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조금만 더우면 더워 죽겠다, 조금만 추워도 추워 죽겠다고 한다. 나 때는 교실에 에어컨이 웬 말이냐. 널따란 교실 한가운데서 달달거리며 돌고 도는 선풍기 두 대로 여름을 났다. 그러니 무슨 공부가 되겠나.
그날 수업이 무엇이었는지, 선생님은 누구였으며 내 옆엔 누가 앉아 있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창가로 쳐들어 와 무방비 상태의 나를 공격하던 여름 햇살의 따가움, 너무 더워서 귀가 다 멍했던 느낌은 생생하다. 현실 도피 삼아 잠 속으로 빠져들려던 순간 불어오던 뜨거운 바람 한 줄기.
그때는 모든 상황이 낭비라고 생각했었다. 좀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인 오은의 <나는 오늘>이라는 시를 만나고 나니 이제야 알겠다. 그때 나는 '위로 옆으로 사방으로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성격 있는 국어 수업 - 현대시>를 펼쳐 보기 전에는 그저 시와 그에 대한 해설이 나올 것이라 단정했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족집게 과외를 받는 기분이었다. 출제 경향과 예제, 시에 사용된 다양한 표현 기법,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그리고 시를 통해 확장할 수 있는 활동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오늘>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사물이나 자연에 빗대어 표현해 보기, 친구들과 서로의 감정을 나누기, 심리상담사나 교육 전문가를 꿈꾼다면 화자의 감정을 상담 상황으로 바꾸어 이야기 해 보기 같은 것들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 속에 나와 있는 중요한 어휘도 짚어 주고, 화자의 MBTI 성격 유형도 알려준다. <나는 오늘>의 화자는 INFP형이다.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에 충실하면서 그것을 스스로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