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 - 교과서 수록 작품 톺아보기 ㅣ 성격 있는 국어 수업
이현실.남상욱 지음, 애슝 그림 / 풀빛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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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단골로 다니던 놀이터가 있다. 그 옆에 경로당이 하나 있었는데 아이들과 깔깔대며 놀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좋을 때다. 그 때로 돌아가보고 싶네."

나는 도리질을 하며 십 년쯤 훌쩍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먹이고 재우고 같이 놀기만 하면 되던 시절이었는데, 뭐가 그리 힘들고 어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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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돌이켜 봐도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려주는 밥 먹고 학교만 왔다갔다 하면 되는데 무슨 고민이 그리 많았을까. 하루 빨리 어른이 돼서 나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었던 시절. <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를 읽으며 당황스럽게 자꾸 그때가 그리웠다. 돌아가 보고 싶기까지 했다. 비록 그것이 어느 한 여름날 점심을 먹고 밀려오는 졸음과 사투를 벌이던 5교시 수업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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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나무

햇빛이 내 위로 쏟아졌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위로 옆으로 사방으로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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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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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조금만 더우면 더워 죽겠다, 조금만 추워도 추워 죽겠다고 한다. 나 때는 교실에 에어컨이 웬 말이냐. 널따란 교실 한가운데서 달달거리며 돌고 도는 선풍기 두 대로 여름을 났다. 그러니 무슨 공부가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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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수업이 무엇이었는지, 선생님은 누구였으며 내 옆엔 누가 앉아 있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창가로 쳐들어 와 무방비 상태의 나를 공격하던 여름 햇살의 따가움, 너무 더워서 귀가 다 멍했던 느낌은 생생하다. 현실 도피 삼아 잠 속으로 빠져들려던 순간 불어오던 뜨거운 바람 한 줄기.

그때는 모든 상황이 낭비라고 생각했었다. 좀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인 오은의 <나는 오늘>이라는 시를 만나고 나니 이제야 알겠다. 그때 나는 '위로 옆으로 사방으로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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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를 펼쳐 보기 전에는 그저 시와 그에 대한 해설이 나올 것이라 단정했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족집게 과외를 받는 기분이었다. 출제 경향과 예제, 시에 사용된 다양한 표현 기법,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그리고 시를 통해 확장할 수 있는 활동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오늘>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사물이나 자연에 빗대어 표현해 보기, 친구들과 서로의 감정을 나누기, 심리상담사나 교육 전문가를 꿈꾼다면 화자의 감정을 상담 상황으로 바꾸어 이야기 해 보기 같은 것들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 속에 나와 있는 중요한 어휘도 짚어 주고, 화자의 MBTI 성격 유형도 알려준다. <나는 오늘>의 화자는 INFP형이다.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에 충실하면서 그것을 스스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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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분석하기 전에 화자를 소개받는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시에는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화자가 존재합니다. 이 책 제목이 <성격 있는 국어 수업>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친구의 MBTI를 궁금해하듯 화자를 대한다면 어느새 그토록 어려웠던 시는 여러분 친구가 건네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거예요.

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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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인용했던 시의 제목은 <나는 오늘>이다. '내일', '10년 후에'가 아니다. 화자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파묻히기 보다 서툴고 부족한 '오늘'에 집중한다. 그 오늘이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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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은 독자에 의해 재탄생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는 아직 내가 누구인지, 너는 누구인지 생각할 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품에 안고 나의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매일 반복되는 '오늘'을 더 알차고 신나게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착각은 자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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