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 한 권으로 1만 년 역사를 완전 정복하는
로빈의 역사 기록 지음, 강응천 감수 / 흐름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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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를 붙들고 있었더니 둘째가 오래 참았다는 듯 한 마디 했다.

"이렇게 재미없는 책을 뭐 하러 읽는 거지?"

나도 그런 어린이였고, 다를 게 없었던 학생이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왜 이미 지나간 일들을 알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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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암기 과목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로, 현재와 연결된 질문으로 바꿔보고 싶었어요. 누가 옳고 그른지를 단정 짓기보다는, 당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들이 처한 선택의 기로에 함께 서 보는 것. 그게 진짜 역사 공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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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분명 승자의 기록이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는 없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황하 문명에서 시작된 중국사는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이다. 그 중에서도 500년 넘게 이어진 춘추전국시대와 이 혼란을 잠재운 진시황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기원전 8세기 무렵, 주 나라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왕실은 큰 피해를 입고, 수도였던 호경을 버리고, 동쪽의 낙읍(지금의 허난성 뤄양)으로 천도했다. 이때를 기준으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를 '서주시대', 그 이후는 '동주시대'라고 부르는데, 이 동주의 전기를 춘추시대, 후기를 전국시대라고 한다.

춘추시대는 '춘추 5패'라 불리는 다섯 명의 지도자가 '주 왕실을 받들고, 변방의 이민족을 물리친다'는 존왕양이의 명분 아래 여러 제후국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 접어들면서 명분보다는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펼쳐졌다. 진, 초, 제, 연, 한, 위, 조 이렇게 일곱 나라가 소위 '전국 7웅'이라 불리며, 약한 제후국들을 차례로 정복하고 서로 패권을 다투는 약육강식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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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에는 신분이나 출신 국가에 관계없이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 관직에 오를 수 있었어요. 특히 지식과 학문을 갖춘 '사士' 계층이 관료로 널리 등용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상가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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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가 바로 우리가 흔히 '제자백가'라 부르는 인물들이 활약했던 시기다. 대표적인 학파로 가족 간의 효도와 우애를 사회 질서의 기초로 삼았던 유가가 있다. 그 선두에 있던 공자는 '인'과 '예'를 강조하며 덕으로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를 주장했다. 이후 공자의 사상은 맹자와 순자를 거치며 더 깊이 있고 다양하게 발전했다. 덕분에 유가는 오랜 세월 동안 중국 사상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백성은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 법가가 있다. 상앙과 한비자가 대표적인 인물인데, 법가는 인간의 본성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때문에 강력한 법과 권력을 통해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았고, 강력한 왕권을 원하는 제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법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가도 있었다. 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이 학파는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억지로 뭔가 하려고 하지 말고, '무위자연', 즉 자연스럽게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상은 훗날 중국의 자연관이나 예술, 문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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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세기 경, 진나라는 법가 사상가였던 상앙을 등용해 부국강병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 끝에 전국 7웅 중 다른 여섯 나라를 차례로 정복하면서 기원전 221년, 마침내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탄생시켰다. 이후 진왕 영정은 '황제'라는 새로운 칭호를 도입했고, 자신이 '첫 번째 황제'라는 뜻으로 '시황제'라고 불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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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를 분배할 때는 사람 수를 기준으로 하되, 남녀 차별 없이 각 집의 가족 수에 따라 나눈다. (… ) 토지는 세상 사람들이 똑같이 경작하게 한다. (… ) 밭이 있으면 함께 경작하고, 음식이 있으면 함께 먹고, 옷이 있으면 함께 입고, 돈이 있으면 함께 쓴다. 장소에 따른 불균형이 있거나 배고프고 추운 생활을 하는 자가 없도록 한다.

천조전무 제도

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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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차 아편 전쟁에서 패한 청의 국제적 위신이 크게 떨어졌다. 전쟁이 끝난 후 서양 물품들이 쏟아져 들어와 물가는 오르기 시작했고, 청 정부가 아편 전쟁의 배상금을 충당하려고 농민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었다. 그로 인해 전쟁을 치른 백성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졌다. 결국 농민들이 먼저 들고 일어났고, 전국적으로 반란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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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홍수전이 이끈 태평천국 운동이었다. 만주족을 몰아내고 한족의 나라를 세우자는 멸만흥한의 구호와 중국을 다시 하나로 통합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태평천국 군은 단순한 반란 세력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혁 구상도 가지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천조전무 제도'가 있었는데, 토지를 골고루 분배해 모든 백성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며, 신분제도를 철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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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객으로 들어갔다가 백성이 되어 나온다는 관람평이 이어지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도 그와 같다. 모두가 똑같이 출발해서 골고루 나눠가질 수 있는 세상. 더 많이 가진 자는 덜 가진 자를 돌보고, 어린 아이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바로 내가 뒤늦게 알게 된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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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계사와 한국사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유튜브 채널 <로빈의 역사 기록>은 누적 조회수 5400만을 기록하고 있다. 그 운영자가 쓴 <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를 읽고 나니 시험을 위해 잠깐 외웠다가 잊는 역사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함께 생각하는 역사, 지금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 역사로 마음에 와 닿았다. 이 한 권의 책에 1만 년의 역사를 담다니. 로빈의 머릿 속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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