 공부가 이렇게 제 안에 아름다운 것들을 기르는 일이라는 걸 알게 해 주셔서요.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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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고 흘러 다산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소년 석이의 물음에 대한 그의 대답이 가진 힘은 놀라웠다. 산석이 일흔이 넘도록 책상에 앉아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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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오랜 시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평생 배움을 놓지 않았던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통해 나를 돌아본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발만 동동 구르는 어리석은 자여. 시작하자. 매일매일의 꾸준함이 시시하게 보여도, 세상의 모든 것들은 꾸준함으로 싹틔우고, 꽃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니 그저 부지런히 하면 된다. 부지런히 하면 된다. 부지런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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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든 무엇이든 나도, 너도, 우리 모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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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 - 교과서 수록 작품 톺아보기 ㅣ 성격 있는 국어 수업
이현실.남상욱 지음, 애슝 그림 / 풀빛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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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단골로 다니던 놀이터가 있다. 그 옆에 경로당이 하나 있었는데 아이들과 깔깔대며 놀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좋을 때다. 그 때로 돌아가보고 싶네."

나는 도리질을 하며 십 년쯤 훌쩍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먹이고 재우고 같이 놀기만 하면 되던 시절이었는데, 뭐가 그리 힘들고 어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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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돌이켜 봐도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려주는 밥 먹고 학교만 왔다갔다 하면 되는데 무슨 고민이 그리 많았을까. 하루 빨리 어른이 돼서 나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었던 시절. <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를 읽으며 당황스럽게 자꾸 그때가 그리웠다. 돌아가 보고 싶기까지 했다. 비록 그것이 어느 한 여름날 점심을 먹고 밀려오는 졸음과 사투를 벌이던 5교시 수업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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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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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나무

햇빛이 내 위로 쏟아졌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위로 옆으로 사방으로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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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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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조금만 더우면 더워 죽겠다, 조금만 추워도 추워 죽겠다고 한다. 나 때는 교실에 에어컨이 웬 말이냐. 널따란 교실 한가운데서 달달거리며 돌고 도는 선풍기 두 대로 여름을 났다. 그러니 무슨 공부가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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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수업이 무엇이었는지, 선생님은 누구였으며 내 옆엔 누가 앉아 있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창가로 쳐들어 와 무방비 상태의 나를 공격하던 여름 햇살의 따가움, 너무 더워서 귀가 다 멍했던 느낌은 생생하다. 현실 도피 삼아 잠 속으로 빠져들려던 순간 불어오던 뜨거운 바람 한 줄기.

그때는 모든 상황이 낭비라고 생각했었다. 좀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인 오은의 <나는 오늘>이라는 시를 만나고 나니 이제야 알겠다. 그때 나는 '위로 옆으로 사방으로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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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를 펼쳐 보기 전에는 그저 시와 그에 대한 해설이 나올 것이라 단정했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족집게 과외를 받는 기분이었다. 출제 경향과 예제, 시에 사용된 다양한 표현 기법,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그리고 시를 통해 확장할 수 있는 활동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오늘>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사물이나 자연에 빗대어 표현해 보기, 친구들과 서로의 감정을 나누기, 심리상담사나 교육 전문가를 꿈꾼다면 화자의 감정을 상담 상황으로 바꾸어 이야기 해 보기 같은 것들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 속에 나와 있는 중요한 어휘도 짚어 주고, 화자의 MBTI 성격 유형도 알려준다. <나는 오늘>의 화자는 INFP형이다.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에 충실하면서 그것을 스스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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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분석하기 전에 화자를 소개받는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시에는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화자가 존재합니다. 이 책 제목이 <성격 있는 국어 수업>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친구의 MBTI를 궁금해하듯 화자를 대한다면 어느새 그토록 어려웠던 시는 여러분 친구가 건네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거예요.

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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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인용했던 시의 제목은 <나는 오늘>이다. '내일', '10년 후에'가 아니다. 화자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파묻히기 보다 서툴고 부족한 '오늘'에 집중한다. 그 오늘이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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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은 독자에 의해 재탄생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는 아직 내가 누구인지, 너는 누구인지 생각할 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품에 안고 나의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매일 반복되는 '오늘'을 더 알차고 신나게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착각은 자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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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의사 덱스터 1 - 10세 의사의 탄생 ㅣ 괴짜 의사 덱스터 1
애덤 케이 지음, 헨리 패커 그림, 홍한결 옮김 / 윌북주니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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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모든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알게 된다. 내 아이는 특별하고도 특별하다는 것을. 아이가 점점 자랄수록 그 믿음은 확신이 되어간다. 어쩜 이렇게 사고뭉치일 수 있는지, 세상에 너 같은 애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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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 불가 천재 초딩의 기막힌 이중 생활', '10세 의사의 탄생'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는 각오했다. 그런데 웬걸, 태어난 지 약 4초만에 말을 하는 아기라니. 그 첫 마디가 스스로 탯줄을 자르기 위해 가위를 빌려달라는 말이라니. 이 책을 자신의 두 아이 중 더 예뻐하는 아이에게 바치겠다는 이 장난기 넘치는 작가를 어찌 따라가야 할지 시작부터 어질어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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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똑똑하면 어떤 기분이 어때?"

"뭐······ 사실 좀 별로야. 남들과 다르다는 건 재미없어."

"남들과 어떻게 똑같을 수 있어? 그건 불가능해. 사람은 다 다르잖아."

"복제 인간처럼 똑같은 거 말고."

덱스터가 답답해하며 말했다.

"나처럼 다른 거 말이야. 그건 아무도 몰라, 어떤 기분인지."

괴짜 의사 덱스터,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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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의대반이 등장한 이 마당에 누군가에게 덱스터는 선망의 대상일 것이다. 덱스터도 어느 정도 극상위권의 삶을 즐기는 듯 했으나 보통 사람들과 속도 차이가 점점 벌어지자 방향을 잃은 것 같아 보인다.

그때 덱스터의 마음에 드는 친구가 나타난다. 수업 시간에 몇 번 본 적이 있는 루피라는 친구였는데, 글씨체가 아주 예쁜 여자 아이였다. 루피는 뭐든지 다 아는 덱스터의 학교 생활이 쉽지 않겠다며 이해해 주었다. 동시에 운동도 못하고, 그림도 못 그리는 덱스터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저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사람일 뿐이라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루피 역시 흔치 않은 똑똑한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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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닮는다고 했다. 루피와 친구가 된 덱스터는 천재다. 영국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 중 가장 높은 단계인 A레벨 시험에서 총 86개 과목에서 A레벨을 따냈다. 보통의 학생들은 세 과목 정도만 준비하는데, 덱스트는 점심을 먹고 나서 할 일이 없어 여덟 과목을 더 치렀다.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아프리칸스어, 고대 그리스어 같은 과목까지 섭렵하게 됐다. 이쯤되면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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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이든 자신을 모셔가려 안달일 거라 예상했던 덱스터는 '나이'라는 유리 천장에 부딪친다. 덱스터의 놀라운 지능과 재능은 인정하지만 다섯 살 짜리 아이가 혼자 다닌다는 것은 안전상 위험하다는 올바른 판단이 내려졌다. 덱스터 인생의 첫 번째 좌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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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가 무슨 말로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친구들의 위로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할머니와 함께 TV를 보던 덱스터는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는 데 10시간이 걸린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그래, 저거다! 워낙 사정이 급해 다섯 살인 덱스터를 거절하지 못할 곳, 의대에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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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라는 게 아니야. 사실은 조금 더 ······ 듣기 좋게 말해 주라는 거지. 왜 소크라테스도 그랬잖니, 쓴 약도 설탕 한 숟가락이면 잘 넘어간다고. 우선 상대가 듣고 싶어 할만한 말부터 꺼내는 거야. 칭찬을 하거나 아니면 사과도 좋고. 그러면 그 다음 말도 들어보고 싶을 거 아냐?"

"그러고 나면요?"

"그러고 나면 이제 속 재료, 즉 본론을 전하는 거지. 상대가 기분 나빠할 수도 있지만 꼭 해야 하는 얘기 말이야. 그러고 나면······"

"또 좋은 얘기로 마무리하고요?"

괴짜 의사 덱스터,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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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의대 공부를 마치고 드디어 의사로서 첫 발은 내디딘 덱스터. 언론에서는 까다로웠던 첫 진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승승장구하는 덱스터에 대해 대서특필하며 초등학생 의사 탄생을 축하했다. 하지만 천재에게도 인생의 룰은 예외 없이 적용됐다.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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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624주 동안 금주의 의사 자리를 꿰차고 있는 대선배 드레이크 선생은 덱스터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사사건건 부딪히며 엎치락뒤치락하던 드레이크 선생이 우위를 선점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덱스터, 할 말은 한다.

"선생님처럼 무례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선생님을 한 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은 누구나 선생님 차에 콩을 쏟아붓고 싶은 마음일 걸요. 선생님하고 원수진 사람이 제가 딴 A레벨 과목 수보다 많을 게 뻔해요. 아, 그리고 주황색 콩 빛깔이 선생님 넥타이랑 아주 잘 어울리네요."

누구보다 오랫동안 금주의 의사로 뽑힐 만큼 유능한 드레이크 선생 앞에서 덱스터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까치발을 들어 최대한 키를 높인 채 말했다. '기분 좋은 샌드위치' 권법으로 크게 한 방 날린 덱스터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휘파람을 불며 킥보드에 올라 소아과 병동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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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답답하고 억울했던 마음을 풀어준 덱스터. 하지만 수습 평가를 앞두고 '구토 사건'과 '삶은 콩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며 불합격 판정을 받고 만다. TV 에서 봤던 대로 그동안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돌아섰지만 엄마에게 안기자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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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의사 덱스터 1>이 인생의 속도에 관한 것이었다면 <괴짜 의사 덱스터 2>에서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천재든 둔재든 길을 떠났다면 속도와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 그럴 때 이야기가 있어서 참 좋다. 다른 이의 성공과 실패, 재도전을 함께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덱스터는 '수습 평가 불합격'이라는 위기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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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 한 권으로 1만 년 역사를 완전 정복하는
로빈의 역사 기록 지음, 강응천 감수 / 흐름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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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를 붙들고 있었더니 둘째가 오래 참았다는 듯 한 마디 했다.

"이렇게 재미없는 책을 뭐 하러 읽는 거지?"

나도 그런 어린이였고, 다를 게 없었던 학생이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왜 이미 지나간 일들을 알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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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암기 과목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로, 현재와 연결된 질문으로 바꿔보고 싶었어요. 누가 옳고 그른지를 단정 짓기보다는, 당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들이 처한 선택의 기로에 함께 서 보는 것. 그게 진짜 역사 공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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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분명 승자의 기록이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는 없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황하 문명에서 시작된 중국사는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이다. 그 중에서도 500년 넘게 이어진 춘추전국시대와 이 혼란을 잠재운 진시황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기원전 8세기 무렵, 주 나라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왕실은 큰 피해를 입고, 수도였던 호경을 버리고, 동쪽의 낙읍(지금의 허난성 뤄양)으로 천도했다. 이때를 기준으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를 '서주시대', 그 이후는 '동주시대'라고 부르는데, 이 동주의 전기를 춘추시대, 후기를 전국시대라고 한다.

춘추시대는 '춘추 5패'라 불리는 다섯 명의 지도자가 '주 왕실을 받들고, 변방의 이민족을 물리친다'는 존왕양이의 명분 아래 여러 제후국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 접어들면서 명분보다는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펼쳐졌다. 진, 초, 제, 연, 한, 위, 조 이렇게 일곱 나라가 소위 '전국 7웅'이라 불리며, 약한 제후국들을 차례로 정복하고 서로 패권을 다투는 약육강식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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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에는 신분이나 출신 국가에 관계없이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 관직에 오를 수 있었어요. 특히 지식과 학문을 갖춘 '사士' 계층이 관료로 널리 등용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상가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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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가 바로 우리가 흔히 '제자백가'라 부르는 인물들이 활약했던 시기다. 대표적인 학파로 가족 간의 효도와 우애를 사회 질서의 기초로 삼았던 유가가 있다. 그 선두에 있던 공자는 '인'과 '예'를 강조하며 덕으로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를 주장했다. 이후 공자의 사상은 맹자와 순자를 거치며 더 깊이 있고 다양하게 발전했다. 덕분에 유가는 오랜 세월 동안 중국 사상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백성은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 법가가 있다. 상앙과 한비자가 대표적인 인물인데, 법가는 인간의 본성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때문에 강력한 법과 권력을 통해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았고, 강력한 왕권을 원하는 제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법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가도 있었다. 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이 학파는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억지로 뭔가 하려고 하지 말고, '무위자연', 즉 자연스럽게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상은 훗날 중국의 자연관이나 예술, 문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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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세기 경, 진나라는 법가 사상가였던 상앙을 등용해 부국강병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 끝에 전국 7웅 중 다른 여섯 나라를 차례로 정복하면서 기원전 221년, 마침내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탄생시켰다. 이후 진왕 영정은 '황제'라는 새로운 칭호를 도입했고, 자신이 '첫 번째 황제'라는 뜻으로 '시황제'라고 불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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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를 분배할 때는 사람 수를 기준으로 하되, 남녀 차별 없이 각 집의 가족 수에 따라 나눈다. (… ) 토지는 세상 사람들이 똑같이 경작하게 한다. (… ) 밭이 있으면 함께 경작하고, 음식이 있으면 함께 먹고, 옷이 있으면 함께 입고, 돈이 있으면 함께 쓴다. 장소에 따른 불균형이 있거나 배고프고 추운 생활을 하는 자가 없도록 한다.

천조전무 제도

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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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차 아편 전쟁에서 패한 청의 국제적 위신이 크게 떨어졌다. 전쟁이 끝난 후 서양 물품들이 쏟아져 들어와 물가는 오르기 시작했고, 청 정부가 아편 전쟁의 배상금을 충당하려고 농민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었다. 그로 인해 전쟁을 치른 백성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졌다. 결국 농민들이 먼저 들고 일어났고, 전국적으로 반란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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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홍수전이 이끈 태평천국 운동이었다. 만주족을 몰아내고 한족의 나라를 세우자는 멸만흥한의 구호와 중국을 다시 하나로 통합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태평천국 군은 단순한 반란 세력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혁 구상도 가지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천조전무 제도'가 있었는데, 토지를 골고루 분배해 모든 백성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며, 신분제도를 철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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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객으로 들어갔다가 백성이 되어 나온다는 관람평이 이어지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도 그와 같다. 모두가 똑같이 출발해서 골고루 나눠가질 수 있는 세상. 더 많이 가진 자는 덜 가진 자를 돌보고, 어린 아이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바로 내가 뒤늦게 알게 된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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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계사와 한국사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유튜브 채널 <로빈의 역사 기록>은 누적 조회수 5400만을 기록하고 있다. 그 운영자가 쓴 <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를 읽고 나니 시험을 위해 잠깐 외웠다가 잊는 역사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함께 생각하는 역사, 지금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 역사로 마음에 와 닿았다. 이 한 권의 책에 1만 년의 역사를 담다니. 로빈의 머릿 속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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